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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누가 보면 핵이라고 해도 믿겠네요.”

       

       – 162연승을 어케 하냐고.

       – 승률 100% 개 멋지다.

       – 이 정도면 몇 톤 짜리 트럭임?

       – 트럭보다 제트기나 우주선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아라에 상태창에 존재하는 유일한 오점은 일반게임에 존재하는 1패 뿐이었다.

       

       처음 아피스를 했던 날 외신을 상대로 겪었던 1패 말이다.

       

       “이거 화령 씨 명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데케이도 재평가 받는 거 아니에요?”

       

       – 업적 : 화령에게 유일한 1패를 준 사람.

       – 처음으로 데미지를 입혔다는 업적도 있음.

       – 아무것도 안하고 발리기만 했는데 이름이 높아진다니. 부럽다! 데케이!

       

       – 도토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다음 판 이기고 승급하면 전승 마스터 되는 거에요?]

       

       “그렇겠죠?”

       

       – 마스터 전승 달성 아피스 최초 아님?

       – 마스터 전승은 몇 명 있어. 국내에는 이한서랑 박용 두 사람이고 세계로 따지면 몇 명 더 있음.

       – 그럼 최초 찍으려면 어디까지 전승해야 댐?

       – 전승 프로 리그는 없는 듯?

       

       아라는 저들끼리 호들갑을 떠는 엔리와 시청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에게 위협을 주었던 이 하나가 없는데 한 번도 지지 않은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서 아라는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매칭을 돌렸다.

       

       얼마 가지 않아 마스터로 향하는 마지막 게임이 준비되었다.

       

       [게임이 준비되었습니다.]

       [천마 VS 검성]

       [20초 뒤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상대의 닉네임을 확인한 순간 채팅창에 있는 이들이 수근대기 시작했다.

       

       – SID? 프로인가?

       – 짭이겠지. 이 구간에 프로가 왜 있냐.

       – 찐 같은데? 저 사람 다른 캐릭 몇 개 프로리그에 박제 중임.

       

       “엑. 진짜 프로에요?”

       

       시청자들의 이야기에 놀란 엔리가 바로 상대 닉네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SID karisfo.

       

       맞았다. 아직 2군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가능성 있는 유망주로 점쳐지는 이였다.

       

       “엔리. 정말 프로가 맞는가?”

       “네. 맞아요. 2군에 계시는 분이네요.”

       “호오. 그렇다면 저 자는 이 게임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란 이야기렷다.”

       

       최소한 데케이보다 윗 선의 실력자라는 말아닌가.

       

       흥미롭구나.

       

       과거 처음 날 만났을 때 데케이는 본인을 꽤 즐겁게 해주었다.

       

       과연 그대는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기대되는구나.

       

       *

       

       “와. 30연승을 박았는데 이제 마스터 승급이야? 점수 올리기 왤케 빡세냐.”

       

       SID karisfo. 서주한은 연무장처럼 꾸민 VR룸의 한 가운데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본래 그는 검성을 플레이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검성이라는 캐릭터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미친 듯이 공세를 퍼부어서 상대로 하여금 혼자서 게임하네! 라는 말을 나오게 만드는 검성은 묵직한 한 방을 선호하는 주한의 성미와는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주한이 검성을 하는 이유는 얼마 전 있었던 아피스 1:1 대회에서 검성 유저에게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검성에게 패배한 것은 주한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검성 캐릭터를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자주 들었지만 약점을 고치려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의 주변사람들은 운이 안 좋았다고, 검성만 아니었다면 우승을 했을 거라고 주한을 위로했지만 주한은 그런 말들을 모두 흘려들었다.

       

       주한은 프로였다. 그리고 프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부족에 변명을 담아선 안 됐다.

       

       참패의 날 이후로 주한은 하루 종일 아피스에 접속해 검성을 연습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파훼하는 데는 역시 상대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었으니까.

       

       최소한 프로 리그에 도착할 때까지 주한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한참 검을 다루는 연습을 하던 중 매칭이 잡혔다.

       

       상대는 천마였다.

       

       다이아 마스터 구간의 천마?

       

       볼 것도 없네. 또 천마충이겠지.

       

       하아. 연습도 안 되는 애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천마라는 캐릭터는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건드릴 생각조차 해선 안 되는 캐릭터다.

       

       프로 리그의 유저조차도 모든 성능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게 천마다. 

       

       이 구간의 천마 유저는 패배를 향해 달려드는 나방과 다를 바 없었다.

       

       최근 천마충들이 양산되고 있는 이유는 모두 화령 때문이었다.

       

       천마는 원래 높은 난이도 때문에 사람들이 쉬이 건드리지 않는 캐릭터였다.

       

       당연 유저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천마는 장인들의 전유물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었다.

       

       그런데 화령이라는 유저가 나타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 갑작스레 나타난 화령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마라는 캐릭터의 이상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몸으로 신에게 도전해서 그 주먹 하나로 신을 쓰러트리는 모습이란!

       

       브론즈고 프로고 상관이 없었다. 화령의 영상을 보고 나면 누구라도 천마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당장 주한만 해도 그랬다. 프로 리그에 박제를 한 후 한 번도 천마를 건드리지 않았던 그이지만 화령의 영상을 본 날 도저히 참지 못하고 천마를 플레이하러 갔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챌린저로 강등을 당한 그는 다시 천마를 프로 리그에 올려놓기 위해 며칠 동안 공을 들여야 했다.

       

       현직 프로인 그에게도 천마는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대체 화령 그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기에 천마를 그렇게 잘 다루는 걸까.

       

       솔직히 말해 주한은 화령이란 사람이 정말 인간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나중에 아피스 제작사측에서 ‘화령은 저희가 만든 천마AI였습니다.’ 라고 발표를 해도 순순히 끄덕일 자신이 주한에겐 있었다.

       

       엔리라는 방송인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실존 인물이긴 한 것 같은데.

       

       그러다 게임이 잡혔다.

       

       맵은 실력맵 중 하나인 투기장이었다.

       

       상대의 닉네임은.

       

       화령.

       

       화령이었다.

       

       삼장로를 쓰러트렸고,

       

       혼자서 외신을 잡아냈으며,

       

       얼마 전엔 전프로인 데케이를 압도했던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저 사람 아피스 시작하고 한 달이 안 되지 않았나? 그런데 벌써 이 구간까지 올라온 거야?

       

       화령의 상태창을 확인한 주한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그 곳에는 백을 가뿐히 넘기는 연승 횟수가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지고 여기까지 온 거구나.

       

       와아. 씨. 이게 가능한 일이야? 이게 진짜 재능이란 건가?

       

       “이보게. 자네.”

       “네?”

       “엔리가 말하길 자네가 현직에서 활동 중인 프로라고 하는군. 맞는가?”

       “네. 맞아요.”

       

       설마 지금 방송 중인가? 나랑 화령이 만난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중인거야?!

       

       주한은 혀를 달싹였다.

       

       “혹시 지금 방송 중이세요?”

       “그렇다.”

       “몇 명이 시청중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엔리. 몇 명인가? 음. 음. 그래. 대충 만명 정도 된다는 군.”

       

       만명?!

       개인 방송인의 방송을 만명이나 본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당장 지난번에 주한이 참가한 대회의 공식방송 평균 시청자 수가 만 이천이었다.

       

       그와 비슷한 규모의 사람이 지금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는 거잖아.

       

       …만 명이 보는 앞에서 화령에게 지기라도 했다간 커뮤니티에 화령의 이름과 함께 내 이름이 박히겠지.

       

       그럼 그걸 본 팀 동료들이 그를 놀리러 올 거고.

       

       어쩌면 감독님도 한 소리를 거들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는 피해야 했다.

       

       그렇지만 내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아직 익숙해지지도 못한 검성으로?

       

       프로인 주한이기에 다른 이들보다 기본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아피스에선 기본기만큼이나 캐릭터 숙련도가 중요했다.

       

       보정 없이 캐릭터의 모든 기술을 펼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보정 시스템에 의지하는 중인 주한이 화령을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자아. 몇 수 내어주지. 오게나.”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싸우고 지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게 더 추하게 보일 테니까.

       

       주한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앞으로 가는 것.

       

       그 끝에 승리할지 패배할지는 몰라도 당장은 발을 움직여야 했다.

       

       주한이 택한 첫 수는 검성 유저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택할 법한 기술이었다.

       

       황룡격.

       

       아가리를 벌린 용처럼 달려드는 돌진기다.

       

       공격이 성공하는 가 실패하는가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이 기술로 거리를 좁히는 것 뿐이었다.

       

       화령은 돌진하는 주한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제자리에 가만 서서 그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다 혀를 찼을 뿐.

       

       이내 화령의 앞에 도달한 주한이 검을 내리쳤다.

       

       허나 검은 끝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검은 붙잡은 주한의 손목이 화령의 손에 붙잡힌 것이다.

       

       “평소에 검을 다루지 않나 보구나.”

       “그게 보이십니까?”

       “당연하지. 어설프기 짝이 없는데 어찌 모르겠느냐.”

       

       내가 검성을 잘 못하기는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정도인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공격을 완벽하게 파훼당한 입장에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화령은 주한의 팔을 풀어준 후 걷어참으로써 다시 거리를 벌렸다.

       

       “쯧. 그래도 프로라 기대했다만 검을 쥔 상태로는 즐길 수 없겠구나.”

       “기대에 못 미쳐서 참 죄송하네요!”

       “좋다. 이렇게 하자꾸나. 지금부터 나는 이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

       “네?”

       “조금이라도 나를 움직이게 만들면 그대에게 승리를 내주겠단 소리다.”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만 화령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 정도 패널티를 짊어져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바란다면 한 팔만 사용해 줄 수도 있다만.”

       “저 그래도 프로입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아무리 화령이 말도 안 되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해서야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지금 주한의 캐릭터가 주캐릭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주한은 프로였다.

       

       화령의 무시가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아이야. 그런 말은 내 발을 움직이게 하고 나서 말하거라.”

       

       화령의 웃음을 보며 주한이 이를 꽉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바라신다면 그리 해드리죠.

       

       그러다 져서 쌓아놓은 연승이 끊어져도 제 알바는 아닙니다?

       

       혹시나 움직이고 나서 말을 바꾸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다시 주한이 화령에게 달려들었다.

       

       검성이 사용하는 검술의 특징은 빠르기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은 상대에게 방어를 강요한다.

       

       이 공습에서 어설프게 빠져나가려 했다가는 오히려 폭풍에 휘말려 패배하기 마련.

       

       화령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검성의 연무를 가만히 서서 파훼할 수 있을까!

       

       주한이 달려오는 것을 보던 화령은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부족하구나.”

       

       화령은 한 손으로 뒷짐을 진 채 다른 한 손만으로 주한의 검격에 대응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쉼없이 쏟아지는 검격 중 그 어느 것도 화령에게 닿지 못했다.

       

       마치 화령의 주변에 결계라도 처져 있는 것처럼 검격은 그녀를 스쳐 허공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갔느냐?”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 그래. 열심히 해보거라.”

       

       하품이라도 내쉴 듯 지루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화령을 본 주한은 오기가 생겨버렸다.

       

       꼭. 어떤 수를 써서든. 반드시.

       

       이 사람한테 한 방을 먹이고 말 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열두안즈님. 5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맞게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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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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