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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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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을 잡아먹었다가 개그의 맛을 본 비앙카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 오랜 시간 괴로워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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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약이라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자 비앙카는 겨우 정신을 추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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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한 경기만 나가자. 한 경기만 참여하고 은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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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층에 올라온 노예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최상층에서 머물며 권력을 누릴 수도 있고, 지소의 군대에 말단 부하로 들어갈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노예 신분을 청산하고 자유가 될 수도 있다. 대신 가진 것을 모두 내놓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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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지금까지 챔피언의 자리를 노리며 최상층에 머무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끝없이 강해지는 사람이었기에 시간과 시기만 맞는다면 챔피언의 자리에 충분히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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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챔피언의 자리에 앉기만 한다면 그녀가 그리도 사랑하는 지소의 곁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오랜 목표를 단번에 접어버릴 정도로 리안을 삼킨 일은 충격적이었다.
    ​
    ​
    그녀는 그나마 남아있는 이성을 긁어모아 리안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도사리는 투기장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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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가? 단 한 경기만 참여하면 되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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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몸값은 굉장히 비싸, 의뢰를 넣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토토겐의 의뢰를 듣자마자 ‘기회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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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 외부에서 강자들을 하나, 둘 잡아먹어 힘을 기르고 지소의 아래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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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 보니 정신이 더욱 빠르게 추슬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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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장 위에서 리안을 마주하기 직전까진..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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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왜 저 괴물이 여기 있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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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다리가 덜덜 떨리는 걸 느꼈다. 조금이라도 몸에서 힘을 빼며 지려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눈물이 찔끔 나오는 걸 느끼며 활짝 웃고 있는 리안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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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미소가 악마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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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 그래 도망가자. 지금이라도 뒤를 돌아서 들어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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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나왔던 통로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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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저 괴물을 상대할 필요 없잖아. 그래, 그러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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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 위해 한 번 더 뒤로 물러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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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우우우우우우우!”
    “왜 안 싸우는 거야?!”
   “신입한테 쫄았냐?”
    ​
    ​
    비앙카가 주춤거리며 싸움을 주저하자 온갖 욕설이 쏟아졌다. 비앙카는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참여했던 경기는 항상 그녀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기에 이런 야유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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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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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시선이 토토겐이 머무는 곳을 향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감각은 자신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시선을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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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도망치면 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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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강하다. 하지만 최상층 검투사들과 비빌정도는 아니었다. 최상층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은 괴물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이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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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싸움은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런 경기에서 비앙카가 아무런 이유 없이 항복을 해버린다면 여러 곳에 찍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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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먼저 의뢰를 넣었던 토토겐과 척을 지게 될 것이고, 그녀에게 돈을 걸었던 수많은 관객들이 그녀를 저주할 것이다. 은퇴하여 외부에서 활동할 계획인 비앙카에겐 너무나 끔찍한 패널티다.
    ​
    ​
    거기다 몇몇 오만한 큰 손님은 그녀를 거만하다고 생각해 처리하려고 할지도 몰랐다. 죽지는 않겠지만 살지도 못하는 그런 결말만이 눈앞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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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수 없어.’
    ​
    ​
    그녀는 이를 악물며 물러났던 만큼 앞으로 성큼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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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고 저놈에게 겁을 먹고 물러날 순 없어. 이겨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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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는 애니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각성할 것 같은 대사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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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여기가 소년 만화 속이었다면 그녀의 그런 행동이 꽤 잘 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꿈도 희망도 없는 다크 판타지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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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 기다리는 것은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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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야아아아악!”
    ​
    ​
    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형태의 절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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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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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촤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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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순식간에 몸을 갈라버리는 비앙카의 공격에 당황하며 몸을 숙였다. 
    ​
    ​
    ‘인사라도 하고 공격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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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연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검이 마구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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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파트너 뭘 하는 건가!? 왜 아까운 피를 낭비하고 있는 거야! 젠장, 파트너의 피는 한 방울까지 전부 내 것이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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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한 곳에 집착하는 마검의 소리를 들으며 배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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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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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인지 뱃가죽이 갈라졌을 뿐 장기는 일절 손상이 없었다. 잘 다물면 금방 아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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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끼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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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진 피부를 다물게 하기도 전에 높은 비명이 쨍하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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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챙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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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던진 채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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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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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바지가 조금 진한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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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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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예쁜 여자가 수치스러워하는 장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강공격 처리된 주먹을 맞고 날아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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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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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비앙카가 비명을 내질렀다. 왜 저러나 싶어 슬쩍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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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배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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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상처를 만들어놓고 왜 충격을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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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다가..왜 갑자기 지린거지? 라는 의문이 들어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
    찡긋,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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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진 틈으로 드러난 내 장기 중 ‘간’이 연신 그녀에게 윙크를 날리고 있었다. 간이 한 번씩 눈을 깜빡일 때마다 그녀는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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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신 자신이 마음에 든 여성에게 윙크를 날리던 간이 입술을 쭉 내밀며 작은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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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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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 입술을 붙였다가 떼며 키스를 날렸다.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에 비앙카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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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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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뒤집고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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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어? 이게…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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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에 진행자가 입술을 벙긋거리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최상층 최고의 검사 비앙카가 잘 공격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지린 채 기절해 버렸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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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간도아 나 상처 좀 막아줘.”
   [ 끙….제대로 된 활약도 못 했는데… ]
    ​
    ​
    가르간도아는 투덜거리며 내 상처 위를 덮어주었다. 더 이상 덧나지 않도록 붕대를 감아놓는 효과밖에 없지만, 몸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나에게 그만한 응급처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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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을 미리 주문해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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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주문해 받아두었던 옷을 떠올리며 비앙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러자 마검이 웅웅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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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잠깐 바닥에 떨어진 피 그대로 두고 갈 거야? 진짜 두고가? 저 아까운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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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매일 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빨아먹으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피를 아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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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가서 줄 테니까 그냥 가자. 여기 너무 시끄러워.”
    [ 체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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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우우우!”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지냐?!”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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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나마 들어줄 수 있는 욕설이 저 정도였다. 나머지는 차마 귀에 담으면 귀가 썩을 것 같은 욕설이 가득했다. 
    ​
    ​
    ‘내 탓은 아니니까 뭐.’
    ​
    ​
    선빵은 비앙카가 먼저 때린 것이고, 기절한 것도 비앙카가 혼자서 놀라 기절한 것뿐이었다. 이 상황에 내가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퇴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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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와의 싸움 이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이었다.
    ​
    ​
    ‘그게 무슨 패 -…’
    ​
    ​
    머릿속에 단어가 완성되기도 전에 마검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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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음 시합은 도대체 언제인 것이냐! 블러드 웨이브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줄 수가 없잖아! ]
    ​
    ​
    가르간도아는 피를 쪽쪽 빨며 우는 소리를 냈다. 비앙카와의 경기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퇴장한 게 많이 아쉬운 듯했다.
    ​
    ​
    “금방 잡히겠지. 밥 먹을 땐 조용히 먹어.”
    [ 내가 인간인 줄 알아? 나는 굳이 입으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
    “그럼 저번에는 왜 그랬어?”
    ​
    ​
    오랜만에 손등에서 꺼냈을 때 마검은 입으로 먹는 것처럼 약간 추접한 소리를 냈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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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를 떠올리며 묻자 마검이 오리발을 내밀었다.
    ​
    ​
    [ 무,무무,무슨 소리인지 모,모,모르겠군. ]
    ​
    ​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무어라 중얼거리던 마검이 이내 조용해졌다. 나는 평소처럼 허벅지에 얇은 침형태로 변한 마검을 꽃은 채 침대에 늘어져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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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노아네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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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생활이 꽤 안정적이다 보니 노아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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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지내겠지. 아무렴 노아인데.’
    ​
    ​
    하품을 하며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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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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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윽,흐으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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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이의 손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아이의 손엔 약지가 절반이나 잘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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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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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혹한 마왕의 땅에 던져진 노아는 오늘도 리안을 떠올리며 무너지려는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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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익명님, 혈소연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즐겁게 달려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리안을 잡아먹었다가 개그의 맛을 본 비앙카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 오랜 시간 괴로워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시간이 약이라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자 비앙카는 겨우 정신을 추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었다.

‘딱 한 경기만 나가자. 한 경기만 참여하고 은퇴하자.’

최상층에 올라온 노예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최상층에서 머물며 권력을 누릴 수도 있고, 지소의 군대에 말단 부하로 들어갈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노예 신분을 청산하고 자유가 될 수도 있다. 대신 가진 것을 모두 내놓고 나가야 한다.

비앙카는 지금까지 챔피언의 자리를 노리며 최상층에 머무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끝없이 강해지는 사람이었기에 시간과 시기만 맞는다면 챔피언의 자리에 충분히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챔피언의 자리에 앉기만 한다면 그녀가 그리도 사랑하는 지소의 곁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오랜 목표를 단번에 접어버릴 정도로 리안을 삼킨 일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그나마 남아있는 이성을 긁어모아 리안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도사리는 투기장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어떤가? 단 한 경기만 참여하면 되네.”

“좋아요.”

그녀의 몸값은 굉장히 비싸, 의뢰를 넣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토토겐의 의뢰를 듣자마자 ‘기회다!’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 외부에서 강자들을 하나, 둘 잡아먹어 힘을 기르고 지소의 아래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 보니 정신이 더욱 빠르게 추슬러졌다.

투기장 위에서 리안을 마주하기 직전까진..그랬다.

‘이게,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왜 저 괴물이 여기 있는 거냐고?!’

비앙카는 다리가 덜덜 떨리는 걸 느꼈다. 조금이라도 몸에서 힘을 빼며 지려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눈물이 찔끔 나오는 걸 느끼며 활짝 웃고 있는 리안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리안의 미소가 악마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도망, 그래 도망가자. 지금이라도 뒤를 돌아서 들어가면 돼.’

비앙카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나왔던 통로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면 저 괴물을 상대할 필요 없잖아. 그래, 그러니까 -..’

살기 위해 한 번 더 뒤로 물러난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우!”

“왜 안 싸우는 거야?!”

“신입한테 쫄았냐?”

비앙카가 주춤거리며 싸움을 주저하자 온갖 욕설이 쏟아졌다. 비앙카는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참여했던 경기는 항상 그녀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기에 이런 야유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

그녀의 시선이 토토겐이 머무는 곳을 향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감각은 자신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시선을 인지했다.

‘여기서 도망치면 난 끝이야..’

리안은 강하다. 하지만 최상층 검투사들과 비빌정도는 아니었다. 최상층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은 괴물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이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은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런 경기에서 비앙카가 아무런 이유 없이 항복을 해버린다면 여러 곳에 찍히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의뢰를 넣었던 토토겐과 척을 지게 될 것이고, 그녀에게 돈을 걸었던 수많은 관객들이 그녀를 저주할 것이다. 은퇴하여 외부에서 활동할 계획인 비앙카에겐 너무나 끔찍한 패널티다.

거기다 몇몇 오만한 큰 손님은 그녀를 거만하다고 생각해 처리하려고 할지도 몰랐다. 죽지는 않겠지만 살지도 못하는 그런 결말만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럴 수 없어.’

그녀는 이를 악물며 물러났던 만큼 앞으로 성큼 나아갔다.

‘언제까지고 저놈에게 겁을 먹고 물러날 순 없어. 이겨내야 해.’

비앙카는 애니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각성할 것 같은 대사를 떠올렸다.

만약 여기가 소년 만화 속이었다면 그녀의 그런 행동이 꽤 잘 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꿈도 희망도 없는 다크 판타지 세계였다.

그녀에게 기다리는 것은 오로지.

“끼야아아아악!”

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형태의 절망뿐이었다.

***

촤아아악 -.

나는 순식간에 몸을 갈라버리는 비앙카의 공격에 당황하며 몸을 숙였다.

‘인사라도 하고 공격할 줄 알았는데.’

태연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검이 마구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

[ 파트너 뭘 하는 건가!? 왜 아까운 피를 낭비하고 있는 거야! 젠장, 파트너의 피는 한 방울까지 전부 내 것이란 말이다! ]

묘한 곳에 집착하는 마검의 소리를 들으며 배를 내려다보았다.

“아.”

어째서인지 뱃가죽이 갈라졌을 뿐 장기는 일절 손상이 없었다. 잘 다물면 금방 아물 것 같았다.

“끼야아아아악!”

갈라진 피부를 다물게 하기도 전에 높은 비명이 쨍하니 울려 퍼졌다.

챙그랑!

비앙카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던진 채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주르륵.

그녀의 바지가 조금 진한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설마…’

나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예쁜 여자가 수치스러워하는 장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강공격 처리된 주먹을 맞고 날아갈 수도 있었다.

“히이이익!”

분명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비앙카가 비명을 내질렀다. 왜 저러나 싶어 슬쩍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배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가 상처를 만들어놓고 왜 충격을 받지?’

거기다가..왜 갑자기 지린거지? 라는 의문이 들어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찡긋,찡긋.

갈라진 틈으로 드러난 내 장기 중 ‘간’이 연신 그녀에게 윙크를 날리고 있었다. 간이 한 번씩 눈을 깜빡일 때마다 그녀는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연신 자신이 마음에 든 여성에게 윙크를 날리던 간이 입술을 쭉 내밀며 작은 소리를 냈다.

움,쪽 -.

간이 입술을 붙였다가 떼며 키스를 날렸다.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에 비앙카는 결국….

“그르르륵…”

눈을 뒤집고 기절해버렸다.

“어…어어? 이게…상황이…?”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에 진행자가 입술을 벙긋거리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최상층 최고의 검사 비앙카가 잘 공격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지린 채 기절해 버렸으니…

“가르간도아 나 상처 좀 막아줘.”

[ 끙….제대로 된 활약도 못 했는데… ]

가르간도아는 투덜거리며 내 상처 위를 덮어주었다. 더 이상 덧나지 않도록 붕대를 감아놓는 효과밖에 없지만, 몸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나에게 그만한 응급처치가 없었다.

“옷을 미리 주문해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네.”

미리 주문해 받아두었던 옷을 떠올리며 비앙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러자 마검이 웅웅 울어댔다.

[ 자,잠깐 바닥에 떨어진 피 그대로 두고 갈 거야? 진짜 두고가? 저 아까운걸? ]

마검은 매일 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빨아먹으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피를 아까워했다.

“돌아가서 줄 테니까 그냥 가자. 여기 너무 시끄러워.”

[ 체엣… ]

“우우우우우!”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지냐?!”

“꺼져라!”

그나마 들어줄 수 있는 욕설이 저 정도였다. 나머지는 차마 귀에 담으면 귀가 썩을 것 같은 욕설이 가득했다.

‘내 탓은 아니니까 뭐.’

선빵은 비앙카가 먼저 때린 것이고, 기절한 것도 비앙카가 혼자서 놀라 기절한 것뿐이었다. 이 상황에 내가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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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와의 싸움 이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이었다.

‘그게 무슨 패 -…’

머릿속에 단어가 완성되기도 전에 마검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다음 시합은 도대체 언제인 것이냐! 블러드 웨이브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줄 수가 없잖아! ]

가르간도아는 피를 쪽쪽 빨며 우는 소리를 냈다. 비앙카와의 경기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퇴장한 게 많이 아쉬운 듯했다.

“금방 잡히겠지. 밥 먹을 땐 조용히 먹어.”

[ 내가 인간인 줄 알아? 나는 굳이 입으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

“그럼 저번에는 왜 그랬어?”

오랜만에 손등에서 꺼냈을 때 마검은 입으로 먹는 것처럼 약간 추접한 소리를 냈었다. 분명.

그때를 떠올리며 묻자 마검이 오리발을 내밀었다.

[ 무,무무,무슨 소리인지 모,모,모르겠군. ]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무어라 중얼거리던 마검이 이내 조용해졌다. 나는 평소처럼 허벅지에 얇은 침형태로 변한 마검을 꽃은 채 침대에 늘어져 생각했다.

‘그나저나 노아네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여기 생활이 꽤 안정적이다 보니 노아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잘 지내겠지. 아무렴 노아인데.’

하품을 하며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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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흐으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노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이의 손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아이의 손엔 약지가 절반이나 잘린 상태였다.

‘리안…’

잔혹한 마왕의 땅에 던져진 노아는 오늘도 리안을 떠올리며 무너지려는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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