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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구술 면접시험.

         

       한 사람당 약 5분 정도 진행되는 이 시험은 간단하게 수험생의 전공 소양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한 면접이다.

         

       그리고 굳이 전공과 관련된 질문 말고도 다른 질문이 나온다. 예를 들면……

         

         

       “왜 한빛예고 영상제작과에 지원했죠?”

         

         

       현재 나를 향한 이런 질문이 가장 대표적이다.

         

       너무나도 뻔한, 사전에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기에 나는 기계처럼 질문에 대답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것 역시 사전에 예상했던 질문이다.

         

       나는 자신 있게 ‘플라이 하이’라고 대답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뽑은 이유는 별거 없다.

         

         

       “그럼 플라이 하이의 주제나 기획 의도를 한번 말해보세요.”

         

         

       지금처럼 연계되는 질문이 올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플라이 하이를 일부러 언급했고, 연계되는 질문을 듣고 속으로 기쁨의 포효를 외쳤다.

         

       솔직히 내가 플라이 하이의 스토리를 쓴 사람인데 주제랑 기획 의도를 모를 리가 없잖아?

         

       플라이 하이의 기획 의도는 크게 잡아 두 가지다.

         

       하나는 두 모녀의 행복한 미래를 바라며 만들었고, 또 하나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전자는 두 모녀만의 비밀이니 말해도 아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생각해봐라.

         

       어떤 미친놈이 오직 두 사람을 위한 스토리를 쓰고 그걸 드라마로 방영하겠다고 생각하겠는가?

         

       참고로 그 미친놈은 또 나다.

         

       크흠…….

         

       어쨌든.

         

       무난한 후자 쪽을 대답하는 것이 질문의 요지에 맞겠지.

         

       나는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플라이 하이의 기획 의도를 말했다.

         

         

       “플라이 하이의 기획 의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풉!”

         

         

       ……?

         

       하지만 어째 반응이 영 심상치 않다.

         

       내게 플라이 하이의 기획 의도를 질문한 교사가 어째서인지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마치 내 대답을 비웃듯이 말이다.

         

       저거 은근 기분 나쁘네…….

         

       그때였다.

         

         

       “이상호 선생. 그 웃음의 의미는 뭡니까.”

         

         

       교사들의 중앙에 앉아있던 한빛예고의 이사장, 송하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비웃은 선생 쪽을 살벌하게 째려보았다.

         

         

       “허허, 이사장님. 학생의 대답이 너무 순진해서 무심코 웃음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저 학생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당연하죠. 설마 927 작가쯤 되는 인물이 그런 단순한 의도로 플라이 하이를 기획했겠습니까?”

         

         

       이상호라고 불리는 교사는 이어서 자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말했다.

         

         

       “플라이 하이는 말 그대로 더 큰 태양이 되기 위한 피 끓는 청춘들의 전쟁입니다! 주연들은 끊임없는 마찰과 폭발로 더 큰 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이미 찬란하게 빛나고 있던 인물들의 빛을 흡수해 완전히 집어삼킵니다. 그러니……”

       

         

       너무 길어서 중간중간 생략해서 들었는데 대충 플라이 하이의 기획 의도는 결국 엄청난 끈기가 엄청난 재능을 집어삼키는 것이라고 한다.

         

       음… 면접관만 아니었으면 진심으로 한마디만 하고 싶네.

         

       시나리오 쓰고 자빠졌네.

         

       라고.

         

         

       “흐음……”

         

         

       한편 이상호 교사의 말을 듣고 있던 송하율은 무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어째서인지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자네는 방금 이상호 선생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어떻게 생각하고 자시고 그냥 개소리 맞는데요.

         

       뭐…….

         

       면접인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으니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아마 927 작가님도 같은 바램이시겠죠.”

       “하! 그 말은 마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비꼬는 말 같군.”

         

         

       나는 이상호라는 교사의 말에 그냥 침묵했다.

         

       침묵의 의미는 여러 가지니까 알아서 판단하시겠지 뭐.

         

         

       “이사장님! 이 학생에 관해서 더 볼 것도 없습니다! 그냥 불합격 처리하시죠!”

         

         

       내가 침묵하자 서서히 얼굴이 붉히며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하는 이상호 교사.

         

       근데 저런 걸 보통 당사자 앞에서 직접 말하나?

         

       한빛예고의 교사 수준을 보니 뭔가 점점 정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다만.

         

         

       “이상호 선생.”

         

         

       순간 송하율 이사장의 싸늘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이사장의 살벌한 분위기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이상호 교사는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예? 왜 부르─”

       “당장 이 방을 나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한빛예고에 발을 들이지 마세요.”

       “아, 아니! 이사장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 해고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이상 면접 방해하지 말고 빨리 꺼지라고.”

       

         

       와…….

         

       존나 카리스마 있어.

         

       면접이 아니었으면 박수라도 쳐 드리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이다였다.

         

       송하율의 살벌한 분위기에 이상호는 몸을 벌벌 떨며 그대로 방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가 뛰쳐나간 것을 확인한 송하율은 다짜고짜 내게 고개를 숙여왔다.

         

         

       “아까 이상호 교사에 태도에 대해선 내가 대신 사과하지. 그래도 우리 학교의 교사들이 모두 저런 건 아니니 부디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네.”

         

       

       그녀의 진중한 사과가 끝나고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은 다시 시작되었다.

         

       남아 있던 교사들은 방금의 상황을 고려해서 그런지 질문의 수위를 많이 낮춰주셨다. 덕분에 순탄하게 구술면접은 끝나갔다.

         

       그렇게 5분이라는 시간이 모두 지나고,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으로 눈앞에 앉아 계신 교사분들에 예의상의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서면 길었던 실기 시험은 모두 끝이 난다.

         

       나는 허리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럽게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서은우 학생.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한 가지만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되겠나?”

       

         

       문뜩 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송하율 이사장이 내게 물었다.

         

       사실 아까부터 계속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 나를 무섭게 째려보고, 나랑 정면에서 계속 시선을 마주 보았던 송하율 이사장.

         

       그녀는 어째서 내게 단 한마디의 질문도 건네지 않았을까?

         

       나는 호기심에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말했다.

         

         

       “혹시 그 질문도 면접에 포함되나요?”

       “아니, 면접에 그 어떠한 영향도 없다고 내가 약속하지. 애초에 자네의 평가는 이미 끝났네. 그러니 최대한 편하게 대답해주게.”

         

       

       그녀는 신뢰의 증거로 내 평가지를 손에서 완전히 떼 책상에 내려놓았다.

         

       마찬가지로 옆에 있던 다른 교사들 역시 이사장의 눈치를 보며 평가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확실히 저 정도 정성이면 한번 속는 셈 치고 믿을만하다.

         

       나는 송하율의 말에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녀는 뭔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자네는 927 작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지?”

         

         

       송하율의 질문을 듣고 나니 의도를 더 모르겠다.

         

       그녀는 왜 내게 저런 것을 묻는 걸까?

         

       단순히 학생들이 927 작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그렇다면 굳이 지금이 아니라 면접 때 물어도 됐을 텐데…….

         

         

       “…….”

         

         

       그녀는 여전히 양손으로 턱을 기댄 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이유야 어쨌든 간에 딱히 대답해 드리기 곤란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래. 이왕이면 조금은 진지하게 대답해 드리려고 한다. 아까 진상 교사를 시원하게 내쫓아준 것과 정중한 사과를 먼저 건네신 답례로.

         

       ……나는 생각했다.

         

       남들이 아닌, 지극히 내 기준에서 927이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솔직히 세간에서 평가하는 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짜고짜 드라마 속 세상에 떨어지고, 그곳은 영화든 드라마든 전생보다 몇 단계 재미와 수준이 뒤떨어진 세상이었다.

         

       어찌 보면 그가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927 작가’를…….

         

       ‘나’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

         

         

       뚜벅- 뚜벅-

         

         

       나는 천천히 송하율 이사장에게 다가갔다.

         

       내 생각을 너무 대놓고 모두에게 말하는 건 조금 그러니까 그녀의 귀에만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 □□ □□.”

         

         

         

       ***

         

         

         

       영상제작과의 입시 시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송하율은 아까 면접실로 사용했던 방에서 누군가와 홀로 대면하고 있었다.

         

         

       “그래. 한동훈 선생. 이게 그 학생이 적은 이야기 구성이라고?”

       “네. 이사장님.”

         

       

       면접이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이야기 구성의 시험 감독을 맡았던 한동훈이 달랑 종이 몇 장만 들고선 송하율을 찾아갔다.

         

       그 종이는 서은우의 이야기 구성 시험지였다.

         

         

       “제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서은우 학생은 무조건 합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의 결과가 어떻든 서은우는 무조건 합격시켜야 한다.

         

       한동훈이 한 남학생의 시험지를 들고 송하율을 다급히 찾아온 이유는 그녀를 최대한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아까 이야기 구성 때의 태도 그대로 면접을 봤다면 아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위험할 게 뻔했으니까.

         

       송하율은 한동훈이 건네준 시험지를 유심히 읽었다.

         

       그리고……

         

         

       “하하하!”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한동훈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얼떨떨한 상황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교사들과 학생들의 앞에서 항상 본인의 위엄을 지키시는 그런 분인데 저렇게까지 크게 웃으신다고?

         

       순간 한동훈은 본인이 시험지를 잘못 준 거라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은우 학생이 만들어낸 스토리는 눈물이 절로 나게 만들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니까.

         

         

       “이 얼마나 오만하고 겸손한 천재란 말인가!”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송하율의 혼잣말이 이어지자 한동훈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만과 겸손.

         

       이 대비되는 두 단어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도 그렇고, 지금 송하율의 표정이 뭔가 순수하게 기뻐 보여서였다.

         

         

       “음?”

         

         

       그때 한동훈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의 시선은 어느샌가 송하율 이사장이 앉아있는 책상 쪽으로 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까 봤던 서은우 학생의 얼굴 사진이 있었다.

         

       아마 이사장님이 직접 점수를 매긴 서은우 학생의 면접 평가지인 것 같았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이 평가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학생이라는 것처럼…….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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