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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흐우, 흐우···.”

       

       

       도로시는 자꾸만 꽂히는 시선에 잔뜩 긴장했다.

       

       뭐지? 뭘 잘못한 거지? 내가 아르테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나?

       

       제비뽑기의 결과를 확인했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때의 그 무서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시선이 자꾸만 내게 날아들었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무서운 표정으로 보지 않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고?

       

       무서운 표정이 아니게 되어서 더 무섭다.

       

       왜? 왜 그때는 표정이 그랬을까? 지금은 왜 평범하게 바라보고 있는 거지?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도로시. 아까부터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 아! 괜찮아요! 저, 저는 멀쩡해요!”

       

       “멀쩡한 게 아닌 것 같은데.”

       

       

       또, 또 그 시선이다.

       

       시우와 합을 맞추는 동안 계속 머물던 그 시선.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아르테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는 대충 그녀가 나를 지켜보는 조건을 알 것 같았다.

       

       

       “다, 다가오지 마세요.”

       

       “···그, 저기. 도로시.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어. 시험은 팀전이야. 네가 나를 싫어해도 이건 바꿀 수 없어.”

       

       “아뇨! 제, 제가 당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크, 큰일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르테가 시선을 보내는 건 시우가 내게 다가왔을 때, 혹은 나와 시우가 가까이 있을 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멀리했더니, 내가 그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 그게. 그러니까···.”

       

       “···미안해, 도로시.”

       

       “으, 으아아아···.”

       

       

       어, 어떡하지?!

       

       큰일 났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시우는 내가 정말 시우를 싫어한다고 생각해버린 모양이다!

       

       무, 물론 내 잘못이야. 내가 아르테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서 시우를 조금 멀리했어.

       

       아르테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내 생각이 맞았는지 아르테도 지금은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하, 하지만. 이걸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아르테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자 점점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까 이건 아닌 것 같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떨고 있어야 해?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선생님이 시킨 대로 시우와 팀을 짠 건데,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해?

       

       잘못된 건 내가 아니라 아르테야.

       

       마음을 굳게 먹자.

       

       아르테가 무섭다고 연습을 하지 않다가 시험을 망쳐버리면 큰일이다.

       

       ···좋아.

       

       

       “···도로시?”

       

       “으, 응. 아무것도 아냐.”

       

       

       천천히, 천천히.

       

       어느 정도 시우의 곁에 다가가자 당연하다는 듯 아르테의 시선이 따라왔다.

       

       

       “히익···.”

       

       “도로시. 무리하지 않아도 돼.”

       

       “어?!”

       

       “나도 알고 있으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방금은 농담이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사고가 정지했다.

       

       ···알고 있었어? 아르테가 저렇게 지켜보고 있는걸?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쳐다보는 건지···.”

       

       “시, 시우야. 알고 있었어?”

       

       “응? ···아, 너는 잘 모르는구나. 자주 저래.”

       

       “자주?!”

       

       

       시우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말투로 내뱉은 말의 내용이 어이가 없었다.

       

       자주? 자주우?!

       

       아니, 그래. 백 보 양보해서 자주···. 하. 자주 지켜본다는 건 스토킹···아니, 어쨌든.

       

       자주 그랬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이 태연한 모습은 도대체 뭐지?

       

       

       “나중에 아멜리아한테 물어봐야겠네. 미안해, 도로시. 나 때문에.”

       

       “으, 으응···?”

       

       “저래 보여도 그냥 보고 있는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습이나 하자.”

       

       

       오늘따라 감정이 잔뜩 요동치는구나.

       

       아르테의 알 수 없는 표정과 진득한 시선에 공포를 느끼고, 시우의 어처구니없는 반응에 당황하고.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 시선을 돌려 아르테를 바라보았다.

       

       역시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웃음기를 띈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우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넘기고 있었고···?

       

       둘 다 제정신이 아니야. 도로시는 선생님이 미워졌다.

       

       그냥 바꾸게 해주지.

       

       

       

       

       

       

       

       

       “아, 그거. 사랑이야.”

       

       “···네?”

       

       “사랑. 몰라? 사랑이 너무 깊으면 가끔 질투 같은 거 하잖아. 딱 그거야.”

       

       “미쳤어요?”

       

       

       수업이 모두 끝난 후의 방과 후.

       

       도로시는 난생처음으로 사람의 앞에서 격한 말을 내뱉었다.

       

       

       “그게 사랑이면 히어로가 빌런을 쫓아다니는 건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겠네요!”

       

       “아니, 그건 아니지. 히어로는 목적이 있어서 빌런을 쫓아다니는 거잖아.”

       

       

       아르테의 파트너, 아멜리아.

       

       부잣집 아가씨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사람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하던가?

       

       아멜리아의 맑은 눈 사이에 숨어든 은은한 광기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진짜 돌아버린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걸까?

       

       

       “아르테는 목적 없이 그냥 유시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

       

       “거 봐, 너도 할 말 없지? 미안해. 아르테가 조금 질투심이 많아서 그래. 이해해줘.”

       

       

       반박할 수 없어서 말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도로시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도 들어먹을 것 같지를 않아서.

       

       남학생 한 명을 스토킹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서운 여자 한 명.

       

       스토킹 당하면서도 당연한 거라는 듯 태연한 남학생 한 명.

       

       그리고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이라는 미친 소리를 내뱉는 여자 한 명.

       

       선생님이 2인 1조로 시험을 본다고 했을 때는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는커녕 엮여서는 안 될 사람들과 엮인 것 같았다.

       

       도로시의 마음속에 갑작스러운 장마가 시작되었다.

       

       다 미쳤어.

       

       

       

       ***

       

       

       

       “생각보다 친하네요?”

       

       [그러게요. 소심한 성격이었을 텐데. ···뭐, 친해지면 좋은 게 아닐까요!]

       

       

       태평하긴.

       

       작가님의 무책임함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작가님의 말대로 딱히 문제는 없겠지.

       

       어차피 아카데미 소설 특성상 둘이서 연인 미만 친구 이상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될 테니까.

       

       미리 조금 친해진다고 한들 별 차이는 없을 거다.

       

       

       “아, 작가님.”

       

       [네?]

       

       “혹시 히로인 레이스, 누가 이길지는 정해두셨나요?”

       

       

       새로운 히로인이 나온 김에 도대체 누가 유시우와 이어지게 될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카데미물 답게 하렘 엔딩?

       

       아니면 현재 독보적인 아멜리아? 새로 등장한 도로시?

       

       

       [비밀이에요!]

       

       “···네? 아니, 저한테는 조금 알려주실 수도 있잖아요.”

       

       [독자님도 독자님이니까요! 너무 알려주기는 싫은걸요!]

       

       “하아···.”

       

       

       이 상태의 작가님은 아무리 설득해도 들을 생각을 하질 않는다.

       

       그러니 듣고 싶다고 해서 들을 수는 없겠지.

       

       누가 정실이 될지는 들어도 의미가 없겠네.

       

       ···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멜리아가 될 것 같긴 해.

       

       히로인이 한 명밖에 없었던 기간이 너무 길었으니까.

       

       지금은 아예 어렸을 때부터 놀던 소꿉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다니던데.

       

       

       “뭐, 좋아요. 불타지만 않게 조심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어야지.

       

       지금껏 혼자서 저지른 사건이 한두 개도 아니고.

       

       히로인 둘과 주인공이 벤치에서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이 기말고사의 시작인가.

       

       주인공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할 텐데. 걱정되기 시작했다.

       

       

       

       ***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라크네의 일에는 손 떼라고 했다, 이하율 수사관.”

       

       “하,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도 있습니다!”

       

       

       하율은 당황했다. 손을 떼라니.

       

       아라크네 사건 담당은 이하율 휘하의 직원들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손을 놓는다면, 앞으로 아라크네를 잡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손을 놓으라고?

       

       

       “자네의 열의는 알겠지만, 상층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이제 그만 하라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라크네는 범죄자입니다!”

       

       “그래. 범죄자지. ···시민들이 참 좋아하는 범죄자.”

       

       “윽···.”

       

       

       상관의 말에 절로 시민들의 반응이 떠올랐다.

       

       잘 죽었다느니, 빌런은 사람이 아니니 살인죄는 적용받지 않고 무단투기 죄가 적용되지 않을까 하며 즐거워하던 시민들의 모습이.

       

       

       “만약 아라크네가 잡히면 지지율이 하락할 거라고 생각하나 봐.”

       

       “네?!”

       

       “빌런이 골칫거리를 처치해주는데, 가만히 놔두고 떡이나 주워 먹으면 되지 않느냐. ···높으신 분들은 그렇게 판단한 모양이다.”

       

       

       아라크네는 다른 빌런들과는 취급이 다르니까 말이야. 무슨 수백 년 전의 의적도 아닐 텐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상관이 씁쓸하게 웃었다.

       

       

       “최근에는 잠잠해지기도 했고, 또 크게 사건이 터져도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손 떼도록.”

       

       “하, 하지만···!”

       

       “아, 그리고 월권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씀하시더군. 만약 그런 기미가 보인다면 빌런 취급 받을 각오는 해라. ···그런 말씀도 하셨다.”

       

       “···윽.”

       

       

       젠장.

       

       지금껏 해먹은 게 너무 많아서일까? 평소에 골칫덩이 취급받았던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지만, 오늘따라 과거의 내가 미워졌다.

       

       조금 더 얌전히 지냈어야지···!

       

       

       “네 마음은 잘 알겠지만, 윗선의 판단이 그러니까 별수 없잖아.”

       

       “···네. 그렇죠.”

       

       “담배, 한 대할래?”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품에서 담배를 꺼내 건네주는 상관에게 감사를 표한 뒤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너무 상심하지는···이런, 벌써 갔나.”

       

       

       쓰게 웃은 상관의 방에는 어느새 자욱한 연기만이 남아있었다.

       

       창문 밖으로 길게 이어진 연기만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거 프롤로그 올린지 얼마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50화가 쌓였네요

    세상에

    시간 참 빨라요

    ***

    겨울바다유리꽃 님, 4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르테의 옷값…! 실로 시우의 온몸을 감싸안을 옷값…!

    암약군사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재미있게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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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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