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01

       *** ***

         

       -꺄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사복설은 그 질문에 끄덕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거대한 매에서부터 긴 비명성과 함께 사람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뭐야.”

         

       사복설은 저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리며 안력을 돋웠다. 한 손으로 재주 좋게 흑립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여아를 꼭 안은 노인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착지.

         

       촤자자장!!

         

       사복설과 함께하던 참호당의 인원들이 웬 놈이냐는 식상한 질문 대신 도부터 뽑아들었다. 아무리 천하가 넓다 한들 매 영물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떨어져내리는 이가 뇌명존자 말고 또 있을까.

         

       “진정하시게. 대화를 하러 온 것 뿐이니.”

         

       호천안은 태연하게 말하며 반쯤 혼이 달아난 나빈을 지면에 내려주었다. 하늘에서 자유낙하한 경험이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나빈.

         

       도를 겨누긴 했지만 어디서도 보지 못한 등장을 감행한 호천안에게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참호당의 무리들과 놀란 나빈을 달래고 있을 뿐 움직이지 않는 호천안 사이에서 기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그 대치가 깨진 것은 나빈이 정신을 차리고 난 뒤였다.

         

       “포달랍궁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그, 그만두세요!”

         

       “뭐라?”

         

       사복설은 호천안의 다리 뒤에 반쯤 숨은 나빈의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정확히는 나빈과 사복설이 직접 말을 주고받도록 방치하고 있는 호천안의 행태에 기가 막혔다.

         

       대저 대화라는 것은 보통 무리의 수장끼리 하는 법. 일반적인 예의를 따져 보았을 때 혹여라도 나빈이 사복설에게 볼일이 있다 한들 호천안이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이보게. 뇌명존자. 이게 무슨 해괴한 짓거리인가?”

         

       “그저 이 아이가 그대를 설득하고 싶다고 하기에 데려왔을 뿐이오.”

         

       “하.”

         

       사복설은 나빈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이 쥐망울만한 녀석이 말인가.

         

       사복설은 기가 막혔으나 이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 간접적으로나마 뇌명존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고 저 쥐방울만한 녀석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려놨는지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그 의지를 높게 쳐 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포달랍궁을 내버려 두세요! 다들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들이라고요!”

         

       “흐흐흐…그래. 포달랍궁에 있는 놈들은 수도자들이니 당연히 선량하고 친절하겠지.”

         

       “그걸 알면서도 어째서…!”

         

       “어째서라.”

         

       사복설은 나빈을 빤히 바라보았다. 현경 고수의 시선에 움츠러드는 나빈을 바라보며 사복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어린아이에게 무림의 역사와 황국의 행동을 설명한들 알아듣고 납득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니겠지.

         

       그렇기에 사복설은 천천히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자신의 심정을 단순화시켰다.

         

       “꼬마야. 너 역시 중원에서 이곳으로 왔겠지? 영물을 타고 달렸다고 한들 제법 시간이 걸렸겠지. 그렇지 않느냐?”

         

       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황국에서 도망쳐 그렇게 십수 년을 이 서장을 떠돌았다. 아마 네가 살아온 세월보다도 더 긴 시간을 떠돌아다녔겠지.”

         

       그 말에 나빈은 숨을 삼켰다. 나빈 역시 영물과 호천안이 보호해주지 않았던 여행을 경험해 보았으니까.

         

       “그 긴 세월을 참고 또 참으며 중원으로 돌아갈 기회만을 노렸다. 그런데 중원에 평화가 찾아오며 이제 그 기회가 사라져버리고 말았구나. 그 긴 기다림이 허사로 돌아갔을때의 허탈함과 분노를 아느냐?”

         

       “그래도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나쁜 짓이에요!”

         

       “맞는 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평생의 숙원을 포기해야 하느냐?”

         

       나빈의 말문이 막혔다.

         

       사복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다. 결국 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욕심에 포달랍궁의 사람들을 괴롭히겠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중원으로 돌아가고 싶고 이제 내가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포달랍궁과 라사를 점령하고 세력을 키워 황국과 전쟁을 벌이는 일뿐이다. 하, 뭐 그나마도 실현 가능성이 적은 일이지만 말이야.”

         

       그러나 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을 품고 십수 년 동안 이 서장을 떠돌아다닌 사복설에게 ‘그만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건…그래도…”

         

       나빈이 우물거릴 뿐 대답을 하지 못하자 사복설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어지간한 성인들도 아니 무인들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마음속 굳건한 신념을 지닌 자들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으니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을까.

         

       “아이를 엄히 키우시는군? 뇌명존자.”

         

       호천안은 말없이 흑립을 눌러 썼다.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의사에 사복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기왕 얼굴을 보았으니 내 하고 싶은 말 몇 마디 떠들겠네. 자네가 볼 땐 어떨까 싶겠지만 현경의 고수만 해도 속세에서는 절대자라 불리기에 충분하지. 그러나 현경의 고수들은 모두 새외로 향하거나 은거를 택했네. 그들이 정녕 황군에게 위협을 느껴 은둔하고, 도망쳤다 여기는가?”

         

       호천안은 답하지 않았다.

         

       “당연히 아니지. 그러나 그들 역시 사람이었고. 사람이었으니 인연이 있었지. 모두 그 인연의 힘을 이기지 못했어. 주변인들에게 쏟아지는 황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뜻일세. 자네라고 다르겠나? 지금의 황국이 존재하는 한, 황국은 자네를 어떻게든 억압하려 들 것이야. 그리고 그 억압의 대상은 자네만으로 그치지 않을 거야.”

         

       호천안은 사복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현경의 고수들을 모두 무림에서 몰아낸 황국이다. 그렇다면 그런 현경 고수들도 보여줄 수 없었던 절대적인 활약을 보인 뇌명존자를 어찌 대할까.

         

       현경 고수들보다 더한 압박을 가할 터였다.

         

       호천안이야 황국에서 어떤 압박을 넣더라도 타격을 받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호천안의 주변인들 역시 그러할까. 만약 나빈이 제자가 된다면? 뇌명존자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황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무림인은 무공의 경지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핍박받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네. 그러나 과연 황국이 태도를 바꿀까? 혈교의 잔당을 모조리 토벌한 뇌명존자의 등장조차도 외면하며 침묵하는 황국이?”

         

       사복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황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이제 목전에 드리워진 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빈을 아낀다면. 나빈이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면 지금의 황국을 결코 가만히 두어서는 안된다는 사복설의 호소.

         

       그런 사복설의 호소에도 호천안은 답하지 않았다.

         

       호천안의 무반응에 사복설은 손짓으로 수하들을 물렸다. 수하들이 도를 거두며 천천히 물러섰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복설 역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조용히 포달랍궁을 떠나게나. 그리 한다면 자네도 나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 말일세.”

         

       역시 답은 없었다.

         

       *** ***

         

       “나빈아…!”

         

       호천안과 나빈이 포달랍궁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라모가 나빈을 껴안았다.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언니 괜찮아요.”

         

       “어르신! 아무리 그래도 천응을 타고 하늘에서 떨어지시다니요! 만에 하나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러셨습니까!”

         

       라모의 분노에 호천안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라 역시 말을 보탰다.

         

       “나빈과 호천안 대협은 이 포달랍궁의 객입니다. 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주인의 도리. 참호당의 무리는 포달랍궁에서 깨끗하게 정리할 터이니 대협께서는 궁 내에서 편히 쉬고 계시지요.”

         

       “어르신! 한번만 더 나빈을 데리고 무모한 행동을 하신다면 정말로 화낼 겁니다! 진심이에요!”

         

       “알겠소. 자중하리다.”

         

       호천안은 번갈아 성화를 부리는 두 사람을 간신히 다독여 돌려보내고는 긴 한숨을 내쉬고 나빈을 돌아보았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는 나빈.

         

       호천안은 나빈의 곁에 붙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제가…잘못한 걸까요?”

         

       문득 나빈의 입이 열렸다.

         

       “포달랍궁의 사람들이 다치는 건 싫은데…그런데 또 그 할아버지가 신경 쓰이고…그렇다고 그 할아버지가 악당이 아닌 것도 아닌데…”

         

       지리멸렬한 말이었지만 호천안은 나빈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포달랍궁의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사복설에게도 연민의 감정을 품게 된 것이겠지.

         

       호천안은 그런 나빈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사실은 이 할아버지에게 양쪽을 모두 구할 수 있는 방책이 있단다.”

         

       “…네?”

         

       나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호천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길이 있을 수 있는가?

         

       “황국의 뜻을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

         

       나빈은 잠시 멍해졌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규모의 답변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황국의 뜻을 바꿀 수 있다면, 사복설은 무림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고 무림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굳이 포달랍궁을 침공할 이유도 없어지지 않겠느냐.”

         

       “그게….가능할까요?”

         

       “물론 어려운 길이지.”

         

       호천안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왜, 불가능한 일인 것 같으냐?”

         

       나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행을 하며 조금씩이나마 세상 물정을 깨우치고 있는 나빈은 이제 호천안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점차 감을 잡아가고 있었으니까.

         

       호천안이라면 정말로 가능하겠지.

         

       됐다!

         

       나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렇게 되면 사복설의 문제도, 포달랍궁의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호천안의 말에 나빈의 미소에 금이 갔다.

         

       “하지만 황국의 뜻을 바꾸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이 포달랍궁을 떠나야 한단다. 적어도 이 할아버지는 말이다.”

         

       “네에?”

         

       포달랍궁을 떠나야 한다니?

         

       “허허. 사복설이 그냥 물러나겠느냐? 황국의 뜻을 바꾼다는 건 아직 가능성에 불과한 일이니 사복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곧바로 움직이는 모습 정도는 보여주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

         

       “그러니 이 할아버지는 중원으로 떠날 수밖에 없단다.”

         

       호천안의 물음에 나빈은 혼란에 빠졌다. 포달랍궁은 평생 있고 싶다고 여겼던 장소였다. 영물들을 돌봐주는 시비와 수도자들이 있는 곳이었고 매일같이 놀아주는 라모와 왜인지 모를 친밀감이 샘솟는 사라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고 싶었기에 포달랍궁을 지키고 싶었는데…떠나야 한다고?

         

       나빈은 포달랍궁을 떠나는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졌다. 자연히 얼굴은 울상이 그 모습을 본 호천안의 마음이 안쓰러움으로 물들었다.

         

       “네가 라모와 사라. 아니 이 포달랍궁 자체에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잘 아는데도 이러한 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구나.”

         

       호천안은 그런 나빈을 품에 안아주었다.

         

       “이 할아버지는 욕심쟁이란다. 참호당의 무리를 중원으로 돌려보내고, 이 포달랍궁이 평화로워지고, 황국의 뜻을 돌려 이 천하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단다. 그 길이 나빈이에게는 멀고 험하고…또 많은 역경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야.”

         

       “할아버지…”

         

       “나빈아. 이 할아버지와 함께 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을 또 겪게 될 것이다. 천하를 떠돌아 다닐 것이고 누군가와 정이 들었음에도 다시 떠나야 할 것이며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다른 아픔을 경험할지도 모른단다.”

         

       호천안은 나빈에게 그런 미래가 닥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터였지만 분명 그런 일은 일어나고 말겠지.

         

       그러니.

         

       호천안은 나빈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네가 이곳에 남고 싶다면, 지금 경험할 이별과 앞으로 겪을 고생과 아픔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면, 내 라노사라에게 부탁해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겠다.”

         

       “왜…”

         

       호천안의 말을 전해들은 나빈은.

         

       “왜 그런 말을 하는거에요!”

         

       그 어느 때보다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며 호천안을 밀쳐냈다. 밀려난 것은 호천안이 아닌 나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가 밀려났건 나빈은 호천안의 품을 탈출했다.

         

       “할아버지 정말 미워!”

         

       나빈은.

         

       그 말만을 남긴 채 방을 박차고 나섰다.

         

       호천안은 점차 멀어지는 작은 발소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가.

         

       이내 손을 거두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한결같지 않은 연재에 한결같은 후원을 보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오늘은 다음편이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