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

        유진이 위험할까 한달음에 달려온 아이카.

        그러나, 게이트에 진입한 후.

        그녀의 불안은 씻은 듯 나았다.

        

        

        -쫑긋.

        

        ‘이건… 그래, 내 제자라면 이 정도는 해내야지.’

        

        

        제자가 걱정돼, 일부러 소리 좀 크게 쳐 반응을 보려 했는데.

        저 멀리 밑에서 기척이 셋 느껴지는 거 아닌가.

        그중 하나는 유진의 기척이었고.

        

        그래, 살아있는 걸로도 모자라 벌써 거기까지 공략했구나.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도 넘게 전, 자신이 S급 게이트에서 그러했듯.

        너도 홀로 게이트를 정복하려 하는구나!

        

        스승을 따라 하는 제자가 매우 어여삐 느껴진 아이카였다.

        

        

        -타닷.

        

        “혹시 모르니, 금방 가마!!!”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던전을 내달렸다.

        

        제자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물가에 애 내놓은 것처럼 불안했으니까.

        혹시 귀한 제자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안 됐으니까.

        

        

        ‘어디, 이 기회에 같이 합을 맞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궁합이 좋을 테니 말이야.’

        

        

        추가로, 약간 음흉한 의도도 하나.

        

        유진의 자하검법은 자신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무술.

        아이카 없는 유진의 검은 반쪽짜리 아닌가.

        

        그러니 제자의 반쪽이 되어주자.

        나와 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여주자.

        이런 생각에 싱글벙글해진 아이카였다.

        

        

        “다친 데는 없느냐아!!”

        “제발 다 들리게 외치지 말아다오!!”

        

        

        뒤를 쫓는 설하연에겐 전략핵이 실시간으로 폭주하는 재난 상황일 뿐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S급 둘은 던전을 내달렸다.

        유진을 만나고자, 가장 깊은 곳까지.

        마지막 층까지 도달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길이 복잡해 꽤 헤맸는데도 그 정도였다.

        

        

        -타앗.

        

        “제자야!! 무사….”

        

        

        도착하자마자 보인 건, 찬란히 빛나는 귀환 포탈.

        그 의미를 알아챈 둘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세상에, 그새 정말 A급 게이트를 클리어했단 말인가…!? 저 능력치로?’

        

        

        설하연은 경악했다.

        같이 휘말린 앨리스 생도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니, 사실상 유진 혼자 공략했을 터인데.

        A급 게이트를 혼자 공략하고, 보스 몬스터까지 토벌했다고?

        

        믿기 힘든 걸 넘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비슷한 위업을 세운 아이카는, 그때부터 이미 S급에 달하는 피지컬을 보였으니 이해라도 하는데.

        유진의 신체능력은 그저 평범한 신입생 생도 수준 아닌가.

        

        물론, 뇌지컬이 심상찮긴 하지만. 최면이라는 능력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잘 쳐줘야 C급 하위권 피지컬로 이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

        

        이런 생각에 혼란스러운 설하연이었다.

        

        그와 비슷하게, 아이카도 혼란에 빠졌다.

        

        

        -빤히.

        

        ‘…저거, 여자 속옷 아냐?’

        

        

        색이 어두운 돌바닥 위에 놓인지라 눈치채기 힘들지만…

        저거 브래지어인데? 그것도 흠뻑 젖었는데?

        

        

        “이건 무엇이냐?”

        “……!!!!?”

        

        

        이게 대체 뭔가 해서 물었더니, 제자의 어깨가 확 치솟았다.

        꼭 못된 짓 하다 엄마한테 걸린 아이처럼.

        

        기특함이 분노로 바뀌어 활활 타올랐다.

        

        

        -빠득.

        

        ‘하아? 뭐야, 여기서 뭘 했길래 저렇게 놀라? 게다가… 속옷 벗을 일이 뭐가 있어, 게이트에서?’

        

        

        여자 사람 친구와 같이 촬영하러 간다 했으니, 정황상 이 속옷은 그 분홍머리 영국인 게 분명한데.

        멀쩡한 속옷을 벗었어? 단 둘뿐인 게이트에서?

        

        아무리 이런 쪽으론 무지한 아이카라도 알았다.

        우연히 휘말린 게이트. 위험으로 가득 찬 던전.

        그걸 기적적으로 돌파한 두 남녀와…

        오로지 단 둘뿐인 어두컴컴한 동굴.

        

        여기서 브라를 벗을 일이라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걱정돼서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여자나 안고 있었어!?’

        

        

        배신감에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이 그러는 동안, 제자는 그 영국 여자애와 뒹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 나고, 화났다.

        

        

        ‘물론, 제자도 어엿한 어른이니. 내가 이성 교제에 뭐라 할 자격은 없지만….’

        

        -빠드득.

        

        ‘몰라!! 내 제자니까, 내가 관리할 거야!!’

        

        

        그 영문모를 감정들은, 결국 집착으로 진화했다.

        하나뿐인 제 제자를 향한 집착으로.

        

        

        “여기 엎드려서 바지 내리거라.”

        “…네? 대체 뭘 하시려고.”

        “못된 짓을 한 제자에게 벌을 줄 거다. 아주 호되게.”

        

        

        대충 근처 돌에 앉아, 허벅지를 탁탁 두드린 아이카.

        유진과 설하연이 동시에 경악했다.

        

        

        ‘엉덩이를 때리겠다고!?’

        ‘이거 스승님이 극대노 하실 때나 나오는 건데!?’

        

        

        유명한 체벌이긴 하지만…

        32살 여자가, 20살 남자의 볼기짝을 때리겠다니.

        이게 과연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먼저 제지에 나선 건 설하연이었다.

        

        

        “지, 진정하게 니노미야. 유진도 성인이니, 여자랑 관계 정도는 할 수 있는 게야. 전혀 혼낼 게 아니네!”

        

        

        거 좀 할 수도 있지. 뭘 혼내려고 하냐.

        나름 깨어있는 60살의 필터링 따위 없는 직구.

        

        유진이 펄쩍 뛰었다.

        

        

        “이사장님!? 저 그, 그, 그런 거 안 했거든요!!?”

        “너도 가슴 펴거라. 한창 때 생도끼리 서로 눈이 맞아 교접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리 잘못했다는 듯 구는 게야. 피임만 단단히 하거라.”

        “진짜 안 했다니까요!?”

        

        

        아니, 제가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죠.

        진짜 싸우기만 했다니까요. 완전 건실하게.

        

        

        “애초에 앨리스 말고 감독님도 같이 계셨거든요?! 영상도 찍으셨으니, 밖에 나가면 금방….”

        “밤일 영상까지 찍었단 말이냐!?”

        “이 할매가 미쳤나 진짜!!”

        

        

        꾸역꾸역 참다, 아내를 그런 거 찍는 여자 취급하는 말에 결국 폭발한 유진.

        이사장도 따라 폭발했다.

        

        

        “난 도와주려고 한 건데,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버르장머리는 어디 팔아 먹었어!!”

        “그, 그건… 아니, 이사장님이 잘못했잖아요 이건!! 왜 증거를 보여주겠다는데도 헛소리예요!!”

        “어린 놈이 따박따박 말대꾸…….”

        

        

        그러며 두 각성자가 눈을 부라렸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싸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짝.

        

        “———시끄러워.”

        “”힉!?””

        

        

        가만 보고 있던 아이카의 박수 한 번.

        거기 담긴 차가운 살기에, 아옹다옹 싸우던 둘이 확 정신을 차렸다.

        

        설설 눈치를 본 건 덤이었다.

        

        

        “니, 니노미야. 생각해 보니 네 훈육 방침에 내가 주제넘었구나. 난 뒤돌아 있을 테니, 이놈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네, 네!! 그냥 맞겠습니다!!”

        

        

        빠르게 손절한 설하연. 물리적 죽음 대신 수치사를 선택한 유진.

        

        둘의 앞, 아이카는…

        

        

        “하아. 제자야, 정말 아무 일 없었나?”

        “그게, 저기.”

        “솔직히 말하거라.”

        “…진짜 그냥 전투만 했는데요.”

        “그래. 믿겠다.”

        

        -활짝.

        

        

        살기가 넘실대던 것도 잊고 미소 지었다.

        그것도 활짝. 화사하게.

        

        

        “음? 니노미야, 자네 방금 전까지.”

        “설하연 당신이야말로 무례하군. 우리 제자가 스승에게 말도 않고 여자를 사귈 리가 없잖아.”

        “아니, 속옷 가지고 사람 죽일 듯 굴더니 왜 갑자기.”

        “이거, 잘 보니 어깨끈 끊어지고 후크도 망가졌더라고. 나중에 버리려고 벗었나 봐.”

        “…….”

        

        

        태도 변환에 어이가 없어 굳은 설하연.

        반면, 아이카는 싱글벙글 제 제자를 볼 뿐이었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하긴. 우리 제자가 그럴 리가 없지!’

        

        

        그녀의 의심은 진즉 풀려있었다.

        

        그래. CM을 찍으러 간다 했으니, 감독이 같이 동행했을 수도 있겠구나.

        나도 몇 번쯤 카메라맨을 동행하고 찍은 적도 있으니. 아주 말이 되는 소리야.

       ​

        물증이 있다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

       ​

        ‘잘 생각해 보니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이야.’

       ​

        

        다른 증거도 두 개나 더 있었다.

        

        첫 번째는 소리.

        아이카는 뛰어난 청력으로 계속 듣고 있었다.

        유진과 두억시니. 둘의 치열한 싸움을.

        

        한데, 싸우는 소리가 잠잠해진 건 그녀가 여기 도착하기 고작 30초쯤 전.

        아무리 유진이라도 30초 만에 거사를 치르진 않았겠지.

        이런 생각에 안심한 아이카였다.

        

        

        -슬쩍.

        

        ‘무엇보다, 척 보기에도 보송보송 깨끗하니까.’

        “A급 게이트 토벌, 고생 많았다. 제자야.”

        

        

        투시로 확인한 두 번째 증거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하지만. 아무튼.

        덕분에 유진은 무죄 판결. 건실한 청년 타이틀 유지.

        

        죽다 살아난 유진이 기쁨에 미소 지었다.

        

        

        “네! 감사….”

        “한데,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어서 엎드리거라.”

        “……네?”

        

        

        …미소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지만.

        

        

        “어찌 여자가 속옷을 벗는데도 눈치를 못 채. 그 아이야 서양인이니 그럴 수 있다 쳐도, 넌 말렸어야지.”

        

        -스윽.

       

        “너도 지쳤을 테니, 아프게 하지는 않으마. 이리 오너라.”

        “그, 한 번만 봐주시면.”

        “스승의 명을 거스르는 못난 제자는 둔 적 없다.”

        “……넵.”

        

        

        죽을 상이 되어 다가가는 유진.

        상냥한 미소를 띄운 채, 로브 자락 사이 드러난 제 허벅지를 팡팡 두드리는 아이카.

        

        마지막으로,

        

        

        “맞다. 제자야. 앞으로 여자를 사귀거나 할 땐, 반드시 스승에게 먼저 보고하거라. 아니. 마음에 드는 자가 생기기만 해도 말하거라.”

        “네에….”

        “옳지. 옳지. 착하구나.”

        “…….”

        ‘니노미야, 저 녀석… 하아. 나처럼 포기하면 편할 것을, 아직 가임기라고. 쯧.’

        

        

        뭐라 하고는 싶지만, 아이카의 심정을 아프도록 잘 알기에.

        차마 말 못 하고 뒤도는 설하연.

       ​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작은 비극이었다.

        

        

        * * *

        

        

        짧은 수치 플레이 후.

        그래도 바지는 안 내리셔서 다행이라 안도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천화의 공략대와, 그들이 호위 중인 민간인들이었다.

        

        

        “…니노미야. 은신.”

        

        -샥.

        

        

        정체를 들켜선 안 되는 스승님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숨기.

        순식간에 기척을 죽이고 주변과 동화하는 게, 어지간히 감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눈치 못 챌 정도였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하연 선배!!”

        “좀 늦었군. 호위에 시간이 그리 걸리던가?”

        “예. 그런데, 그 로브녀는 누구였어요? 꼭 니노미야 아이카 같았는데.”

        “그 여자가 한국에? 전쟁 일어날 소리 말게.”

        “아… 하긴. 말이 안 되긴 하네요.”

        

        

        스승님은 눈치조차 못 채고 떠드는 사람들.

        이어, 우리는 차례차례 귀환 포탈에 올랐다.

        

        들것에 실린 임산부가 먼저. 다른 민간인들이 다음.

        각성자들도 약한 순서대로 귀환.

        마지막까지 기습을 경계해 강자를 남겨놓는, 게이트에서의 기본이었다.

        

        그 결과 남은 건…

        

        

        “신입, 고생 많았다.”

        “빨리 졸업하고 와요. 저희가 진짜 잘 키워줄 테니까.”

        

        

        천화 클랜의 기둥이자 에이스, A급 각성자들.

        그리고,

        

        

        “그럼, 게이트를 닫도록 하겠다.”

        “…….”

        

        

        드러난 최강자. S급 4위. 협회장, 설하연.

        그 그림자에 숨은 S급 1위. 스승님. 니노미야 아이카.

        

        마지막으로,

        

        

        “유진. 방법은 알고 있겠지.”

        “네!”

        

        

        앨리스가 없는 지금, 이 곳의 유일한 MVP.

        A급 각성자, 서유진.

        

        손을 뻗어 귀환 포탈 주변에 박힌 코어에 손을 뻗었다.

        이걸 뽑지 않으면, 귀환하더라도 게이트는 그대로일 테니까.

        나아가, 마물들이 다시 소환되어 증식.

        포화 상태에 이르러 결국 현실에 쏟아질 테니까.

        

        각성자가 게이트를 닫는 게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이유였다.

        

        

        -스윽.

        

        “……? 하연 선배가 안 하고요?”

        “설하연 님. 아끼시는 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불문율은….”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게이트를 닫는 명예는, 그 게이트에서 가장 활약한 사람.

        일반적으로 보스 몬스터를 토벌한 자가 얻는 게 국룰이니까.

        

        하지만 나도, 이사장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흠. 역시 내가 도와줬다 생각하는 건가?”

        “……? 설마….”

        “그 설마일세.”

        

        -툭.

        

        

        내가 코어를 뽑자마자, 확 커지며 우리 모두를 에워싸는 포탈.

        눈부신 빛이 휩싸인 직후, 우리는 다시 한강공원에 돌아와있었다.

        

        주변에 수많은 언론이 몰려들어 있었고…

        

        

        “현 시간부로, 금일 발생한 A급 게이트의 공략이 완료되었음을 고한다.”

        

        -웅성웅성.

        

        “역시 설하연….”

        “———공로자는, 단 둘 뿐.”

        

        

        이사장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A급 각성자, 서유진. 아카데미 생도, 앨리스 리튼우드. 이번 게이트를 고작 둘이서만 공략한 어린 영웅들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경의를 보낸다.”

        “……!!!!!!?”

        

        

        언론이 뒤집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Jisss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허벅지로 드럼을 챱챱

    + 게이트 공략 에피소드는 후딱 끝내겠다 (4화를 내리 쓰며)
    2화만에 끝내는 게 목표였는데, 택도 없더라구여…

    다음화 보기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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