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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단서 #2]

       [제국력 990년의 기억]

       [남은 시간 : 17분 53초]

       

       “요즘 정세가…….”

       “동부 연합의 동향이…….”

       

       멜리나에게 외출을 허락받은 올리비아는 저잣거리를 거닐며 생각했다. 제국력 990년은, 제국과 동부 연합이 본격적으로 힘겨루기를 시작한 연도다.

       

       아직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국경 지대에서는 소분대 단위의 자잘한 전투들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의 제국민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대륙을 넘나드는 상인들과 몇몇 지식인뿐이다.

       

       이건 귀족들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신문처럼 먼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매체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근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도 중립국 마키나 하나 뿐이다.

       

       보통의 뉴비들은 여기서부터 막힌다. 국가 단위의 대립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이 시점이면 아카데미 생도일테니까.’

       

       그들이 할 수 있는거라곤, 제국과 동부 연합간의 전쟁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뿐이다.

       

       아무리 제국이 대륙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초강대국이라고는 하지만, 동부 연합의 전력도 만만치는 않다.

       

       동부 연합에 소속된 회귀자가 무려 둘이나 되기 때문이다.

       

       자유도시 미카벨의 무왕(武王)과 카니스 왕국의 파도잡이가 그들이다.

       

       뉴비들 대부분이 여기서 접는다. 

       

       제국이 승리하기는 한다. 하지만 기반 시설이 대부분 파괴되고 군사력도 작살난 제국은, 악마들이 등장하는 중후반까지 버티지 못한다.

       

       마왕이 등장하기도 전에 제국이 멸망해버리니,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누구인가. 최초의 개척자 아니던가.

       

       그녀는 동부 전쟁을, 천 번도 넘게 막아봤다.

       

       올리비아의 걸음은 어둑한 뒷골목에서 멈췄다. 온몸이 문신으로 가득한 건장한 남자 둘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양아치같지만, 그들은 엄연히 암시장에서 임명한 경비들이었다.

       

       올리비아는 로브를 눌러쓰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경비들은 올리비아에게 일체 관심을 주지 않은 채, 저들끼리 떠들어대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거대한 철문이 올리비아를 가로막았다. 올리비아는 일정한 박자로 문을 다섯 번 두드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눈높이 부근에 위치한 작은 여닫이문이 열렸다. 문지기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패.”

       

       입장패를 보여 달라는 말이다. 올리비아는 미리 준비해둔 금패를 꺼냈다.

       

       [제국 암시장 입장패 – 금] * 3

       

       정확히는 몰살 회차를 플레이할 때 얻었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아카데미 재학 중에 미리 구해두는 것이 정석이니만큼,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다.

       

       영롱한 금빛에 문지기의 눈가에 이채가 흘렀다. 하루 방문객이 수천 명이 넘는 암시장에서, 금패를 가진 인간은 많아도 셋을 넘지 않았다.

       

       금패는 단순히 구매 실적이 좋다고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암시장의 주인에게 ‘고객’으로 인정받은 사람만 금패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구만.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게.”

       

       문지기에게서 금패를 넘겨받는 순간, 공간이 순식간에 뒤집히며 올리비아를 어딘가로 이동시켰다.

       

       그곳은 로브나 가면을 쓴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늘 저녁 10시에 메인 홀에서 유물 경매가 있겠습니다!”

       “근력 강화 물약 팝니다!”

       

       사방이 소리치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실시간으로 도축되는 몬스터들의 피냄새와, 지하 특유의 텁텁한 공기가 흐르는 곳.

       

       제국 암시장이었다.

       

       굳이 앞에 제국을 붙인 이유는, 이곳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황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암시장의 주인과, 몇몇 고위 귀족뿐이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제국 암시장에서는 노예나, 마약, 그리고 악마와 관련된 물품이 일체 거래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암시장이고, 그렇기에 바지사장을 내세운것이다.

       

       아무튼, 올리비아가 암시장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확인할 것이 있었다.

       

       [남은 시간 : 17분 53초]

       

       시간은 널럴했다. 두 번째 단서를 얻은 보상으로, 회귀자를 만나지 않을 때는 시간이 차감되지 않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급할 필요는 없다. 자정 전까지만 돌아가면 된다.

       

       올리비아는 메인 홀로 이동했다. 곧 경매가 시작하는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경매 따위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찾는 사람은 경매장에 있었다.

       

       “어이, 여기부터는 출입 금지구역이다.”

       

       올리비아는 경비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금패를 흔들어보였다. 사납던 경비가 순한 양으로 변하는건 한순간이었다.

       

       금패.

       

       이것이 있으면 암시장의 주인과 독대할 수 있었다.

       

       “이쪽입니다.”

       

       복면을 둘러쓴 경비들이 올리비아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방문을 열자, 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그는 창문 너머로 경매 현장을 내려다보다가, 으쓱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거지만, 독대의 대가는 알고 있겠지?”

       “알아.”

       “……허어.”

       

       중년인이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렸다.

       

       “이거, 목소리가 엄청나게 좋은 아가씨였구만. 그 로브 너머에 누가 있을지 더 궁금해졌다만…….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이니 그만두겠네.”

       

       중년인은 잠시 와인을 홀짝였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는가? 금패를 지불하는 대가로, 원하는 것 중 하나를 내어 주겠네.”

       

       ‘원하는 것’은 암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물건을 뜻했다. 각국의 군사기밀, 엘더리치의 유물, 유적에서 발견된 마도서 등등.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금패와 교환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건, 진짜 귀한 것들은 암시장에 유통되기 전에 미리 솎아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암시장에 돌아다니는 것들은 전부 짜바리라는 거다.

       

       “나는 정보를 원해.”

       

       올리비아의 말에 중년인의 얼굴에 이채가 돌았다. 그나마 싸게 먹히는 것이 바로 정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원하나?”

       “987년부터 3년간, 동부 연합과 관련된 모든 소문과 찌라시들.”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과거에 퍼졌던 찌라시를 알아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물론 고객이 원한다면 줘는게 맞지만, 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범위가 너무 넓네. 정리하는데만 못해도 4년은 걸릴걸세.”

       “군사 기밀과 높으신 분들의 치부에 관련된 것들로 한정하면?”

       

       중년인이 머리속으로 셈을 했다.

       

       여전히 많기는 했지만, 정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가능하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고, 열흘은 걸리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넉넉하게 이틀 더 줄테니까, 확실히 알아봐. 그때 찾으러 올테니까.”

       

       중년인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암시장 바깥으로 나왔을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올리비아는 서둘러 금색 마탑을 향해 움직였다.

       

       12일 후, 그러니까 단서를 한 번 사용하면 원했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암시장에 들렀던 것도 이걸 얻기 위해서였다.

       

       이런걸 얻어서 어디에 쓰냐고?

       

       간단하다. 저걸로 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깟 소문으로 어떻게 전쟁을 억제하냐고?

       

       그깟 소문이 아니다. 

       

       그건 전부 올리비아가 퍼트렸던 ‘진실’이었다.

       

       높으신 분들의 치부, 군사 배치도와 관련된 기밀들. 

       

       이런 것들이 일정 주기마다 쏟아진다고 생각해보라.

       

       동부 연합의 높으신 분들은 그게 찌라시가 아니라는걸 안다. 알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제국의 정보력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되고, 꼬리를 내린다.

       

       물론 단순히 소문을 퍼뜨리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정확한 순서대로 퍼뜨려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순서대로 안하면? 990년 말에 전쟁이 터지고, 동부 연합은 멸망하고, 제국은 반쯤 좆된다.

       

       올리비아의 ‘현재’가 987년이니까, 앞으로 전쟁까지 3년하고 조금 더 남았다는 소리다.

       

       ‘이러니까 락테아가 좆망겜이지. 이건 기본적으로 100트는 깔고 가야 알 수 있는 정보들인데.’

       

       아무튼 그래서 암시장에 왔다. 몰살 엔딩을 마지막으로 4개월 동안 락테아를 접었던 탓인지, 소문을 퍼뜨리는 정확한 순서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한 건 해결했네.’

       

       이걸로 무왕과 파도술사 에스티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팟!

       

       올리비아의 신형이 빠르게 이동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금탑의 정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서 있었다.

       

       “……많이 늦었구나.”

       

       멜리나였다. 

       

       황금빛 눈동자에는 약간의 노기가 담겨 있었다.

       

       그제서야 올리비아는 제가 많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련은 밤에라도 하겠다고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더냐.”

       “……죄송해요.”

       

       올리비아는 일단 고개부터 숙였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던 멜리나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들어오거라. 날이 차다.”

       “……네.”

       

       계단을 오르던 중에 멜리나가 말했다.

       

       “많이 중요한 일이었느냐?”

       “네.”

       “수련보다도?”

       “네.”

       “…….”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가 당당하게 빛났다.

       

       멜리나는 그런 올리비아를 차마 탓할 수 없었다.

       

       “……일단 자거라. 오늘 못한 건 내일 이어서 하자꾸나.”

       “아, 그, 스승님!”

       

       집무실로 향하려던 멜리나에게 올리비아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요. 제가 드리기로 했었던.”

       

       세번째 편린이었다.

       

       “…….”

       

       멜리나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토록 고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심장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이상했다.

       

       “……고맙구나.”

       

       멜리나는 편린을 바로 펴보지 않았다.

       

       “이제 들어가 자거라.”

       

       올리비아가 침대에 눕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오늘 수고했다 제자야.”

       

       그제서야, 확인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Ilham Senjaya님 덕분에 50화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이 질문하실 때 제가 답해드리지 않는 것들은, 전부 스포성이라서 그런겁니다!

    ▪︎헤네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50화 기념이라서 딱 맞춰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_</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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