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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도댓 방송에서 부당하게 강퇴당할 위험에 처했을 때, 나는 변호사 생각이 간절했다.

        

       왜, 영화에서도 보면 체포당한 사람들은 바로 ‘내 변호사 불러줘’라고 하잖아. 심지어 진짜 유죄여도.

        

       그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비로소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숙련된 시청자인 나조차도, 턱밑에 칼이 들이밀어진 상황에서 침착하게 자기 자신을 변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만약 이예리에게 전화로 지금 체포당해서 경찰서에 있으니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면……어디에 있었든 5분 내로 달려오지 않을까. 아니면 충격으로 기절하거나.

        

       ……차라리, 그냥 유치장에서 하룻밤 자는게 낫겠는데.

        

       아무튼.

        

       그 때 결심했다. 언젠가 내가 방송 규칙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면, 꼭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보장해주라고 하리라-하고.

        

       물론…….

        

       솔직히 말하면, 다른 동기가 전혀 없는 제도는 아니었다.

        

       완벽하고 정밀한 도적 실력방송의 시청자가, 그냥 술 마시면서 얘기하는 방송 시청자의 절반이었다고.

        

       도적을 욕하는 도네가 나오게 된 데에는, 그런 시청자들의 (연대)책임도 있지 않을까……?

        

       서운하잖아.

        

       그래도, 도네이션에 대한 채팅창의 반응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솔직히, 뿌듯하긴 했다.

        

       “6레벨, 3킬, 3상자 룰 괜찮으세요? 방제랑 비밀번호는 트위트 귓속말로 보내드렸어요.”

        

       오늘의 국선변호인 선임은 이 사람을 마지막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5명이면 많이 했지.

        

       [빌드깎는노인: 네, 633 좋아요.]

       [빌드깎는노인: 장비 착용하고 방송 나갈게요.]

        

       익명401294는, 이제 겨우 배치고사만 진행한 파릇파릇한 아이디로 커스텀 게임에 접속했다.

        

       물론, 정말로 뉴비일 리는 없다.

        

       배치 12판을 11승 1패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아, 본캐의 티어는 높은 확률로 다이아 이상.

        

       그저 운이 엄청나게 좋았을 뿐인 사람일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런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

        

       특성창을 잠시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막걸리를 조금 많이 마신 탓에…… 배가 너무 부르고 가스가 찬 듯이 속이 더부룩해서, 영 컨디션이 안 좋았다. 

       

       빨간 이슬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복잡한 컨트롤을 할 수 있으려나. 억지로 하면 될 수도 있겠지만, 부담스러웠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다-라기보단, 리스크 높은 플레이를 하다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 느낌.

        

       혹시라도 마스터라면, 조금 피곤할 것 같은데. 마스터 중위권 이상이라면, 삐끗하면 질 수도 있을 것 같고.

        

       ……랭크도 아니고, 가벼운 도적부흥운동이니까……그냥, 적절한 OP 기술로…….

        

       아니야.

        

       그래도 도적 좋다고 방송 찾아온 사람일 텐데.

        

       게임 시작하기 전에 방송 끄겠다는 얘기부터 한 걸로 봐서, 깨끗한 시청자 참여 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이념에 동참하는 동료기도 하고.

        

       설령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즐거운 결투를-

        

       “……광전사네요?”

        

       * * * *

        

       상당한 수의 나오나 스트리머들은, 자기 실력보다 한참 낮은 티어에서 소위 ‘양민학살’ 혹은 ‘양학’을 하는 것을 방송의 주 컨텐츠로 삼는다.

        

       당연한 얘기다. 자신의 실제 실력에 맞는 티어에서는, 방송을 진행하고 채팅을 읽어가며 게임을 하기 너무나 어려우니까.

        

       그리고 불특정다수의 타인들에게 게임 플레이을 보여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스트리머들로서는, 자신의 게임 실력에 대한 칭송을 듣고 싶은 건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누군들 채팅창에서 ‘존나 못하네’ ‘씹트롤새끼’ ‘접으셈’ 따위의 채팅을 보고 싶겠는가. 멋진 플레이를 하고 채팅창을 흘끔거릴 때, 감탄으로 도배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방송의 낙인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그러니 질 때 지더라도 멋진 장면을 뽑아내야 하며, 가능하면 캐리해서 이기는 그림을 보여줘야 하므로-

       

       결국, 부캐 양학 방송이란 필연과도 같은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레반은 단 한 번도 양학 컨텐츠 따위를 한 적이 없었다.

        

       특별한 신념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고수들과 치열하게 수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다.

        

       한 때 자신을 압도적으로 짓누른 자를, 연습과 분석 끝에 기어코 종이 한 장 차이로 꺾어냈을 때의 쾌감.

        

       그 쾌감을 좇다 보니 챌린저에 도달했고, 제법 성공한 방송인이 되었지만- 본질적으로, 레반은 아직도 그저 고수와 진중하게 합을 겨루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 고수를, 자신의 실력으로 베어내는 순간이 좋았다.

        

       지금 역시, 그런 기회가 주어진 상황이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자를, 두 손으로 무릎꿇릴 기회.

        

       딱 기분 좋을 정도의 긴장감과, 샘솟는 아드레날린을 만끽하며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몇 차례나 일대일 지하 결투를 보았기에, 이예나의 플레이 스타일은 상당 부분 분석이 완료된 상태.

        

       ‘호전적이지만……지능적인 스타일.’

        

       걸어오는 싸움을 결코 피하지 않는다. 싸움이 일어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뿜어져나오는 플레이는, 일견 아무 생각 없는 투견처럼 보이지만-

        

       사실, 애초에 이길 수 있는 교전에만 몸을 들이밀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취약한 타이밍에는, 싸움을 걸 수 있는 거리 자체를 내어주지 않는다.

       

       기가 막힐 정도의 동선과 사거리 관리. 그리고 능수능란한 심리전을 이용하여, 전장을 취사선택하는 플레이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이예나가 일대일 결투에서 보여주는 교전 빌드업만 보면, 챌린저에서 이따금씩 만나는 프로들 사이에서도 결코 꿇리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묵묵히 할 일 하는 스타일엔 약한 타입이다.’

        

       은밀한 발걸음 따위의 특성으로 소리를 죽인 채 뒤통수를 치거나, 동선에 이지선다 심리전을 걸어서 이득을 챙기는 플레이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그 만큼 다른 특성을 포기해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광전사 대 광전사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도적으로 하기엔 리스크가 높은 플레이.’

        

       광전사가 심리전을 무시해버리고 앞만 보며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타서 성장해버리면, 낭비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답이 없어지기에-

        

       결국은, 본인이 먼저 덤벼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호전성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렇다면,

        

       빠른 사냥으로 레벨링을 해서, 도적을 끌어낸 후-

        

       정면에서, 인파이트로 승부를 본다.

        

       칼과 도끼가 교차하고, 피와 땀이 흐르는 승부.

        

       분명, 이예나도 그걸 원하고 있으리라- 라고, 레반은 생각했다.

        

       .

       .

       .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자그마한 도끼 한 쌍을 등에 짊어진 채, 광전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눈 앞의 성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지난 결전에서 고블린들을 사냥하던 중에 빌어먹을 도적에게 뒤통수를 맞은 이유는, 결국 중간에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답시고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낯익은 나팔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리자마자, 광전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뛰쳐나갔다.

        

       스태미너를 아낄 이유가 없다. 전력질주로 아군 거점 앞의 하수구로 뛰어들고, 지하에 돌입했다.

        

       소리를 죽이려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없이 달려가는 광전사. 쿵-쿵-하는 발걸음소리가 온 지하 던전에 울려퍼지도록 질주한 결과, 채 40초도 지나기 전에 세 갈래 길 앞에 도달했다.

        

       우측에는 바닥에 해골이 흩뿌려진 방.

       정면에는 어두컴컴한 통로.

       그리고 횃불로 밝혀진 좌측에서는, 희미하게 붕-붕- 하는 도끼날 함정의 소리가 들려온다.

        

       무작위하게 결정되는 네 가지 유형의 지하 전장 중, 이번에 무엇이 선택되었는지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단서다.

        

       머릿속으로 이번 전장의 지하 구조도를 완벽하게 그려낸 광전사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른쪽 방으로 질주하며 양 손으로 도끼를 뽑아드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흩뿌려져있던 뼛조각과 해골들이, 끼기긱거리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장 크고 푸른 빛을 띄는 해골의 머리에 갈비뼈가 달라붙고, 팔 다리뼈가 이어진 후, 뼈몽둥이를 쥔 손까지 구성이 되며 푸른 안광이 빛나기 시작한 순간.

        

       이미 코앞까지 접근한 광전사가, 한 호흡으로 쌍도끼를 휘둘렀다. 

       

       오른쪽 도끼에 두개골을 강타당해 휘청거리는 순간에, 왼쪽 도끼가 반대편 목뼈로 파고든다.

        

       실체화가 되어 데미지를 받는 시점. 그러나, 방어나 회피 모션이 가능하기 전.

        

       찰나와도 같은 순간을 노린 일격을 성공시킨 광전사는, 남은 호흡으로 후퇴 대신 전진을 택했다.

       

       오른발을 힘껏 내딛어 진각을 밟으며, 머리를 바닥에 내리깔 기세로 숙인다.

       

       -부우웅!

       

       그리고 섬뜩한 소리와 함께 뼈몽둥이가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전진하는 힘을 그대로 담아 오른손에 쥔 도끼를 사선으로 휘두른다.

       

       직격이다.

       

       부순다기보다는 뜯어내는 듯한 타격감과 함께, 해골팩의 우두머리는 다시금 바닥에 굴러다니는 뼛조각으로 되돌아갔고-

        

       뒤늦게 달려든 조무래기들 역시, 몇 초 내로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좋은 페이스였다. 그리고, 좋은 컨디션이었다.

       

       지금이라면, 그 어떤 칼잡이의 머리에도 도끼 하나 심어줄 자신이 있을 정도로.

        

       세 번째 무리를 사냥하기도 전에 초조함을 못이긴 도적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때, 제대로 된 결투에서, 명예를 걸고 승리를 쟁취하리라.

        

       반드시.

        

       그런 생각과 함께, 오른쪽 입술을 비틀어올리며 다음 사냥터로 이동하려던 순간.

        

       [아따먹(도적)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리치 → 아따먹(도적)]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려왔다.

        

       [아따먹: 1상자입니다]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방송 보는 애 있냐]

       [방금 저 리치방 상자 어케 딴거야?

        

       리치가 반응을 엄청 늦게 하던데]

       –     예전에 광질 모가지 딸 때도 그거 하지 않았나?

       –     ㄴ 아아…그리운 이름이다…….

       –     ㄴ 그 새끼 요즘 뭐함?

       –     ㄴㄴ 몰?루 

       –     나 광질 때도 봤는데 똑 같은 움직임이었음

       –     ㄴ 어케 한 거?

       –     ㄴ 그건 나도 몰?루 근데 같은 위치로 가던데

        

       [작성자: ㅇㅇ]

       [제목: 리치가 반응 안하는 픽셀이 있는 거 같은데?]

       [두 번 보니까 알겠음

       

       도적 은신이 몹 상대론 절대적이잖아

        

       그 상태로 리치방 오른쪽 3번째 기둥 뒤 특정 위치에 숨으면 은신 풀려도 리치가 반응 안 하는듯

        

       버근가?]

       –     어그로 안 끌린 상태로 시야에도 없으면 공격 안 들어오는 건 맞지

       –     ㄴ도적만 되는 건가 그러면?

       –     ㄴ ㅇㅇ은신 없으면 애초에 그 기둥까지 가기 전에 시야에 잡힘

       –     근데 시청자랑 게임하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돼?

        

       [작성자: ㅇㅇ]

       [제목: 아 광전사 야발련아 좀 잘 해보라고]

       [채팅치고 싶다고 씨발 진짜 개억울하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너 몇 번째였냐

       –     ㄴ 네번째

       –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결투라도 하지 그랬어

       –     ㄴ 마스터들도 모가지 뎅겅뎅겅 날아가는데 씨발 그게 되겠냐고 

       –     뭔 소리임?

       –     ㄴ 설명하기 좀 어려워

       –     ㄴ ;;

       –     ㄴ 아니 진짜로 어디부터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래……

        

       [작성자: ㅇㅇ]

       [제목: 근데 아따먹 싸울 생각은 있음?]

       [계속 사플로 광전사 피하면서 상자 각만 보고 있는 거 같은데?

        

       광전사 개빡치겠다

        

       잡으러 달려가면 은신쓰고 빠져나가고

        

       공격은 단 한 번을 안 주고받네

        

       왜 나오나에서 잠입액션 게임 하고 있냐 얘는?]

       –     절대 안 싸워주겠단 마인드 같은데

       –     ㅇㅇ 얼굴 안 마주치고 이기겠단 생각 같음…….

       –     광전사는 무슨 죄야……?

       –     ㄴ 니가 가서 물어봐줘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은발성애자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벌써 50화네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전 기념으로 혼술을 할 거예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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