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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진정한 유드라의 채찍으로 왕자의 목을 조르는 것까지는 나의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은 나의 예상 밖이었다. 

       

       사람의 목이 아닌 커다란 거목을 당기는 듯한 감촉, 

       

       이렇게 체력을 소모시켰는데도 이런 힘이 남아있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서 나의 상황은 처참했다.

       

       오른손은 골절에 마력도 바닥이 났고 보여줄 수 있는 무술도 없었다. 

       

       여기서 끝내지 못하면 나는 진다. 

       

       죽어도 여기서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채찍을 당겼다. 

       

       오른손에 이어서 채찍을 당기는 왼손도 망가질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상처는 치료할 수 있었지만 승부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영원과 같았던 20초의 시간이 지나고 왕자의 몸에서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영화 속 슬로우 화면처럼 왕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서 그 쓰러진 왕자를 심판관이 다가갔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양 손에 감각이 없었다. 

       

       제발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을 때 심판관이 왕자를 살펴본 후 선언을 했다. 

       

       내가 이긴 것이었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이 콜로세움에 퍼졌다. 

       

       콜로세움의 많은 사람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비아와 쥬리아가 같이 나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렌이 이겼어요!!”

       

       “유렌이 이겼다! 하하하하하!!!” 

       

       

       

       우리 사제들도 나의 승리에 기뻐해줬다. 

       

       

       

       “우와아아아아!! 사형!!!! 사형이 미친 용을 이겼어!!! 우와아아아아!!!!” 

       

       “역시 유렌님이세요!!!” 

       

       “이겼어요! 유렌형이 이겼어요!!!!” 

       

       

       

       아폴론 단장님과 제르가스를 제대로 가르쳐준 말…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엘프 할아범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크하하하하!!! 역시 나의 제자다 유렌!!” 

       

       “무슨 소리 나의 제자다!! 

       

       

       

       그리고 스승님도… 

       

       

       

       “제자야…고생많았다…” 

       

       

       

       멀리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대련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왕자에게 다가갔다. 

       

       나는 왕자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래…내가 진 건가.” 

       

       

       

       왕자는 실신했다가 막 정신을 차린 듯 비몽사몽해 보였다. 

       

       나는 왕자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왕자님, 혹시 패배가 처음이신가요?” 

       

       “성인이 된 이후로는 처음이지, 나를 패배 시킬 만한 상대는 다 나의 도전을 거절했으니까.” 

       

       

       

       패배를 한 왕자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갑작스러운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리치면 어쩌지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은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군요. 기분은 괜찮으신가요?” 

       

       “놀라울 정도로 괜찮다. 모든 것을 쏟아낸 후의 패배라는 것은 이렇게 후련한 것이었군.”

       

       

       

       마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표정으로 왕자는 후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게임을 발매한 후 나의 표정을 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게임을 개발하고 발매를 앞두고 다음 남은 것은 하늘의 운명에 남았을 때 그 순간 생각보다 마음은 후련했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게임은 어떤 결과가 나왔어도 후회는 없었다.

       

       왕자는 그런 후회없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왕자님께서 끝까지 ‘싸움’으로 저를 상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왕자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왕자가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고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작정하고 왕자가 나를 죽이기 위해서 살초를 사용했다면 나는 두번째 발차기에서 배가 뚫려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자는 전력을 다하면서도 끝까지 나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힘조절을 했다.

       

       전력을 다하면서도 전력을 쓰면 안되는 모순(矛盾),

       

       왕자의 힘을 낭비하게 만드는 그 모순(矛盾) 덕분에 나는 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지식을 짜낸 인간의 도전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합장을 하며 왕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반은 싸움의 승자로서 패자를 배려하는 ‘예의’였다.

       

       그리고 반은 진심으로 나 또한 싸움을 즐기게 만든 왕자에 대한 ‘경의’였다. 

       

       전생에서 게임과 만화에서 전투광 캐릭터들이 즐거운 듯 싸우고 친구가 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무(武)라는 것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 그렇게 보면 그대의 그 도전이야 말로 무(武)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왕자는 일어났다.

       

       커다란 근육의 덩치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나의 손을 잡아서 들었다.

       

       콜로세움의 한 가운데에서 왕자가 직접 나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었다. 

       

       

       

       “그대야 말로 진정한 전사다.” 

       

       

       

       각 국가의 자존심의 걸린 대결에서는 조금의 실수로 폭동이 터질 수도 있다. 

       

       승자는 패자를 존중하고 패자는 승자를 존경 할 때 싸움은 시합이 될 수 있다.

       

       이 순간 둘의 싸움은 콜로세움에서 ‘용과 용사의 싸움’으로 불리게 되는 전설적인 시합이 되었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왕자 멋있다!!!” 

       

       “다시 봤다! 마법사!!” 

       

       

       

       콜로세움의 모든 사람들이 두 전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거기에는 제국도 왕국도 인간도 엘프도 없었다.

       

       모두 전설의 시합을 직관한 ‘관람객’이었다. 

       

       모든 관람객을 대표해서 여왕폐하가 일어나 찬사를 보냈다. 

       

       

       

       “두 전사에게 전쟁의 신을 대신하여 최대의 찬사를 보냅니다. 정말 멋진 시합이었습니다.”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모든 관람객의 박수를 받으며 나는 레더스 왕자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갔다. 

       

       즐거운 게임(GoodGame)이었다.

       

       

       

       * * *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나는 라 왕자가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파티에 불려와 있었다. 

       

       아무리 마법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하지만 1주일은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레더스 왕자가…

       

       

       

       “하하! 싸우고 나면 친구가 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친구 얼굴은 보고 고국으로 돌아가야지!” 

       

       

       

       …라고 말하며 나를 파티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뺄 수가 없잖아, 

       

       나는 힘겹게 공식 행사에 정말 마지막으로 참가했다.

       

       그런데 그렇게 참가한 파티에서 나는 놀라운 것을 느꼈다.

       

       

       

       “시합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유렌님!” 

       

       “싸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파티에 참가한 귀족들과 귀족 영애들이 나에게 싸인을 요청하며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세계에도 싸인 문화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유명한 귀족이나 콜로세움 아레나의 챔피언 같은 슈퍼스타들의 문화였다.

       

       나하고는 관련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많은 싸인을 요청받게 되니 당황스러웠다. 

       

       

       

       “인기 많네요. 유렌.”

       

       

       

       그때 당황하는 나에게 실비아가 다가와 주었다.

       

       나는 실비아를 핑계로 겨우겨우 싸인을 요청하는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 살았다.

       

       

       

       “유렌, 많이 당황스러워 보여요.” 

       

       “그러게, 갑자기 사람들이 알아봐주니 적응이 안된다.” 

       

       

       

       실비아는 그런 나의 모습이 어디가 재미있는지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야 유렌은 지금 제르스 제국을 대표해서 왕자를 이긴 ‘슈퍼스타’이니까요. 사람들이 싸인을 받고 싶어 할만하죠.” 

       

       “슈퍼스타라…이런 슈퍼스타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물론 인기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나의 인가는 게임을 개발한 게임 개발자로서의 인기였다.

       

       설마 전사로서 인기를 먼저 얻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보다 오른손은 괜찮아요?”

       

       “아 이거?, 1주일 정도 마법쓰지 않고 치료하면 괜찮아진대.”

       

       

       

       나는 재상부의 배려로 제피아 최고의 의사 마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가는 상처는 없었고 가장 심한 오른손도 무리하지 않고 1주일 정도만 마법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될 수 있을거라고 했다. 

       

       

       

       “1주일이요? 그러면…1주일 동안 제피아에 있는 건가요?” 

       

       “그럴려고, 이렇게 된 거 휴가라고 생각하고 푹 쉬어야지.” 

       

       

       

       게임 만들고 대련까지 싸움을 하면서 너무 힘든 나날을 보냈다. 

       

       나에게는 휴가가 필요했고 이번 기회에 1주일 정도 푸욱 쉬고 가려고 했다. 

       

       나의 말을 들은 실비아는 무언가를 곰곰히 고민하는 듯 보였다.

       

       무슨 고민을 저렇게 하는 거지? 

       

       

       

       “그러면 유렌 저기…저하고…” 

       

       “하하! 여기 있었군, 유렌.” 

       

       

       

       실비아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때 우렁찬 소리가 끼어들었다. 

       

       언제나처럼 호쾌한 레더스 왕자였다. 

       

       

       

       “실례지만 실비아 양, 유렌을 빌려도 될까?” 

       

       

       

       레더스 왕자는 실비아에게 나를 빌리겠다고 격식을 차리며 물었다.

       

       음…이렇게 되니 내가 뭔가 물건 같은데? 

       

       실비아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그러면 유렌 나중에 또 이야기해요.”

       

       “그래, 실비아.” 

       

       

       

       실비아는 많이 아쉬운 표정을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나는 건강해 보이는 왕자에게 예의상 물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왕자님?” 

       

       “하하! 당연히 괜찮지 않지! 아무리 용의 육체여도 그대와의 싸움은 나에게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특히 뇌신의 창을 맞은 오른발은 말이지.” 

       

       

       

       그…그렇구나, 왕족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에 미래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왕자는 그런 나의 표정과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조금 자리를 옮길까? 유렌.”

       

       

       

       왕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왕자와 파티가 있는 황궁을 나와 인적이 드문 황궁의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렌, 나를 따라서 라 왕국에 갈 생각이 없나?”

       

       

       

       주변에 보는 눈이 없어지자 왕자는 초특급 이슈를 나에게 던져버렸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든다네, 그대라면 ‘라 왕가 궁정 마법사’로서 최고의 대우로 대우를 해주지. 어떤가?” 

       

       

       

       왕가 궁정 마법사는 왕가의 자문을 주고 왕가를 위해 일하는 소수의 정예 마법사들로 라 왕국에서 마법사가 도달 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 중 하나였다. 

       

       나 또한 그 권력에 매료되어 처음에는 그런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정치싸움이란 골치 아픈 인생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포기를 했지만 말이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가족이 있어서요. 그리고 이곳이 아니면 레전드 파이터2를 만드는 것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레전드 파이터2가 나올 수 없다는 나의 말에 왕자는 쿨하게 포기했다. 

       

       아마도 왕자도 알고 있지만 찔러 본 것 같았다. 

       

       

       

       “그래도 나중에 생각이 있다면 라 왕국으로 나를 찾아와라.”

       

       

       

       왕자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준비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아프지 않았지만 여전히 엄청난 힘이었다. 

       

       

       

       “용은 친우를 언제나 환영한다. 유렌.”

       

       “감사합니다. 왕자님.”

       

       

       

       왕자는 눈은 진심이었다.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 왕자가 싫지 않았다. 

       

       레전드 파이터를 즐기는 것 같아 나 또한 그 싸움이 즐거웠다. 

       

       …물론 두번 다시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 소동도 이제 끝나겠구나 생각할때 왕자가 말했다. 

       

       

       

       “그런데 친우로서 부탁이 하나 있는데 괜찮은가?”

       

       “네? 무슨 부탁이요?”

       

       

       

       왕자는 나에게 악동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위험하다. 

       

       뭔가 나쁜 예감이 들었다. 

       

       

       

       “제국의 게임장이란 곳을 가보고 싶다.”

       

       “네?”

       

       

       

       

       소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렌이 만든 제국의 게임장을 보여주는 것을 끝으로 레전드 파이터 편은 끝날 예정입니다.

    예상보다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딱 2화만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Another World Game Developer

Another World Game Developer

이세계 게임개발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this world, I created a game to feed my family.

But…

“Line block! Disciple! Give me the line block!!”

“Killing Aerys! Are you even human to do that?!”

“Look at this! Didn’t Jim unify the continent! Jim is truly the emperor who will unify the Three Kingdoms!”

“Hahaha! Beans taste better when peeled!!”

“Gacha is a bad for civilization! It’s war!”

The world history began to flow in a strange di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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