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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이수아 씨!!!!”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혔다.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왕복 8차선 남부 순환로에서 갑자기 급정거를 했으니 말이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앙!!!

       

        미친 듯이 다른 차들이 우리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항의의 표시로 하이빔을 쏘는 차도 있었다.

       

        “아 시발!!! 아줌마 미쳤어요? 여기서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요? 사고 날 뻔 했잖아요? 내려봐요!!! 어서!!!! 비싼 차 타면 다야??”

       

        뒷 차 운전자가 매우 당황했는지 이수아 운전석 쪽으로 다가와서는 문을 두드리는 거였다.

       

        스으윽.

       

        이수아는 창문을 내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아.줌.마?”

       

        창문이 다 내려가자 팔 한 쪽을 창문 위로 턱 하니 걸치는 것이었다.

        이수아는 엄청난 어두운 기운을 흩뿌리고 있었다.

        주변을 정적하게 만드는 엄청난 압도하는 분위기.

       

        “헉… 이… 이수아 헌터님…허억…”

        “다시 한번 말해 보시죠. 아. 줌. 마?”

       

        이수아는 항의하러 온 사람을 미친듯이 노려보는 것이었다.

        거의 눈빛 만으로도 살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허억.. 아.. 아닙니다. 아… 안녕히 가세욥!!!! 헌터 활동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화.. 화이팅!!”

       

        뒷차 운전자는 별 소득도 없이 황급히 돌아갔다.

       

        “백지훈 씨…?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겠어요? 뭐라고 했죠?”

       

        이제 타겟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제가 좀 잘못 들은 것 같은데요. 유.하.나라고 하신 것 맞나요? 다시 한번 정확히 부탁드리겠습니다만?”

       

        완전히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대답을 잘못하면 목이 날아갈 것 같은 분위기.

       

        ‘쓰읍.’

       

        나는 침착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나였다면 여기에서 호구처럼 한 걸음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 백지훈은 더이상 그렇게 호락호락한 병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몰라. 그냥 질러본다. 어차피 날 건드릴 수 있겠어?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원래 인생은 도박이다.’

       

        “네. 유.하.나. 씨요.”

       

        아주 강하게 나온 이수아에 맞서서 나 또한 강하게 대답을 해버렸다.

        또박또박 한 글자씩 분명하게 대답을 했다.

       

        “네..???”

       

        되려 이수아가 당황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자 당황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저런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남자들이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예쁘기도 하고 강력하기도 하니까.

        S급 헌터에게 대들 수 있는 남자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유.하.나. 씨요. 못들으셨어요?”

       

        역공을 하기 시작.

       

        “왜… 왜요? 왜죠? 어째서요? 저는 믿을 수가 없는데요?”

       

        말을 조금씩 더듬으며 살짝 덜덜 떠는 느낌이었다.

       

        “일단 출발하시죠. 이거 길 막잖아요?”

        “앗. 넵!”

       

        이수아는 내 말에 따라 곧바로 엑셀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아주 말을 잘 듣는 군’

       

        짧은 순간이었지만 S급 헌터를 아무렇지도 않게 조종하게 된 남자가 되었다.

       

        “아니. 저 이해가 안되거든요? 유하나요? 저 살면서 진짜 그런 얘기 처음 들어보는데요? 유.하.나요? 진짜 맞아요? 제 이름 이.수.아.거든요. 제 생각엔 지금 백지훈 씨가 이름을 헷갈리신 것 같아요. 저 이.수.아. 예요.”

       

        아주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었다.

        점점 목소리는 억울하다는 듯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좌회전이요.”

        “앗. 넵. 아니. 저는 진짜 이해가 안되는 데요? 유하나가 저보다 낫다고요? 왜요? 어째서요? 저 모든 면에서 유하나 보다 낫거든요?”

       

        아주 고분고분했다.

        내 지시에 따라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해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말을 하는 취지를 보니 분명히 자기를 고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아주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런데 의외로 유하나라는 대답이 나오자 아주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일단 유하나 씨는 그렇게 큰 길에서 급브레이크를 하지 않았을 걸요?”

       

        슬슬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예엣? 앗… 아니. 저 원래 그런 여자 아니에요. 방금 전엔 진짜 깜짝 놀라서. 제가 살면서 완전 처음 해본 거에요. 정말이에요. 아니 백지훈 씨. 오해예요. 오해. 그건 좀 동점으로 처리를 해주시면 안될까요? 제발요. 아니 실수 한번 했다고 그렇게 하는 게 어딨어요? 사람이 좀 살면서 당황할 수도 있지.”

       

        내 말을 듣고는 아주 횡설수설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뭐라고 말하는지 인지도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방금 전 까지와는 다르게 아주 부드럽게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분명 우리가 탄 차는 스포츠 카라서 승차감이 썩 좋지는 않은 차였다.

        하지만 갑자기 확 운전을 하는 느낌이 달라진 것.

       

        “저 안전운행 엄청 잘하거든요. 방금 전껀 진짜 실수에요. 실수. 죄송해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아니. 근데 좀 어이가 없네요? 급브레이크, 그딴거 말고 외모 물어본 거 잖아요?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아니 왜 그런걸 외모 평가에 넣는 거예요? 외모 말이에요 외모. 저 어떻냐고요. 유하나보다 제가 나은 거 아니예요? 아니 어이가 없네 정말?”

       

        또 이어서 엄청나게 길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발작버튼을 아주 정확하게 누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별 말을 하지 않는데도 혼자서 계속 중얼중얼 떠들면서 아쉽다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외.모. 어떻냐고요.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거예요?”

       

        운전을 하다 말고 나를 확 쳐다보는 것이었다.

       

        “어? 앞 안 보세요?”

        “아니.”

       

        내 말에 다시 전방을 주시 하는 것이었다.

       

        “하. 증말. 운전 중이라…”

       

        살짝 답답하다는 듯한 말을 중얼거렸다.

       

        “말씀 드렸잖아요? 유.하.나 씨요.”

        “하…….”

       

        이수아는 아~주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살면서 그런 깊은 한숨은 처음이었다.

       

        정말 땅이 꺼질것 같다라는 느낌을 처음 받을 수준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트에 도착했다.

       

        ‘쓰읍. 미리 준비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수아랑 마트에 오게 되다니.

        조금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함께 타는 것도 충분히 난감했었으니까.

       

        “하. 백지훈 씨. 저는 진짜 이해가 안되거든요. 저 얼굴 좀 제대로 못보신 거 아닐까요? 아니면 요새 너무 유하나 씨랑 붙어있어서 그런거 같은데. 그러네~ 맞네. 유하나 씨랑은 하루 종일 붙어있었고, 저랑은 그렇게 붙어있지 않아서 그런거네.”

       

        이수아는 졸졸졸 내 뒤를 계속 바짝 따라다녔다.

        아무래도 나는 장을 빠르게 보느라 여기저기를 왔다갔다 하는 중이었고, 이수아가 나를 계속 정신없이 뒤따르는 중이었다.

       

        “엥? 저거 이수아 아냐?”

        “음? 어디 어디? 에이. 이수아가 여기 마트 왜 오냐. 강남도 아니고.”

        “그런가?”

        “게다가 남자랑 같이 있는 거 같은데? 그럴리가~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남자 따라다닌다고? 저거 여자가 남자 쫓아다니고 있는 중이잖아.”

        “음 하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쓰읍.. 저기 말여. 혹시 이수아 아니예요?”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말고 이수아를 턱 하고 붙잡고는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너무 궁금했던 모양인 것 같았다.

       

        “아.. 아… 아니에요! 저 이수아 아닙니다. 하하. 저 이수아 아니에욥. 안녕히 가세욥…”

       

        이수아는 살짝 당황해서는 부정을 하고는 계속 해서 나를 쫓아다녔다.

       

        “저기. 백지훈 씨? 제가 진짜 가볍게 질문 했던 거거든요. 그냥 정~말 가볍게 궁금해서 물어봤던 건데 조금 질문을 오해하신 것 같아서 그런데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신 건 맞죠? 그쵸?”

       

        계속해서 얼굴을 들이밀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단단히도 긁혔나… 뭐 이렇게 까지…’

       

        거의 30분을 같은 주제로 떠드는 중이었으니까.

        대화가 더 진행될 수가 없었다.

       

        “이수아 씨?”

        “넵”

        “제가 왜 유하나 씨를 더 예쁘다고 한 줄 아세요?”

        “왜요? 알려주세요. 왜죠??”

        “음. 아까 촬영장에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온 게 되게 예뻐보이더라고요. 제가 살면서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는 처음 봤어요.”

       

        그냥 아무 말 대잔치를 했다.

        이러지 않으면 이수아는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면서 쫑알댈 것이 분명했다.

        쫑알대는 그 자체보다 문제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우리 쪽을 주목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이수아를 진정시켜야할 필요가 있었다.

       

        “에에…? 하…얀…원…피…스…?”

       

        살짝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분명 효과는 있었다.

        순식간에 엄청 조용해진 것 이었다.

       

        ‘휴. 이제 좀 장을 볼 수 있겠네. 빠르게 골라야지.’

       

        괜히 저녁식사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좀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었다.

       

        ‘후딱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휴…’

       

        머리 속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착착 쌓이기 시작했다.

       

        ‘뭐 엄청 맛있는 걸 대접할 이유는 없고… 적당히 하고 보내야지…’

       

        이수아가 나를 좋아하건 말건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입장에선 아주 부담스러운 상대니까.

        애초에 우리 집에 들어와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었다.

       

        ‘무슨 S급 헌터를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대접해…?’

       

        물론 채수현도 S급 헌터였지만 의미가 다르다.

        애초에 여자친구였던 채수현은 E급부터 동고동락을 했으니까.

        거의 가족이라고 느꼈고.

       

        반대로 이수아는 전국적으로 아주 유명한 높디높은 헌터였으니까.

        당연히 무게감이 다르다.

       

        “하얀… 원피스…”

       

        이수아는 이제 더이상 쫑알거리지는 않고 스마트폰에서 뭔가를 열심히 검색해보는 것 같았다.

       

        ***

       

        “휴. 저 이수아 씨?”

        “녜…”

       

        이수아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이미 마트에서 장도 다 보고 집에 와서 저녁식사까지 다 준비가 된 상황.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이제는 너무 조용해진 상황이었다.

       

        “저… 준비 다 했는데요…? 식사하셔야죠…?”

        “아앗… 네넵…”

       

        이수아는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뭐야. 너무 아무 말 대잔치를 해버렸나?’

       

        그녀의 이상한 반응이 너무 수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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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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