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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4

    <504 – 혁명가의 2페이즈>

     

    가불기라는 말이 있다.

    가드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판정.

    즉, 어떻게 해도 막을 수가 없는 기술.

    방금 내가 날린 암흑볼이 그런 가불기였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을 물리치고 싶어.

    일직선으로 올곧게 나아가지 않으면 최고속도로 벨 수 없어.

    교수님은 잠깐의 여유만으로도 자세와 호흡을 되찾고 방어할 테니까.

    그러니 수상한 암흑볼이 날아와도 베야 해.

    어차피 11살 꼬마애의 공격이잖아.

    고작 저런 걸 내가 못 베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있는 대로 페널티를 큼직하게 발라 위력을 올려놓은 암흑볼을 베게 된다.

     

    계열 – 암흑마법, 생활마법, 강화마법, 비전마법

    발동 – 모으기

    전문화 – 전능, 상쇄, 흡수, 추적, 무력화

    페널티 – 패배 시 사망

     

    그런데 이 암흑볼은 혼을 실어 넣은 일격!

    수집률에 영향을 받는 <모으기> 기능에 사망패널티까지 추가한 일격이다.

    아무리 위계 차이가 있어도 이런 일격을 받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크아악!”

     

    디스트로이어를 베기 위해 지나치는 길.

    걸림돌이 되는 아이의 잔재주를 가볍게 쳐내고 돌파한다.

    그런 어설픈 마음가짐의 결과가 역으로 나가떨어진 한심한 꼴이다.

     

    “하비노디는 잘만 베어버렸으면서 저건 왜 못 베는 거예요, 교수님!”

    “오크노디!”

     

    어설픈 건 교수님도 마찬가지다.

    교수님의 제자?

    대륙십대도적의 서열 5위, 거울도둑?

    하비와 마계종튤립을 키워낸 혁명가?

    그딴 거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당신은 전대용사.

    명실상부한 이 자리의 최강자라고.

     

    “시간을 벌어주려고 이 자리에 나섰는데 네가 여기로 오면 어쩌자는 거냐!”

     

    그런 교수님이 맥없이 당한 이유를 이제는 알게 되었다.

    나 때문이었다.

     

    “헉! 매스각키 황녀도 아니면서 절 허접노디라고 생각하셨군요?!”

     

    이건 좀 충격이야.

    교수님이 날 허접 취급하다니!

     

    “큭큭큭! 가관이군요. 앞에는 장성한 제자를 두고 뒤에는 어린 제자를 두다니. 릴리아, 당신은 어린 제자에게 밀려 버려진 신세였군요?”

    “다물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

    “카스트로. 언제까지 꾀병을 부릴 작정입니까? 디스트로이어의 어린 제자에게 깨진 망신에 고개를 들 낯이 없는 건 이해합니다만 시간은 저희 편이 아닙니다.”

     

    쓰러진 검사가 벌떡 일어서며 검을 휘둘렀다.

    오크노디의 발목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멀쩡한 오크노디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웃었다.

     

    “뿌뿌~ 잔상노디였지롱!”

     

    암흑볼을 우습게 보다가 직격으로 폭발에 당하고도 멀쩡히 일어난 것부터 참 범상치 않은 강자였다.

    머리를 터뜨릴 작정으로 짓밟았는데도 멀쩡히 버틸 때부터 예상하고 이미 대응하고 있었지만!

     

    “검귀의 검을 막아낼 마법이라니, 전대용사의 어린 제자치고는 무서울 정도의 실력이군. 오늘 이 자리에서 죽여두지 않으면 일생을 후회할 정도로.”

    “헉! 혁명군 제 2 돌격대장 검귀 카스트로가 고작 11살 아이를 호적수로 인정하는 건가요? 나 너무 무서워. 밤에 혼자서 잠도 못 자!”

    “망할 애새끼가…”

     

    카스트로의 검 위로 샛노란 벌꿀색 검기가 웅웅거리며 맺혔다.

     

    “네 생애에 다시 없을 행운은 방금 끝났다. 어린애라고 죽이지 못한다고 여겼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오크노디 1년생!”

     

    명호스님의 외침에도 나는 뒤로 물러서는 대신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혁명가를 따르는 삼대검귀는 대륙십대도적 상위권과 동등한 세 명의 검왕의 밑줄에 속하는 실력자.

    오색마탑주의 직계제자이자 후계자급 포텐션을 지닌 이들과 엇비슷하거나 대륙십대도적의 하위권에 비견되는 강자들이다.

    딱 말해서 6위계급 강자.

    5위계에 발을 걸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상대가 방심하고 나는 목숨을 걸어야 일격을 막아낼 정도의 격차.

    방심하지 않는 검귀를 상대로는 목숨 하나를 얹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옛 신의 유산>

    <삼법인의 권능 – 1식 제행무상諸行無常>

     

    그런데 동방의 옛 신 석가의 가르침은 참 재밌는 기믹을 지니고 있었다.

    제행무상.

    우주만물은 한결같지 아니하며 모두 변화한다.

    그 깨달음을 기능발현에 섞어 발현하면 사용하는 무공이나 마법의 경지가 한시적으로 변화한다.

    그 내용을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경지임대>

     

    앞으로의 미래, 언젠가 발휘할 일격이 지금보다 저조한 무위로 펼쳐질 것을 1회 감수하는 대신에 지금보다 더한 무위를 1회 발휘한다.

    경지를 대출받고 미래에 상환하는 신기한 공능이다.

    상위경지를 어렴풋이 인식하는 정도라면 그저 그런 일격을 펼치는 수준에 그쳤겠지.

    그런데 나, 놀랍게도 플레이어다.

    앞으로의 경지, 나아갈 길을 전부 다 알고 있지.

    세상에서 제행무상을 나만큼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

    지난 한 달간은 앞으로 얻을 공능을 미리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를 심상수련만 해왔다.

    그런 한 달간의 결실이 지금 내 손에서 펼쳐졌다.

     

    <5단계 차원볼>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속성을 중첩하여 모든 종류의 공격에 카운터를 칠 수 있는 3단계 무지개볼과 암흑마나 폭주기를 더한 4단계 암흑데스볼.

    마왕의 <즉사광선>이나 신들의 졸렬한 <이단선포>, 드래곤교장의 <학사경고>가 그렇듯이 한 번 발동하면 일 터지는 필살기 컨셉의 4단계가 한계였었다.

    그런데 월드보스급의 강자들도 즉사기가 막히면 한층 더럽고 위험한 즉사기를 연발로 마구 날려댄다.

     

    ‘데스볼을 일회용으로 그치지 말고 여러 차원에 중첩해서 날리면 어떨까?’

     

    이른바 데스볼의 무지개화 중첩작전!

    모든 종류의 속성을 다루던 무지개볼의 특징을 그만큼 다양한 차원의 다양한 속성에 중첩발현 해서 동시에 던진다.

    하나의 차원, 하나의 속성.

    눈에 보이는 공만 벤다면 그 검이 베어내지 못한 속성계의 차원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공이 불쑥 튀어나와 상대의 공격을 투과해 충돌.

    투쾅콰쾅 폭발하며 즉사기가 발동해버리는 아주 흉악한 공격 되시겠다.

     

    “이런 미친.”

     

    섬광질주와 함께 고속돌진계 절멸기를 날리던 카스트로의 질주 방향이 급히 틀어졌다.

     

    <검귀의 직감>

     

    감각계열 테크트리의 상위기능 중 하나인 <찰나의 직감>의 상위기능인 <검귀의 직감>이 정면으로 덤비면 무참히 끔살당할 미래를 감지해낸 것이다.

    차원볼의 대응책은 영체화를 상대하는 요령과 마찬가지로 중첩좌표를 전부 타격하는 신성계열 주문이나 중첩좌표를 하나로 압축시키는 차원계열 주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검사의 무시무시한 공격은 검만 휘두를 줄 아는 검사계 최상위클래스 검귀 따위로는 막을 수 없지!

     

    스파파팟!

     

    높게 뛰어올라 차원볼의 진행경로를 회피한 카스트로를 따라 차원볼이 분열하듯 쪼개지며 그를 뒤따라 잔상을 남겼다.

     

    <추적>

     

    각기 다른 차원에 나누어진 공들이 저마다 다른 추적방식으로 카스트로를 쫓으며 벌어지는 현상!

    흩어진 공들이 다시 하나로 모이며 도주하는 카스트로의 뒤를 쫓았다.

     

    “애를 먼저 베라!!”

     

    카스트로의 외침에 나머지 두 명의 검귀의 검이 나를 노리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 교수님과 명호스님이 그들의 접근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이중경계>

    <제 5형 – 닿을 수 없는 경계>

     

    수직으로 짓누르는 압력을 특정좌표를 중심으로 좌우로 밀쳐내며 발동한다.

    어마어마한 압력을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는 두 검귀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절명기 – 폭압의 검>

    <절명기 – 흡력의 검>

     

    내게 닿기도 전에 압력을 줄이고자 발동한 절명기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가혹할 정도로 농밀한 영역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산화했다.

    닿을 수 없어.

    버틸 수 없어.

    속절없이 밀려나는 검귀들.

    그들의 너머로 혁명가와 릴리아가 그런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을 노리고 합동기를 펼쳤다.

     

    “수행의 시간이 부족했다면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입니다.”

     

    <검광의 거울>

    <깨달음의 편린>

     

    찰나의 번뜩임 속에 담긴 깨달음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형상화하는 버프계 최상위기술.

    곳곳에서 빗발치는 최상위기능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뒤를 봐주던 명호스님의 손에서도 똑같이 펼쳐졌다.

     

    <108염주>

    <변형술식 – 긴고아주의 저주>

     

    원숭이수인의 선조이자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악명 높은 투신 손오공을 유일하게 통제하였던 전설상의 비보 <긴고아주>가 혁명가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찰칵!

     

    머리에 강제로 장착되기 무섭게 맹렬히 두피를 파고드는 긴고아주의 압력.

    마나를 사용할 때마다 머리를 조이는 긴고아주의 고통은 저주를 해주하기 전까지는 모든 마나연공을 강제로 금하는 법술류 봉인계 최상위저주였다.

     

    “혁명가!”

    “큭큭. 시기적절한 희생이군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능력이 봉인 당하는 것은 썩 달갑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리를 바꿉시다. 웨스커 양?”

    “부르셨나요?”

    “잠시 머리를 빌립시다.”

    “…이 흐름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불길한 그림밖에 그려지지 않는데요?”

     

    부름을 무시하고 뒷걸음질 치던 그녀가 어째서인지 혁명가와 눈을 마주치기 무섭게 제 발로 그의 앞에 걸어왔다.

    홀린 듯이 그의 앞에 선 웨스커가 뒤늦게 경악했지만 그녀의 머리에는 이미 혁명가의 손이 얹어진 이후였다.

     

    <비올레의 연금술>

    <강제 교체>

     

    릴리아의 머리에 씌워졌던 긴고아가 혁명가의 손에 빨려 들어가더니 반대쪽 손이 얹어진 웨스커의 머리에 찰칵 채워졌다.

     

    “당신, 설마 여기까지 와서 날 버림패로?!”

    “마나를 다 쓴 마법사에게 마나사용을 금하는 저주를 떠넘긴다. 실로 경제적인 교환 아니겠습니까?”

    “이런 쓰레기가! 적색마탑을 배신하고 널 따라나선 사람에게 이게 할 짓인가요!”

    “큭큭. 너무 원망은 말아주십시오. 재단의 이중스파이로서 당신도 그간 혁명군의 정보를 넘겨대며 충분히 재미를 보아왔잖습니까.”

    “…!”

     

    그 모든 공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가기까지는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기둥 뒤에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매스각키 황녀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꼴깍꼴깍 침을 삼켜댈 정도!

    확실히 플레이어인 내게도 아직 1학년인 몸으로는 따라가기도 벅찬 템포의 교전이다.

    하지만 1분이면 충분했다.

    투명모기의 독이 차원볼을 피해 신체가속을 남발하던 검귀 카스트로의 몸이 흔들리기까지는.

     

    “컥!”

     

    독에 의해 신체의 균형을 놓친 1초.

    불과 1초의 멈춰섬이 차원볼의 적중으로 이어졌다.

    한 발을 맞는다면 온갖 차원계에 중첩된 모든 공격이 뒤따라 적중하는 것은 당연지사.

     

    퍼버버버벙!

    카가가가강!

     

    뒤늦게 검을 들어올린 카스트로가 신들린 검격으로 중첩공격을 받아내려 시도했으나 지근거리에서 터지는 온갖 속성의 여파는 그를 더욱 더디고 쇠약하게 만들었다.

     

    <질병><동상><둔화><화상><시야약화><마비>

     

    차원볼을 하나 쳐낼 때마다 늘어나는 상태이상은 검귀의 대응능력을 감소시켰고, 어느 순간부터 그의 검은 차원볼을 온전히 쳐내지도 못했다.

    베어낸 여파조차도 치명적인 폭발을 최초의 일격 이후로 다시 허용하는 순간, 그는 속절없이 연쇄폭발에 휩쓸렸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낙엽처럼 흔들리던 몸이 시든 잎사귀처럼 지면에 떨어졌다.

     

    [검귀 카스트로를 토벌했습니다.]

     

    혁명가의 수족.

    최정예 부하 중의 하나를 1년차 아카데미 학생의 신분으로 해치웠다.

    모든 회차를 통틀어도 독보적인 속도의 강함!

    심지어 카스트로를 토벌함으로써 얻은 경험치가 지금까지보다 더한 성장세를 허락한다.

    이미 상승궤도에 올라선 내게 이 자리는 더할 나위 없는 잔칫상일 뿐!

     

    “허어. 검귀씩이나 되는 사내가 고작 아카데미 1학년의 손에 명을 달리했단 말입니까?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질 않는군요.”

     

    혁명가의 눈에 위험한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마치 탐나는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릴리아. 저 재능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디스트로이어의 동료는 날 두고 백 년에 한 번 나올 천재라고 했어. 그 사람이 저 아이를 봤다면 분명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하겠지.”

    “당신을 거두었지만 오크노디를 죽이지 못했다면 저 혁명가와 디스트로이어, 둘 중 누가 이득을 보리라 생각합니까?”

    “물론 디스트로이어야.”

    “그럼 결정됐군요. 열어봅시다. 명계의 문을.”

    “어떻게?”

     

    혁명가가 제 눈을 가리켰다.

     

    “당신은 일찍이 눈은 마음이 비치는 거울이라 하였지요. 제 마음속에는 몇이나 되는 망령들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수많은 민중들의 희생을 강요했던 남자, 혁명가.

    모두가 저 남자의 문을 열었다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혁명가가 이것을 노리고 릴리아를 포섭했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페이즈 혁명가와 3연참하는 테디베어

    오늘은 다음편이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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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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