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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5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만큼이나 떨리는데, 이거.”

        

       “그럴 수밖에요. 저도 작년에 했던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만큼 떨리는데요, 지금.”

        

        

        

        태스크포스 1, 분대장 다이스.

        

        태스크포스 2, 분대장 하모니.

        

        각기 10명의 인원들로 이뤄진 두 태스크포스가 햇빛 가득히 내리쬐는 맨해튼의 위를 누볐다. 벽돌과 콘크리트를 뚫고 피어난 꽃이 군홧발 아래에서 마구잡이로 짓밟히는 한편, 총알에 관통당해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폭도들과 탈옥수들의 시체가 바닥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그 사이에서 태스크포스 2의 분대장인 하모니는 아무도 없는 – 것처럼 보이는 – 애비뉴와 애비뉴 사이를 팀원과 함께 가로지르며 주변을 확인했다. 블록 너머로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AI인지 사람인지 구분도 안 되는 존재들 뿐.

        

        주변을 둘러보던 하모니는 지금쯤 다른 방향에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을 다이스에게 물었다.

        

        

        

       “뭐 찾은 거 있어요?”

        

       “아쉽게도. 시체가 남아있었다면 몰라도, 미관제구역도 메커니즘 자체는 다른 미션이랑 별반 다를 바 없으니까…이런 부분은 민아가 더 잘 알겠죠. 그렇지 않나요?”

        

       “하이고, 저도 여기 와본 지 1년이 훌쩍 넘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곳에 처음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와 모든 것들이 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선명한 과거의 발자취들. 건물과 건물 사이를 타고 흐르는 싸늘한 겨울밤 칼바람, 얼어붙어 마치 가루처럼 흩날리는 눈.

        

        하지만 지금은 낮이었고 눈도 내리지 않았다.

        

        하모니보다 먼저 다크 존을 플레이했고, 먼저 프로게이머가 된 유저들이 분대장이 아닌 분대원으로서 그녀의 오더를 듣는 이유는 이에서부터 기인하고 있었다. 하모니가 가장 먼저 유진과 함께 돌아다닌 장소가 바로 이 로어 맨해튼, 미관제구역이었으니까.

        

        시청자들은 현재진행형으로 탄창 관련 안건으로 그녀 자신을 신명나게 놀리고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옆에서 말이 이어졌다.

        

        

        

       “유탄발사기 같은 걸 가져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눈으로 유탄을 보고 40mm 탄을 쏴맞춰서 폭발시키는 사람한테 유탄이라니, 농담도.”

        

        

        

        질문에 질문으로 응수했지만, 하모니는 자신의 생각이 정답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과거 비얌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날아드는 박격포 탄환을 총으로 쏘아 맞추던 걸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오히려 유탄 같은 걸 가지고 왔다간 역으로 된통 당했겠지.

        

        혹여나 주변을 순찰하는 적들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차량 뒤에 숨은 하모니는 부대원 중 두 명을 뽑아 건물 내부에 잠들어있는 신호 중계기를 작동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후 스코프로 계속해서 주변을 정찰했다.

        

        아마 2분도 지나지 않아 반경 800m에서 발생했던 여러 교전들, 그리고 활동 중인 적 AI 및 유저들이 감지되리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세월의 풍파를 맞았는지, 녹슬다 못해 거의 걸레짝이 되어버린 택시의 뒤에 몸을 기댄 하모니는 방금의 생각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유탄발사기라. 생각해보면 그녀가 폭발에 눈을 뜬 것도 바로 그 날이었다. 유진이 자신에게 유탄발사기를 건네줬었지. 보통 화기에 이런저런 제한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던 PVP와는 다르게 PVE에서는 자주 써먹었었는데, 요즘은 또 뜸했네.

        

        유진 씨의 말에 의하면 얼마쯤 후에 또 신규 인커젼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 그것도 진과 레인이 다시 출연하는 – , 그 즈음에 쓸 수 있는 기회가 나오려나 모르겠다.

        

        

        신호 중계기가 작동을 시작했다.

        

        

        

       -[알림 : 신호 중계기 작동 중.]

        

       -[알림 : 반경 800m 내에서 발생하였던 모든 교전을 표시합니다. CCTV 접속 중….]

        

        

        

        그와 동시에 표기되는 수많은 데이터들.

        

        신호 중계기를 중심으로 반경 800m의 로어 맨해튼이 맵으로 펼쳐지고, 이어 수많은 색깔의 점과 선이 그 위에 다닥다닥 나타난다. 붉은 건 적의 시체였고, 노란 선과 점은 발포 장소와 탄환의 궤적…그 외에도 여러가지.

        

        하지만 언뜻 난잡해보이는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아예 데이터가 표기되지 않는 구역. 다시 말해 CCTV가 전부 깨진 지역들. 따라서 아무런 데이터가 나타나지 않은 텅 비어버린 길이 단 하나 있었다. 제멋대로 신나게 색칠되어있는 애비뉴와 애비뉴 사이 표기된 무채색의 기동루트 하나.

        

        그것을 확인한 순간 하모니의 머릿속에서 두 가지 결론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유진을 찾았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피이잉!

        

        

        

       “적습, 적습이다!”

        

       “탄흔 분석하고 궤도 확인해! 어디야!”

        

       “펄스 가동합-수류탄! 우와아악!”

        

        

        

        너무 가까이서 찾았다는 점이었다.

        

        펄스를 가동해도 아무런 것도 잡히지 않는다. 하모니의 머리가 최대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펄스의 최대 감지 반경이 150m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도 멀리서 쐈다는 소리. 누군가가 수류탄이 날아온다고 말했지만 그걸로 속으면 안 됐다.

        

        EM급 발현자가 600그램 가량인 수류탄을 얼마나 먼 거리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던질 수 있는가. 그것만으로도 이미 답이 나왔다.

        

        

        심장 박동이 빠르게 잦아든다. 사전에 짜놓은 프로토콜대로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도망가기도 힘든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난 교전이 아니라 최소 200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시가전. 그렇다는 것은 대응할 시간도 충분하단 뜻이었고, 하모니는 어디를 헤메고 있는지 모를 다이스에게 재빠르게 지원 요청을 했다.

        

        승산이 확실하게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EM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그 정도였으니. 하지만 하모니를 포함한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유진을 많이 연구한 사람들이었고, 몇 배에 달하는 화력적 우위도 있었다.

        

        거리를 벌린 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다. 그렇게 하면-

        

        

        

       “…위치 파악! 두 명입니다! 유진과 올리비아!”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 중!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입니다!”

        

       “아이씨, 그럴 것 같긴 했는데…루트 봉쇄한다! 폭탄 설치한 다음 축차로 퇴각! 전력 온존을 최선으로 해!”

        

        

        

        이런 망할.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리를 벌린 채 화력으로 갉아먹는다는 선택지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대놓고 들이대는 수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시가전에서 적이 있는 곳으로 몸을 처박는다는 선택지를 설마 고를까 싶었지만….

        

        하모니의 손길이 빨라진다. 오른쪽 허벅지에 있는 다용도 파우치에서 뇌관을 꺼내들고 폭발물을 설치한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근방에 있는 여러 명이 죄다 비슷한 행동을 진행 중이었다. 이미 이들은 IED의 스페셜리스트 그 자체였다.

        

        그동안 세 명에 달하는 팀원들이 폭탄 설치에 필요한 시간을 전면에서 벌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도탄음이 둔중하게 이들을 압박했다.

        

        

        하나둘씩 OK 사인을 내린다. 하모니는 가장 먼저 폭약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군들이 IED 설치를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렸고, 어느덧 교전거리가 거의 50m 가량으로 좁혀지자마자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벌리려고 시도했다.

        

        무수한 양의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기 전까지는.

        

        

        

       “수류탄-!”

        

        

        

        사방팔방에서 발생하는 폭발.

        

        그러나 누군가를 살상하기 위해 던진 거라고 하기에는 수류탄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대략 대여섯 개 정도였을까. 언뜻 보기엔 많아보여도 애비뉴의 폭 자체가 넓고 엄폐물이 많았기에 그 정도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웠다.

        

        평소 수류탄 쟁여놓는 걸 좋아하는 유진이라면 충분한 수의 여분이 있을지도 몰랐지만…좌우지간 폭발 때문에라도 하모니와 팀원들은 그 자리에 묶였다.

        

        과연 유진이 무엇을 의도하고 이런 방법을 사용했던 걸까. 그러는 와중에도 탄도 방패를 들고 유진과 올리비아의 화력을 전면에서 받아내던 친구들이 점차적으로 뒤로 후퇴했고, 수류탄이 만들어낸 혼란이 다 가시기도 전 빠르게 후퇴했다.

        

        그리하여 아군이 폭약을 설치해뒀던 차량과 언뜻 비슷한 포지션에 위치했을 즈음,

        

        

        

       ───푹!

        

        

        

        교전이라는 혼란을 틈타 작은 쇳덩어리 하나가 하모니의 반대편에서 제압사격 중이었던 유저 한 명의 어깨에 박혔다.

        

        총알에 맞아 몸뚱아리가 크게 흔들린 것도 아니었고, 폭발물이 터지며 파편과 부서진 차량, 돌 조각들이 흩날렸기에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 그것이야말로 유진이 노리던 단 하나의 조커 카드이자 이들을 분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쇳덩어리가 어깨에 박힌 유저의 이카루스 기어가 오작동한다. 원격 해킹이었다.

        

        하모니가 이를 보았다면, 그 쇳덩어리가 과거 워싱턴에서 유진이 아르테미스 UGV에 쏘았던 원격 해킹툴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혼란스러운 교전 상황에서도 얼추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었으나, 그녀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제어되는 뇌관은 여전히 폭약에 꽂혀있었고, 그것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엄폐물로 사용하고 있는 바로 그 차량에 설치된 상태였다.

        

        유진은 수류탄을 비처럼 흩뿌렸고, 자신이 가르친 친구들이 폭발 반경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 사이 올리비아는 원격 해킹툴을 무사히 몸뚱아리에 명중시켰다.

        

        크고 빨간 버튼의 제어권이 올리비아의 손에 넘어갔다.

        

        

        다음 순간 굉음이 일었다.

        

        

        

       ───콰아앙!

        

        

        

       “아아악-!”

        

       “뭐야, 뭐야!?”

        

       “이런 미친, 세상에…!”

        

        

        

        차량에 설치해둔 1kg 가량의 C4가 폭발하는 순간 시간이 제멋대로 늘어졌다 – 정확히는 그런 것처럼 보였다.

        

        이미 한참 전에 자동차로서의 기능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녹슨 쇳덩이의 집합체가 일순간 들썩였고, C4가 폭발하며 발생한 엄청난 충격파가 전방위로 비산함과 동시에 안 그래도 연약했던 쇳덩어리 일부가 산산이 분쇄되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분쇄된 자동차의 파편은 눈을 깜빡이는 속도보다도 훨씬 짧은 찰나의 순간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가속했고, 피아를 까다롭게 가리지 않은 채 주변을 폭풍처럼 휩쓸었다. 폭심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친구부터 산산조각이 나는 건 필연이었다.

        

        1초도 되지 않아 무려 세 명의 생명 반응이 제로로 수렴했다.

        

        그러나 더욱 뼈아픈 사실이 있다면, 하모니를 포함한 그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를 짐작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본능적인 직감은 빛을 발했다.

        

        하모니는 그 순간 입을 열었다.

        

        

        

       “IED 설치 지점에서부터 떨어져! 당장! 후퇴해!”

        

        

        

        파우치에 잠들어있던 세 개의 수류탄을 전방에 무차별적으로 흩뿌린 뒤 도망간다.

        

        물론 그녀만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고, 아직 살아있는 이들 역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유진은 이들을 쉽게 놔주려고 하지 않았으며, 다시금 네다섯 개 가량의 수류탄이 공중을 날았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정교한 궤적을 그린 건 덤이었다.

        

        공격이라기보단 숫제 폭격에 가까운 상황이었고, 무차별적인 수류탄 폭발에 의해 후퇴 도중 한 명이 더 죽었으며, 다른 한 명은 빈사 상황에 빠졌다 – 물론 그건 올리비아에 의해 마무리당했다.

        

        다시 말해 하모니는 유진과 올리비아라는 1차 제파에서 10명의 병력 중 절반을 상실했다는 소리였다 – 하지만 반대로 말해, 하모니는 아무런 정보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려 절반이나 살리고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젠 민아의 차례였다.

        

        너덜너덜해진 녹냥이가 인컴에 대고 덧붙였다.

        

        

        

       “…저희 분대의 절반을 내주고 사들인 귀중한 시간이예요. 부디 잘 쓰시길.”

        

       “물론이죠. 현 시간부로 교전 구역에 돌입합니다.”

        

        

        

        다행히, 하모니가 설치한 트랩은 IED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다이스가 이끄는 태스크포스 1이 유진과 올리비아를 강습했다.

        

        

        

        

        

        

        

        

        

        

       “저 귀여운 아이가 분대장인 것 같은데, 꽤 하네. 저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응집력을 갖추고 후퇴할 줄이야.”

        

       “제가 말했죠? 제 자랑이라니까요.”

        

       “지금 다가오고 있는 저 아이들에게서 살아남는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는걸.”

        

        

        

        유진은 저들이 회수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며 바닥에 떨궈진 방탄 방패를 들었고, 올리비아는 재차 삽탄을 마친 후 주변 건물로 뛰어들었다.

        

        시가전의 꽃인 건물 내부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유진 선생님이 여기로 들어가셨다고요?”

        

       “벌써부터 들이박기 무서워지는데.”

        

        

        

        뉴욕 맨해튼, 카네기 홀 앞.

        

        다이스와 하모니를 포함한 13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고풍스러운 건물의 입구 앞에 선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진과 올리비아가 이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너덜너덜해진 하모니와 아직은 여유가 남아있는 듯한 다이스. 하지만 걱정은 오히려 다이스가 앞서고 있었다. 다이스 팀이 훨씬 멀쩡한 건 유진과 먼저 부딪히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다.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진 두 번의 충돌. 순수한 교전 시간만 따져도 3분이 안 되었을 확률이 높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무려 7명이 갈려나갔다.

        

        

        

       “…그렇다고 시간을 오래 끌기도 어렵고. 이제 30분밖에 안 남은 거 알죠?”

        

       “그 안에 어떻게든 해봐야죠. 근데 하필 지금 가불기에 걸려서….”

        

        

        

        들어가면 죽을 것 같다.

        

        하지만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는 내부에 얼마나 많은 트랩이 설치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다이스는 유진에게 전투 기술과 센스를 물려받았고, 하모니는 유진에게 트랩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그렇다는 것은 유진은 그 두 개를 둘 다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고, 어쩌면 지금쯤 카네기 홀 내부를 자신만의 둥지 비스무리한 걸로 만들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오늘 유진의 옆에 같이 있는 올리비아란 존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땠어요?”

        

       “끔찍했죠. 그렇게 정확한 샤프슈터는 처음 봤어요. 두 분이랑은 다른 방향으로 강한 사람을 만나게 되니 파훼법도 마땅치가 않고.”

        

        

        

        그 두 명이 로건과 로렌티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들 및 실시간으로 유진과 하모니의 방송을 시청 중인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올리비아도 발현자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신나게 치솟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제각기 펄스를 돌리기 시작했고, 내부에 ‘아직’ 딱히 감지되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안 이상 들어가야만 했다. 더 이상 시간을 주었다가는 저 두 명이 이 자리에 있는 13명 전부를 큰 무리 없이 잡아먹을지도 몰랐기에.

        

        

        사전에 정해진대로 기동이 시작되었다. 13명의 인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여 계단을 오르고 내부로 들어간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그 어디에도 예외가 될 수 없었고, 바이러스가 한 번 휩쓸고 지나간 카네기 홀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관리를 받지 못해 손상되어버린 그림, 한때는 고즈넉함을 더해줬을 터였으나 지금은 다 썩어빠진 나무 계단, 사람의 손길이 몇 년간 닿지 않아 부서진 피아노.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은 더 지나야만 썩고 부서질 플라스틱 보면대와 의자 등등이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 두 태스크포스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의외로 트랩은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그리하여 이들은 생각보다는 편하게 내부로 진입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는 서프라이즈였어요. 별달리 언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들 이렇게나 예습과 복습에 관심을 가질 줄이야. 꽤 감개무량하군요.”

        

       “그럼요, 누구 제자인데.”

        

        

        

        듣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유진이라면 무조건 듣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므로.

        

        습격한, 그리고 습격당한 당사라자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평온한 대화. 그러나 결국 평행선은 평행선이었다. 한 번 스승을 습격한 이상 이들은 반드시 사살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만 했고, 유진 역시도 생존 혹은 제자들의 몰살이란 여건을 충족해야 했다.

        

        거기에 하나 더.

        

        

        

       “아쉽게도 오늘은 올리비아의 튜토리얼 미션을 도와주고 있는 터라, 쉽게 죽어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여기서 죽으면 브루클린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거든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라. 민아는 그게 얼마나 귀찮은지 알죠?”

        

       “하하, 하지만 오늘은 두 분의 저녁식사가 브루클린의 스테이크집이었으면 하는 걸요. 다시 돌아가셔서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카네기 홀과 센트럴 파크 HQ 간의 거리가 수백 미터도 남지 않았다는 건 알고 말하고 있는 거죠?”

        

        

        

        물론 모를 리가 없었다.

        

        스피커를 통해 쿡쿡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고, 유진은 이어 말했다.

        

        

        

       “그럼 저희도 최대한 발버둥쳐야겠군요. 아, 참고로 올리비아는…여러분들이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정숙하고 은밀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겁니다. 최대한 빠르게 해당 문제를 해결해보시길.”

        

       “네?”

        

        

        

        하지만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콘크리트와 쇳덩어리가 맞닿으며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자리에 적당히 모여있던 13명의 유저들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를 알고는 즉각 입을 열었다.

        

       

        

       “산개-!”

        

        

        

        콰앙!

        

        그런 소리와 함께 어딘지 모를 방향에서부터 베오울프 탄환이 터져나왔다.

        

        끔찍한 시간이 두 태스크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전박살에 진심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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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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