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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6

       

        

        

        

        

        

        

       <아무도모르게다가온메가버거 님이 5,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유진눈나 왜 방송실에서 암것도안하고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원 감사합니다. 화약 냄새 나는 전장에선 때론 휴식도 필요한 법이 아닐까요.”

        

        

        

       -뭐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이젠 개소리해도 안속습니다 무조건 ㄹㅇㅋㅋ만칠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아 쉴거라고 ㅋㅋㅋ

       -팩트)비얌이 아무리 오래 쉬어도 여기 있는 대다수 시청자들보다 K/D가 수십배는 더 높다

       -니들이 하면 밍기적거리는거지만 비얌이 하면 개인정비라고 ㅋㅋㅋ

        

        

        

        카네기 홀 내부의 어딘가, 방송실.

        

        사운드 시스템과의 연동을 그만두고는 의자에 몸을 뉘였다. 현실이었더라면 끼기긱 하다가 찌그러졌을지도 모르지만 게임이라 부서지지는 않았다. EU 모드의 하이드아웃에서는 의자도 부서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긴 안 그래서 다행이다.

        

        아무튼 간만에 즐기는 안온함은 실로 즐거웠다. 방송실로 오는 길은 전부 트랩으로 도배를 해뒀기에 누군가가 올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민아와 예린에게 ‘때로는 반드시 적을 몰살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는 간단한 사실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기도 했고.

        

        아쉽게도 CCTV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물론 방금 말은 농담이고, 올리비아가 여기 있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간만에 감을 좀 되살리고 싶다고 했거든요. 제 제자들을 너무 일방적으로 두들겨패는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지금은….”

        

        

        

       -발 현 자 절 대 너 프 해 ! ! ! ! ! !

       -비얌년은 진작에 밝혔으니 그렇다쳐도 지인은 딱히 숨길 생각도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현자들은 좋겠다 친구도 다 발현자고….

       -주사위랑 녹냥이도 어지간히 강해졌는데 왜 맨날 얻어터지는 역할이야 ㅋㅋ

       -?? : 내가 나설 필요도 없다

        

        

        

        신나는 교전, 교전, 그리고 교전.

        

        아무리 건물 내부에서의 전투가 방어자에게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13명이 순식간에 9명으로 줄어들었는지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사실 CCTV가 한정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자세한 내막을 파악하는 건 무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리비아가 마치 홍길동마냥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고 있는 걸 보아 뭔가 술수를 부려서 내 제자들을 두들겨패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요컨대 순수한 교전 스킬로만 저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시커 마인에 펄스, 드론에 터렛까지 쓰고 있는 애들 앞에서 총 한 자루만으로 저렇게까지 해내는 걸 보고 있자니 참 신통방통하긴 했는데…어쩔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말 그대로 신속 및 은밀기동의 선수였으니까.

        

        더군다나 카네기 홀 자체가 관객들, 혹은 대형 홀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비좁고 까다로운 구조였기에 인원수라는 이점을 살리기도 좀 어렵겠지.

        

        

        

       ‘…내가 민아나 예린이었다면 지향성 펄스나 시커 마인 같은 걸로 청소한 뒤 드론과 EMP를 앞세워서 천천히 갉아먹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물리법칙이라는 게 멀쩡하게 동작하는데 순간이동 같은 걸 어떻게 하겠나.

        

        이리 말하면 내가 무슨…내 제자들을 무슨 올리비아의 각성용 제물 같은 걸로 바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또 그런 건 아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만을 말하자면 어느 쪽이든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있는 나와는 다르게 올리비아는 지금 단독으로 교전에 나선 만큼…좀 더 간절하겠지. 내가 미관제구역에 있는 걸 알게 되었으니, 딱히 할 일도 없는 김에 겸사겸사 내게 라크쉬르를 신청하자고 결심한 저 친구들과는 다른 상황이다.

        

        아직 미관제구역이 풀리지 않았으니, 이 양반은 죽는 순간 다시 브루클린으로 되돌아가야한다.

        

        

        여하간, 방금까지 신나게 말한 것과는 별개로 나 역시 이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하모니와 다이스의 목표가 나와 올리비아를 지도 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라면, 나의 목표는 올리비아를 끌고 무사히 센트럴 파크 HQ에 도착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녀가 몸을 좀 풀고자 하여 단독으로 외부로 나간 건 그렇다고 쳐도, 계속 가만히 지켜보면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는 없었다.

        

        

        방송실에서 계속해서 인기척이 나도록 홀로그램 트랩을 깔아둔 뒤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아직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총소리가 들렸고, 어지럽게 깔려있는 트랩을 슥슥 회피하며 무사히 방송실 인근에서 빠져나왔을 즈음, 예상했던 대로 올리비아에게 급한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뭔 상황인가 싶어 제대로 확인해보자, 아니나 다를까 – 적 분대원들은 하나씩 줄어갔지만, 다이스와 하모니는 오히려 그걸 보고는 더 큰 그림을 그렸다. 말 그대로의 냉혈한이 되어 아군을 일종의 탄환으로 써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연히 총알로서 소모되는 이들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죽기 직전까지 올리비아를 붙들고 늘어졌으며, 개중에는 상당한 유효타를 먹이고 사그라든 사람도 있었다 – 그리하여 다이스와 하모니를 포함하여 6명 가량이 남았을 때 올리비아는 꽤 힘들단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13명을 6명으로 줄여버린 거면 상당한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스킬도 없고, 방어구도 캐릭터 생성 시 처음으로 지급하는 물건을 입고 있었다.

        

        그나마 하드코어 모드라서 비교적 더 튼튼한 걸 입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모든 미션을 전부 밀고 본격적으로 레이드를 하는 사람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당장 몇 주일 후 국가대표로서 러시아로 출국할 예정인 친구들의 대가리를 저리 처참하게 으깨놓는다는 건…역시 호랑이를 철창에 가둬놓는다고 해서 고양이가 될 리가 없지.

        

        

        사설이 길었다.

        

        슬슬 3자대면을 할 때가 되었다.

        

        

        

       “꽤 하드한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응급치료용 나노머신 주사할테니 가만히 있으시길.”

        

       “저 친구들 도대체 뭐야? 한두 명 잡았다고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전술이 진화하는데? 도대체 뭘 가르친 거니?”

        

       “많은 걸 알려줬죠. 저는 몰라도 올리비아는 여기서 죽으면 안 되니 기운 차리시고. 탄환도 거의 다 썼죠? 이거 쓰세요. 영점 맞춰뒀으니 어지간해선 맞을 거예요.”

        

       “…하, 백업 있으니 좋긴 하네.”

        

        

        

        나노머신을 꽂고 20초 정도 있자 UI에 표기된 올리비아의 신체가 빠르게 회복된다.

        

        올리비아가 들고 있던 두 정의 총기들 중 탄약이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으므로, 내가 들고 있던 한 정을 그대로 양도한 뒤 나머지 하나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미세한 공기의 떨림을 감지, 파우치에서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조심스럽게 핀을 뽑고, 하나, 둘, 그리고 셋.

        

        휙 하고 저 멀리 공중으로 내던지자마자 수백 개의 파편이 전방위로 비산했고, 이는 한창 이 근방을 확인 중이던 수색 드론을 그대로 격추했다.

        

        하필이면 내게 남은 게 펌프액션 샷건 한 자루와 슬러그 탄 수십 발이라는 점은 조금 곤란했지만, 그거야 뭐어, 나중에 카네기 홀 어딘가에 남아있는 저 친구들의 시체를 뒤져 다른 총으로 교환해오면 되는 일이었고.

        

        

        이제부터가 잔재주가 먹히지 않는 순수한 힘싸움이 될 예정이었다.

        

        

        

       “보아하니 유진 씨도 온 것 같은데, 얼굴 한 번만 보여주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다구요.”

        

       “아쉽게도 제 얼굴이 좀 비싸서 말이지요. 대충…6명 가량의 목숨 정도면 얼추 비율이 맞겠네요.”

        

       “아, 그건 조금.”

        

        

        

        다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접 통신이 발동될 정도의 근거리.

        

        올리비아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내가 가지고 있던 수류탄 6개의 반절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향했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대기했다. 나는 무대 뒤편으로 올라가는 계단통에 있었고, 다이스와 하모니 일행은 계속해서 펄스를 돌려대며 우리 둘의 위치를 찾고 있었다.

        

        원래라면 하드코어 특전인 EMP 발생기를 쓰면 훨씬 더 쉽게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 국가대표 친구들을 가르칠 때 쓸 법한 물건은 아니다.

        

        그리하여 나는 올리비아가 고지로 이동하는 것을 기다렸고, 그녀는 십수 초도 되지 않아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움의 발코니 관람석에 도착했다. 펄스에는 감지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활하게 견제할수도 없는 바로 그 자리.

        

        

        오늘 올리비아는 다이스와 하모니 팀에게 디바이드 앤 룰이 뭔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었다.

        

        

        

       ───투두두두두! 퍼엉!

        

        

        

        수류탄이 하늘을 날고,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나 역시 무대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신나게 슬러그를 쏴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찌른 순간 혼란이 가중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으며, 카네기 홀 내부 시설 접속 권한은 좀 더 재미있는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곳곳의 방화 셔터가 내려가고, 이것으로도 모자란다면 폴리우레탄 폼 발사기와 증기 네이팜까지 동원한다. 그리하여 6명이었던 인원수는 순식간이 3인으로 이뤄진 두 개의 조로 분단되었고, 그 순간 나는 이동할 시점임을 직감했다.

        

        오디토리움 안에 갇힌 세 명. 정문은 단단하게 막혀있었기에 남은 세 명은 올리비아를 견제하고 취약점을 찾기 위해서라도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올 것이었다 – 그리고 그 계단통은 나와 실로 가까웠으며, 나에겐 아직 수류탄 세 개가 있었다.

        

        

        점차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머잖아 코앞까지 도착했을 때. 

       

        이미 수류탄을 뽑아든 내가 군홧발 소리 가득한 복도에 이를 투척했다.

        

        굉음이 터져나왔다.

        

        

        

       “아윽…!”

        

       “산개해, 산개!”

        

       “제압사격!”

        

        

        

        내가 튀어나올 걸 예측하고 제압사격까지 시도하려 하다니, 역시 잘 배운 친구들은 떡잎부터 다르구만.

        

        그와 동시에 저쪽에서도 시커 마인과 수류탄을 연이어 굴려댔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면 어찌저찌 몸으로 받아낼 수가 있었다. 오직 게임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 15m 가량 뒤에서 터진 수류탄 파편이 등의 실드를 갉아먹었고, 허공으로 도약한 시커 마인이 숫제 부서지기 직전까지 간 탄도 방패를 완전히 짓이겨 부순다 – 하지만 난 아직 살아있었다.

        

        비틀거리며 엄폐물에 숨은 한 명의 얼굴을 개머리판으로 후려치고 인간 방패로 삼는다.

        

        그걸 본 하모니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와, 세상에. 선생님, 그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요-!”

        

       “불평불만은 나중에 돌아가서 하시길.”

        

        

        

        콰앙!

        

        손목만으로 슬러그 탄이 장전된 샷건의 반동을 제어한다. 왼손으로는 반쯤 기절한 – 이제 보니 미카엘이었구나. 어쩐지 오래 살아남는다 싶었다 – 한 명을 인간 방패로 삼은 채 연달아 사격을 가한다. 펌프액션이었기에 장전은 꼬리로 한다.

        

        펑, 펑, 펑! 총구에서 연달아 불꽃이 튀어오르고, 엄지손톱만한 쇳덩이가 방탄판을 사정없이 두드리며 그 너머의 연약한 피륙에 충분한 대미지를 주었다. 그리하여 중간 위치에 있던 다른 유저 한 명이 슬러그에 얻어맞아 천당을 건넜으며, 남은 건 하모니 뿐이었다.

        

        무언가 하기 전에 팔목과 발목을 날린다. 그리고 그건 내게 있어 스테이크 써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주저앉은 채 고개를 도리도리 젓던 하모니는 만사 포기했다는 듯 으에 하고 벌러덩 뒤로 누웠다.

        

        하지만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내게서 IED 제조법을 신나게 학습해간 요 맹랑한 아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지 몰랐으므로.

        

        이제 막 정신을 차리려던 미카엘의 머리를 슬러그 탄으로 깡 하고 깨준 뒤, 나는 튜브 안에 슬러그 탄을 계속해서 장전하며 하모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땠어요, 저희들. 유진 씨도 지금 HP 40% 이하인 것 같은데….”

        

       “그 말대로. 다들 고생했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반응, 사기 관리, 응집, 오더 전부 훌륭해요. 비얌 포인트 300점 드릴게요.”

        

       “그거 로렌티나 언니도 주시든데….”

        

       “저도 그거 한 58300점 정도 있어요.”

        

        

        

       -많이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모니랑 다이스는 뭔 일이 있어도 청출어람은 안되겠다 ㅋㅋㅋㅋㅋ

       -꼬우면 비얌꼬리 달고오라고~

       -팩트)달아도 지난번에 못이겼다

       -나도 비얌포인트 상어포인트 줘!!!!!!!!!!!!!!!

        

        

        

        그에 민아는 웃음을 빵 터뜨렸고, 이내 덧붙였다.

        

        

        

       “이따 봐요.”

        

        

        

        그리 말한 하모니는 소생을 포기함으로서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얌전히 사라졌고, 어느샌가 복도에는 무기와 황금빛 핏자국만이 가득했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UI를 살폈다. 미관제구역 종료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어쩌다가 또 미관제구역에 말려들어서는.”

        

        

        

        하여튼 여기만 오면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일상이었다.

        

        

        

        

        

        

        

        

        

        

        

        

        

        

        

        

        

       “다이스라, 상당히 흥미로운 닉네임이네. 아무튼 반가워. 구면이지? 아까의 움직임은 꽤 인상적이었어. 그것도 유진한테 배운 건가?”

        

       “에, 어, 에으….”

        

       “그닥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이제 더 이상 교전할 필요는 없으니.”

        

       “올리비아, 그거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거 아니예요.”

        

       “응?”

        

        

        

       -리빙포인트)다이스는 한국계 한국인이다

       -코이츠 영어밖에 못쓸거같은 얼굴로 영어를 못하는wwwww

       -여태까지 배워놓은 거 다 어디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도 수능전까지 영어 실컷 배워놓고 외국인 앞에서 어버버하잖아 십새들아 ㅋㅋ

       -이도저도 안되면 그냥 자동번역기 키라고 ㅋㅋㅋㅋ

        

        

        

        다이스, 길가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순간 해당 인원을 어버버하게 만들 수 있는 외국인-비주얼을 가진…한국인.

        

        그동안 여러 번 외국을 나갔다오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1 : 1로 대놓고 영어만을 건네는 사람을 보니 순간적으로 뇌정지라도 왔는지 원…하긴, 요즘은 로건이고 로렌티나고 전부 한국어를 현지인만큼 구사할 수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무튼 다이스를 저 간악한 영어의 마수에서 구해줄 차례였다.

        

        

        

       “얘한테 영어로 말 걸면 당황해요.”

        

       “아, 내가 언어 선택을 잘못했나? 프랑스어로 하면 되려나?”

        

       “…그냥 얘한테 자동 번역 기능을 켜라고 할게요.”

        

        

        

        독일어로 하면 가능성이 있었으려나 모르겠네.

        

        이런 시답잖은 코미디를 바깥에 계속 서있던 와중 했었으면 아주 난리가 났겠지만, 실로 다행이게도 현재 위치는 센트럴 파크 HQ의 개인 세션이었다. 사실 올리비아와 다이스, 하모니를 포함한 스무 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것도 벅찬 마당이었기도 하고….

        

        그것과는 별개로, 드디어 인사가 시작되었다. 올리비아는 그 사이 우리와 교전했던 스무 명의 친구들의 얼굴을 전부 외웠는지 – 안 그래도 수리부엉이 발현자라 시력도 좋았고 – , 아주 능숙하게 악수를 건네며 삽시간에 우호도를 쌓았다.

        

        그 와중 하나둘씩 밀려드는 질문을 처리하는 것도 능숙했다. 역시 나보다 먼저 유명인으로서 활동 중인 양반 아니랄까봐.

        

        

        

       “본업과 꽤 동떨어진 계통의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라, 사실 이게 내가 원래 하던 일 중 하나였다고 하면 다들 놀라서 뒤집어지겠는데.”

        

       “한 2시간 전부터 이미 다들 뒤집어졌을 걸요. 이왕 다 밝힌 김에 다음 패션 트렌드는 밀리터리와 접목하는 게 어때요?”

        

       “그것도 염두에 두고 있지, 물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여기 방송은 앞으로 뭘 할지 종잡을수가 없다….

       -이게 럭비공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그냥 지금 벌어지는 상황 전부가 이해하기가 힘듬

       -ㅇㄴㄷ???????

        

        

        

        올리비아가 밀리터리 관련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무시였다.

        

        그냥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사실 겉으로 봐도 그게 제일 맞는 방법인 것 같았다. 아주 약간이라도 여지를 주면 파고들 틈이 있지만, 입을 얌전히 다물고 있으면 그냥…일종의 변덕 아닌 변덕으로 한국에 왔다고 여겨질 확률이 높았으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했기에, 이 양반은 본격적으로 입을 털며 국뽕 니즈를 은은하게 채워주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니,

        

        

        

       “은퇴한 김에 하는 소일거리라고 하기엔 너무 무섭게 자랐는데, 저 친구들.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기민하고 상황 판단력도 좋아. 그 두 명이 탐내는 이유를 알겠어.”

        

       “다들 잘 배웠거든요. 많이 알려주기도 했고. 어딜 가더라도 밀리지는 않을 거예요.”

        

       “…밀리지는 않는다는 말의 뜻이 상대방을 와플로 만들어버린다는 뜻이랑 동일한 시대가 오기라도 했니?”

        

        

        

        아휴, 거 참. 정성을 다해 가꾼 분재가 하늘 높이 뻗어나가면 좋은 일이지, 다들 놀라기부터 하면 나중엔 어쩌려고. 

        

        그렇게 킥킥 웃던 올리비아는 의자에 몸을 기댄 다음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슬그머니 시크릿 채널을 켠 다음 입을 연 건 덤이었고.

        

        

        

       “…레이피어가 블레이즈 컴퍼니에 있다고 했나?”

        

       “가서 총이라도 쏘시게요?”

        

       “농담이야. 하지만…3시간 정도 이 망할 요술지팡이를 들고 사람 머리에 구멍을 내보니 알겠어. 나는 상어랑 북극곰마냥 군에 남았어야 해. 왠 스튜디오 한복판에서 가위 들고 원단 오리는 건…글쎄다. 이걸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하고.”

        

       “요상한 소리 말고 한국에서 게임 실컷 하다가 가요. 지금 그냥 욕구불만인 건 아시죠?”

        

       “…막내는 은근슬쩍 정곡을 찌르는 경우가 참 많더라.”

        

        

        

        개소리는 개소리로 틀어막는 것이 최고였다.

        

        사실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어쩔 수 없긴 했다. 지금도 1티어 특수부대에서 활약중인 내 두 선임들과는 다르게 올리비아는 출발지점부터 달랐고, 자신도 모르게 쌓아올린 과거도 있었으며, 누구와 상의할수도 없었겠지. 그래서 한국으로 슝 날아왔을지도 모르고.

        

        올리비아의 기저심리에는 끔찍하지만 그만큼 찬란했던 다른 세계의 뉴욕과 관련된 노스탤지어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만 하는지에 대해 아직 감을 못 잡은 것뿐.

        

        로건이랑 로렌티나라도 대면시켜줘야하나, 대강 그리 생각하던 와중.

        

        

        

       “…!”

        

        

        

        갑자기 불현듯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입을 열었다.

        

        

        

       “올리비아.”

        

       “응?”

        

       “11월 초, 포트 베닝에 함께 갈 생각 있어요?”

        

        

        

        어차피 유어스페이스에 편집 영상도 올리고, 나 같은 사람도 번외로 참가하는 마당에 참관인 몇 명 데리고 오는 게 어렵겠나.

        

        화약 냄새 가득한 초겨울의 조지아 주, 그리고 그곳에서 울려퍼지는 묵직한 저격총 격발음이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포인트 특)어디 쓰이는지 본인도 모르면서 남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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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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