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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뱀 교단의 국교화가 제국에 의해 통과되었다. 일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뱀 교단의 사절단이 출발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디모나의 표정 또한 무거워졌다.

         

       "뱀 교단의 사절단이라니…"

       "국교가 된 기념으로 인사 차례 한 번 들리겠다는 거 아니에요?"

       "맞긴 한데…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죠."

         

       디모나는 창문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뱀 교단의 국교화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평생을 물어뜯듯 서로를 갉아먹어대며 살아온 두 집단.

         

       태양신교는 물론이고 이스칸달, 이시스의 교단까지 합쳐 제국 북부의 공식 종교들은 모두 뱀 교단과 살벌한 검을 주고받은 사이였다.

         

       "…싸움이라도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네요. 뱀 교단이 공식 종교집단이 된 지금, 사소한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전쟁으로 이어질 거예요."

       "라다토크님. 곤약 젤리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 입이 심심해서."

       "안 됩니다."

       "와.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니!"

       "형제님이라도 이건 안 됩니다."

       "내 말 듣고 있어요?"

         

       디모나가 으르렁거렸다.

         

       "이번 사절단은 공식적으로 저희 제5 이단심문소에서 맡기로 했어요. 혹시나 모를 사태를 방지하고자, 그들이 있을 동안 전원 움직여야 해요."

       "이번에도 드웨인인가요? 징하다."

       "맞아요. 말려 죽이는 게 안 되니, 꼬투리라도 잡겠다는 거죠. 라다토크 심문관. 1군 이단심문관들을 부탁해요. 잘할 수 있죠?"

       "물론입니다. 심판관님."

       "자하드. 당신은 2군 이단심문관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 않게 다스려 주세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노력은 해볼게요."

       "노력으로는 안 돼요. 반드시 해내세요. 이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제5 이단심문소의 오점으로 이어질 예정이에요."

         

       디모나가 눈에 불꽃을 붙였다.

         

       "드웨인에게 보여주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튼튼하고 거센 단체인지!"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디모나는 빙글 몸을 돌렸다.

         

       "들어오세요."

         

       질질질.

         

       문이 열렸다. 뭔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디모나가 미간을 좁혔다. 들어오는 이의 얼굴을 보고 낯빛이 창백해졌다.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심판관님! 저 왔어요!"

       "로, 로즈메리?"

         

       분홍빛이 감도는 머리 위에서 고양이 귀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밝고 활기찬 얼굴에는 피가 조금 묻어 있었으며, 끌고 온 무언가를 바닥에 툭 던졌다.

       잠시나마 시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움직였다. 디모나가 소리 질렀다.

         

       "뭐, 뭘 갖고 온 거예요?"

       "아, 같이 떠났던 이단심문관이에요! 주제 모르고 덤비길래 잠깐 손을 좀 봐준 것뿐."

       "미, 미쳤어요?! 동료를 왜…?"

       "에이. 선배로서 후배를 '교육'한 거죠. 다른 아이들도 부지런히 쫓아오고 있어요! 저는 심판관님 보고 싶어서 일찍 온 거고요."

         

       로즈메리가 입술에 묻은 피를 핥았다. 주변을 돌아보다 자하드와 눈이 마주쳤다.

         

       "못 보던 아이가 있네…라다토크!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입니다. 로즈메리. 나갔던 임무는 무사히 끝난 겁니까?"

       "물론이죠! 알잖아요? 당신과 나 둘 중에 따지자면, 내가 더 강한 거."

       "추론일 뿐입니다."

       "원한다면 지금 결정 내도 되는데. 뭐, 목석 같은 당신이라면 거절하겠죠. 기대도 안 해요."

         

       로즈메리가 성큼 걸었다. 자하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옷의 어깨 부분에 박힌 문양을 보고 활짝 웃었다.

         

       "우리 귀여운 견습 성기사님은…"

         

       인상이 한 순간 구겨졌다.

         

       "선배를 봤는데도 고개 한 번 까딱 안 하시네요? 아앙?"

         

       디모나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조금 더 지나서 도착할 줄 알았는데 하필 타이밍이 왜.

         

       로즈메리. 업무 능력은 믿지만, 사적으로는 엮이고 싶지 않은 꼰대 중의 꼰대.

         

       그 패거리들이 돌아왔다. 1년에 가까운 임무를 마치고.

         

         

         

         

       . . .

         

         

         

       일을 하러 나갔던 1군 성기사들의 일부가 돌아왔다.

         

       하지만 제5 이단심문소는 분위기는 밝지 못했다. 오히려 어두웠다.

         

       나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껏 쌓아놓은 유대감을 대놓고 짓밟는 행위.

         

       로즈메리는 사악 그 자체였다!

         

       "다른 테이블에서 드셔 주시면 안 될까요? 후배님? 전 당신 같은 북부 야만인들이랑 밥 먹으면 입으로 들어가는 게 설사인지 수프인지 구별 못 해서요…"

         

       당연한 듯이 하는 인종차별에.

         

       "어른을 보면 고개를 숙여야지…누가 싸가지 없게 고개만 까딱거리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꼰대질에.

         

       "돌아왔더니 기강이 해이해졌네…집합 한 번 갈까요?"

         

       밤마다 불러내서 얼차려를 시키기까지.

         

       "이런 시발!"

       "개 같은!"

       "이게 사람이 사는 거야?!"

         

       불만이 쏟아졌다. 그 선두주자에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꾹 눌러 참았다. 디모나가 간곡히 말렸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참아요. 자하드. 미안해요. 하지만…로즈메리는 라다토크보다도 이곳에 오래 있었어요. 실질적인 실세에요. 그녀를 따르는 자들만 쳐도, 이곳 전력의 3~40%에요. 그녀의 성격이 더럽다지만…큰일을 앞두고 일을 벌일 수는 없어요."

         

       참아라. 참아라.

         

       로즈메리는 원래 그런 NPC이지 않은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기까지 하니, 마주칠 수도 없고…애초에 마주쳐봤자 좋은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그녀와 친해지려면 한 번쯤은 그녀를 눌러주어야만 한다. 그녀는 자신보다 능력 있는 사람밖에 호감을 품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곳에는 크나큰 장애물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라다토크와 거의 동급. 내가 그녀를 과연 무력으로 눌러줄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애초에 라다토크 이단심문관 또한, 심판관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안 올라간 케이스니까.

         

       성물을 쓰면 안 되니까 빼고…마검 수르트도 빼고…그림자 성법들도 빼면…

         

       패널티를 덕지덕지 안고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거기다 진짜 아주 조금만 있으면 뱀 교단 사절단이 도착한다. 어쩔 수 없지. 그때까지만 사고 치지 말자. 드웨인한테 물어뜯을 것을 제공하면 나만 손해야.

         

       "이 새끼 웃는데?"

       "야. 시발. 우리가 우스워?"

       "돌았냐?"

         

       인내의 스마일! 인내의 스마일!

         

       "하하."

         

       로즈메리의 패거리들 또한 기세등등하게 돌아다녔다. 나는 그들 사이에 끼인 채 제일 앞서서 벌을 받았다.

       베아트리체가 혀를 찰 정도였다.

         

       【대체 지들이 늙으면 얼마나 늙었다고 ‘나 때는’을 연발해요?】

         

       나가가 속삭였다.

         

       -자, 자하드…그냥 뱀 교단으로 갈래요?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은 내가 전부 몰살…

       "쉿. 라님에게 혼나겠어요."

       -하, 하지만…그래도 이건 너무 심…

         

       촤아아악!

         

       얼굴에 물이 쏟아졌다. 로즈메리의 패거리들이 낄낄거렸다.

         

       "어때? 정신이 번쩍 들지?"

       "혼잣말하는 게 불쌍해서 선배들이 도와준 거니까 그리 알아."

       "여기 나중에 네가 다 닦아라."

         

       …인내심!

         

       인내심! 시발! 인내심!

         

       "아…하하…"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버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노르드와 이자벨, 오스틴이 모여들었다. 한밤중에 촛불 하나를 끼고 속닥거렸다.

         

       "보스. 그냥 제가 엎어버리겠습니다."

       "참아야 한다."

       "이건 너무 부당한 처사에요…! 애초에 2군 이단심문관의 중심이 당신인 걸 알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거라고요!"

       "참아야 한다."

       "보스."

       "참아…"

       "아니요."

         

       오스틴이 벌떡 일어섰다.

         

       "제가 못 참겠습니다."

       "야?! 저 새끼 막아!"

         

       제5 이단심문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날이 초췌해지는 나를 보다 못해 나가가 속삭였다.

         

       -저 자하드. 조금만 참아요. 제, 제가…당신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선물…이요…?"

       -그게…조, 조금만 참으면 알아요…그, 그러니까 힘내요…

         

       선물이라.

       궁금한데.

         

       나가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누군가 나를 불렀다. 로즈메리 패거리 중 하나인 이단심문관.

         

       "일어나. 새끼야."

         

       나는 강제로 끌려갔다.

         

       "로즈메리님이 부르신다."

         

       괴롭힘 당하던 일주일.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던 로즈메리가 드디어 나를 불렀다.

         

         

         

       . . .

         

         

         

         

       로즈메리는 책상에 엎드렸다.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복귀한 제5 이단심문소는 기강이 잔뜩 해이해져 있었다. 1군과 2군이 사이좋게 지내고, 일부는 반말까지 한다나.

         

       이해할 수가 없다.

         

       여기는 군대다. 전장이나 마찬가지고, 확실하지 않은 위계서열은 전장에서 죽음을 불러온다.

         

       이번에도 또 하나가 죽었다. 임무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긴장을 풀었던 그는 적의 습격을 받고 쓰러졌다.

         

       자신의 말을 똑바로 들었다면 죽을 일도 없었겠지. 돌아오는 길에도 그렇다. 임무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팔자 좋게 맥주를 마시자니.

         

       그래서 패줬다. 그뿐이다. 몇 대 맞는 게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로즈메리는 따뜻한 홍차를 홀짝였다. 문이 벌컥 열렸다.

         

       "로즈메리님. 데려왔습니다."

       "응. 좋아요. 나가 보세요."

         

       로즈메리가 홍차를 내려놓았다. 자하드 이단심문관. 들어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어가는 신입.

         

       하지만 그 횡보는 놀라웠다. 한 달 만에 2군 이단심문관들을 통일하고, 디모나 이단심판관의 최측근이나 다름없어졌다나 뭐라나. 그 까다로운 철혈곰마저 그를 인정한 듯했다.

       이유가 뭘까. 뭘 숨기고 있는 걸까.

         

       로즈메리는 팔짱을 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자하드 이단심문관."

         

       생긋 웃었다.

         

       "일주일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물론이죠. 로즈메리님. 잘 지냈고 말고요."

         

       가라앉은 눈이 웃었다. 로즈메리는 눈앞의 남자를 한 번에 파악했다.

         

       뱀 같은 남자다! 라다토크 과는 절대 아니야!

         

       "다름이 아니라, 심문관과 친해지고 싶어서 불렀어요. 홍차도 나눠 마시면서 티타임을 즐기는…알죠?"

       "물론이죠. 저야 환영입니다."

       "자. 그러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에 앞서…"

         

       그녀가 손을 까딱였다.

         

       "전에 못한 인사부터 똑바로 해볼까요?"

         

       확실한 위계서열을 결정하는 행위. 로즈메리가 속삭였다.

         

       "허리를 굽혀요. 머리가 땅에 닿을 만큼 깊숙하게. 그것도 천천히. 전에 하지 않았던 것까지 합쳐서 두 번으로 봐줄게요."

       "두 번밖에요? 와…괜찮…"

         

       줄곧 웃고 있던 자하드의 이마에 빠직 하고 금이 갔다.

         

       "괜찮…괜찮…괜찮…"

         

       고장난 듯이 말을 반복하던 자하드가 활짝 웃었다.

         

       "야. 시발."

       "…에?"

       "그냥 한 판 뜨자. 개년아."

         

       로즈메리가 티스푼을 놓쳤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꼰대라서 귀까지 먹었나."

         

       자하드가 우두둑 손목을 돌렸다.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 확실히 정하자고. 서열 싸움이다. 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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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성기사가 성물을 독차지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 world where magic reigns supreme and the influence of gods wanes, a young boy finds himself unexpectedly thrust into the role of an acolyte in the declining Sun God’s Temple. Blessed with the divine stigma of the Sun God, he must navigate the temple’s internal politics, the hostility of his fellow acolytes, and the challenges that come with his newfound powers.

As he delves deeper into the mysteries of the temple, he discovers hidden secrets and powerful artifact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his destiny. With the guidance of an enigmatic senior acolyte and the unwavering faith in his own abilities, he sets out to prove his worth and carve his own path in a world that has all but forgotten the true power of the di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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