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01

       

        

        

        

        

       “수고했어요. 지금부터 현실 기준으로 30분 정도 휴식합니다.”

        

       “후아…!”

        

       “아으, 정신나갈 것 같아….”

        

        

        

        상어, 그리고 북극곰과 대화를 나눈 후로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어느덧 10월의 절반 이상이 훌쩍 지나간 것도 모자라 후반에 접어든 시점이었지만 내가 할 일은 동일했고, 쳇바퀴 돌듯 반복적이었다.

        

        그래도 1년 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당시에는 ‘그래서 유진이 누군데 갑자기 굴러와서 코치에 선수까지 해먹냐’라는 반응이 간간이 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정도려나. 다들 내가 이번 년도에도 한국에 우승을 가져다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와중이다.

        

        물론 사람들이 내게 뭘 기대하든, 그리고 무슨 착각을 하든…그건 다이스와 하모니의 몫이지. 작년 본선이 끝을 맺고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이 또다시 열리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간격이 있었으므로 그 사이 다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다른 나라의 국가대표를 분쇄하는 건 이젠 내 몫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 역보정을 걸고 대회 랭크부터 참가했더라면 몰랐겠지만 말이다.

        

        

        꽤나 지친 듯한 하모니와 다이스가 내 근방으로 다가와 주저앉더니, 이내 대자로 뻗었다.

        

        현실이 아닌 VR  내였기에 체력은 실제 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증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했다. 이 둘을 비롯한 한국 국가대표들이 구르면 구를수록 우승, 혹은 그에 준하는 훌륭한 성적을 뽑아낼 확률이 높았으니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긴 했지만.

        

        수고했다는 말조차 없이 가상현실 내에서 30분 가량이 흐르고, 피곤함과 노곤함에 범벅이 되어 쓰러졌던 다이스와 하모니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머리에 물을 아낌없이 부어주려고 했더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요?”

        

       “네에.”

        

       “고생했어요.”

        

       “…하와이에서 했던 말이 진짜였네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송출한다는 것만 빼고는 전부 진실이죠, 물론.”

        

        

        

        물론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 두 명 뿐만이 아니라 다른 쪽에 제각기 널브러져있는 잉크, 미카엘, 갬빗을 비롯한 아시아 예선전 선발자들 전부 불평을 가지지는 않으리라.

        

        이들은 국가대표였다. 한 나라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와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췄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상대를 꺾고, 으깨고, 부숴야만 했다. 적어도 자신의 어깨가 짊어진 무게를 모르고 설렁설렁 임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로 무거운 이야기는 끝.

        

        기껏 쉬는 시간을 주었는데 다시 일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겠지.

        

        

        어느덧 꽤나 기운을 차린 두 명에게 물어볼 게 좀 있었다.

        

        

        

       “두 분은 패션에 관심이 있나요?”

        

       “갑자기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말하겠어요. 트레이닝 와중에 물을 순 없잖아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아해하는 둘의 반응을 정론으로 깡!해버린 뒤 대답을 기다렸다.

        

        30초 가량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했지만, 이 두 명은 대략 7초 가량의 정적 이후 – ‘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와 같은 이런저런 제스처와 함께 – 나름대로의 확신을 담아 입을 열었다.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서양 쪽 패션 인플루언서들을 많이 팔로우해놨거든요. 가끔 어떤 코디를 하고 밖을 나갈지 고민이 되면 그쪽을 참고해서 옷을 입고 나가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에서 옷을 종종 사기도 하고….”

        

       “오호. 저랑 비슷하시네요.”

        

       “민아도 크게 다르지 않나보네요.”

        

       “그렇죠. 근데 팔로우하는 사람이 예린 씨랑 다를 거예요. 기본적인 키 차이가 있다보니…저는 160 초반이라서 저랑 키가 비슷한 사람을 많이 팔로우해뒀고…아마 저쪽도 비슷할 거구요.”

        

       “으음.”

        

        

        

        그런 차이가 있구만.

        

        생각해보니 그 말대로였다. 민아의 신장은 162cm, 다이스의 신장은 168cm. 현저한 차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랬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한 차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 하지만 심도있게 파고들 필요도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 뿐.

        

        아무튼 밑밥도 적당히 깔았겠다, 이제 갑자기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이유를 던져줄 시간이었다.

        

        스으- 하고 숨을 들이마신 후 내뱉듯 덧붙였다.

        

        

        

       “혹시 올리비아 로렐라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

        

       “로렐라이요? 당연하죠!”

        

       “그 사람 꽤 유명하지 않아요?”

        

       “…그래요. 또 제가 문외한인 탓이죠.”

        

        

        

        …이 사람, 현실에서 도대체 뭘 하고 다녔던 거야.

        

        까놓고 말해서,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지만…나는 이 양반이 현실에서는 뭘 하고 다니는지를 잘 몰랐다. 다크 존이 현실과 겹쳐졌을 시점부터는 더더욱. 태스크포스 레이저로 계속 활동 중이었으니 현실에서도 로건이랑 로렌티나마냥 SOF에 속할 줄 알았지.

        

        그래서 딱히 알아보지 않았지만…원래 방심하거나 관성대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하지 말아야만 하는 일이었거늘, 하던 대로 생각한 결과가 내 뒤통수를 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튼 괜시리 입을 열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보단 이 두 명의 입을 빌려 이 세계의 올리비아가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어본 결과-

        

        

        

       “…아주 인기스타네요.”

        

       “그럼요. 키도 무슨 183cm나 되서 직접 모델로도 자주 나가고, 유명 해외 브랜드랑 협업도 하고…자기만의 브랜드를 딱히 런칭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게 독특하긴 한데, 어쨌든 인기 엄청 많은 사람이예요.”

        

       “전 저 정도까지는 모르긴 한데…아무튼 유어스페이스 서칭하던 와중 꽤 자주 보긴 했어요. 머리스타일이 되게 독특해서 꽤 말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요.”

        

       “아하.”

        

        

        

        짧다면 짧은 문답.

        

        그러나 이것으로 몇 가지 사소한 사실을 알았다 – 다이스는 올리비아, 다르게 말하면 닉스의 최근 동향은 딱히 살피지 않은 듯했다. 만약 봤더라면 저 사람이 왜 우리가 갔던 야외 사격장에서 바렛을 연발로 쏴대고 있냐며 내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하모니의 대답을 통해 안 두 번째 사실. 이들은 올리비아가 EM급이라는 사실은 모른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이 양반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나와 로렌티나, 그리고 로건처럼 체력과 힘이 극적으로 늘어난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일반인들보단 확연히 강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게 3대 1500 가량이었으니, 그 정도도 사실상 인간의 한계 이상이겠지.

        

        

        아무튼 그 이후로 딱히 말한 게 없어서 그런지, 이 두 명은 내가 올리비아에 대해 물어본 이유를 제멋대로 추측하고는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하긴, 이제 유진 씨도 패션에 좀 관심을 가질 때도 됐어요.”

        

       “이렇게 좋은 옷걸이를 두고 자꾸 평범한 옷만 입는 건 범죄에요, 범죄. 돈도 많으실텐데 코디네이터라도 고용하는 게 어때요? 맨날 드론캠 켤 때도 쌩얼로만 켜시고. 저희 하와이에서 얼마나 열심히 화장하고 다니는 거 보지 않았어요?”

        

       “포기해요, 민아. 드론캠 산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하와이까지 가서도 대쪽같은 걸 보면 알잖아요. 게다가 아무 옷이나 걸쳐도 슈퍼모델처럼 보이는 사람인데요, 뭐.”

        

       “….”

        

        

        

        …그래, 마지막에 요상한 말을 해서 관자놀이 주먹돌리기를 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이스도 많이 성장한 거겠지.

        

        그렇게 두 사람을 뚱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이 둘은 금세 또 눈치를 채고는 덧붙였다.

        

        

        

       “그래서, 갑자기 유진 씨가 그 분한테 관심을 가진 이유가 뭐예요? 콜라보레이션 요청이라도 왔어요?”

        

       “생각해보니 진짜 그럴 것 같기도 하고…근데 그런 오퍼가 들어오면 저희한테 물어보는 것보단 제대로 된 전문가 분들한테 여쭤보는 게 더 나을 거예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하이구.”

        

       “앗, 설레발이었구나.”

        

       “아, 그래요? 뭔가 또 수상쩍은 일을 진행하는…건 아닐 거고. 이거 혹시 물어봐도 되는 거예요?”

        

        

        

        흐음.

        

        그 말을 듣고 난 뒤 잠깐의 고민이 이어졌지만, 어차피 이 양반이 한국에 얼마나 머무를지도 모르고, 추후 어떤 식으로 다시 엮일지도 몰랐으니…그냥 이 두 명에게 말해두는 게 낫겠지.

        

        잠깐 입술을 달싹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이라서요.”

        

       “…네?”

        

       “그리고 내일 한국 방문하고요.”

        

        

        

        당연하겠지만, 그 말을 들은 두 명의 얼굴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럴 것 같았다.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요?”

        

       “뭐겠어요. 깜빡이 좀 켜고 들어오라고 닦달당했죠. 그치만 저도 피해자라구요. 하와이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른다더니 출국 직전에 ‘한국 시간 기준으로 저녁 즈음에 도착한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어쩌겠어요.”

        

       “발현자들이란 원래 그런 농담을 즐기는 법이죠. 허용 범위를 쓸데없이 잘 알아서 그런지 선을 넘지 않는 농담만 해대기도 하고.”

        

       “…아무튼 선임이 새벽에 깨어있어서 다행이네요. 이제 곧 들어가시나요?”

        

       “내일은 비번이라 언제 자든 상관은 없어요.”

        

        

        

        발현자-농담이라. 참 쓸데없이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앞으로는 다이스랑 하모니한테 이런 느낌으로 하는 농담은 좀 줄여보도록 하자. 당장 지난 번 하와이 여행 막바지에서 두 명을 신명나게 굴리겠다고 했던 말도 그렇고…과연 나중의 내가 그걸 지킬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현재 시간은 오후 5시가 좀 넘었고, 로렌티나가 있는 곳은 새벽 4시 가량. 아직도 취침을 안 하고 있기에 혹시나 해서 시크릿 라인으로 연락해본 결과였다.

        

        듣자 하니 훈련 마지막 날이라더라. 디브리핑까지 끝나 해산한 시점. 특수부대원의 밤낮이 휙휙 바뀐다는 것은 마치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마냥 자명한 사실이었으므로 이 시간이 되어도 안 자는 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내일은 하루종일 잠만 잘 예정이니, 자기 전까지 아무 말이나 떠들어보라는 로렌티나의 등쌀에 못 이긴 내가 발걸음을 옮기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설명이 늦었는데,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었다.

        

        

        

       “공항이야 거기서 거기죠. 여긴 항상 붐벼요.”

        

       “하와이로 출국할 때 한 번 들렀던 곳이로군요. 꽤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둘이서 1등석 라운지의 음식을 싹 털어먹었던 기억밖에 안 나는데요.”

        

       “충분히 즐거운 장난이었죠, 그건. 후후.”

        

        

        

        물론 전부 털어먹지는 않았다. 적당히, 적당히.

        

        만약 호떡까지 같이 출국했었더라면 라운지에 비치된 음식들이 싸그리 털렸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겠지만,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까지는 없었다.

        

        아무튼 인천공항으로 온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대책없이 한국으로 찾아올 예정인…지금쯤 대한민국 중부 상공 어딘가에 있을 올리비아를 맞이하기 위함이었다.

        

        

        

       “올리비아가 꽤나 무턱대고 찾아온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닥 신경쓰지 않는군요, 막내.”

        

       “저 혼자 지내기에는 적적한 집이거든요. 종종 진이랑 레인도 오고가는 와중에 한 명 더 식객으로 부르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게다가 선임도 대놓고 찾아왔잖아요?”

        

       “후후, 영구 출입증을 막내가 줬으니 써먹어야지요.”

        

        

        

        한 귀로 로렌티나의 말을 흘리며 어느 정도 이동하다보니 입국자를 맞이하는 게이트가 보인다.

        

        외국인이 인천공항의 입국 게이트로 빠져나와 한국 땅을 디디는 길은 크게 A 게이트와 B 게이트 두 개로 나뉘어졌고, 올리비아가 탄 비행기는 B 방향에 좀 더 가까이 댈 예정이었으므로 나 역시도 그쪽으로 간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주요한 안건은…아까부터 계속해서 이야기하던 그 양반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식이 하와이를 떠나기 얼마 전에도 SNS에 글을 올렸다고 들은 것 같은데.”

        

       “한국으로 온다고 그랬죠. 티켓을 절묘하게 가려서 출국일과 출국 시간이 언제인지는 가렸고…사실상 저한테만 알려줬을 거예요.”

        

       “그나마 나름의 생각은 있군요. 왜 그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업병이래요.”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붙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연예인이나 공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그 중에서도 이 양반은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패션 쪽에서는 상당히 입지가 있는 인물이었고, 그 때문에라도 자신의 이름이 여기저기 나오는 것을 선호했다.

        

        정확히는 선호했었다.

        

        기억이 되돌아온 지금은 스스로의 죽탱이를 후리고 싶어서 환장하더라. 저쪽 세계에서는 그토록 정숙한 걸 좋아하던 사람이 여기에서는 어떻게 패션 트렌드세터인지 뭔지가 됐는지 이해가 안 가긴 하는데, 그건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이 사람이 이런 관종끼 넘치는 행위를 하는 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로렌티나처럼 내츄럴 본 관종이 아니라. 애초에 인플루…아후, 발음하기도 귀찮다. 그냥 유명인이라고 치자. 유명인이 되기 이전 이 사람은 NSA 소속이었으니까.

        

        그런 극단적인 내부 보안과 입단속을 요구하는 곳에서 12년 가량이나 근무한 사람의 기질이 주목받기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인적성 검사에서부터 걸러졌을 걸.

        

        

        아무튼 이번에 한국에서 지내면서 그 유명인-직업정신이 좀 빠지기를 기대해보자. 당장 그보다 몇 배는 유명한 내가 이렇게 얌전히 지내고 있는 마당에, 왜 혼자서 쥐불놀이를 돌리고 있담.

        

        그리 중얼거리자 이어지는…웃음.

        

        

        

       “…푸흡.”

        

       “그 웃음 굉장히 의미심장한데요.”

        

       “막내는 가끔 스스로도 안 믿을 만한 소리를 잘 한단 말이죠.”

        

        

        

        내가 뭘 했다고. 환장하겠네, 증말.

        

        아무튼 그렇게 게이트 B로 향하는 동안 보이는…몇몇 수상쩍은 사람들. 숫자는 적었지만 입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각자 꽤나 큰 크로스백을 옆에 내려놓거나 만지작거리는 와중.

        

        아무도 모르게 펄스를 한 번 돌리자 크로스백 내부의 내용물이 보였다. 큰 카메라였다. 바로 그 때문에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한 1~2주 가량 공항에서 로테이션 돌리면서 인터뷰 한 번 따려는 잡지사 인원들일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조금만 막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올리비아가 나와 나란히 걷는 순간부터 기자들은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 낼 것이다. 나와 접촉하기 이전에 찍힐 수도 있는 사진들은…이카루스 기어를 이용해 주변의 상을 좀 굴절시키면 가능할 것이었다.

        

        

        올리비아로부터 메시지가 뿅뿅 날아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게이트 B로 향하고 있었다.

        

        이쪽 상황을 간단히 전파하고, 카메라의 상이 안 맞도록 간략하게 도와줄테니 얼른 나오라는 말을 남긴 채 몇 분이나 기다렸을까.

        

        게이트가 열렸다.

        

        그 사이로 보이는 한 명의 인영. 나나 로건, 로렌티나에 비하면 좀 더 평범했지만, 그럼에도 결코 흘려넘길 수 없는 수리부엉이 특유의 특징. 그것이 옅은 갈색의 단발 머리카락과 아름답게 조화되어 있었다.

        

        

        패션 유명인이라고 하기엔 코디는 평범무난하구만. 그리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을까, 실로 갑작스럽게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 순간 올리비아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내부에 모터 같은 게 있는지 캐리어는 주인을 상실했음에도 자율주행하며 게이트 바깥으로 뽈뽈뽈 빠져나왔고, 내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희번덕거리며 이 양반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를 찾고 있는 그 순간-

        

        

        

       “유진-!”

        

       “꾸엑…!”

        

        

        

        압도적인 크기의 흉부가 내 앞을 가렸고, 올리비아는 나를 꽉 껴안았다. 미드로 나를 질식시켜버릴 것처럼 굴기 시작한 것이었다.

        

        썩어도 EM급이었고, 미드에서 빠져나가기엔 너무 완벽한 타이밍에 기습을 걸어왔기에 내가 어쩌지도 못한 채 감색 스웨터에 얼굴을 박고 있는 찰나,

        

        

        

       “미채 켜, 미채. 저 기자 친구들 정신나간 틈에 빨리!”

        

        

        

        그리고 내 몸뚱아리는 그 말에 자동적으로 광학미채를 켰고, 동시에 나와 올리비아를 형상화한 홀로그램이 절묘하게 우리를 가리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하여 기자들이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 이상한 방향에 대고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사이, 우리 둘은 유유자적 게이트 B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직도 얼굴에 스웨터 냄새가 가득하네, 정말.

        

        

        어처구니가 사라진 웃음과 함께 내가 입을 열었다.

        

        

        

       “태스크포스 레이저 부분대장, 올리비아 닉스 로렐라이. 한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그런 거창한 설명은 어디서 배워왔니?”

        

        

        

        엄격진지근엄한 아버지 역할의 로건.

        

        항상 장난칠 생각 가득한 삼촌 역할의 로렌티나.

        

        그리고 어머니 역할을 도맡았던 올리비아가 드디어 한국으로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놀라운 사실

    의외로 올리비아는 자신이 대놓고 EM이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원본게임에서도 리베리는 몇몇 경우를 빼면 비교적 인간이랑 비슷하게 생겼죠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