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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3

        

         

       진성의 의문을 눈치챈 것일까?

         

       이아린은 홍삼 캔디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라비, 이게 보기와는 다르게 그냥 캔디가 아니거든? 이게 쉽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이 말이지. 원래 좋은 품질의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닌 법 아니겠어? 발품도 팔고! 조심조심 인맥을 이용해서 어렵사리 구하고! 암거래처럼 어? 조심스럽게 거래하고 그래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거야.”

         

       그 설명은…자랑이라기보다는 다단계에 빠진 사람이 옥 장판이나 건강식품을 파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말이다.

         

       “이게 바로 우리 귀염둥이 아-샤가 꿈에서 직접 파밍을 해 온 물건이라 이거야.”

         

       이아린은 뿌듯한 표정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만 보자면 낚시꾼이 직접 낚은 대물(大物)을 자랑하거나, 심마니가 자신이 캔 산삼을 자랑하는 것만 같았다.

         

       “아무 꿈에서나 가져온 물건이냐? 아니지, 아니야.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메리카 대륙의 산타마르타의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de Santa Marta) 정글에서 사는 브라우니(Brownie)들이 캔 산삼으로 만든 물건이야.”

         

       산타마르타의 시에라 네바다 정글에서 산삼이 왜 있으며, 정글에 브라우니들은 왜 살고, 그들이 심마니처럼 산삼은 왜 캔단 말인가?

         

       “게다가 그냥 캐고 끝이냐? 아니지. 요정들이 이걸 찌고 말리고를 반복했어. 요정들에게 전통적으로 계승되는 구증구포(九蒸九曝) 방식을,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와 전통적인 방식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서 홍삼을 만들었다고 해!”

         

       게다가 요정이 왜 홍삼을 만드는 것이며, 구증구포 방식이 한국도 아니고 대체 정글의 요정들에게 왜 전승되는 것인가.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한없이 허황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허풍에 가까워 보임에도, ‘아나스타시아가 직접 구해왔다.’라는 문장이 마법처럼 이 모든 것을 이해하게 했다.

         

       꿈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섞인 꿈이라는 배경이었으니까.

         

       “거기다가 직접 마체테를 들고 사냥한 식인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을 섞어서 만들기까지 했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아린은 거기까지 말하곤 진성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은 덤이었다.

         

       “흐음.”

         

       진성은 그녀가 보내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먹어라.

       아나스타시아가 직접 구해온 이 ‘귀한 사탕’을 어서 먹고 감상을 말해라.

         

       이아린은 무언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진성은 장난기 섞인 그녀의 눈빛에 피식 웃으면서 사탕을 집었다.

         

       거무튀튀한 붉은색이 불길함을 한껏 뽐냈지만, 진성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입 안에 넣었다.

         

       색만 보자면 어디 황천에서 굴러다니는 구슬을 연상케 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진성은 아나스타시아가 가져온 음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회귀 전 꿈에서 들고 온 물건이라면서 그녀와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을 일이 많았다.

         

       어찌 보면, 이아린이 장난을 친답시고 그에게 준 이 사탕은 향수마저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향수.

       그래, 향수였다.

         

       입 안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비주얼과는 전혀 다른 감촉.

       이게 과연 섭취해도 멀쩡한가 싶을 정도의 끔찍한 맛.

       음식으로 의태(擬態)한 괴물이 양심도 없이 ‘나는 네가 알고 있는 그 음식이 맞다.’라고 주장하는 듯, 해당 음식의 향과 맛을 혀가 간신히나마 인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첨가한 듯한 이 느낌까지.

         

       참으로 익숙한 느낌이었다.

         

       “쓰구나.”

         

       진성은 사탕을 꿀꺽 삼키고는 방긋 웃으며 감상을 말했다.

       아주 간결한 감상이었다.

         

       그리고 이 간결한 감상은 사탕을 준 당사자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감상이기도 했다.

         

       “…응? 내가 잘못 줬나?”

         

       이아린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진성의 반응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의 반응이 믿기지 않다는 듯 몇 초간 그의 표정을 바라보았다가, 혹시 자신이 잘못 준 게 아닐까 싶어서 진성의 손에 들린 포장지를 바라보기도 하고, 올바르게 줬는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이상하네….”

         

       이아린은 혹시 진성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진성의 얼굴은 물론, 목이나 손 등의 다른 부위에서도 평온함이 그대로 보이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상하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나도 얼굴 찌푸릴 정도로 썼는데…. 오라비 진짜 괜찮아?”

         

       이아린은 진성에게 물었다.

         

       혹시 진성이 삼킨 게 자신이 맛본 어마어마하게 쓴맛의 그 사탕이 맞는가 하는 의문.

       혹시 엄청나게 쓴데 내색하지 않고 그냥 삼킨 게 아닌가 하는 걱정.

         

       그녀의 물음에는 그 두 가지 뜻이 담겨있었다.

         

       “이런 맛에는 익숙하니 크게 상관이 없느니라.”

         

       “이런 맛에 익숙하다고? 그럴 수가 있나…?”

         

       이아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이런 맛이 익숙하다고…?

       영약을 자주 먹는 무인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 이런 맛에 익숙해질 수가 있나…?

         

       ‘…어디서 벌레라도 주워 먹고 다니나…?’

         

       이아린은 도대체 이 정신 나간 비혈연 호적리스 동거메이트가 밖에서 땅에 기어 다니는 벌레라도 주워 먹고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당연한 의심을 떠올렸다.

       저택에서 진성이 보였던 수많은 기행들을 떠올리자면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아주 합당한 의심이었다.

         

       아니.

       의심이 아니다.

       실제로 그녀는 진성이 벌레를 먹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

         

       구워서 먹고, 튀겨서 먹고.

       심지어 생으로 벌레를 씹어먹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전과로 볼 때, 박진성은 충분히 밖에서 벌레를 주워 먹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인간이었다.

         

       하지만….

         

       ‘아니지. 아마존의 벌레를 먹어도 저런 맛은 아닐 텐데…? 그럼 대체 뭘 먹고 다닌 거지…?’

         

       벌레가 저 정도의 끔찍한 쓴맛을 낼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대체 뭘 먹고 다니길래 저런 쓴맛에 익숙해질 수 있단 말인가?

       진짜, 뭘 하고 다니는 거지?

         

       그녀는 적나라하게 의심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진성은 이아린의 무언의 의문에 회답해주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이런 걸 가져오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응? 그런가?”

         

       “그래. 옛적에 무공을 익히지 않는 이들도 내가 겪는 괴로움을 맛봐야 한다면서 저택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영약을 맛보여주고 다니지 않았더냐?”

         

       “응? 아, 그런 적이 있었지….”

         

       이아린은 진성의 말에 추억을 회상하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그건 너무 억울할 정도로 맛이 썼어….”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가물가물하긴 한데….’무인한테는 별 효과도 없는 영약 주제에 왜 이렇게 쓴 거야! 이런 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맛이야! 하지만 존재한다는 걸 안 이상 모두가 알아야만 해!’라고 소리치지 않았더냐?”

         

       “…정확히 기억하네. 어, 뭐. 그랬지.”

         

       그녀는 진성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때 억울함을 담아 외쳤던 말을 그대로 꺼내자 약간 창피한 듯 살짝 볼을 붉혔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듯, 강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 뭐냐, 너무 억울하게 썼잖아? 늙고 병들었거나 피로에 찌든 사람한테나 쓸모 있을 자양 강장 효과 주제에 말이야. 무슨 쓴맛이 지금까지 먹었던 영약을 아득히 넘어? 솔직히 이건 나만 맛볼 수가 없지.”

         

       억울했다.

       효과가 좋은 거라면 모르겠는데, 별 효과도 없는 게 그런 맛이었던 게 너무나 억울했다.

       그러니 내가 한 짓은 정당하다!

         

       이아린은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을 정당화했다.

         

       “허허허. 그 영약이 쓴맛이기는 했지.”

         

       진성은 이아린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 아니겠느냐? 실제로 그 효과는 아주 뛰어났던 걸로 기억하느니라.”

         

       “음, 뭐….”

         

       이아린은 진성의 말에 시선을 슬쩍 돌렸다.

         

       “그때 네가 저택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먹였던 소량의 영약 덕분에 피로에 찌들었던 이들이 전부 힘이 넘치게 되었고, 앓고 있던 병이나 부상이 호전되었었지.”

         

       “크, 크흠. 우연이지 뭐.”

         

       “그러고 보니 이번의 장난 역시 그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로구나.”

         

       과거, 이아린은 가족들과 사용인들을 위해 자신이 먹어야 할 자양 강장 효과가 있는 영약을 먹였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녀는 영약을 나눠준다는 말을 솔직하게 하는 대신, 장난의 탈을 썼다.

         

       아마 쑥스러웠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아린은 사용인들의 식사에 슬쩍 영약을 타거나, 사용인들에게 일부러 말을 걸어서 입을 벌리게 만든 뒤 탄지공으로 얼린 영약 한 방울을 집어넣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가족?

       쌍둥이 자매인 이세린은 기습으로 제압한 다음에 강제로 입을 벌려서 영약을 넣었고, 이양훈은 그가 챙겨 먹는 영양제에 영약을 발라두었다. 어머니들은 립밤에 영약을 섞어놓거나, 즐겨 먹는 과일의 안에 주사기로 영약을 주입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진성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는데, 진성의 경우에는 수저에 영약을 묻혀놓은 덕분에 음식을 한술 뜨자마자 몰려오는 쓴맛을 맛보게 되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결과는 난장판 그 자체.

       갑작스레 느껴진 폭력적이기까지 한 쓴맛의 향연에 모두가 놀랐다.

         

       쓴맛에 당한 이들은 범인인 이아린을 찾아다녔고, 피해자가 저택의 모든 사람임을 알게 되자 경악했다. 그리고 그녀가 놀랍게도 영약을 뿌리고 다녔음을 알게 되자 다시 한번 놀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크게 혼나는 대신에 ‘이런 장난은 함부로 치고 다니면 안 된다.’, ‘영약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체질에 맞아야 한다. 체질이 맞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이런 장난은 하면 안 된다.’라면서 가볍게 꾸중만 듣고 말았다.

         

       이아린이 좋은 마음으로 그런 짓을 했던 것임을 알기에 거기서 그냥 끝낸 것이다.

       평소 이아린이 짓궂은 장난을 잘 치지 않는다는 것을 볼 때, 누가 봐도 이번 일은 장난을 핑계 삼아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다닌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저택에 진성이 잘 녹아들지 못하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으니, 사람들은 이아린이 이런 짓을 한 게 진성과 친해지고 싶어서 짓궂은 장난을 친 게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다. 무공을 익힌 이들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짐작이 꽤 일리가 있는 것이기도 했고.

         

       나름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요정이 만든 홍삼 사탕이라. 그래, 건강이 좋아지는 느낌이 드는구나. 잘 먹었다.”

         

       진성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담비가 가져온 음식은 안전합니다!
    동심과 희망이 가득 차있는 꿈속에서 가져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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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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