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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2

       *** ***

       

       “후우.”

         

       사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호당이 공격해 들어온다는 예고를 했으니 문주로서 포달랍궁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으니까.

         

       그렇게 하루 종일 격무와 씨름을 하고 나니 어느새 밤이 늦었다. 늦은 밤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사라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시비에게 물었다.

         

       “이 무슨 소란이지?”

         

       “나빈 소저께서 라모 님의 처소에…”

         

       나빈이? 사라가 라모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라모의 방문을 열었을 때.

         

       “후에에에엥…!”

         

       라모를 꽉 껴안고 펑펑 울고 있는 나빈과 그런 나빈에게 꽉 붙들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라모를 볼 수 있었다.

         

       “나빈아..?”

         

       “이모!!”

         

       그리고 사라 역시 나빈이 울면서 달려들자 곤란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그랬단 말이에요!”

         

       사라의 토닥임에 간신히 울음을 멈춘 나빈은 오늘 호천안과 했던 대화를 두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그랬구나.”

         

       “어르신이 너무하셨네!”

         

       라모는 나빈의 감정에 동화되어 씩씩댔고 사라는 나빈의 등을 토닥이며 어렸을 적을 회상했다.

         

       흑묘와 여일예가 살벌하게 싸워대고 그 사이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호천안의 모습이 떠오른 사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여전하시군요.’

         

       아니 이번에는 아이의 마음인가.

         

       전달 방식이 나빠도 너무나 나빴다. 호천안의 의중이야 나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 뿐이었겠지만…과연 나빈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서럽게 울며 라모를 찾아온 것 아니겠는가.

         

       사라는 나빈을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구음절맥을 앓던 당시. 호천안 대협께서 어떻게 나를 치료해 주었는지 아니?”

         

       그러니 어쩌겠는가.

         

       자신이라도 호천안이 얼마나 나빈을 아끼는지 알려 줘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이라는 말을 들은 나빈의 인상은 찌푸려졌다. 호천안에게 화가 잔뜩 난 상황이니 호천안에 관한 이야기는 듣기 싫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그러나.

         

       사라는 나빈의 마음을 사르르 녹일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마술.

         

       “호천안 대협은 마술이라는 신기한 재주를 부렸단다.”

         

       사라는 아주 오래간만에 마술도구가 들어있는 서랍을 열었다. 호천안이 사라진 이후. 사라가 열심히 갈고 닦은 것은 비단 무공뿐만이 아니었다.

         

       “혹시 호천안 대협께서 펼친 마술을 본 적이 있니?”

         

       그리 말하며 사라는 나빈의 눈앞에서 공을 없앴다. 나빈의 눈이 동그래지는 것을 바라보며 사라는 빙그레 웃으며 마법의 다람쥐 패를 꺼내들었다.

         

       “와…!”

         

       이제는 숙련된 마술사인 사라의 공연에 나빈은 호천안에 대한 분노조차도 잊고 사라의 신비한 마술에 홀렸다.

         

       그런 나빈의 모습에 사라 역시 추억에 잠겼다. 아픈 몸조차 잠시 잊게 만들어주었던 신비한 마술. 몸이 낫고 나서도 그 마술이 너무 좋아 그저 호천안이 마술을 펼친다 싶으면 부리나케 달려가 가장 앞자리에서 구경하고는 했었지.

         

       사라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의 호천안도 사라를 보면서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느꼈을까?

         

       문득 사라는 인연의 신비함을 느꼈다. 호천안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마술 공연을 바라보았던 자신이 호천안의 제자에게 호천안이 가르쳐 준 마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라가 기억 속의 호천안을 흉내내며 한 팔을 들고 한 팔을 가슴에 가져다 대 붙이며 막의 끝을 알리자 나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박수를 쳤다.

         

       “대단…대단해요!”

         

       “후후. 다 호천안 대협께서 가르쳐주신 것들이지.”

         

       마술에 대한 호기심이 호천안에 대한 반감을 억눌렀음일까. 나빈의 인상이 찡그려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사라가 나빈을 무릎에 앉히며 입을 열었다.

         

       “내가 열다섯 살 때의 일이었단다.”

         

       나빈은 사라가 해 주는 옛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다. 과거 호천안이 이 라사에서 무슨 활약을 보여주었는지. 구음절맥인 사라를 호천안이 어떻게 치료했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신비하고 대단했는지.

         

       “그런 어르신이라면 굳이 이 포달랍궁에 오지 않더라도 나빈이를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으셨겠지. 그래도 어르신은 만에 하나 나빈이가 잘못될 가능성을 대비하고자 이 포달랍궁까지 오신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단다.”

         

       “…”

         

       나빈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나빈의 머릿속에는 지난 삼 개월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자료만을 탐독하던 호천안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품을 만큼 행복했던 시간동안 호천안은 그저 묵묵히 나빈을 위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나빈을 생각하는 호천안의 마음의 증명이었다.

         

       나빈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 나빈의 뺨을 타고 흘렀다. 사라는 그런 나빈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러이 말했다.

         

       “어르신을 조금 더 믿어주렴.”

         

       나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갈게요.”

         

       “함께 가 줄까?”

         

       나빈은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호천안에게 자신의 심정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사라는 마음을 굳힌 나빈을 보내주었다. 나빈은 사라와 라모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힘차게 호천안이 기다리는 숙소로 달렸다.

         

       나빈은 숙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호천안은 숨을 몰아쉬는 나빈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나빈 역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나빈의 머릿속에 호천안을 만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

         

       호천안은 여행에 겁먹고 마을 속에 웅크려 있으려던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다.

         

       홀로 있어 외로워 할 때 최선을 다해 달려와 주었다.

         

       무공을 가르쳐 주기 위해, 나빈의 건강을 위해 석 달간 자료만을 탐독했다.

         

       그리고 나빈의 행복을 위해. 그런 나빈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낼 각오까지도 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화났지만!

         

       호천안이 자신을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것은 충분히, 충분히 알았다. 사라의 이야기를 통해 머리로 이해했고.

         

       “할아버지.”

         

       “말하렴.”

         

       “할아버지를 만난 이후에 즐거운 일이 참 많았어요. 화저를 타고 경치를 즐기고 서공과 뒹굴고 미호에게 매달리고 석웅이 놀아줄 때는 신나게 비명을 질렀죠. 그렇게 놀고 나면 할아버지가 맛있는 밥을 해 주셨죠. 그럼 이제 영물들과 한데 뒤엉켜 잠을 청하고 또 새로운 경치를 바라보며 이동하고…”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호천안의 시선을 통해 가슴으로 이해했다.

         

       불안함.

         

       나빈은 호천안이 불안함을 한가득 안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라모 언니랑 궁주님이 정말정말 좋아요. 포달랍궁 사람들 역시 그렇고요. 그래서 포달랍궁에서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라는 호천안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는 것을 바라보며 느꼈다.

         

       사라가 자신을 버리고자 하는 호천안의 말에 상처 받았듯이 호천안 역시 사라의 행동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사라는 호천안이 베푼 것들을 정신없이 누리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호천안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로 나빈이 나를 따라오려 할까. 그저 험하고 고되기만 한 여정을 보내느니 이 포달랍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의심을 품은 것이다.

         

       “그렇지만요. 포달랍궁에서 평생 살고 싶다고 생각한 건 할아버지가 이곳에 함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나빈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로 했다.

         

       결코 호천안이 헷갈릴 수 없는 형태로.

         

       나빈은 무릎을 꿇고 호천안에게 절을 올렸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나빈아…!”

         

       나빈은 놀라 자세를 낮추고 자신의 손을 잡은 호천안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지를 입에 담았다.

         

       “할아버지랑 영물들이랑 계속 여행하고 싶어요. 포달랍궁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은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그러니 제자로 받아주세요.”

         

       제자가 된다.

         

       결코 떨어지지 않겠다는, 떨어뜨릴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나빈의 의사 표명에 호천안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이 할아버지는…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각지를 떠돌고 많은 일을 하게 되겠지. 어쩌면, 그 과정 속에서 너를 소홀히 하게 될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결코 그러하지 않음을 아니까.

         

       “제자가 된다는 것은 나빈이가 나와 뜻을 함께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단다. 정녕 그래도 괜찮겠느냐?”

         

       “네.”

         

       나빈 역시 사복설이 중원으로 돌아가길 바랬고 포달랍궁이 평화롭기를 바랬다.

         

       또한 호천안이 자신 때문에 고민하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턴 제가 열심히 무공을 익혀서 할아버지를 도와드릴 거에요!”

         

       “….고맙구나.”

         

       목이 멘 듯한 호천안의 답변에 나빈은 호천안의 품에 달려들었다. 사실 나빈은 호천안의 품에 안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사람 몸이 이렇게 강철같이 딱딱할 수가 있는지 빈말로도 좋은 촉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빈은 그 단단한 몸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오늘부터 사부님이라고 부를게요!”

         

       호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호천안 역시 나빈을 끌어안았을 뿐. 그러나 나빈은 그 행동에서 명백한 승낙의 뜻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한 사람의 협객과. 한 명의 아이에 불과했던 나빈과 호천안.

         

       비로소 스승과 제자가 된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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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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