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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그래. 참으로 좋은 선택이니라.”

         

       그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새빨간 고깃덩어리 뭉치를 랩으로 감싼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탁구공만 한 크기였는데, 표면에 무슨 가루라도 뿌린 것처럼 하얀 것이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진성은 그것의 랩을 벗기곤 동그랗게 된 고기 뭉치를 손으로 몇 번 굴리더니 원로가 있던 방문을 향해 집어던졌다.

         

       철퍽!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문에 부딪힌 고깃덩어리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천천히 문 아래로 흘러내렸다. 고깃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지자 표면에 묻어 있던 하얀색 가루는 스스로 번식이라도 하는 듯 점차 면적이 늘어났다.

         

       찌-익.

         

       이윽고 완전히 하얀색으로 뒤덮인 고깃덩어리에서는 작은.

       정말로 너무나 작아서 벌레 소리로 착각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쥐가 마지막으로 내는 단말마 같기도 했고, 괴물의 위장 속에서 구슬프게 우는 쥐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진성은 그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돌려 지퍼를 연 가방을 정치인의 품에 안겨주었다.

         

       “이건?”

       “확인해보게.”

         

       정치인이 가방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넨도로이드가 가득 들어있었다.

       넨도로이드들은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은 채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제각각의 귀여움을 그대로 뽐내고 있었다.

         

       “이건 그, 오타쿠인가 뭔가 하는 것들이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하니라. 하지만 이건 여기 있는 사람들 역시 좋아할 것이다. 아니, 너무 좋아해서 눈을 까뒤집고 환장을 하겠지.”

       “그렇습니까?”

         

       넨도로이드들은 가방 안에서 흔들리기라도 한 듯 전부 몸을 뉜 채로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 넨도로이드 하나와 눈이 마주치자 정치인은 섬찟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뭔가 꺼림칙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슥 피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도 가방 안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여전했다. 그의 얼굴 가죽을 뚫어버리겠다는 듯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시선에 그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다시 가방을 쳐다보았고, 가방을 쳐다보자 아까 느껴지던 시선은 거짓말이었다는 듯 인형들은 얌전하게 세워져 정수리만 보이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정치인은 그것을 보고 시선이 찝찝했는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이내 이상함을 느꼈다.

         

       ‘정수리?’

         

       가방을 흔든 것도 아니고 눕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인형들이 전부 꼿꼿하게 서서 정수리만 보일 수 있는가?

         

       정치인은 온몸에 소름이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껴안고 있는 가방이, 그 안에 들어있는 인형들이 예사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아까 피를 먹여서 몸이 달아있는 모양이로고. 하하하.”

         

       하지만 진성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었다.

         

       “걱정하지 말게나.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자네에게는 해를 끼치지 못할 테니까. 대신에 단 하나의 실수도 없어야 할 것이야.”

         

         

         

        * * *

         

         

         

       쏴아아아아-

         

       정치인은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강하게 틀었다.

       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나왔고, 순식간에 욕조를 가득 메웠다.

       비단으로 마개가 막혀있는 욕조는 끊임없이 물을 뱉어내는 수도꼭지에 이기지 못하고 넘쳐 흐르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배수구가 막혀있기에 화장실 전체는 물바다가 되었다.

       그 중심부에서 정치인은 한 손으로는 물에 적신 천으로 입을 막고 있었고, 남은 한 손으로는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 일단 물이 필요하네. 배수구와 욕조 마개를 틀어막고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게. 』

         

       겨울이 아닌데도 끔찍할 정도로 차가운 물은 그의 발을 얼어붙게 할 것 같았지만, 그는 덜덜 떨면서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 그리고 한 손으로는 이 물에 적신 천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남은 한 손으로는 가방을 잘 붙들고 있게. 절대로 천을 놓치거나 가방을 물에 닿게 해서는 안 되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야. 』

         

       그렇게 얼마나 덜덜 떨면서 화장실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있었을까?

       그는 화장실 문 틈새로 하얀 연기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드라이아이스를 물에 담갔을 때 나는 하얀 연기 같은 그것은 하늘거리면서 천천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연기에서는 물비린내에 가까운 냄새가 나고 있었고, 습기라도 잔뜩 머금은 것인지 연기가 닿는 모든 부분에는 물방울이 맺혔다.

         

       『 화장실 안에서 계속 있다 보면 하얀 연기가 들어오는 것이 보일 것이야. 그러면 코와 입을 막고 있던 천을 문 쪽으로 집어 던지고 가방 안에 있는 인형을 모두 욕조에다가 쏟아붓도록 하게나. 』

         

       그는 앞서 진성이 당부했던 대로 연기가 보이자마자 천을 뭉쳐서 문 쪽으로 집어 던진 후 가방을 뒤집어서 욕조에 넨도로이드를 모조리 쏟아내었다.

         

       퐁-당.

       첨-벙.

         

       인형은 작달막한 크기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무겁기라도 한 듯 욕조에 떨어지기 무섭게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닥에 가라앉았고, 정치인은 가만히 그 숫자를 세다가 20개임을 확인하고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부적 하나를 꺼냈다.

         

       『 그러면 인형이 모두 욕조에 가라앉을 것이네. 그 숫자가 20개임을 확인하고 인형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이 부적을 입안에 넣게나. 부적이 입안에 들어가면 갈증을 느낄 텐데, 반드시 인형 20개가 전부 떠오르고 화장실의 불이 꺼질 때까지 입을 열어선 안 되네. 』

         

       그는 욕조 안에 들어있는 넨도로이드 하나가 슬그머니 위로 떠오르려 하자 기겁을 하며 허둥지둥 부적을 입안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입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손으로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삐————익.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이 맞았다.

         

       그가 입안에 부적을 쑤셔 넣기 무섭게 부상하고 있던 인형은 욕조 위에 둥둥 떠올랐고,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면 위에 벌떡 일어서더니 반투명한 뭔가를 토해내었다.

       인형에서 나온 것은 제가 연기라도 되는 것처럼 스스슥 물의 표면을 기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화장실 바닥에 고여있는 물은 파도가 치듯이 출렁였다. 그 모습이 마치 바다를 보는 것 같아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삑-!

       삐이익-!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욕조에 잠겨있던 인형들이 일제히 떠올랐다.

       다른 인형들 역시 수면 위에 떠오르기 무섭게 벌떡 일어나 연기를 토해냈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면서 바닥을 기어서 문을 향해 움직였다.

         

       ‘차갑다.’

         

       그 연기는 차가워서.

       살이 얼어붙어서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추워서.

       그는 그저 입을 틀어막고 덜덜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입안에 머금고 있는 부적 때문일까?

       연기는 덜덜 떨고 있는 그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문 앞에 밀집해 모여들었고, 이윽고 바닥에 떨어진 천을 주워서 허공에 띄우더니 문고리에 걸어서 당겼다.

         

       덜컹.

         

       그러자 닫힌 화장실의 문이 열리고 틈이 생겼고, 그들은 일제히 그 틈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화장실의 전등이 수명이 다 된 것처럼 깜빡깜빡 점멸하더니 이윽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암전되었다. 그리고 그 어둠이 내려앉은 물바다에서 정치인은 계속해서 입을 틀어막은 채 덜덜 떨었다.

         

       『 화장실의 불이 꺼진다면 자네는 이제 안전해졌어. 자, 지금부터 잘 기억하게. 입안에 든 부적을 손바닥에 뱉고 그것을 잘게 찢은 다음에 바닥에 뿌리게. 참. 갈증이 있다고 해서 물을 마시려 들면 안 되네. 절대로.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자네는 물을 마시면 안 돼. 그리고…. 하하, 긴장하지 말게. 자네가 평상시 달고 다니던 말을 세 번 외치면 될 뿐이야. 』

         

       그는 덜덜 떨리는 손에 입안에 든 부적을 뱉었다. 그리곤 진성의 당부대로 문 바깥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부적을 갈기갈기 찢고 바닥에 버렸고, 그리고 목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힘껏 외쳤다.

         

       『 자, 따라 해보게. 오….』

       “오츠카레사마데시타(おつかれさまでした)!”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뜻의 오츠카레사마데시타.

         

       진성이 말했던 대로 그가 항상 달고 살았던 말이다.

         

       “오츠카레사마데시타(おつかれさまでした)!”

         

       하지만 왠지 모르게.

       왠지 모르게 지금 외치고 있는 것은 그가 평소에 외치던 수고하셨습니다(お疲れさまでした)가 아닌 다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정치인이었지만 지금 그가 행한 것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안다. 진성은 그에게 주술, 그것도 강령술에 가까워 보이는 의식을 행하게 시켰고, 실제로 인형에서 귀신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와서 밖으로 나간 상황이다.

         

       그런 소름 끼치는 의식의 마지막에 하는 말이 고작 ‘수고하셨습니다’ 일까?

         

       ‘어쩌면 이건, 이건.’

         

       그는 눈을 딱 감고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오츠카레사마데시타(おつかれさまでした)!”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고하셨습니다(お疲れさまでした)’가 아니라.

         

       ‘빙의.’

         

       ‘빙의된 사람입니다(お憑かれ 様でした)’라는 뜻의 ‘오츠카레사마데시타’가 아니었을까?

         

         

         

        * * *

         

         

         

       강령 주술 의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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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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