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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1

    사이먼의 일도 마무리 되었겠다, 슬슬 자신을 맞이하러 온 시에나를 따라나설 준비를 하는 루크에게 문득 서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스승님,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그에 루크는 코트의 단추를 여미며 묻는다.

    “뭐지?”

    서드가 질문을 이었다.

    “경찰병력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그에 루크는 일말의 재고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글쎄, 지금은 그들이 나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적어도 시에나는 확실히 자신의 편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아니었다.

    그 일례로 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루크가 이전에 조사를 받을 당시에 조사관이 ‘루체스트’라는 이름을 듣고 떠올린 그 미묘한 반응의 변화.

    단순히 ‘루체스트’의 이름이 너무 유명했기에 정말 사건에 관련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루체스트와 경찰에 어떤 유착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정말로 그렇게 엄청난 배후를 지니고 있다면 경찰 고위측 인사도 얽혀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법을 수호하는 경찰이라도 결국에는 계급으로 움직이는 단체이므로 위에서부터 내려온 명령이 있다면 같은 사건이라도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루크는 그것이 딱히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뭐, 어차피 처음부터 고려한 이들은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경찰을 끌어들이나 마나 ‘계획’은 아직까지는 알아서 잘 진행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요.”

    루크의 설명에 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서드도 그냥 한번 꺼내본 이야기일 뿐, 진심으로 경찰을 신뢰해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었으므로.

    애초에, 경찰이라는 존재를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가보도록 하지. 돌아가서 연락하겠네.”

    “예. 스승님.”

    그런 간단한 이야기와 함께 문을 열자, 가게 밖에서는 경찰복을 입은 백발의 다크엘프, 시에나가 밝은 표정으로 곧장 맞이해주었다.

    “안녕, 루크! 이렇게 보는 건 또 오랜만이네? 아니, 네가 불러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가?”

    확실히, 그녀를 직접 찾아와서 따로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은 그녀의 말대로 이번 일이 처음이기는 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찾아오지도 않다가 딱히 즐거운 이유도 아닌 일로 겨우 얼굴을 보게 된 거니까….

    어쩌면 섭섭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미안하구나, 많이 섭섭했겠군.”

    하지만 시에나는 신경쓰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에이 괜찮아, 뭐. 경찰인 나에게 연락하거나 도와줄 일이 없으면 좋은 거잖아? 그리고, 이번 일은 네가 휘말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신경 안 써.”

    “……아하하.”

    시에나의 말에 루크는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사실 따지자면, 휘말리고 싶어서 휘말린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하지만 시에나가 그런 루크의 마음 속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이제 친구랑 얘기는 끝난거야? 더 안 놀아도 되겠어?”

    “그래, 가지.”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시에나의 호위아닌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을 맞춰 움직이던 루크는 돌연 시에나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보니, 시에나. 요즘 일은 어떤가? 별일은 없나?”

    단순히 안부를 묻는 듯한 루크의 물음에 시에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별일이라…. 글쎄, 네가 겪은 일보다 별일이 있겠니?” 

    “하긴, 그건 그렇겠군.”

    루크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전시장 테러사건보다 더 커다란 뉴스가 동네에 더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니까.

    하지만, 루크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루크는 이번엔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래도 있겠지? 실종사건이라거나, 살인사건이라거나.”

    그것은 시민들을 납치하고 사령술로 부리던 흑마법사, 세이어의 경우를 떠올리며 꺼낸 질문이었으나 시에나의 대답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허, 애들은 몰라도 되는 일이야.”

    “그래도, 최근 실종사건도 많이 일어나니까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먼저 겁을 준 건 그대가 아니었느냐.”

    그렇게 약간 걱정된다는 투로 물어보니, 시에나는 이번엔 조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크, 지금 이 동네엔 별일 없으니까 안심하렴.”

    “…흠, 그런가.”

    그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다만, 저렇게까지 말하는 그녀에게서 정보를 더 캐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흥미를 핑계로 슬그머니 물어보는 선에서는 이정도가 적정선이겠지.

    루크는 한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일단은 그녀가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이 근처에는 세이어가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시에나가 말을 걸었다.

    “아 참, 루크. 주머니에 사탕 있는데 먹을래?”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꺼내든 것은 바로 조그맣게 포장된 딸기맛 사탕.

    이 시대에서 처음 눈을 떴을 무렵, 경찰서에서 그녀를 만나서 받았던 저렴한 느낌의 봉지사탕이었다.

    처음 맛을 보았을 때는 그 맛에 꽤 놀랐으면서도, 그 뒤에는 딱히 찾아서 먹지는 않았던 군것질거리다.

    딸기맛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루크는 굳이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지는 않기로 했다.

    사실 계피맛이나 박하맛이면 더 좋았겠지만, 딸기맛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다.

    “음, 고맙게 받지.”

    루크는 그렇게 말하며 시에나에게 받은 사탕의 포장지를 뜯어 입 안에 집어넣었다.

    익숙한 인공딸기향과 함께 입 안에 달라붙는 새콤달콤한 맛은, 과거의 기억 속의 그것과 똑같은 맛이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입 한구석을 가득 채우는 듯한 크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성장하여 입안의 공간도 커졌기 때문일까?

    루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사탕을 녹여먹고 있을 때, 문득 시에나가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 많이 컸네. 기억 나니? 너 진짜 요만했던 거?”

    그녀는 자신의 허리께를 손바닥으로 휘적거리며 루크를 처음 만났을 때의 키를 기억으로 가늠하며 말했다.

    그에 루크는 멋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하하……. 응, 확실히 그랬었지.”

    이 시대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의 자신은 정말 작았으니까.

    10살도 조금 후하게 쳐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야위어있기도 했고 말이다.

    시에나가 중얼거렸다.

    “진짜 그때가 엊그제같은데…….”

    아니, 생각해보니 진짜 엊그제나 다름없다.

    왜냐면, 실제로 고작 1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고작 1년만에. 

    경찰서 한켠에서 변변한 옷가지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자신이 건네준 딸기맛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 꼬마애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이렇게 어엿한 숙녀가 다 되어서 자신의 곁을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성장한 것이 슬퍼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변해버린 모습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명절에 내려가 새끼 때 보았던 강아지가, 다음 명절에 가보니 집채만해진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처럼.

    1년은 나름대로 긴 시간이기는 하지만, 아이에게서 유년시절의 귀여움을 떠나보내기엔 확실히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했으니까.

    시에나는 문득 루크를 불렀다.

    “저기, 루크.”

    시에나의 부름에 루크는 자신보다 키가 큰 그녀를 살짝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왜 그러지?”

    ‘확실히 예뻐지긴 했지만, 조금은 더 귀여웠으면 좋았을 텐데…’

    어린시절은 금방 지나가버린다고는 하지만, 루크의 경우엔 조금 지나치게 짧은 감이 있기는 하다.

    원래부터 정신도 많이 성숙했던 아이라, 몸까지 커버린 지금은 그냥 그나이대의 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던 그녀는 문득 든 의문을 루크에게 물었다.

    “너, 그러고보니 이제 증명사진 다시 찍어야하는 거 아니니? 더이상 본인의 증명이 안 되지 않아?”

    “응?”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지적에 루크는 순간 귀를 쫑긋거렸다.

    그러고보니, 신분증에 나온 자신의 모습은 이제 자신의 모습과 상당히 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 우선순위에서 밀려 사진을 새로 찍으러 가야한다는 생각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루크는 확인차 주머니에서 자신의 신분증인, 아카데미 학생증을 꺼내보았다.

    신분증에 찍힌 사진은 1년 전의 아담한 체형이던 자신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린 채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

    지금의 자신과 전체적인 특징은 같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증명사진에 나온 사람과 자매라고 생각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전국 마법경시대회 시험을 치른 몇 달 전에는 실제로 그런 오해를 받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 때와 비교해서도 더 성장한 지금은, 아예 다른 분위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루크는 중얼거렸다.

    “…확실히, 다시 찍기는 해야겠군.”

    후일 이런 것을 증명이랍시고 제시하게 된다면, 괜히 긁어부스럼이나 만드는 꼴이 되리라.

    그녀는 루크를 팔꿈치로 툭 치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급하게 크래?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멈칫.

    “…….”

    루크는 시에나의 통찰력에 속으로 꽤 놀랐다.

    급하게 성장한 것도 맞고,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경찰로서 일해온 경력이 길기 때문인가? 시에나는 감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로군….’

    아무래도 경찰을 우습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이 동네만큼은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에나의 회상으로 오랜만에 등장하는 어린 루크…….
    저도 상당히 오랜만에 그리는 것 같군요!

    Ps. 시에나는 예르나보다는 키가 큰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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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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