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

       [통상 뽑기]

       

       -현금 혹은 그에 상응하는 마석을 소모해 1~5성 사이의 아이템과 스킬을 랜덤하게 얻습니다.

       

       [1회 뽑기] [10+1회 뽑기]

       

       

       

       “120연챠 간다앗…!”

       

       망설임 없이 연챠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띠링!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불순물 섞인 철괴]

       [1성: 가공된 회복초]

       [2성: 강철 방패]

       [1성: 최하급 회복 포션]

       [1성: 잘 말린 마력초]

       .

       .

       .

       [2성: 하급 마력 포션]

       .

       .

       .

       [2성: 손목 석궁]

       .

       .

       .

       [1성: 권능 – 향기로운 체취]

       .

       .

       .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

       .

       .

       ★[4성: 스킬 – 소리를 먹는 발걸음]★

       .

       .

       .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가공된 회복초]

       

       “어? 어어…?!”

       

       다른 모든 알림이 평범하게 하얀 글씨에 검은 테두리를 씌운 형태였건만, 홀로 황금색으로 빛나는 알림이 있다.

       

       “4…성?”

       

       심지어 스킬이다. 그것도 이름이 뭔가 있어 보이기까지!!

       

       3성 소매치기로도 이렇게 쏠쏠히 써먹었는데 4성 스킬이라면 대체 얼마나 좋은 거지? 감도 잡히질 않네.

       

       너무 비현실적이라 여긴 걸까. 처음에는 현실감각이 없어 멍하니 서 있었지만, 한 박자 늦게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희열을 내뱉었다.

       

       “이거지!!! 그래! 계속 지르다 보면 언젠가는 뜬다니까!!! 난 틀리지 않았어!! 끼…에에에에에에엑?!?!?”

       

       덮쳐오는 고통에 금방 비명으로 뒤바뀌었지만.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뒤집어엎는 듯한 감각. 근육이 가닥가닥 끊어졌다 달라붙기를 반복하고, 몸에서는 뚜둑 거리는 수상한 뼈 소리가 들려온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되는 것 같은 감각.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 콧물은 물론 침까지 질질 새어 나온다.

       

       자꾸만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참기 위해 이불을 물어뜯으며 몸을 뒤트는 것도 잠시.

       

       육체의 고통이 끝나자, 이번에는 막대한 지식이 직접 뇌에 꽂히기 시작했다. 생소한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겨우 십여 초 만에 기절할 것처럼 피곤해졌다.

       

       침대에 추욱 늘어져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걸음. 그리고 이어지는 격한 노크 소리.

       

       쿵쿵!

       

       “요나야?! 방금 무슨 일 있었어? 문 좀 열어 봐!”

       

       “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래도 엘리가 조금 전의 내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모양이다.

       

       가만 놔두면 아예 문을 부수고 들어올 기세. 그랬다가는 방을 가득 채운 가챠 결과물을 들키고 말 것이다.

       

       어쩌면 가챠 시스템까지 들킬지도 모르겠지. 언젠가는 엘리에게도 알려줄 생각이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자, 잠시만요 엘리…지금 나가요오….”

       

       비 오는 날 제육이 땡겨서 집 앞 식당에서 한 그릇 조지고 왔더니, 누가 내 우산을 가져가 버린 탓에 결국 비 맞으면서 돌아온 작가처럼 죽죽 늘어지는 목소리.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회용 우산은 생각보다 비쌌…아니, 정말로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으니까.

       

       가챠 결과물을 최대한 구석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반 정도만 열었다. 그리고 상체만 빼꼼 내밀어 힘겹게 웃어보였다.

       

       “왜 그래요 엘리? 갑자기 이렇게 제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고…혹시 참기 힘들어졌나요?”

       

       “……어? 그, 그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상여자처럼 굴던 엘리가 순식간에 쭈구리가 되어 노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다.

       

       아니, 정확히는 자꾸만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려는 걸 피하고 있는 것에 가까우려나?

       

       그게 하필이면 내 쪽이다. 뭔가 있나 싶어 슬쩍 고개를 내려보자.

       

       “아앗.”

       

       그곳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잔뜩 흐트러진 잠옷이 있었다. 각도도 절묘한 것이 위로는 쇄골을 반쯤 드러냈고, 아래로는 배꼽 바로 아래까지 드러난 상황.

       

       눈 둘 곳을 몰라하는 엘리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씨익 웃을 생각이었으나…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을 헤집는 정보와 잔불처럼 남은 고통 탓에 흘러나오는 건 힘없는 미소뿐이었다.

       

       “헤헤…거기까지 들렸나요? 별거 아니었어요. 이젠 괜찮기도 하구요.”

       

       “정말 괜찮은 거 맞니? 목소리가 되게 다급했던 것 같은데.”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목소리만큼은 걱정이 듬뿍 담겨있는 엘리.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네. 뭐라도 둘러대야겠다.

       

       “실은….”

       

       “뭐든 편하게 말해.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 테니까.”

       

       “고마워요 엘리. 사실 제가 조금 새로운 자가발전에 도전해 봤거든요.”

       

       “……?”

       

       “그런데 조금 자세가 특이하다 보니, 발에 쥐가 나는 걸 넘어 종아리 근육이 막 경련하더라구요. 깜짝 놀랐을 뿐이지 정말 괜찮아요.”

       

       “…….”

       

       “아, 그런데 방금 도와주겠다고 했죠 엘리? 일단 들어와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진득이 상의 해….”

       

       “됐어.”

       

       걱정스러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짜게 식은 분위기의 엘리가 고개를 저었다.

       

       “적당히 해라. 뼈 삭는다. …걱정해서 손해 봤네.”

       

       그리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멀어진다. 작은 투덜거림은 덤이었고.

       

       엘리가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문을 닫고 걸어 잠갔다.

       

       “좋아. 이걸로 어떻게든 됐군.”

       

       졸지에 딸치다 실수로 지른 비명이라는 악질 층간소음의 주인이 되었지만…아무튼 안 들키고 돌려보냈으니 된 거다. 응.

       

       이제는 상당히 괜찮아진 몸을 침대에 뉘이고, 손에 잡히는 마력초를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쏟아지던 지식도 멈췄으니, 천천히 내가 뭐를 얻은 건지 알아보기로 했다.

       

       “소리를 먹는 발걸음이라.”

       

       대체 어떤 발걸음이길래 4성으로 책정된 것인가. 답은 간단했다. 소리를 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조용한 몸놀림이었으니까.

       

       그렇다. 이번에 얻은 스킬은 기척을 지우는 은신 계열 스킬이었다.

       

       몸이 뒤지게 아픈 것도 그래서였구만. 소리 내지 않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을 전부 몸으로 흡수해야 했다.

       

       거기에 숨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호흡을 멈춰야 했고, 필요하다면 심장 박동 소리마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초월적인 신체 장악 능력이다.

       

       유연성, 균형감각, 정밀성…그리고 가장 중요한 감.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힘이 강해진 것도, 속도가 빨라진 것도 체력이 좋아진 것도 아니지만…그럼에도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피부에서 느껴지는 공기부터가 다르거든. 이 정도면 거의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네.

       

       “…대신 엄청 아팠지.”

       

       처음 소매치기 스킬을 얻을 때도 아프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겨우 한 등급 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폭으로 몸이 뒤바뀌었다는 뜻이다. 괜히 4성부터 시스템이 강조를 한 게 아니라는 거겠지.

       

       자세한 건 나중에 써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다른 것부터 먼저 둘러봐야 한다. 이미 얻은 스킬이 도망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1성 권능 향기로운 체취….”

       

       이쪽은 1성따리라 그런지 몸에 가해지는 부담은커녕 위화감조차 없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서 항상 좋은 냄새가 날 수 있게 해주는 권능. 전투에서는 아무 짝도 쓸모없는 힘이다.

       

       사랑의 여신의 가호라 어디 가서 직접 입 밖으로 내지는 않겠지만.

       

       슬쩍 바닥을 나뒹구는 조각상과, 책상 위에 모셔진 하트모양 심볼을 확인하고는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아~ 이거라면 제대로 씻지 못하는 장기간 탐사나, 격하게 움직인 뒤의 땀 냄새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지만, 듣는 여신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 덧붙이고는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조각상을 들어 올렸다.

       

       길게 늘어져 휘날리는 머리카락. 옅은 미소를 지은 얼굴은 나도 모르게 그 표정을 따라짓게 되고, 가슴과 엉덩이는 크게 부풀었으나, 허리는 가늘기 짝이 없는 여성성 넘치는 체형.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질감 또한 부드러워 자꾸만 만지고 싶어진다.

       

       과연. 이건 명작이긴 하네. 사랑의 여신이 지닌 인세의 것이 아닌 미모를 잘 표현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이라는 이름이 엄청 신경 쓰이긴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의 여신의 권능과 함께 튀어나왔다는 게 의미심장하긴 하지만!

       

       소름 돋을 정도로 아름답긴 해도 결국에는 단순한 조각상이라 감상 외에는 써먹을 곳이 하나도 없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3성짜리 물건이다. 같은 3성이었던 유니콘의 뿔로 만든 단검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좋지 않았나.

       

       잘은 몰라도 이 조각상 또한 뭔가 있을 거다.

       

       가챠 돌리기 전에 기도할 때 세워둔다거나, 여신 굿즈 수집이 취미인 갑부에게 판다거나, 신전에 기부하고 이런저런 특권을 받는다거나.

       

       자세한 건 따로 알아봐야겠지만 평범한 잡템은 아닐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나 아름다우면 그건 더 이상 잡템이 아니게 된다.

       

       “으음.”

       

       계속 보고 있자니 팔기 아쉬워질 것 같아서 일단 가죽으로 감싸, 옷장 한구석에 밀어 넣었다.

       

       조각상까지 정리하고 나자 남은 것은 평소와 같은 1성 잡템과, 당장은 써먹기 힘든 2성짜리 물건들뿐.

       

       마나 포션은 가방에 챙겨두고, 강철 방패는 따로 팔 물건들을 쌓아둔 곳에 올려놓고 왔다.

       

       이제 남은 건 손목 석궁인데…이미 하나 뽑았던 거란 말이지. 그래도 나름 2성인데 중복이 뜨는구만.

       

       오른팔에도 달까 고민했지만, 그래서는 오히려 움직이기 힘들어질 것 같네. 이번에 새로 뽑힌 녀석을 팔아버려야지.

       

       강철 방패 위에 올려놓을 생각으로 손때 하나 없는 신품 손목 석궁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띠링!

       

       

       

       [2성: 손목 석궁]을 합성하시겠습니까?

       

       

       

       “에.”

       

       이거 돌파 시스템도 있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원신 이번에 업뎃 보상으로 준 보석으로 가챠돌렸더니

    픽뚫 데히야랑 치오리가 한번에 나왔어요…

    원신은 로그인이랑 일일퀘만 하는 수준인데 그래도 나오니까 기분이 좋네용.

    다음화 보기


           


Gacha Addict in a Matriarchal World

Gacha Addict in a Matriarchal World

남녀역전 세계의 가챠 중독자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acha – Civilization’s Ultimate Game. Spin now for a shot at fortune. Spending that doesn’t disrupt your lifestyle? That’s virtually free-to-play. Keep spinning until you strike gold – success is guaranteed. … … Today, yet again, I’m at the gacha wheel. “Did I get a 5-sta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