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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50화. 악몽이어라 ( 1 )

       

       

       

       

       

       “어으으ㅡ!”

       

       

       늦여름이 기승을 부리며 더위를 자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쌀쌀해진 바람이 옷을 파고들었다. 차가운 공기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회사에서 급하게 추가된 작업을 마치고 나니, 밖은 뉘엿뉘엿 어두워져 거리 곳곳에 가로등이 길을 비췄다.

       

       길가에는 듬성듬성 사람들이 집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마 저들도 나처럼 늦게까지 일을 한 사회의 톱니바퀴들이겠지.

       

       

       “으으… 엄청 춥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고 출근을 했던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추워진 날씨. 나는 집으로의 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띵ㅡ동ㅡ

       

       “안녕히 가세요.”

       

       

       집 가는 길에서 산 4개에 만원인 캔맥주. 한 손에 비닐봉투를 달랑거리면서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삑,삑삑삑ㅡ 삐리릭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옷을 훌훌 벗어 던진다. 곧장 화장실로 향해 뜨끈한 물로 샤워를 즐긴다. 이렇게 서 있자니, 퇴근길에 또 만난 이상한 사이비 여자가 생각났다.

       

       

       “… 참나. 나한테 뭐 벗겨 먹을게 있다고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냐.”

       

       

       출근길에 만난 사이비 여자는 놀랍게도 내가 퇴근할 때까지 회사 근처를 서성거리며 날 기다렸다. 이렇게 추운 날에 그 독한 마음은 인정해 줄만 했다.

       

       

       “허, 뭐? 기운이 너무 맑아? 어이가 없어서.”

       

       

       예쁘게 생긴 여자가 어쩌다 그런 사이비에 빠진 건지.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기운이 너무 맑다는 말을 반복하던 사이비 여자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얼굴은 참 예뻤는데…

       

       대충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적당히 젖은 몸을 닦아낸다. 오늘 저녁은… 케찹 콩나물 무침에 햇반이다.

       

       

       “내일 월급이다… 진짜 다 뒤졌다.”

       

       

       내일 저녁은 삼겹살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핸드폰을 켰다. 익숙한 로딩화면이 지나가고, 무기 만들기 게임의 로고가 나타났다.

       

       이윽고 화면에 나타나는 신전. 출석 보상부터 확인해야지.

       

       

       빠밤ㅡ!

       

       《출석체크! 보상이 우편함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우편함을 열어 봤다. 랜덤 박스를 깔 때처럼 두근거리는 가슴.

       

       

       빠밤ㅡ!

       

       《”이상한 사탕”을 획득하였습니다!》

       

       

       분홍색으로 생긴 사탕을 받았다. 뭔가 먹으면 레벨업하게 생긴 사탕이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이상한 사탕 : 이상한 맛이 난다. 이상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많이 먹으면 이 상한다.》

       

       

       설명문에 적힌 몹쓸 드립에 눈이 찌푸려졌다. 저런 아재드립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뭔지도 모르고, 이상한 에너지? 이건 그냥 아무 주민한테 선물로 줘야겠네.”

       

       

       오랜만에 광산이나 좀 뚫어볼까 해서 광산 쪽으로 화면을 옮겼다. 지금이… 6층에 ‘튼튼한 금’까지 열려 있다.

       

       

       “광산 한 층 더 뚫어야겠네.”

       

       

       골드가 제법 쌓였으니, 광산의 7층을 열어 준다. 우수수 빠져나가는 골드, 보고 있자니 약간 후회도 된다.

       

       

       “그냥 무기 해금할걸 그랬나?”

       

       

       아니, 광산은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나는 장투를 하는 개미의 심정으로 광산을 뚫은 거다.

       

       드워프들이 7층에서 뚱땅거리며 곡괭이질을 하다가, 신전으로 뚜방뚜방 걸어와서 광물을 바친다.

       

       

       빠밤ㅡ!

       

       《최초획득! ‘반짝이는 백금’을 획득!》

       

       

       오 백금. 저번의 금에 이어서 앞에 붙은 수식어들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실감이 된다. 얼른 무기도 괜찮은걸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지.

       

       

       “백금은 제련소에 넣어놔야지.”

       

       

       높은 등급의 광물일수록 제련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진다. 제련소의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드워프가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뒤이어 적당히 쌓인 무기랑 골드를 처분하고, 여관에 온 모험가에게 무기를 팔았다. “마수 토벌”까지 돌려주면, 이제 오늘 할 일은 끝이다.

       

       

       “케니스는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마수 토벌에 나오고 있네.”

       

       

       마수 토벌에 한동안 안 나오더니, 어느새부터 다시 나타났다. 버그인가?

       

       

       “모르겠네…”

       

       

       내가 고민해봤자 뭔가 해결되지는 않을 테니. 세계 탐험 모드로 화면을 옮겼다.

       AI랑 그래픽의 수준이 꽤 높아서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신앙심을 수금하고, 성도의 여기저기로 화면을 옮기며 돌아다니는 주민들을 구경했다. 저들끼리 웃고 떠들며, 물건을 흥정하고 다투기도 한다.

       

       

       “… 진짜 잘 만들었네.”

       

       

       시야를 옮겨 거대한 신전을 향했다. 신을 모시는 곳인지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굉장하다.

       

       

       “오, 한스?”

       

       

       방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한스를 발견했다. 내 여관에 처음와서 무기를 산 모험가, 한스를 여기서 보다니.

       

       

       “아, 여기 있는 애들이 여관에 오는 거구나.”

       

       

       아마 이쪽 세상에 있는 주민들을 여관으로 불러오는 느낌인 것 같다.

       

       

       

       문득 출석으로 받은 이상한 사탕이 떠올랐다. 이상한 사탕을 한스한테 주면 되겠네.

       

       

       

       “자, 먹어라. 이상한 사탕이다.”

       

       

       한스 앞에 이상한 사탕을 드래그로 툭 떨궜다. 누워 있던 한스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사탕을 주워 먹는다.

       

       

       “오…”

       

       

       맛이 정말 이상한지 한스가 눈을 찌푸리고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침대에 픽 쓰러졌다. 어?

       

       

       “… 죽었나?”

       

       

       정보를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 일단 한스도 즐겨찾기를 해 두고, 저번에 방패를 준 영웅급 모험가… 이름이 뭐더라? 이스카? 이슬카?

       

       하여튼, 그 녀석을 찾아 화면을 옮겼다.

       

       

       “뭐야? 얘 어디가?”

       

       

       왜 혼자 말타고 가는 거야? 거긴 안개로 막힌 곳인데. 안개로 막힌 곳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리는 이스칼.

       

       

       놀랍게도 이스칼이 이동하자 그 주변의 안개가 사라져간다. 아마 스타크래프트마냥 보고 있는 주민이 길을 터놔야 안개가 사라지는 듯한데.

       

       

       “… 어디까지 가는 거야?”

       

       

       궁금한 마음에 캔맥주 한 캔을 까면서 이스칼을 화면에 고정했다.

       

       

       

       

       *********

       

       

       

       

       카이사르는 응접실의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내쉬었다.

       이 만남에, 앞으로의 제국이 결정된다. 뒤에서 하인들이 들고 오는 높은 종이의 산에 시선을 줬다.

       

       재상과 자신이 며칠 동안 밤을 새서 만든 스툴투스의 악행에 대한 자료들. 이제는 자신이 이단 심문관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 달렸다.

       

       

       “… 열어라.”

       

       

       매끄럽게 기름칠 된 문이 소리 없이 열린다.

       응접실로 향하는 카이사르의 발걸음은, 마치 전쟁에 나가는 장수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 실로 비장한 모습이었다.

       

       응접실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붉고 검은 머리의 소녀들과 핑크 머리의 여자아이, 은발의 중년 사내와 까마귀 가면을 쓴 이단 심문관.

       

       

       ‘어째서 심문관이 한 명이지?’

       

       

       카이사르는 그런 의문을 겉으로 드러낼 만큼 어수룩하지 않았다. 능구렁이 같은 귀족들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기본이었다.

       

       

       “여섯 신의 은총이 있기를. 제국의 황제를 뵙습니다.”

       

       

       은발의 중년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그으며 카이사르에게 인사했다.

       제국의 황제를 상대로 허리를 굽히지도, 머리를 숙이지도 않았다. 다른 이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그었다.

       

       뒤에 서 있는 호위 기사들이 발끈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카이사르는 침착하게 성호를 마주 그었다.

       

       

       “그대들에게도 여섯 신의 은총이 있기를.”

       

       

       카이사르가 상석에 앉자 중년남성이 일행의 대표로 나서 이름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 명뿐이라는 팔라딘과 신에게 선택받은 용사, 북부의 공작령에서 온 공녀와 용사의 보좌를 명받은 사도 그리고 이단 심문관.

       실로 화려한 인원 구성에 카이사르는 목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도대체 성도는 이번 일에 얼마나 진심이란 말인가?’

       

       

       카이사르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지고, 데모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이번 일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시작한다. 카이사를 한 차례 마른침을 삼켰다.

       

       

       “스툴투스에 대해 말하는 거라면, 천벌을 받았다고 알고 있네. 그자는 제국 내에서도 그 포악한 성질과 악행으로 악명이 높았던 자로ㅡ”

       

       

       데모닉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스툴투스의 악행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온 것이 아닙니다.”

       

       “뭐라?”

       

       “폐하, 그 전에 방에 있는 사람들을 물려주십시오. 큰 혼란이 뒤따를 내용입니다.”

       

       

       데모닉은 뒤에 부동자세로 있는 호위 기사들을 가리켰다. 무례한 태도에 발끈한 기사들이 손을 꿈틀거렸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황제의 칼날이었고, 칼은 주인의 명 없이 휘둘러지지 않는 법.

       

       

       “… 물러가라.”

       

       “폐하!”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 물러가라.”

       

       “… 알겠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호위 기사들이 응접실을 나갔다. 카이사르가 데모닉을 바라봤다. 이제 만족하냐는 듯한 눈빛.

       데모닉은 묵묵히 황제를 마주 봤다.

       

       

       “그래서 할 얘기가 무엇인가?”

       

       

       데모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신전에서 조사한 결과… 스툴투스는 악마와 계약한 자입니다.”

       

       “뭐, 뭐라고?!”

       

       

       카이사르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악마와 계약했다고? 도대체 어디서… 아니 언제부터? 

       

       

       순간 카이사르의 머리에 떠오르는 스툴투스의 의료술…’치료’.

       더없이 불길한 감각이 그의 뒷덜미를 스쳤다.

       

       

       설마.

       

       “스툴투스는 악마와 계약하여 얻은 능력으로ㅡ”

       

       아닐 것이다.

       

       “환자들에게 그 능력을 사용하여ㅡ”

       

       아니여야 한다.

       

       “…속칭 ‘악마병’이라고 하는 저주의 씨앗을 심고ㅡ”

       

       

       데모닉의 입에서 나오는 끔찍한 말들. 카이사르는 순간 시야가 크게 흔들린다고 느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그를 조롱하며 춤추는 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악마병에 감염된 자는 최후에는 끔찍한 마귀가ㅡ”

       

       율리우스.

       

       “주변에 다른 피해자가 있으면 하나로 합쳐지며ㅡ”

       

       내 아들.

       

       “현재로선 해결 방법을 찾는 중ㅡ”

       

       하나뿐인 내 아들.

       

       “우선 최소한 조치를 위해 환자들의 명단을 부탁ㅡ”

       

       “아,아아…”

       

       

       주변의 소리가 멀어지며 먹먹해진다. 점차 일그러지는 시야에 모든 것들이 두 개, 세 개로 나뉘며 춤추고 조롱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비틀거리는 것이 자신인지, 주변인지 알 수 없다.

       

       

       “아…”

       

       

       카이사르는 순간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 탁ㅡ하고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점차 시야가 어두워지고, 바닥의 카펫이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

       주변의 소리가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먹먹하게 퍼져나간다.

       

       그래, 이 모든 것은 꿈일 것이다.

       

       실로 기분 나쁜 악몽이어라.

       

       깨어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율리우스는 건강하게 있을 것이고, 자신과 재상은 열심히 정무를 볼 것이다.

       

       그런 평범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ㅡ하! 폐하ㅡ!”

       

       

       하나뿐인 내 아들 율리우스. 

       

       

       “ㅡ루엘! 어서———!!”

       

       

       사랑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루디케르’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애국자가 될 뻔 했어요… 애국자 드리프트 멈춰!!!

    – ‘agness80’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나중에 준비가 되면 저도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될겁니다!!! 아마 저는 아버지를 닮은 멋진 아빠가 되겠죠!!!

    – ‘신선우’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앗…!!! 어디선가 강력한 저그 폭풍이…!!!

    – ‘신선우’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앗…!!! 어디선가 강력한 저그 폭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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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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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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