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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여왕이 부엉이라는데?”

        “부엉이가 뭐야?”

        “바보야! 밤마다 멍청하게 우는 새를 말하는 거잖아!”

        “여왕은 멍청해?”

        “사실 멍청한 거 아닐까? 좀 전에 회랑 바깥으로 나간 내 친구가 그러는데 정령사들은 싸가지랑 실력이 같이 없대!”

        “그 친구…… 원래 빛의 정령이었어?”

       

        실시간으로 자신의 평판이 깎여나가는 것을 보며 린지는 오열했다.

        정령사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심계를 주름잡는 폭군이자 여섯 대공의 총애를 받는 자.

        메이버 가문을 ‘요람’의 주인으로 만들어낸 대륙 최고의 정령사가 하급 정령들의 앞담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력이 어딜 가는 건 아니지만 저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면 앞으로의 계약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노릇.

        그러나 커다란 손으로 정수리를 지그시 눌린 상태에서는 한 톨의 마력도 끌어낼 수가 없었다.

        주딱이 살해한 존재의 혈향에 린지와 계약한 모든 정령들이 납작 엎드리고 있기 때문.

        정작 그는 그녀가 바들바들 떠는 줄도 모르고 옆에서 쪼그려 앉은 채 위치노트를 보고 있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알았지?”

        “…….”

        “부엉아, 대답.”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정령들이 반신반의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입을 열면 그날로 정령계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허나 주딱, 아니 탑주의 말에 거역하는 순간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기다릴 것이 분명했다.

       

        “브, 브어엉……!”

        “부엉이! 부엉이다!”

        “부엉이가 맞는 거 같다!”

        “소문내러 가자!”

       

        끝났다, 단 한 마디로.

        지금껏 정령계에 머물며 구축해온 모든 이미지가 성대하게 박살이 났다.

       

        주저앉은 것도 모자라 아예 바닥에 엎어져 버린 린지는 슬며시 노트를 꺼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주딱의 인생도 같이 망해버렸으면 하는 억하심정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침 공지가 올라간 이후 갤러리의 상황은 혼돈 그 자체.

        아무리 주딱이라도 이 사태를 해결하긴 어려워 보였다.

       

        ====

        [니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갤러리에 핵 발사 버튼 뿌린 게 주딱 너잖아!!

       

        왜 갑자기 우리만 나쁜 놈 만들어!!

       

        — ㄹㅇ 누가 버튼 만들라고 칼들고 협박함? ㅋㅋㅋ

        — 이제 와서 빌어도 늦었어~ 갤러리는 이미 곱창났어~

        — 난 절대 포기 못해 암컷되는 버튼 너무 좋아

         ㄴ 대신 다른 걸 포기한 듯

         ㄴ 인간으로서의 존엄 ㅋㅋㅋ

        ====

        ====

        [응 이제 와서 수습하려 해도 소용 없어 버튼 없애기 전에 다 누를 거야~]

       

        이날 만을 위해 포인트 모아뒀다

        포인트 상점? 게시판 개설? 다 필요 없음 ㅋㅋ

       

        이 위로 올라오는 글에 있는 버튼 전부 누름 딱 대라

       

        — 머리깨져도메테오 : 기다리세요

        — 강아지 사랑꾼 : 기다려라

        — 꿀벌애호가 : 부아아앙!! 한놈 더 보내는 거에요!

        — 도배 ON

        — 악질들 총출동하는거 봐라 ㅋㅋㅋㅋ

        — 슬슬 끝물인 거 같으니까 막판 스퍼트 달리네 ㅋㅋㅋ

        ====

        ====

        프리나나

        [안 돼! 아직 섹스하는 버튼 못 눌렀단 말이야!!]

       

        (버튼) – 3,300,000P

       

        천 포인트만 모으면 된다고 제발 지금 버튼 지우지 마!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 섹스 = 330만 ㅋㅋㅋㅋㅋㅋ

        — 아무도 안 만들어줘서 직접 만듬? ㅋㅋㅋ

        — 프리나나나나야…….

        — 머리 위로 떨어지는 메테오 2200발 = 1섹스

         ㄴ 기적의 등가교환 ㅋㅋㅋ 이건 거의 연금술이네요

        —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ㄴ 아 ㅋㅋㅋ

         ㄴ 그 이상 말하지 마! 사람이 죽는다고!!

        — 흠, 비정상적으로 높은 거 보면 버튼 만들 때 대상 지정한 게 아닌가 의심가거든요

         ㄴ ㄹㅇ 5만 포 정도면 섹스 자체는 가능해 종족이랑 연령대가 랜덤일 뿐

         ㄴ 연령대? 우욱 씹…….

        — 호감이라 개추줬다

         ㄴ 이거 보고 비추 갈김

         ㄴ 나도 위치노트 3천개로 같이 갈김

        ====

        ====

        [근데 진지하게 이거 어캐 수습함?]

       

        이미 버튼은 존나 뿌려댔고 특히 하층은 익살꾸러기들 놀이터가 됐고

        누른 뒤에 바로 효과 안 나타나는 것도 부지기수인데 주딱 혼자서 정리할 수 있음?

       

        진짜 모름

       

        — 일단 구내식당 식단표는 다음 달까지 전부 코다리 조림임 ㅋㅋㅋㅋ

         ㄴ 가지무침이랑 오이냉국도 추가됐음 ㅋㅋㅋ

         ㄴ 구아아아악!

        — 파딱들이 못 지운 전술핵도 잔뜩 남아있는데 어캄

        — 이럴 줄 알고 미리 포인트 = 현물로 환산해둠 ㅋㅋ

         ㄴ 나도 ㅋㅋㅋ 버튼 지워도 상관 없어~

        — 응 그걸 하니까 주딱이야~

         ㄴ 그 대단한 주딱이 할 수 있는 것도 기껏해야 차단 글삭이 전부인데?

         ㄴ ㄹㅇ 이미 눌러놨는데 후폭풍 어쩔 거 ㅋㅋㅋ

        ====

       

        “아, 아하하! 큰일 났네? 어쩐다~ 남은 파딱들은 별 도움도 안 되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세…… 당축이 그년도 지금은 남은 영광이 없을 텐데.”

        “묘하게 기뻐 보인다?”

        “저언혀? 난 부엉이라 아무 도움도 못 주거든! 부엉 부어엉~!”

       

        린지는 꼴 좋다는 듯 실소를 흘리며 노트를 덮었다.

        소매로 입을 가렸으나 반투명한 로브였기에 짓궂게 휘어진 입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폭군이란 이명이 붙은 정령사답게 그녀는 본디 냉소적이고 입이 험했다.

        어차피 조져버린 평판, 그토록 원하던 부엉이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미쳐 도망치지 못하고 정령문 안에 있던 정령들이 비명을 내지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럼에도 주딱의 절망을 더욱 가까이서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바짝 기대었다.

       

        “차라리 빌어보지 그래? 당신이 호소하면 저 녀석들이라도 좀 자중할지 모르잖아.”

        “무슨 소리니 부엉아. 난 동정심 따윈 믿지 않아.”

        “그럼 뭘 믿는데?”

        “흠…….”

       

        주딱은 여전히 미궁의 안개로 가려진 가면을 쓴 채였다.

        린지가 알고 있는 어떤 마수와도 전혀 닮지 않아 정체를 유추할 수 없는 가면을.

       

        검고 반들거리는 비늘이 빛을 반사했고.

        샛노란 동공, 길게 찢어진 주둥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렸다.

        정령들이 벌벌 떠는 이유를 어째서인지 알 것 같았다.

       

        “인간의 악의?”

        “뭐?”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주딱은 버튼 하나를 만들어 공지에 올려둔 뒤였다.

        까치발을 들어 내용을 확인한 린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일으킨 전쟁을 끝내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

       

        ====

        관리자

        [이 버튼을 누르면 다른 누군가가 만든 버튼의 효과가 무작위로 사라집니다]

       

        (버튼) – 758P

       

        선택은 자유입니다

        ====

       

        그것은 말 그대로 갤러리 유저라면 누를 수밖에 없는 버튼이었다.

       

       

       

        *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

        그러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호소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다.

        ‘모든 유저의 내면에는 잠재적인 분탕이 있다’는 나의 지론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처음에는 공지에 ‘우우 쓰레기’같은 댓글 뿐이었지만 점점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

        마린이4444호(11,429P)

        [지금 어떤 새끼가 주딱이 만든 버튼 눌렀냐]

       

        내가 ‘위치노트 복사 버튼’으로 만든 깡통계들 전부 사라졌잖아

        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 누를게

        — 응 꼬우면 너도 눌러~

        — 나도 잘 쓰고 있었는데 죄다 없어짐 쉣

        — 이건 착한 악질이네요

        — 유동인 척 하는 고닉 컷!

        — 마린이4444호 <- 좀 전엔 12,187포 였는데 딱 758 줄어든 거 보니까 본인도 눌렀죠?

         ㄴ 소름돋네 ㅋㅋㅋㅋ

        ====

        ====

        [주!딱!씨!발!새!끼!놈!아!!]

       

        우리를 분열시키지 마!!

        당장 저 악마같은 버튼을 삭제해!!!

       

        —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 발상 자체가 악마적인…….

        — 일단 자기가 당하면 한 번은 누르게 되어 있음 ㅋㅋㅋ

         ㄴ 심지어 겨우 700포밖에 안하니 답도 없음 ㅋㅋㅋㅋㅋㅋ

        ====

        ====

        [여러분, 모두 즐거우셨나요?]

       

        지금까지 주딱의 트릭쇼였습니다!

       

        — 돌아버리겠네 진짜 ㅋㅋㅋㅋ

        — 구내식당 식단표 원래대로 돌아가는 중임

        — 주딱은 다 계획이 있구나

        — 아아, 행복한 꿈이었다

         ㄴ 녹아버린 포인트를 보니 현실인데요

        ====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일.

        갤러리 유저라면 응당 누르고 싶겠지.

        참고로 아무도 누르지 않더라도 상관 없었다.

        이미 내가 손가락으로 연타하고 있었으니까.

       

        ====

        [System : 758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System : 758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System : 758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System : 758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

        .

        .

       

        ====

       

        책정된 758라는 숫자는 지금껏 유저들이 누른 버튼의 평균값.

        기상천외한 버튼들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수십에서 몇백 포인트가 드는 소원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서로간의 질시와 견제 아래 버튼 떡밥은 빠르게 식어갔다.

        잠잠해진 틈을 타 시스템에서 해당 기능을 비활성화시키자 모든 상황이 종료 되었다.

       

        “살살아, 이상한 버튼 만든 애들 기록 남아있지? 확인하고 정지시켜.”

        — ㄴㅐㄲㅓ는?

        “너는 포인트 모았을 때 잠깐 활성화시켜주면 되잖아.”

        — 오ㅋㅔ

       

        얘는 말이 점점 짧아지네.

       

        나는 결계 밖으로 나와 21층의 깨끗한 공기를 온몸으로 들이 마셨다.

        예상대로 시련은 통과였다.

        부엉이는 회랑에 더 머물 생각인지 뒤따라 나오지 않았다.

        출구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이번 이벤트로 변동된 포인트를 확인 차 집계해 보았다.

       

        혹시 라도 내가 만든 ‘취소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면 곤란하니까.

       

        마리엘이 씹어삼킨 코다리조림처럼 이미 끝나버린 사건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유저들이 버튼을 누르는데 소모한 포인트와 그것을 취소하기 위해 소모한 포인트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했다.

       

        갤러리가 잠잠한 걸 봐서 대부분은 없어진 것 같았지만 집계를 끝마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5천만이나 비는데……?”

        — 살?

        “살살아, 혹시 중간에 니가 삥땅친 거니?”

        — 억ㅇㅜㄹ! ㄴㅏ ㄱㅏ난!!

       

        누군가 더 써버린 5천만 포인트.

       뭐, 생각보다 시련을 통과하는 게 늦었으니 이럴수도 있으려나.

       

       나는 의심만 품은 채 노트를 덮었다.

       살살이는 끝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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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

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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