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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2

       

        

        

        

        

        

        

        

       “공항 빠져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기사가 하나둘씩 올라오네요.”

        

       “기자들 발빠른 건 어느 나라든 똑같네. 막내 도움 없었으면 시작부터 꽤 귀찮아질 뻔했어.”

        

        

        

        공항을 막 빠져나와, 영종대교를 타고 막 인천광역시에 진입했을 시점.

        

        낮이 짧아진 탓에 해는 수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져가는 중이었고, 도로 위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빚어내는 끔찍한 교통체증에 신음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나와 올리비아가 탄 차량은 누가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무인주행기술 적용 비즈니스 세단 – S클래스 – 이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지만.

        

        자동운전이 보편화된 세상은 이리저리 편하단 말이지.

        

        아무튼 그러던 와중, 올리비아는 운전석에 앉아있던 내 손을 잡고는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멀쩡히 살아서 집으로 돌아갔구나, 유진….”

        

       “…그러게요. 어쩌다보니. 그래도 잘 된 일이죠.”

        

        

        

        그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기억이 늦게 돌아왔단 건 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도 늦게 알아차렸단 뜻이었다. 작년 겨울 대거 팀과 만나서 복귀 신고를 했을 땐 무척이나 찡했었는데, 그 당시의 기분을 지금 와서 다시 느껴보게 될 줄이야. 실로 감개가 무량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아있단 사실이 저쪽 세계에서도 슬금슬금 공표되었을 즈음, 이 양반도 호다닥 오…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당시 태스크포스 레이저는 미 서부에 나타나기 시작한 그림자 관찰 및 전장 합류로 인해 제대로 인사를 나눌 여력이 없었다.

        

        제대로 된 인사는 사실상 종전 연설 때였고, 당시 이 양반까지 합세해 대거 팀에게 신나게 헹가래를 했었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실로 아스트랄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세계에서도 저럴 정도였으니, 그리 생각해보면 이 사람이 왜 갑자기 한국으로 왔는지도 얼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량 내부에 정적이 감돌았다.

        

        손만을 잡은 채 우리 둘 다 얌전히 입을 다물었고, 나는 바깥을 바라보며 과거에 잠겼다. 그러던 와중 눈동자만을 데구르르 굴려 올리비아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녀는 눈시울만 살짝 붉어졌을 뿐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

        

        듣자 하니 내가 인디언포인트 원자력발전소 작전 이후 MIA로 표기되었을 때는 펑펑 울었다고 하든데 – 물론 다른 세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 . 근데 그건 사실 대거 팀도 비탄에 빠질 정도의 일이었으니까 그럴 만하다고 생각된다.

        

        올리비아가 숨을 내뱉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려왔다.

        

        

        

       “…여기가 네가 원래 있어야만 했던 곳이지?”

        

       “그렇죠.”

        

       “내가 기억하는 것보단 훨씬 괜찮은 세상이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양반이 기억을 되찾고 내게 첫 번째 메일을 보낸 이후로 3주가 조금 안 된 시점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지식적인 부분에서는 두 세상 간의 괴리감을 메우기엔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발현자는 도대체 뭐고, 러시아는 왜 한 번 쫄딱 망했다가 다시 세워졌으며, 중국은 어째서 7개로 조각났는지, 다른 세계에서 대통령을 해먹고 있는 헨리가 왜 여기 와서도 대통령을 준비 중인지, 다크 존이라는 게임은 도대체 뭔지.

        

        더군다나 나나 로렌티나, 로건을 비롯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기억을 되찾기 전부터 군인이라는 신분이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이 양반은…뜬금없이 패션 계열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 겹쳐버린 탓에 아직 집까지 가려면 1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었으나, 그 시간이 아득히 짧게 느껴질 정도로 나눠야만 하는 이야기가 많으리란 것을 쉽게 짐작 가능했다.

        

        시선이 교차했다.

        

        

        

       “표정이 많이 좋아졌어. 예전의 너는…가끔씩 툭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다녔으니.”

        

       “…그 정도였어요?”

        

       “너 하나 때문에 나나 곰, 상어가 팔자에도 없는 멘탈 테라피 책을 읽고 다녔는데, 당사자만 모르고 있었다니.”

        

       “고마워요.”

        

        

        

        내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둘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하지만 아쉽다면 아쉽게도, 적어도 오늘은 내 궁금증보다는 한국까지 날아온 이 사람의 궁금증과 푸념을 해소해주는 것이 더욱 우선이었으므로, 말하는 건 주로 내가 되었고, 올리비아는 경청자가 되었다.

        

        그녀는 실로 많은 것을 궁금해했다.

        

        

        

       “그 두…어린 친구들은 네가 키운 제자니?”

        

       “다이스랑 하모니 말하는거 맞죠?”

        

       “아,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네. 이실직고하자면 아직 네 유어스페이스에 업로드된 편집 영상을 아직 1/20도 못 봤거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다크 존이라는 수상쩍은 게임을 하다가 프로게이머 쪽으로 말려들어간 것 같은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뭐라고 해야만 할까.

        

        내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왜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간혹 묻곤 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이 세상에 숨겨져있는 비밀을 파헤친다-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행동했더라면, 굳이 파이널 챔피언십 출전권을 거머쥘 필요도 없이 바로 미국으로 향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보통 진실이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과가 얽혀 만들어지는 실타래 같은 것이었고,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진실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면에 깔린 인과에 대해서도 파악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때론 어떤 진실들은 청취 전 반드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기도 하고….

        

        

        물론 1년 전의 내가 그것을 알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적어도 아무런 사전 조사 없이 바로 건너가는 것보단 뭔가 마음의 지지대를 만들어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모니와 다이스가 나를 굳건한 안식처로 여기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 역시도 저 두 명을 안식처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 귀여운 아이들이 왜 너를 졸졸 따라다니는가 싶더니, 그 때문이었구나. 막내가 새로운 막내들을 키울 정도가 됐다니, 이건 또 감개무량하네….”

        

       “다이스는 북극곰이, 하모니는 상어가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 미래가 꽤 암울하긴 한데…아마 이번 년도 말에 미국에 가게 되면 그 두 명이 군대에서 휴가 내고 나와서는 제 귀여운 두 제자들을 습격할지도 몰라요.”

        

       “또 무슨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길래….”

        

       “아직 제 채널 영상 1/20도 안 봤다면서요? 스포일러는 자제해야죠.”

        

       “…여기서 그렇게 말하다니. 악질이구나, 막내.”

        

        

        

        또 내 탓이지, 증말.

        

        아무튼 아직 5%밖에 못 봤으면…지금쯤 내가 하모니랑 메인 미션을 밀고 있을 즈음이려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련한 추억들이다. 그리 생각해보면 이 양반은 로건이 왜 다이스에게 집착하는지도 아직 모를 거고, 하모니가 왜 상어랑 친해졌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지.

        

        채널을 관리하면서 편집 영상들을 시간 순서대로 묶어놨으니, 차례차례 보다 보면 천천히 알게 될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이 사람은 잠 자체를 적게 자더라도 일반 사람보다 쌩쌩했으니, 내가 꿈나라로 떠난 와중에도 열심히 영상을 보면 될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GG를 치고 내게 듣는 게 더 편하고 빠르다며 물어오는 게 먼저겠지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은 10분도 지나기 전 ‘그냥 스포일러를 당하는 게 낫겠다’며 썰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잠을 재우지 않는 건 과거 트레이닝 캠프에서도 흔했지. 간만에 밤새서 대화를 나눠봐도 괜찮을 것 같지 않니?”

        

       “저런. 몸에 전기충격을 먹이고 강제로 재워야겠군요.”

        

       “…이카루스 기어는 반칙이잖니?”

        

       “그 반칙이 제 왼쪽 손목에 들려있는 이상, 반칙이 아니라 합당한 대가라고 불러야죠.”

        

        

        

        그리하여 올리비아는 쭈구리가 되었고, 나는 드디어 이 사람을 한 번이라도 이겨볼 수 있었다.

        

        역시 이카루스 기어야, 성능 확실하지.

        

        

       

        

        

        

        

        

        

        

        

        

        

        

        

        

        

        

       “로렌티나, 로건!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세상에나! 그동안 다들 잘 지냈어?”

        

       “기어코 막내가 이 수다쟁이 닭대가리를 데려왔구만. 말세가 따로 없네.”

        

       “늦어도 한참 늦었군요, 올리비아.”

        

        

        

        오후 11시, 청담동.

        

        태어나서 단 한 번 보기도 힘들다고 여겨지는 EM급 발현자들이 – 비록 절반은 홀로그램이었지만 – 한 자리에 모이는 실로 기이한 순간.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 실로 천만다행 그 자체였다. 아마 그렇지 않았더라면 주변에 이래저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아무튼 로건과 로렌티나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올리비아를 실컷 놀리기 바빴다.

        

        명목은 다양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였다.

        

        

        

       “다크 존도 한 번도 안 해보고, 막내랑 같이 미국 되찾기도 못하고, 메카 막내도 못 보고. 지각도 이 정도면 예술의 경지로구만.”

        

       “통화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라이트훅을 날리면 어떡하나요. 안 그래도 진정한 의미로 새가슴인 사람한테.”

        

       “유진, 나 벌써부터 너무 아파….”

        

        

        

        저런, 시작한 지 5분도 안 됐는데 벌써 그러면 안 될텐데.

        

        아빠 역할의 로건과 삼촌 역할의 로렌티나가 손에 손을 잡고 과거 엄마 노릇을 전담하던 올리비아를 비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패고 있었다. 하기야 이 사람들이 기억을 되찾은 건 상당히 초창기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장 로건은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에 출전했을 정도였고, 로렌티나는 그런 로건 및 대거 팀 전원이랑 에이펙스 프레데터 본선을 관람했으니. 그 이후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방금 로건이 아주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줬으니까.

        

        아무튼 이 사람은 으허엉 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 안겼다. 언제나 그렇듯 신체 접촉은 매우 많은 것들을 치료해줄 수 있었고…사실 과거 뉴욕에서도 아주 요긴했지, 진짜로.

        

        

        

       “그래서, 우리 막내는 저 지각생을 데리고 뭘 할 작정이죠?”

        

       “그건 쟤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저 닭대가리가 한국으로 찾아왔을 거 아냐. SNS에 한국으로 간다고 동네방네 소문까지 내고 다니더니.”

        

       “…딱히 없다든데요?”

        

       “와우.”

        

        

        

        그 말대로였다.

        

        뭐어, 그래도 로건이나 로렌티나 모두 그 부분에서는 그러려니 했다. 꼭 계획을 가지고 여행을 가는 건 아니니까. 천천히 찾아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게 따로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내 스케줄이 제법 많다는 점이었다. 11월이 되기 전 미국으로 출국해야만 하고, 바로 그 때문에 러시아에서 치뤄질 아시아 예선전의 적응 기간 동안 하모니와 다이스를 포함한 20명을 봐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내가 가기 전까지 국가대표 친구들을 신명나게 굴리고 또 굴리고 있는데, 이는 인게임에서 치뤄졌고, 아쉽다면 아쉽게도 이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가상현실에 접속해본 적은 있을지언정 다크 존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접속기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긴 한데.

        

        

        그리하여 그 사실을 가감없이 전했을 즈음,

        

        

        

       “게임이라, 게임, 게임…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괜찮을까? 막내 시간을 뺏는 건 아니겠지?”

        

       “오히려 올리비아가 나오는 순간 다들 좋아할걸요. 스트리밍에 출연하는 순간 국가대표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훨씬 좋아하게 될 거고.”

        

       “…평균 시청자 수가 180만에 육박하는 네 스트리밍 말하는 거니?”

        

       “물론이죠.”

        

        

        

        그 말에 올리비아는 내 배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내 팔로워 수보다 50%나 더 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본다니….’하고 중얼거린다.

        

        이 사람, 겉으로는 ‘내가 왜 패션 쪽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하고 투덜거리기 일쑤여도 막상 놓으려니 아쉽나보구만…아무튼 그 부분은 나중에 알아서 결정하게 내버려둘 예정이었고,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이 사람도 딱히 거부감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마지막까지 ‘몸이 굳어서 괜찮으려나 모르겠네….’하고 확신 없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북극곰과 상어가 퇴로를 봉쇄했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하와이 가서 뭘 했더라?”

        

       “50구경 저격총을 들고 서서 연발로 갈기고, NTW-20도 들고 쏜 사람이 약한 척을 하다니, 옆에 있었다면 옆구리에 딱밤을 갈겼을 텐데 말이죠.”

        

       “잠깐만, 20mm를 들고 쐈다는 건 SNS에 업로드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안 거야.”

        

       “막내가 말해줬지요.”

        

       “유진!”

        

       “아우, 배에 대고 소리치지 마요. 배 울려서 간지러우니까.”

        

        

        

        올리비아가 끼는 순간 대화가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건 예전이랑 똑같구만.

        

        아무튼 그닥 큰 문제는 없었다. 당장 작년에도 아시아 예선전에 출전 로스터에 내정된 프로게이머들 몇몇을 데리고 일반인 및 스트리머 고수들과 핸디캡을 건 채 싸움을 시키기도 했는데, 고작 한 명 참관하는 건 그닥 문제도 되지 않는다.

        

        물론 트레이닝 참관과 스트리밍 출연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만 했으니 – 국가대표들 가르치는 걸 스트리밍으로 내보내기엔 제한사항이 많았다 – , 일단은 다크 존 맛보기부터 시킬 예정이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기억이 돌아왔다는 건 근육기억 역시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는 소리. 그렇지 않고서야 바렛을 마구잡이로 쏴제끼는 와중 반동제어가 완벽할 리가 없지.

        

        그런 와중에 왜 이렇게 쫄아있는지 원.

        

        

        상어와 북극곰도 퍽이나 답답했는지 이어 말했다.

        

        

        

       “유진, 얘가 자꾸 개소리하면 그냥 접속기에 처박아버리세요. 기억이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으니 노선을 어떻게 정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기껏 한국까지 왔으면서 우유부단한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날 지경이네요.”

        

       “뉴욕이었으면 헛소리 못할 때까지 2 : 2 모의전만 12시간씩 돌렸을 텐데, 얘가 배가 불러서 그런지 자꾸 개소리를 해대네. 내가 뭔 말 하는지 알지, 막내?”

        

       “다들 너무해에….”

        

       “물론이죠. 일단 내일 하루종일 다크 존부터 시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당장 나도 처음 돌아왔을 때는…돌아온 게 기쁘기는 했지만 앞으로 뭘 해야만 하는지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고, 아무런 정보조차 없이 다크 존으로 들어갔었으니까.

        

        하지만 마태복음 7장 7절에서 가로되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양반은 자기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아직 잘 모를 뿐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 손을 강제로 잡고 다크 존이라는 문을 신명나게 두드려줘야만 할 터.

        

        그리고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이 양반이 내숭을 떠는 건 꼴랑 5분도 안 갈 것이다.

        

        총을 잡고, 조정간을 연발로 바꾼 뒤, 적의 머리에 구멍을 내는 순간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내 배에서 떨어진 올리비아가 한숨을 내뱉으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래. 뭐든지 부딪혀봐야 아는 법이지. 35년 가량을 책상물림으로 살아서 정신이 좀 말랑말랑해졌으니, 다시 날을 세울 때가 됐어. 총 쏘는 건 내가 제일 잘 하는 거였기도 하고.”

        

       “잘 생각했어요. 이제야 닭대가리에서 제가 알던 올리비아로 슬슬 바뀌고 있군요.”

        

       “이제야 좀 봐줄만한 표정이 됐구만.”

        

        

        

        그 말대로.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느슨하게 내려간 눈꼬리, 조금 멍했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그 와중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하나 – 드론을 통한 가상현실 접속기 긴급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지금쯤 바람 쌩쌩 부는 발코니에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겠지.

        

        정신을 차린 올리비아를 위한 나의 첫 선물이었다.

        

        

        

       “이젠 화약의 세계로 떠날 준비가 되셨겠죠?”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이 곧 대답이었다.

        

        내일이 실로 기대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합?방

    11월 3일까지 출국 -> 11월이 되기 전 미국으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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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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