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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지금부터 마법학부 1학년 여름방학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기말 평가 재시험은 몇 가지의 원소 마법 테스트로 이루어졌다. 기존의 시험 스케일에 비하면 매우 조촐했으나,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그렇게 1학년 1학기 종료. 이제까지 본 시험 및 수행평가 점수를 전부 합친 점수가 1학기 총 성적이 되었다.

         

       나는 300명 중 230등이었다. 뭐, 예상했던 바였다. 초반부에 마력량 E급으로서 너무 낮은 성적만 받았고, 대련 땐 부득이하게 항복까지 했으니.

         

       그래도 나는 여전히 수석을 노리고 있다. 성적은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방증해주는 중요한 지표니까.

         

         

       푸른 하늘, 커다란 뭉게구름 무리가 유유자적하게 풍류를 즐기고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가운데서 마법학부 1학년은 뒤늦은 방학식을 열었다.

         

       광장. 학생들은 미리 질서정연하게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이는 70대이나 패시브 스킬 [불로]의 힘으로 20대 전성기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미인, 교장 엘레나가 훈화하고.

         

       1학년 1학기 수석, 루체 엘타니아가 학생 대표로 나가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은근슬쩍 내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온화한 미소를 흘렸다.

         

       되려 내 주위의 다른 남학생들이 좋은 구경이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면서, 질투와 부러움이 담긴 눈빛을 내 쪽으로 보내 왔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어쩐다….’

         

         

       다시금 근심이 떠올랐다. 최근에 품게 된 고민 때문이었다.

         

       루체는 여전히 내가 그릉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내게 연애 상담을 요청했을 때의 심리를 읽어보고 알아낸 바였다. 그래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니 내가 그릉일 수 없다고 판단돼서 아리송한 마음으로 연애 조언이나 구하게 된 것 같았다.

         

       루체와 손잡은 날.

         

       일단 어떻게 그릉을 알게 된 건지 물었고, 이미 다 알고 있던 이야기를 경청한 뒤 틀에 박힌 연애 조언들을 해주었다. 최대한 내가 그릉이라는 사실을 숨기느라 속으로 진땀 좀 뺐다.

         

       뭐, 루체 얘기는 둘째치고.

         

       방학에는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는 자타공인 갓겜이다. 그 게임이 오랫동안 많은 유저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방대한 컨텐츠와 스토리, 오브젝트간 다양한 상호작용, 하나의 세계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오픈월드형 맵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밖에 나가면 또 컨텐츠 투성이지.’

         

         

       방학 때 이안 페어리테일은 아카데미 밖에서 길드 의뢰소 같은 컨텐츠를 즐길 예정이라고 한다. 에이미한테서 들었다.

         

       이안이 아카데미를 나가면 악신은 그의 행방을 추적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마족들에게 ‘빛의 아이가 어디 있는가’를 알려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이안 이외의 빛 속성 보유자, 성녀가 마족들에게 습격받지 않는 연유가 거기에 있다.

         

       애초에 심연 속에서 마나를 흘려보내 마족을 하나둘씩 깨우는 것만 해도 천문학적인 마력이 드는 일이다. 악신은 지금 그 일만으로도 힘이 벅찬 상태일 터다.

         

       그러니 부디 이안이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고 오길 기대한다.

         

         

       ‘나는 힐드의 서리낫을 찾으러 가면 되겠고.’

         

         

       이번 여름방학 동안 얼음 속성 최종 무기, 힐드의 서리낫을 찾으러 갈 수 있게 됐다. 원소 팔찌를 얻어서 계획이 앞당겨진 덕분이다.

         

       잘만 하면 2학년이 되기 전에 내 두 번째 원소 속성 최종 무기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꿀.’

         

         

       벌써 「부유섬」 파트 같은 빡센 시나리오의 부담감이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부유섬」 파트는 많은 유저의 안타까움을 샀던 스토리였다. 도로시가 죽으니까.

       

       안 그래도 저주 때문에 1년 안에 죽게 될 그녀가, 마족 때문에 저주가 촉진돼서 1년도 채 못 채우고 죽는 것이다.

         

       도로시가 최애캐인 나로선 무척 안타까웠던 파트였다.

         

         

       ‘뒤지게 안 두지, 도로시는.’

         

         

       도로시가 있으면 앞으로 배드 엔딩을 막는 일에 큰 도움이 될 터.

       

       애당초 도로시는 내 최애캐다. 그것만으로 그녀를 구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 악물고 악으로 깡으로 목표를 이뤄내는 건 내 주특기다. 부유섬이고 뭐고, 내 최애캐는 무조건 살린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방학에도 빡세게 단련, 또 단련이다.

         

         

         

       ……

         

         

         

       방학식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대부분의 학생들은 곧바로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분주히 채비하고 있었다. 마법학부 1학년은 부득이하게 방학이 9일 늦춰졌으니, 불만스럽고 다급한 마음뿐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방학 동안 학생들 별로 없겠구나. 훈련장 독식할 수 있겠다. 오예.

         

       내일부터 귀가하는 학생들도 꽤 있으니까, 오늘까지만 평소 가던 곳으로 가서 단련하고.

         

       내일부턴 훈련장에 가는 편이 좋겠다.

         

         

       “…….”

         

         

       정신없던 1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이한 까닭일까.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나는 발을 멈추고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손 모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이작. 나는 이 청은발 적안이라는 씹덕 외형을 지닌 최약체 남자에게 빙의됐다. 아이작의 고향이 어디인지, 아이작의 가족이 누구인지, 아이작이 어떤 성장 배경을 가졌는지 조금도 알지 못 하는 채.

         

       어떻게든 아이작의 신상 정보를 털어내서 그의 가족을 한 번쯤 찾아가 보는 것이 예의일까.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어떤 의문이 머릿속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이작 얘, 여기 왜 입학했냐?’

         

         

       이안이 메르헨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 최고의 아카데미를 졸업해 명망 있는 마법 기사가 되기 위함.

         

       그가 마력량 E급이었던 건 자기 재능을 제대로 개화시킬 수 없었던 성장 배경 때문이었다. 그래도 기사가 되기 위해서 검술 실력 만큼은 철저히 갈고닦았던 이안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마력량 E급이었던 아이작은?

         

         

       ‘얘도 마법사가 목표였다면, 왜 마법 단련이 아니라 면학에만 힘썼던 거야?’

         

         

       1학년 1학기 초반, 마력량 측정 시간 때 페르난도 교수가 말했다. 아이작은 이론 영역에서 훌륭한 성적을 받고 들어왔을 거라고.

         

       왜?

         

       마력량 E급을 탈출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재능이 없다고 해도, 마법 단련 좀 빡세게 했으면 마력량 E급 정도는 어떻게든 탈출했을 텐데. 진짜로 그냥 학자만을 노렸던 건가? 그렇다고 해도 노력의 배분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아이작은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오로지 이론 실력으로만 승부했을 터였다. 일부러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승승장구하는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메르헨 아카데미에 온 게 아니라, ‘메르헨 아카데미에 입학해야 할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 묘한 가능성이 떠오르고 만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아이작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엑스트라였다. 즉, 사실은 아이작이 숨겨진 흑막이었다든지, 시나리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였다든지, 하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뭔가 떠오를락 말락 하는데…. 아.’

         

         

       돌연 어떤 은발의 여학생이 떠올랐다. 스토리 비중이 하나도 없는 NPC 중 한 명. 대사가 리플리 증후군 좀 있는 것처럼 보였던 정신병 있는 캐릭터였다.

         

       왠지 그 NPC랑 아이작이 연관돼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은발의 여학생은 지나가는 NPC 중 하나에 불과해서, 대화문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내 착각일까. 잘 모르겠네.

         

       그리 고민하며 나비 정원 구석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아이작 님!”

         

         

       인적이 드문 정원 길. 대뜸 연녹빛 바람이 내 피부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한 여학생이 바람 마법을 휘감고 내 앞에 착지했다.

         

       담녹색 양갈래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그녀.

         

       1학기 총합 점수로 차석을 차지한 카야 아스트레앙이었다.

         

         

       [ 카야 아스트레앙 ]

         

       Lv : 97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얼음, 식물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의 얼굴을 봐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

         

         

       “카야?”

         

         

       요새 부쩍 나를 피해 다니더니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다.

       

       식물 속성 생겼네. 뭐, 그건 당연한 거고.

         

       그러고 보니 아르마나의 완드에 대한 것까지 나한테 안 물어 봤었지. 어떻게 대답할지 미리 생각해 둔 상태였는데.

         

       

        “가, 가,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습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카야의 목소리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 완드 때문에?”

        “네, 네…!”

         

         

       상당히 늦었지만, 애초에 감사 인사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내 쪽이 고맙지.

         

       

        “너한테 필요한 거라 너한테 준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저한테…. 절 신경 써 주고 계셨던 겁니까?”

         

         

       굳이 대답하진 않았다. 신경 쓴 게 맞긴 맞으니까.

         

       카야는 내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서 돌연 얼굴을 붉혔다.

         

         

       “저…! 고, 곧 있으면 가문으로 귀가합니다. 그래서 방학 동안 아이작 님을 못 뵐 것 같아서 인사차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그, 하늘을 날다 보니 보였습니다.”

         

         

       카야는 고급스러운 갈색 의복 차림이었다. 아카데미를 떠나기 전에 나를 만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 카야 아스트레앙 ]

       심리 : [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서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

         

         

       요컨대, 떠나기 전에 내 얼굴 볼 겸 감사 인사도 전하러 온 것이었다.

         

       나야 기쁜 일이었다. 카야한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으니까. 네가 있었기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그러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려 했냐면…!”

         

         

       카야는 내 얼굴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곳, 나비 정원 구석의 거리는 마호가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에 널려 있는 화단과, 정원 이름에 걸맞게 춤추고 있는 나비들의 모습은 영 싱그럽다.

         

       카야의 아가씨다운 자태가 그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그토록 이 아이는 사랑스럽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찌 보면 1학기 동안 가장 신세 진 사람, [광휘의 나무]를 사용해 나를 살려 준 사람이 그녀이기에 그럴까.

         

       이윽고, 지금 내 표정이 카야에게 처음으로 지어 주는 진심 어린 미소임을 깨달았다. 뜻밖에 그녀에게 별로 웃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야 말았다.

         

         

       “방학 잘 보내라, 카야.”

         

         

       나는 카야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 준 후.

         

       평소 단련하던 나비 정원 구석으로 가려고 했다.

         

         

       쪽.

         

         

       불시의 습격이 나를 찾아들었다. 순간 내 오른쪽 뺨에 부드러운 촉감의 무언가가 맞닿으며 앙증맞은 소리를 내고 지나갔다.

         

       화들짝 놀랐으나,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옆을 돌아보았다.

         

         

       “주, 주….”

         

         

       카야는, 얼굴을 한층 더 새빨갛게 물들인 채 덜덜 떨고 있었다. 피부색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모습.

         

       머리 위로 하염없이 증기를 내뿜으며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가 본능에 못 이겨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뒤늦게나마 깨달은 모양새였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아악!!!”

         

         

       다다다다다!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 카야. 구두의 질주였다.

         

       발에 바람 마법을 휘감고 공기를 매섭게 가로지른다. 그 모습은 또 뭐랄까, 마치 총알 같았다.

         

       나는 한동안 카야가 입 맞춘 뺨을 짚은 채 그녀가 떠나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설마 저 부끄럼쟁이가 이렇게 저돌적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는데.

         

         

       “…….”

         

         

       아무래도 나는… 진짜로 당황한 모양이었다.

         

         

         

       * * *

         

         

         

       “시엘 아가씨, 무슨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아카데미를 떠나가는 카르네다스 가문의 고급 마차 안.

         

       마차는 대교를 넘어 칼리스 산맥 인근을 지나는 중이었다.

         

       같은 마차 안에 탑승해 있던 카르네다스 가문의 전속 호위 기사, 갑옷 차림의 엠마는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시엘에게 물었다.

         

       평소 이 시간대였다면 낮잠이 들었어야 할 시엘이다. 그러나 어째선지, 그녀는 깊은 상념에 잠긴 채 손으로 턱을 받치고 창밖만 유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을 겪으셨던 걸까. 낮잠을 자지 않는 시엘이란 엠마에게 미지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냥….”

         

         

       시엘은 평소와 같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상은 넓구나, 싶어서.”

       “……?”

         

         

       엠마는 시엘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평소 ‘감상’이란 개념을 좋아하지 않는 시엘이었으니.

         

       청춘과 꽃내음이 만연한 아카데미 생활이 시엘을 바꿔놓은 것일까.

         

       아니면… 낮잠까지 안 올 정도로 깊은 고민이라도 생기신 것일까.

         

       괜한 긴장감이 들어, 엠마는 마른침만 연신 삼키고 있었다.

         

         

       시엘의 머릿속에 가득한 사람은 아이작이었다.

         

       청은발의 그는 시엘에게 마력량을 속이고 약자인 척 연기했다. 하지만 본디 마법사란 약자처럼 연기하고 싶다고 연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마나 감지 때문이다.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순간, 마나 감지만 하면 그 마법사의 마나 회로를 감지하고 마력량을 어림짐작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작이 약하다는 것쯤은 시엘은 빠르게 캐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학기말 평가 때 펠 카드 위치를 딱딱 골라냈다. 자기 마력량과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마나 감지력을 선보인 것이다.

         

       그야말로 모순.

         

       그러나 뇌신조 토벌전 때, 아이작이 강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모순은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 강한 존재가 자기 마력량을 숨길 수 있다는 얘기는, 그 어린 나이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도 안 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그만한 천재는 없었다. 즉, 아이작 같은 시엘 또래의 인간이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면.

         

         

       ‘세상이 뒤집힐 거야.’

       

       

       황실을 넘어, 이 세상 자체가 아이작에게 눈독을 들일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대규모 경쟁을 펼칠 게 분명했다.

       

       

       ‘근데 그 남자는 자기 정체를 숨기고 다니고….’

       

         

       학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검은 괴물은 마족을 배반한 마족쯤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매번 마족이 나타나는 장소와 시간대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타이밍에 맞추어 나타나고.

         

       마족만이 사용 가능한 어둠 마나를 휘감은 얼음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외형부터가 인간이 아니잖아.

         

       그래서 시엘은 검은 괴물이 마족 중 별종이라는 데 그 어떤 이견도 없었으나.

         

       아이작이 그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그제야 ‘마법 위장복’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 하던가. 그렇다고 해도, 학사 측은 검은 괴물을 향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애당초 아이작이 자기 마력량을 숨기고 다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이작이 뒤에서 몰래 아카데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학사 측과 연계해서 마족을 막는 편이 훨씬 나을 터인데.

         

       어째선지 아이작은 그러지 않고 있었다.

         

         

       ‘내통자 때문인가.’

         

         

       대련 평가 때, 페르난도 교수가 마족에게서 아카데미 내에 ‘내통자’가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고 들었다. 오르핀관 게시판에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올린 조사 기록을 보고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었다.

         

       즉, 그 내통자가 학사 행정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고.

         

       아이작이 그 인물에게 들키면 곤란해지는 입장이라면 앞뒤 정황이 퍼즐 조각 맞추듯 들어맞는다.

         

       시엘을 포함한 아카데미 학생들이 알지 못 하는 뒤편에서.

         

       아이작과 내통자의 위험천만한 대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엘은 그런 번잡하고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헨 아카데미의 졸업장은 편하게 놀고 먹고 살기 위해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었으니 자퇴는 선택지에조차 없었다. 그녀 말고도 다른 학생들 또한 비슷한 생각일 터였다.

         

         

       ‘그렇다면… 그 D 클래스 놈이 날 지키게 해 줘야지, 괜히 놈을 건드려선 안 돼.’

         

         

       따라서 모든 사고는 ‘사실 아이작은 강하다’라는 비밀을 지켜 주는 쪽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카르네다스 가문의 소식통으로 전해 들은 바.

         

       이제 황실 기사단까지 메르헨 아카데미에 개입할 테니, 이 기회에 내통자까지 드러난다면.

         

         

       ‘내 아카데미 생활은 걱정 없어지는 건가.’

         

         

       마족 편을 들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내통자.

         

       마족을 해치우고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아이작.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는 고민의 여지도 없이 명확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저번 편 많은 문장을 삭제해서 좀 더 자연스럽게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 1화 유입 1만 돌파했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화 보기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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