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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영지에 들어서자 수 많은 엘프들이 박수를 보내온다.

     

    블랙우드에서 늑인족들이 그랬듯 환호성을 내뱉는다거나 꽃을 뿌려주는 것은 없었다.

     

     

    진중히 다들 박수만을 보내온다. 이들 나름의 예우인 듯 했다.

     

     

    하지만 유심히 바라보니 감사한 마음을 박수소리로 전하고 있었지만….그들의 눈에는 두려움도 담겨 있다.

     

    야만적이라 불리우는 우리가 영지내로 들어선게 그리 편하지만은 않아보였다.

     

    사실 우리의 꼴만 봐도 그렇다.

     

     

    아담 형은 피로 뒤덮인 채다. 단장인 형만해도 저 상태인데 나머지 우리는 덜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흘리는 피와, 우두머리와 마물들의 피가 엘프들이 지어놓은 흰돌길을 붉게 적셨다.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흔적이 엘프들의 거리에 남는다.

     

     

    나는 엘프들의 시선은 이내 무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오만하다는 엘프들이 박수를 쳐주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우리는 딱히 이들의 박수를 받고자 나선것도 아니다.

     

    우리의 거래 목표는 오롯이 하나였다.

     

     

    그러니 나는 주위 풍경이나 감상했다.

     

    처음으로 들어와보는 엘프의 영지는 빛난다고 부를 수 있을정도로 아름다웠다.

     

    흰 돌로 지어진 집과 길.

     

    아름답게 심어진 나무들.

     

    알록달록한 꽃들과, 영지 내부에 아름답게 지어진 다리들.

     

     

    그리고 세계수.

     

     

    그 높고 올곧은 나무를 보며 그 위대함을 동시에 느낀다.

     

    왜 세계수가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믿음을 엘프들이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

     

    이내 머릿속으로 다시금 울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한다.

     

    …이렇게 그녀 없이 보게 될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네르는 내 옆에 붙어 자꾸만 나를 불안히 바라보았다.

     

    의문에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보자, 네르는 눈을 피했다.

     

    “…?”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의문이 피어오르는 것도 잠시.

     

    내가 물었다.

     

    “세계수 보니까 어때?”

     

    나의 반려자가 된 그녀에게 묻는다.

     

    네르는 곁눈질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미 예전에 와서 본적 있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답한 그녀였지만, 끝내 우울한 감정은 감추지 못하는 그녀였다.

     

    “…”

     

    그러는 와중에 아담 형은 길 끝에 있는 나이 많은 엘프들과 마주했다.

     

    아마도 대장로들일 것이었다.

     

     

    분위기상 토벌자에 대한 발표는 넘어갔다.

     

    어차피 성벽 위에서 우리의 모든 행동들을 보고 있었을 거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아담 형이 말에서 내린다.

     

    사상자와 부상자를 제외한 온 홍염단도 그를 따라 하마했다.

     

     

    나는 네르가 내릴 수 있도록 그녀에게 손을 건넸다.

     

    네르는 잠시 고민을 하다, 내 손을 잡으며 말에서 내렸다.

     

    맞닿은 손이 따스했다.

     

     

    대장로들은 제 이마에 가볍게 손을 대며, 엘프 나름의 인사를 건네왔다.

     

    아담 형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엘프 장로 아스칼도 이내 말에서 내려, 대장로들의 곁으로 다가섰다.

     

    대장로들과 아스칼은 안도의 표정으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아스칼은 그들보다 앞선 자리에서 아담 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엘프들을 대표해, 홍염단에게 감사를 전하네.”

     

    공식적인 이야기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아스칼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어찌보면 우스웠지만,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우리도 그에 따른 예우로, 나의 아름다운 딸…아르윈을 선물하겠네. 부단장인 베르그가 그녀를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야.”

     

    나는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네르의 눈길이 다시금 내 옆통수에 닿는다.

     

    다시 그녀를 확인해보니, 그리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흰꼬리가 힘 없이 바닥에 닿아있었다.

     

    “…”

     

    아무리 나에 대한 마음이 없다고는 한들, 일부다처제의 거부감은 상당한 듯 했다.

     

     

    물론 받아들인 것도 그녀였지만…엘프들을 걱정했기에 찬성한 감이 없지 않아있었다.

     

    개인적인 욕심에 엘프들을 외면할 수 없다 했던가?

     

    그녀도 문화상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

     

    내가 더욱 잘 챙겨줘야만 할 것 같았다.

     

     

    “이후의 이야기는 안에 들어와서 하지. 하지만 그에 앞서, 다들 휴식을 취하고 싶을거라 믿네.”

     

    온 몸이 피로 뒤덮인 아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스칼이 선언한다.

     

    “현재 우리도 가진게 많지는 않지만…자네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할테니 있는 동안은 편히 있게. 몸을 씻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네. 다시 한 번 감사하네.”

     

     

    아스칼과 대장로들이 우리의 방식대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금 광장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나도 그제야, 이번 일이 끝났다는 실감했다.

     

     

    ****

     

     

     

    저녁이 되어서도 네르는 몸에 힘이 나지 않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엘프들이 건네준 방에 앉아있었다.

     

     

    베르그는 몸을 씻으러 간지 오래다. 이후로 부상자나 사상자들도 살펴보러갈 거라 했다.

     

    “…”

     

    그리고 어쩌면 아르윈과의 혼담일정을 잡고 있을지도 몰랐다. 엘프의 문화에 맞춘 혼인 방식을 배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네르는 며칠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무거운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음을 깨닫는다.

     

    베르그가 살아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환희를 느낀것도 잠시.

     

    이후에 아르윈과의 혼인이 예정되어있다는 사실에 동요하게 된다.

     

     

    네르는 맥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볼품없는 꼬리를 쓸었다.

     

    베르그가 아름답다고 해준 그 꼬리를.

     

    “…”

     

    네르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고민을 계속해서 하지만, 끝내 내리는 정답은 하나였다.

     

    문화가 다르기에 이토록 갑갑한 것일거라고.

     

    한 명이 한 명만 사랑해야하는 늑인족으로서, 인족의 일부다처제는 도무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문화였다.

     

    누군들 자신과 같은 입장이라면 지금 자신처럼 반응했을 것이다.

     

     

    -똑똑.

     

    울려오는 노크소리에 네르는 화들짝 놀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베…”

     

    네르는 자신을 찾아올만한 상대가 베르그뿐이라는 생각에 그의 이름을 부르려 해보았지만…들어온건 아르윈이었다.

     

    “…아르윈님.”

     

    네르는 어쩐지 실망감을 느끼며 아르윈을 마주했다.

     

     

    “방은 마음에 들어?”

     

    아르윈이 들어오며 물었다.

     

    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들의 건축물은 색감부터 구성까지 모든게 예뻤다.

     

    한동안 또 스탁핀에 살다 와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따라 네르는 이 아름다움에 대해 칭찬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무거운 마음을 숨기는데만 해도 고작이었다.

     

     

    네르는 스스로가 이렇게나 한심한 사람이었나 생각했다.

     

    어차피 베르그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자신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

     

    어차피 떠날거면서 이기적으로 한 명의 아내만 두라고 베르그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하지 못할 짓이다.

     

    그걸 아는데도 이랬다.

     

     

    “낮에는 미안했어.”

     

    아르윈이 천천히 옆에 착석하며 말했다.

     

    아마도 베르그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가 죽으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을 표한 이야기 말이다.

     

     

    네르는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아니에요. 솔직하게…말씀하신 것 뿐이잖아요.”

     

    네르는 그저 예의를 차리며 말을 돌렸다.

     

    아르윈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나도 부단장의 아내가 되겠네.”

     

    “…”

     

    “너랑도 앞으로 친하게 지내게 될테고.”

     

    “…그렇네요. 잘부탁드려요.”

     

    “응. 말했지만 우리끼리는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 고민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면서 말이야.”

     

    딱히 그게 나쁜이야기라 생각하지 않아, 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윈과 사이좋게 지내서 나쁠게 없었다. 애초에 네르에게도 아르윈을 향한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오늘까지만 해도 이토록 솔직한 성격인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혹시 내가 주의해야하는 것들이 있을까?”

     

    아르윈이 묻는다.

     

    “독서를 통해 인족의 문화는 많이 알고 있다지만…또 경험하는건 다를텐데.”

     

    네르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인족의 부부는 서로를 구속하는…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며 그녀는 자신의 왼손약지를 가볍게 들어보였다.

     

    “…이렇게 반지처럼. 제가…베르그의 것이라는 증거라고 해야할까요.”

     

    “혼인하면 언제나 착용해야하는 반지가 있다고 했지?”

     

    “…네.”

     

    “손 씻을때도?”

     

    “그럴때는 잠시 벗어도 상관없는 듯 해요.”

     

    “그래도 답답할때는 있는거지?”

     

    “….네.”

     

    최근에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깊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2주 전까지만 해도 반지의 답답함이 싫었다.

     

    그 작은 장식구가 이렇게나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무언가를 쥘때부터 거슬릴때가 많았다.

     

     

    네르는 이미 넘어간 단계였지만 아르윈은 그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사실에 대해 먼저 일러주었다.

     

     

    아르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네르도 마찬가지로 창밖을 응시한다.

     

    “…”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베르그가 오늘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도 마찬가지로 생생했다.

     

     

    베르그 옆에 있으면, 이 조마조마함을 계속해서 느껴야만 하는걸까?

     

    …그것도 어째서인지 싫었다. 심장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

     

     

     

    “….일은…?”

     

    네르는 그러다 아르윈이 하는 말을 잠시 놓친다.

     

    짧은 상상에서 벗어나 다시 아르윈에게 집중했다.

     

    “죄송해요, 못들었어요. 다시 말씀해주실래요?”

     

     

    아르윈은 숨은 천천히 들이쉬었다.

     

    그녀의 차가웠던 표정이 얼핏 걱정으로 깨지는 듯 했다.

     

     

     

    “….밤 일은…어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lulet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기다려지는 소설이라니 감사하네요ㅎㅎ 저도 다들 프롤로그의 장면을 기대해주시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집필 의욕을 위한 후원이라니ㅎㅎ 감사드려요. 저도 힘내서 더 빨리 써내려가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연참도 노력해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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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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