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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5

       *** ***

         

       남쪽 공터에 모여든 사람은 그야말로 셀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호천안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사라는 그런 호천안의 동요를 모른척하며 입을 열었다.

         

       “사람이 많지요? 몇 년만에 열리는 마술공연인지라 라사의 사람들도 잔뜩 몰려든 모양입니다.”

         

       몇 년만이라.

         

       호천안은 사라의 어조에서 마술 공연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요새 라사를 둘러싼 시국이 어지러우니 이어지던 마술 공연이 잠시 중단되었던 것일까.

         

       마술 공연.

         

       노력만큼이나 즐거웠던 한 때. 그리고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리던 일행들.

         

       그 미모가 워낙 뛰어나 존재 자체가 마술 도구나 마찬가지였던 흑묘.

         

       혼자서 구석에서 조용히 마술 연습을 거듭하던 여일예.

         

       재주는 좋으나 어쩐지 어딘가가 늘 조마조마했던 혁기린.

         

       손재주가 좋아 순식간에 마술을 익혀대던 당도연.

         

       그리고 담배를 꼬나물고 이건 신비한 마술도구인데 원리만 알고 자세한 건 모르겠다는 호천안의 억지 아닌 억지를 현실로 구현해내던 당소열.

         

       호천안의 가슴이 아릿해졌다.

         

       그들과 함께- 웃고 즐기고 떠들며 사라와 라사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호천안은 그저 입술을 깨물었다.

         

       “부담을 준 것은 아닌가 모르겠소.”

         

       “대협과 나빈이가 떠나기 전에 시간을 맞추려고 서두른 것은 사실이나, 마술 공연을 재개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으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호천안은 모르겠지만 남쪽 공터의 마술공연은 라사의 명물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오늘날에는 라사의 상징 중 하나로 통했다.

         

       그러나 그런 라사의 공연도 비적떼가 활개침에 따라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몰려드는 유목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남쪽 공터의 일부가 사용되기도 했거니와 라사 전체가 어수선하고 위기에 노출되어 있었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마술 공연을 이어나가기에는 어려웠으니까.

         

       이 마술 공연은 호천안을 위한 선물이요, 다시 나빈을 서장으로 오고 싶게 만을 미끼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라사에 모여든 이들에게 다시 평화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포고이기도 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라사 사람들도 그러한 포달랍궁의 의도를 느끼고 이렇게 희망과 즐거움에 가득 차 마술공연을 관람하러 온 것 아니겠는가.

         

       “자, 이쪽으로.”

         

       사라는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정중앙의 자리에 나빈을 앉혔다. 기대감에 연신 엉덩이를 들썩이며 눈을 반짝이는 나빈을 보며 사라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저 이별이 싫어서 방안에 틀어박혀 울다가 라노징부의 힘을 빌려 날 듯이 산을 내려와 마술공연의 시간에 맞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자신보다 몇 살이나 어린 나빈이 훨씬 의젓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사라는 문득 나빈이 대견해졌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그리고 그런 사라를 보며 호천안 역시 알 수 없는 감회에 젖어들었다. 흑묘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사라는 이제 장성하여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궁주가 되었다.

         

       만약 흑묘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달보다 빛나는 아름다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를 콱 껴안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었다.

         

       흑묘가 살아있었다면 어떻게 성숙했을지 호천안은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와! 시작하려나봐요!”

         

       나빈의 외침에 호천안은 상념을 끊고 무대를 바라보았다. 사복설이 잡히고 참호당이 움직인지 고작해야 며칠이다. 그 며칠 사이에 마술공연을 재개할 준비를 마친다는 건 아무리 사라라 해도 쉽지 않을 일이었다.

         

       그리 힘들게 재개한 무대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요란한 복장을 집은 사내가 손을 흔들며 등장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것만으로도 라사의 사람들은 큰 함성을 내질렀다. 나빈 역시 평생 경험해 본 적 없는 대군중의 뜨거운 열기에 몸을 들썩거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마술사! 랑창이 인사드립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마술사 옥수수가 인사드립니다!]

         

       호천안의 머릿속에서 그날의 공연과 지금의 공연이 겹쳐졌다. 말하는 내용은 달랐지만 그 몸짓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입담만큼은 옥수수와 판박이었다.

         

       돌연.

         

       랑창이 발을 굴렀다.

         

       그러자 형형색색의 고리가 비산했다.

         

       쩔그렁!

         

       와아아아아!!!

         

       그날과 같은 마술. 그 날과 같은 관객들의 환호성. 그날 사라가 내지른 환호성과 똑 닮은 사라의 환호성까지.

         

       호천안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랑창은 연신 그때의 옥수수와 같이 고리를 분리하고 합쳤고 그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호천안은 이내 지금의 이 공연이 그날의 재현임을 깨닫고 주먹을 꾹 쥐었다.

         

       랑창이라는 마술사가 부리는 마술은 물론이요 그 동작들까지 옥수수가 그 날 보였던 것과 판박이었으니까.

         

       옥수수 역의 마술사가 모든 마술을 마치고 퇴장했다. 나빈은 있는 힘껏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고 라모와 사라 역시 오래간만의 마술공연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호천안 역의 마술사였다.

         

       나빈을 향해 눈을 찡긋하는 마술사를 보며 호천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것까지 재현했는가.

         

       “자~ 이 다람쥐는 마술의 다람쥐입니다.”

         

       “아, 저건…!”

         

       나빈이 사라가 보여주었던 마술임을 기억하고 탄성을 토해내는 것과 동시에 반짝반짝한 은 다람쥐와 번쩍번쩍한 금 다람쥐가 마술사의 온 몸을 달렸다.

         

       탄성조차 쉬이 지르기 힘들 정도의 현란한 움직임. 호천안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마술사의 역량에 감탄했다. 사라와 이별하는 자리인지라 진짜 모든 역량을 뽐내 마술을 펼쳤거늘, 지금 다람쥐 마술을 펼치는 이는 호천안의 마술을 완성도 있게 재현해내고 있었으니까.

         

       이 마술을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와아아아!

         

       숨이 가빠진 마술사가 태연한 척을 하며 퇴장하고 이번에는 당도연 역의 마술사가 무대에 올라왔다. 펼쳐지는 끈의 화려한 움직임에 또 다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관중들은 오래간만에 즐기는 마술에 전력으로 환호성을 내지르고 손뼉을 쳤고 나빈 역시 그러했다.

         

       흑묘 역의 마술사가 나와 마술을 펼치고 여일예 역의 마술사가 나와 마술을 펼쳤다.

         

       호천안은 그 모든 마술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탄성과 환호성 그리고 박수와 함께 마술공연은 점차 절정을 향해 나아갔다.

         

       드디어 등장하는 철관.

         

       철관이 등장하자마자 이는 환호성에 나빈이 잔뜩 흥분해 몸을 들썩였다. 이제 나빈도 관객들의 환호성이 곧 마술의 재미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까.

         

       마술이 펼쳐지기도 전에 이렇케 큰 함성이라니!

         

       큰 거 온다!

       “히익!”

         

       그리고 단숨에 두 토막이 나버린 랑창과 그런 랑창의 상체가 퍼덕이는 상황에 나빈이 경악했고.

         

       그 상태 그대로 무대를 누비는 반쪽짜리 철관과 공을 던지고 받는 랑창의 상체에 나빈의 얼굴은 혼돈으로 물들었으며.

         

       철관이 조립되고 랑창이 멀쩡하게 일어나고 난 뒤에야 나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

         

       “여러분 즐거우셨습니까!”

         

       “네에에에에!!”

         

       나빈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물론 그 소리는 관중들의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여러분께는 기쁜 소식이 되겠군요!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라사의 마술공연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오늘의 공연은 이만 막을 내려야겠군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우우우우!

         

       와아아아아!!

         

       함성과 야유가 교차했다. 호천안은 야유와 함성을 들으며 생각했다. 전자는 그 날의 공연을 아는 이들이고 후자는 그 날의 공연을 보지 못한 이들이라고.

         

       호천안은 나빈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물든 것을 보고는 허허 웃었다.

         

       “그럼 여러분! 이만 안녕입니다!”

         

       파라라락.

         

       무대의 장막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장막이 떨어지는 짧은 사이에 마술사들은 모두 사라지고 텅 빈 무대만이 남아 있었다.

         

       와아아아아!!

         

       퇴장까지도 마술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이들이 텅 빈 무대로 환호성을 보냈다. 나빈은 감동에 젖었는지 연신 몸을 들썩이며 얼굴을 선홍빛으로 물들였다.

         

       “아쉽게도 마지막 장면은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편술의 달인인 초절정 고수를 섭외할 수가 없었거든요.”

         

       “허허허. 그렇구려.”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저 큰 무대의 장막이 연결된 밧줄을 휘두를 수 있는 편술의 고수가 마술사 활동을 할 리는 없겠지.

         

       비록 끝은 조금 달랐으나.

         

       그럼에도 호천안은 여운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호천안이 여운에 취해 있는 동안 관객들은 삼삼오오 흩어졌고 나빈은 라모를 붙잡고 마술공연의 감동을 털어놓았다.

         

       사라는 그런 호천안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호천비록 상권 말입니다. 아직 가지러 가지 못했습니다. 중원에 가기에 충분한 무공을 쌓았을 때는 사천이 혼란스러웠고 사천의 혼란이 가시니 서장이 혼란스러워졌거든요.”

         

       “…그렇구려.”

         

       “이제 라모도 클 만큼 컸고 서장도 곧 평화를 되찾을 터이니…중원만 평화로워진다면 상권을 가지러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호천안은 사라를 바라보았다. 사라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호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필히 중원을 평안케 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내, 약조하리다.”

         

       며칠 전 공허한 약속과는 달리 힘이 담긴 말에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기대하겠습니다.”

         

       서장의 라사.

         

       어느 한 공터에서 또다시 재회의 약속이 펼쳐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래호천안도 이제 황실편만 쓰면 끝이로군요.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지만 미래호천안 편을 쓰면서 이런 저런 떡밥이나 쓰고 싶었던 전개들을 끼워넣으면서 분량이 펑펑 늘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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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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