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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0

       *** ***

         

       포달랍궁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노골적으로 몰려드는 참호당의 무인들 때문에 라사에서도 비상이 걸렸고 사라와 라모는 수도승들을 이끌고 출진했다.

         

       나빈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시비들과 안색을 굳힌 수도승들이 풍기는 분위기에 서공을 꼭 안았다.

         

       싫은 분위기였고.

         

       또한 포달랍궁에 온 뒤로 잠시 잊고 있었던 분위기이기도 했다.

         

       정삼 그리고 여진상의 식구들과 함께 살았던 마을은 비교적 평화로웠으나 그렇다 한들 위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적떼나 다름 없는 사파의 무인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적도 있었고 호천안이 오기 전에는 혈교의 무리에게 점령당한 적도 있었다.

         

       호천안과 여행하며 도움을 청해 온 중원 사람들이나 유목민들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도움을 청하러 온 이들은 혈교의 잔당들에게 시달리고 있었고 유목민들 역시 도적떼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포달랍궁은 달랐다.

         

       포달랍궁은 평화로웠다. 포달랍궁의 수도승과 시비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자신을 귀여워해주는 라모도. 같은 절맥증을 앓았기에 공감대가 있는 사라도. 그리고 영물들과 친해지려 노력하는 수도승과 시비의 행동들. 그러한 모든 것들이 나빈이 포달랍궁을 좋아하게 만든 요인이었지만 평생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근간은 나빈의 생에 처음으로 평화롭다 느낀 장소가 바로 이 포달랍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나빈은 포달랍궁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빈은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나빈을 확인한 호천안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다.”

         

       호천안은 손을 들어 나빈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 손길에 나빈은 호천안에게 기대며 중얼거렸다.

         

       “아무 일도 없겠죠?”

         

       “그럼. 다들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란다.”

         

       나빈은 호천안의 품에 뛰어들며 기도했다.

         

       부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포달랍궁에 이 평화가 계속 지속되기를.

         

       나빈이 그리 간절하게 기도할 때.

         

       포달랍궁의 수도승들을 이끌고 하산한 사라는 산 중턱에서 참호당의 무리와 마주하고 있었다. 사라는 그들 사이에 섞여 있는 익숙한 기운에 인상을 찡그렸다.

         

       “나와라. 사복설.”

         

       “크크. 오래간만이로군. 궁주?”

         

       사라는 지긋지긋한 눈으로 사복설을 바라보았다. 참호당의 세력이 황제의 분노로 인하여 서장으로 피신한 이후 사복설은 계속해서 라사를 노려 왔으니 직접 손을 섞은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사라는 뿌리까지 흰색으로 변해버린 사복설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소란을 피워 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걸 잘 알고있음에도 이게 무슨 소란이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라…어린 계집이 꽤나 기고만장해졌구나.”

         

       사복설은 끌끌거리며 과거를 회상했다.

         

       사천의 정파들을 밀어내며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던 나날.

         

       돌연 황제의 분노가 운남을 향해 쏟아졌다.

         

       이미 사천 공략에 전력을 다하고 있던 문파는 황제의 분노 앞에 산산조각이 났다.

         

       사복설은 어쩔 수 없이 일부 남은 세력을 수습해 중원을 떠나 서장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서장에 있는 것은 황량한 평야와 유목민 뿐이었으니. 중원 못지않게 드넓은 서장이었으나 사복설의 눈에 차는 대상은 하나뿐이었다.

         

       라사와 포달랍궁.

         

       박살이 난 참호당과 포달랍궁의 전력 차이는 상당했지만 그럼에도 사복설은 포달랍궁을 상대로 승산이 있다 판단했다.

         

       그 당시, 갓 궁주의 자리에 올랐던 사라의 경지는 화경이었으니까.

         

       그러나 사복설은 쉬이 사라를 제압해내지 못했다.

         

       사라에게는 구음절맥을 극복하며 손에 넣은 구음기가 있었으니까.

         

       ‘그 때 전력을 다해서 꺾었어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사복설은 쓴웃음을 지으며 사라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사라 역시 사복설과 동등한 현경의 경지. 쉬이 승패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라는 더더욱 사복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참호당이 계속해서 포달랍궁을 도발해 오고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승패는 가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포달랍궁이 라사의 치안이나 포달랍궁 내에 존재하는 수행자들의 안전 등을 도외시한 채 전력을 다하면 참호당은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사 인근을 맴돌며 약탈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직접 포달랍궁을 노리다니?

         

       “선전포고를 하러 왔다.”

         

       “….선전포고?”

         

       이미 포달랍궁과 참호당이 대립한 세월이 얼마인제 이재 와서 선전포고라니. 사라는 사복설의 말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사복설은 사라의 옆에 서 있는 라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장에서 참으로 오래도 지났구나. 파릇파릇한 애송이가 낳은 딸이 장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어.”

         

       사라는 잠차고 사복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 내가 서장에 올 때만 해도 몇 년 뒤에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황국의 무림 탄압은 그만큼 뜬금없는 것이었으니까. 그저 무림에서 일어난 대규모 분쟁이 황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여겼지.”

         

       사복설은 그저 황국의 행동이 지나가는 바람이라 여겼다. 관이 무림을 억압하는 일은 드물긴 하지만 꾸준히 일어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황국의 분노는 그칠 줄 모르고 중원 전체를 휩쓸었지.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감을 직감했지만 혈교의 발호로 인해 천하가 또 어지러워졌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사복설은 포달랍궁을 도모하며 서장에서 때를 노리기로 했다.

         

       혈교가 아예 황국을 무너뜨리거나, 아니면 혈교를 물리치기 위해 황국이 무림의 탄압을 멈추거나.

         

       그러나 사복설의 기다림은 반만 결실을 거두었다.

         

       혈존이 암살당하며 혈교는 사분오열되었고 황국은 어찌어찌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니까.

         

       서장의 고원을 떠돌던 중원의 무인들 중 적지 않는 이들이 이 시기에 은근슬쩍 다시 중원으로 돌아갔으나 여전히 황국의 주요 표적이었던 사복설은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도 사복설은 희망을 품고 계속해서 기다렸다.

         

       혈교의 머리인 혈존은 제거되었지만 혈교의 힘은 그대로 남아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었으니까.

         

       “혈교의 무리들에 의해 중원의 혼란은 점차 가중되기만 했고. 그렇기에 나는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황국이 무너지던가, 황국이 무너지기 시작한 계기인 무림 탄압이 철폐되던가. 그 둘중 하나가 이루어질 것이라 여겼으니까.”

         

       그렇게 시시각각 무너지는 황국의 근황을 접하며 긴 기다림을 이어가던 사복설.

         

       “허나 또 기이한 소문이 귀에 들려오더군. 지금 포달랍궁에 머물고 있는 뇌명존자에 대한 소문 말이다.”

         

       그런 사복설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 소문이 있었으니 바로 뇌명존자에 대한 소문이었다.

         

       뇌명존자에 대한 소문은 사복설조차 진위를 의심하게 될 정도로 허황된 것이었다. 단신으로 혈교의 영물들을 다루고 중원 각지에 퍼진 혈교의 잔당들을 소탕하고 황국의 암적인 존재였던 흑림군도까지 말끔하게 청소했다?

         

       사복설은 영물들이 포달랍궁으로 들어갔다는 라사의 소문을 접하고 나서야 뇌명존자에 대한 모든 소문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 나는 숨죽이고 중원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사복설은 포달랍궁조차 잊고 중원 변화를 주시했다. 무림에 다시 없을 절대적인 고수의 등장. 천하의 혼란을 잠재운 협객이자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황국조차도 끝장낼 수 있을지 모를 위협인 뇌명존자의 등장에 황국은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여줄 것인가.

         

       “그러나 황국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더군.”

         

       석 달.

         

       사복설은 석 달간 뇌명존자에 대한 황국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그의 귀에 들려오는 소식은 아무 것도 없었다.

         

       “황국의 의중을 살필 수 있는 그 어떤 의사 표현도 없더군.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확실하게 황국의 의사를 깨달았다. 황국의 무림 탄압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뇌명존자는 무림인이기에 황국의 혼란을 일으켰던 혈교를 처리했음에도 언급하지 않겠다.

         

       현 황국의 실정으로는 뇌명존자를 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니 그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겠다.

         

       어느 쪽을 해석해도. 혹여 다른 쪽으로 해석할지라도 사복설이 볼 때 황국의 의사는 명백했다.

         

       여전히 황국은 무림을 적대할 의사를 지니고 있다고.

         

       “그런 황국이 말일세 점차 힘을 회복하고 있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사라는 그제야 사복설의 눈에 들끓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중원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는 뜻이야.”

         

       분노.

         

       제 스스로 충분히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현경의 경지임에도 도무지 숨길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사복설을 휘감고 있었다.

         

       “그러니 난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행동하기로 정했다.”

         

       “…설마 이 서장과 포달랍궁을 손에 넣고 황국으로 진군하기라도 할 셈이냐?”

         

       “못할 것이 무엇일까.”

         

       “제정신이 아니구나.”

         

       “흐흐흐….!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사복설은 웃음을 터트리며 생각했다. 긴 기다림의 결과가 이러한데 어찌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사복설은 사라에게서 시선을 떼고 포달랍궁을 올려다보았다.

         

       포달랍궁 어딘가에는 현 사태의 원흉이 되는 뇌명존자가 있을 터.

         

       사복설이 사자후를 터트렸다.

         

       [뇌명존자는 들어라!]

         

       [그대가 중원에 평화를 가져왔음에도 그 혼란의 주역이었던 황국은 반성하지 않고 조금도 변함이 없었으니!]

       

       [나 혈도 사복설은 포달랍궁을 손에 넣고 힘을 키워 무림을 핍박하는 황국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러니 한 사람의 중원인으로 묻겠다! 그대는 후대에 후대까지도 이 핍박을 되물림할 셈인가?]

         

       [3일후. 나는 포달랍궁을 향해 공격을 가할 것이고 죽음조차 불사하며 포달랍궁과 이 라사를 손에 넣을 것이다!]

         

       [이를 명심하라!]

         

       뇌명존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모든 말을 전한 사복설이 안색이 굳은 사라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럼 3일 뒤에 보자꾸나. 그때는…지금처럼 쉬이 물러나지 않을 터이니.”

         

       포달랍궁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 ***

       

       “나쁜 사람! 나쁜 사람이에요!”

         

       나빈은 사복설의 사자후를 모두 듣고는 펄펄 날뛰었다.

         

       “포달랍궁의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착한데! 왜 그런 사람을 괴롭힌다는건가요!”

         

       씩씩대던 나빈은 호천안에게 매달렸다.

         

       “할아버지! 저 나쁜 악당들을 물리쳐 주세요!”

         

       호천안은 말없이 나빈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호천안이 선뜻 대답을 입에 담지 않자 나빈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할아버지?”

         

       호천안은 그런 나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도 이제는 인연이 생겼구나.’

         

       나빈은 포달랍궁의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복설의 말에 이렇게 분개하는 것이겠지.

         

       호천안은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호천안은 지금까지 나빈이 겪은 여정. 그리고 겪어야 할 여정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천하를 떠돌아야 할 일이었고. 그 과정은 나빈이 견디기에는 혹독한 일일 것이다.

         

       노숙과 작별 그리고 위험한 일의 연속이겠지.

         

       ‘그저 내 욕심만으로 나빈이에게 그러한 일들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지.’

         

       호천안은 지금까지 정립한 나빈의 치료법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나빈의 치료법은 거의 확립되었다.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포달랍궁에서 머무른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

         

       나빈이 만약 이 포달랍궁에 남는다면 나빈은 굳이 호천안을 따라 올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호천안은 나빈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아니 보다 솔직하게 설득하고 싶었다.

         

       천하를 지킨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나빈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빈이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뒤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빈아. 저들이 이 포달랍궁에 처들어 오질 않길 바라느냐?”

         

       “네!”

         

       “그렇다면 어디 직접 한번 저들을 설득해 보겠느냐?”

         

       “…네?”

         

       호천안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나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허허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험생 분들께서 제 소설을 볼지는 모를 일이지만…

    수험생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언제나와 같은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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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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