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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길드가 하데스에게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본래 영웅이란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 법. 하데스의 통치를 역경으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저항했던 길드 또한 존재했다. 크레타 길드 또한 그러했다.

       

       

       크레타 길드의 수장은 몸은 사람인데 머리는 소인 존재였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마수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는 유창한 말솜씨로 사람임을 증명했다.

       

       

       마수와 같은 외모에 걸맞은 완력과 실력으로 그는 순식간에 기드온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의 목적은 하데스와 마찬가지로 기드온을 장악하는 것.

       

       

       자신을 버린 부모와 조국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괴물을 잡기 위해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이라는 것을.

       

       

       <추방자들의 길드에 어서 오세요!> – 7권 13p에서 발췌.

       

       

       * * *

       

       

       철의 방패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정상적이라는 표현은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과 같다. 하데스가 작정하고 경제적인 규제를 가한 것에 비하면. 살만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하데스에게 굴복한 모든 길드가 철의 방패와 교류를 거부하면서. 졸지에 철의 방패는 다른 길드의 견제를 쓰레기통처럼 전부 받아버리게 된 것이다.

       

       

       그 말은 무슨 뜻이냐.

       

       

       황금 사슴을 제외한 다른 상업 길드나 뒷골목 밤의 제왕 녹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장비를 특수 제작하는 공방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좋은 장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서로 실력이 비슷하면 장비에서 승패가 갈리게 되니까. 이번에 가져온 청동들도 그러했다.

       

       

       청동괴조들의 마기가 깃든 청동은 어지간한 강철 따위는 가볍게 능가할 정도로 단단했고. 또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정작 가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이것을 가공할 수 있는 공방들이 모두 철의 방패와 교류를 끊었다는 것. 황금 사슴을 통해서 구하자니, 수수료가 배보다 배꼽이 큰 수준이었다.

       

       

       “빌어먹을 겁쟁이 새끼들.”

       

       

       언제부터인가 입이 거칠어진 지크는 애꿏은 책상을 내리쳤다. 그러나 의외로 이건 원작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크는 처음에는 영웅을 동경했지만.

       

       

       정작 기드온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 영웅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레 기드온을 경멸하게 되었다. 그나마 원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원작에는 없는 멘토가 그녀의 곁에 붙어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아이작이 없었다면 지크는 원작처럼 성격이 아주 더럽게 변질된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괜찮다, 지크.”

       

       

       “하지만!”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마스터.”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며칠 전, 그러니까 한 해가 넘어간 시점부터. 지크는 스스로 마스터의 보좌관을 자처하며 일을 도왔다.

       

       

       이제 고작 한 살 더 먹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크의 능력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이는 마스터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상상 이상의 집착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차기 마스터로서 입지를 굳히는 건가? 대견하구만!’

       

       

       정작 아이작은 아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부 머릿속으로 구상해놓은 상태였다. 컨셉에 딱 알맞게 말이다.

       

       

       자신의 계획에 감동하여 한참을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던 바로 그때. 다급히 집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소피아가 숨을 헐떡거리며 힘겹게 소리쳤다.

       

       

       “마스터! 잠깐 나와봐야겠는데?!”

       

       

       “무슨 일이지?”

       

       

       “밖에 누군가가 찾아왔어! 그런데!”

       

       

       “음?”

       

       

       소피아가 드물게 당황하는 모습에 지크와 아이작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당황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보통 예사로운 손님이 아닌 모양이군.

       

       

       빠르게 판단을 내린 아이작이 지체없이 몸을 일으켰고.

       

       

       그 뒤를 따라서 지크와 소피아가 빠르게 따라나갔다.

       

       

       그들은 숨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저 대놓고 길드의 앞에서 아이작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단순히 서있을 뿐인데도, 평범한 사람들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몸은 남성의 것인데.

       

       

       머리는 소의 것이니.

       

       

       콧김을 뿜어내는 뿔이 달린 갈색 털뭉치에 심지어 아이작조차 잠깐 당황해서 혹시 동물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작은 곧바로 눈치챘다.

       

       

       “그렇군, 아스테리오스인가.”

       

       

       “아는 사람인가요? 마스터.”

       

       

       “크레타 길드의 길드장이다.”

       

       

       “크레타 길드?”

       

       

       “역시 알고 있을 줄 알았다. 철의 방패 마스터, 아이작 실버테르.”

       

       

       소머리, 아니. 아스테리오스는 박수를 치며 히죽하고 웃었다. 고작 이름을 아는 것이 대단한 수준인가 싶겠지만. 의외로 기드온에서는 대단한 일이다.

       

       

       크레타 길드의 항쟁은 벌써 5년이 넘었건만.

       

       

       정작 어지간한 길드는 크레타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는 하데스의 두려울 정도로 철저한 통제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크레타 길드와 마찬가지로, 엘레나의 거병을 물리치고. 베로니카마저 처단한 철의 방패가 아직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었다.

       

       

       그나마 대형 길드 정도가 알고 있을 정보를.

       

       

       연줄도 황금 사슴 따위 밖에 없는 아이작이 알고 있다?

       

       

       즉, 철의 방패는 어지간한 길드 따위는 이미 아득히 넘어섰다는 의미였다. 하긴, 기드온에서 하데스에게 반기를 든 길드가 어중간한 길드일 리 없지만.

       

       

       당연히 아이작에게 엄청난 정보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소설을 읽어서 알고 있을 뿐, 그러나 그걸 모르는 아스테리오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함께 동맹을 맺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아스테리오스는 아이작에게 동맹을 제안했다. 철의 방패 정도의 전력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아스테리오스의 판단이었다.

       

       

       “나쁘지 않군.”

       

       

       동맹 자체는 아이작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일단 아이작은 하데스의 전력을 알고 있었다. 다른 것은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지만, 정작 문제는 하데스의 마스터였다. 죽음의 화신으로 불리는 괴물.

       

       

       게다가 꼭 그게 아니더라도. 하데스의 산하 길드를 생각하면,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음 헛소리만 아니었어도, 그는 동맹을 맺었을 것이었다.

       

       

       “그쪽에서 여자 한 명을 골라라. 이쪽에서도 여자 한 명을 내어주지.”

       

       

       “……뭐?”

       

       

       “쉽게 말해서, 정략결혼이라는 거다. 설마 정략결혼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정략결혼.

       

       

       귀족이나 왕족이 서로를 포섭하거나 국가끼리 동맹을 맺을 때,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건 정말 당연스럽게도, 기드온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서로의 길드원끼리 결혼시키는 것은 그나마 낫다.

       

       

       문제는 아예 상대 마스터에게 자신의 여자를 바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나마 지금은 크레타가 철의 방패를 인정하여 이런 식으로 동맹을 맺은 것이다.

       

       

       “간단하게 길드의 마스터들이 여자를 취하는 게 어떨까?”

       

       

       “무슨 헛소리를……!!”

       

       

       “참아, 지크. 알잖아? 우리 마스터.”

       

       

       “그래도……!!”

       

       

       마스터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뒤에서 발끈하는 지크를 디에고와 헤르스가 뜯어말렸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저히 가슴으로 넘기지 못한 것이다.

       

       

       “일단 다른 건 다 둘째치고. 왜 마스터가 여자를 취하는 방식으로 가는 거지?”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영웅은 여자들을 많이 취해야 한다?”

       

       

       “정답이다. 참고로 난 4명의 아내가 있지.”

       

       

       아예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아내의 숫자를 떠벌리는 아스테리오스였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그도 철의 방패에게 나름 많이 양보했다.

       

       

       ‘이 정도 조건이면 길드 사이에서는 제법 흔한 조건이지.’

       

       

       기드온에서는 최악의 경우, 아예 유부녀를 가져가서 망가뜨리고 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에 비하면, 크레타의 조건은 상상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크레타가 철의 방패를 동격의 길드로 인정한다는 뜻.

       

       

       무려 하데스를 상대로 5년이나 버틴 크레타가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조사를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아스테리오스는 지금 철의 방패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마지막으로 결정타 하나.

       

       

       “세상에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제법 있지.”

       

       

       “…….”

       

       

       “만약 동맹을 맺는다면, 그쪽 방면을 지원해줄 수 있다.”

       

       

       아예 신생인 철의 방패와 달리. 크레타 쪽에는 황금 사슴처럼 하데스와 크레타에 양발을 걸쳐놓은 길드가 꽤 있었는데. 그 이유는 만약을 대비해서였다.

       

       

       만약에 크레타가 하데스에게 승리한다면?

       

       

       그럼 그 다음 치세는 크레타가 될 것인데?

       

       

       심지어 크레타는 무려 5년이나 항쟁을 계속했다. 그래서 대형 길드 중 일부는 이미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만에 하나, 크레타가 하데스에게 승리할 경우.

       

       

       최소한 생색이라도 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건 아직 신생 길드라서 불리한 철의 방패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이었다. 길드가 얻는 이득이 압도적이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낸 소피아였다.

       

       

       ‘만약 크레타와 동맹을 맺는다면, 하데스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

       

       

       크레타는 하데스를 상대로 전면전으로 버텨왔던 길드다. 철의 방패까지 거기에 가담한다면, 하데스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근데 그럴 리가 없지.’

       

       

       그러나 우리의 마스터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아주 좋은 조건을 걸어도, 자신의 가족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스터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거절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 설마 길드원들 몇 명이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 거절당할 줄 몰랐던 아스테리오스는 살짝 당황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아이작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는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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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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