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8

       

       당신이 백마석을 제갈혁에게 사용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달라.

       이게 내가 신의에게 요구한 바였다.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백마석이라는 물건은, 내게 어마어마한 영약과 다름이 없으나.

       이는 마도흡천공이라는 권능을 소유한 내게만 그런 것이지.

       

       다른 일반인에겐 그저 하얀 돌덩이일 뿐이었으니까.

       

       한데.

       

       ‘이걸 사용해서 무언가를 한다니.’

       

       마석(魔石)의 다른 사용법이 있다는 것은, 내게 상당한 관심사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이런식으로 알아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렇게 강제적으로 알고자 했던 부분은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내 뜻보단 신 노야의 뜻이 강했다.

       

       ‘뭐라고 했더라.’

       

       신의에게 찾아가기 전, 노야는 내게 이런 요구를 하라고 직접 말을 했었다.

       이상한 일이다. 노야는 내 행동을 어처구니없어하기는 했어도. 이렇게 직접 지시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다 죽은 인간이 산 사람에게 개입하는 게 찝찝하다 했었는데.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겠지.’

       

       그런 노야가 이렇게 나올 정도라면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일 터.

       나는 별다른 말대답 없이 이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후 이에 대한 결과만 말하자면.

       

       ‘반쯤 성공인가.’

       

       반절의 성공. 정확히 그 정도라 말할 수 있었다. 

       

       어째서 반절의 성공이라 칭하냐 하면, 내 말에 대해 우선 신의는 거절을 먼저 표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백마석을 얻어도 당장 일을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말이 그렇다고 한들, 그 안에는 날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점과 행위를 보여주기 껄끄러워 한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여기서 납득하고 넘어갈까 싶었지만, 노야가 나섰다는 것을 떠올리며 조금 더 강경하게 나갔다.

       

       백마석을 걸고 살짝 넘어지니, 신의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민에 빠져들더라.

       생각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가 차를 한 모금 삼킬 정도의 시간.

       

       딱 그 정도가 흐르니, 신의는 내게 조건을 꺼내 들었다.

       

       첫 번째 조건은 안전한 장소에서 하길 바라였고, 두 번째는 백마석 이후로 남은 재료를 수급하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

       

       세 번째는.

       

       ‘금제.’

       

       이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는 금제. 신의는 그걸 내 몸에 직접 심겠다 했었다.

       

       의원이 거는 금제라.

       무언가 다를까? 작은 호기심이 동했다.

       

       문제는. 그 정도까지 가니 되레 신 노야가 날 말렸다는 점이다.

       

       [이 이상은 필요 없다. 금제까지 걸어가며 알아야 할 부분은 아니니 말이다.]

       

       노야는 그만하라며 내게 말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내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하겠습니다.”

       

       신 노야의 말을 무시한 채 신의에게 대답했다.

       그러자 신의는 그제야 포기했다는 듯 내게 지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얘기는 거기까지였다.

       

       안전한 장소라 하면, 구가로 선택하면 됐다. 우리 집도 그다지 안전해 보이진 않지만.

       

       그나마 따지자면 거기가 나았다.

       

       나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백마석을 신의에게 건네주었다.

       

       아직 조건을 이행하진 않았으니 백마석을 주는 게 위험할 수 있지만, 신의가 나도 아니고 낼름 먹고 튈 인간은 아니라 믿었다.

       

       간신히 얻은 백마석이라서일까. 신의는 겨우 안심했다는 눈으로 백마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중요했을까. 내게 이런 일을 당하면서까지 얻어야 할 만큼 말이다.

       

       ‘저걸로 정말 제갈혁의 목소리가 틔워진다는 걸까.’

       

       정말 그리되면 어떻게 될까. 전생의 천유랑아를 떠올리니 쓰라린 속내가 올라온다.

       

       정말로.

       

       ‘죽이지 않아도 됐을까.’

       

       제갈혁은 일종의 갈림길이었다.

       

       전생에서의 기억을 벗어나, 이곳이 다른 시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정표였고.

       

       내가 그때와 다른 삶을 살고자, 또한 주변의 이들을 받아들이고자 했던 시발점이기도 했다.

       

       제갈혁을 죽이지 않았다는 건 내게 그런 의미다.

       

       한데.

       

       ‘정말 괜찮을까.’

       

       그저 고민이 된다.

       정말 그래도 되는지, 정말 제갈혁이 훗날의 위험이 되지 않을지.

       

       작은 확률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떠올릴수록 속이 점차 차갑게 식어갈 무렵.

       

       “…너는.”

       

       신의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싹수가 유별나게 없고, 성질이 못나 더러워 보이기는 하나.”

       “…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러십니까?”

       

       아주 비수를 꽂아넣듯 푹푹 들어오는 말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지금 백마석으로 갑질했다 꼽주는 건가. 그런 건가 싶어 콧잔등을 연신 찡그리려던 찰나.

       

       “나는 너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

       “…”

       

       단호한 듯 차분한 말에 내 몸이 살짝 굳는다.

       앞서 뱉던 욕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기 때문이다.

       

       “제 몸은 똑바로 못 가누는 놈이. 정작 근처 아해들은 악착같이 챙기려는 것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굴리고 또 굴리고 있었다.

       그래야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타인에게 못나게 굴면서도 그 안에 미련한 죄책감과 망설임을 가지는 것도.”

       

       한 번도 그런 적 없다.

       팰 놈은 팼고 접을 놈은 접었다.

       

       내 성깔이 더러우니 참은 기억이 없거늘, 대체 무얼 보고 저리 말하는 걸까.

       

       반박을 당장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쉬이 말이 나가질 않았다.

       

       왤까.

       

       “그러한 걸 알고 있기에, 네가 이리 나온 것에도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백마석을 가지고 신의에게 못난 짓을 했던 것.

       그것에도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는 신의의 말이었다.

       

       그걸 들어서일까. 손에 돋쳐있던 가시가 유독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이었다. 들끓는 고통을 삼키며 신의에게 말했다.

       

       “…망상이 심하십니다. 그냥 제가 못된 놈이라 그런 것뿐인데. 이상한 이유를 붙이시는군요.”

       

       내가 신의에게 어떤 이유로 행동했든, 거기에 이유를 붙여선 안 된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내가 행한 일에 책임은 내게 있다.

       

       그걸 신의가 이해하길 바라며 움직여선 안 됐다.

       모든 일은 내가 감당한다.

       

       그게 옳은 방식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그런 나를 보는 신의의 눈동자에는 어쩐지 동정심이 느껴졌다.

       속에 맺힌 가시가 덩치를 키워간다.

       

       무시하며 삼켰다. 

       몇 초, 신의와 시선을 나눈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이 지나자마자, 신의는 고개를 돌리며 내게 말한다.

       

       “네놈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얘기가 끝났다면 나가거라.”

       

       그 말에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당장 할 말은 끝났고, 신의를 데리고 구가로 가느냐 마느냐는 다음에 얘기할 문제였다.

       

       해가 저물고 저녁이 찾아온 시점이었으니, 어서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 가기 싫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죽상을 지으며 신의의 처소에서 나가려는데.

       

       “이는 못된 너를 향한 경고다.”

       

       나가기 직전에 신의가 내게 말을 흘렸다.

       

       “…예? 경고요?”

       “천존(天尊). 그 노인네가 이곳에 있다. 조심하거라.”

       “…”

       

       천존이 여기에 있다고?

       다소 뜬금없는 등장에 속으로 조금의 놀람을 표하길 잠깐.

       

       그 뒤로 신의의 말에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신의 그런 건 보통 경고가 아니라 걱정이라 하지 않습니까?”

       “썩 꺼지거라!”

       “예.”

       

       노호 소리에 핏 웃음을 흘리며 문을 열었다.

       나가기 전, 신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고는 나갔다.

       

       끼이익 쿵.

       

       문이 닫힌 직후, 나는 처소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해가 저물었고, 길목 곳곳에 등이 켜져 있었다.

       마지막에 나눴던 대화가 문제였을까.

       

       속에 돌이 하나 얹힌 기분이었다.

       

       ‘…쯧.’

       

       툭하면 가라앉던 감정을, 신의가 강제로 끄집어 올려놓았다 해야 할까.

       제갈혁을 죽일까 말까 고민하던 그때의 감정.

       

       그 여파가 남아 찝찝하고 텁텁했다.

       

       짝-!

       

       냅다 뺨을 후려쳤다. 조금 강하게 쳤는지 피 맛이 나길래 손등으로 대충 닦아냈다.

       

       “정신 차려 이 병신아.”

       

       몸이 바뀐 직후부터 무언가 정신적으로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가장 큰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그럴수록 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정신을 잡아먹히게 두면 안 된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

       

       철학적인 개념도 존재의 의미를 찾겠다는 시답잖은 생각도 아니다.

       

       구가의 망나니.

       

       그 단순하고 명확한 별명을 잊지 말라. 그거 하나만을 떠올렸다.

       

       […애송아.]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저 멀쩡합니다.’

       

       신 노야의 목소리에 걱정이 묶여있음이 느껴진다.

       그러지 말라 청했다.

       

       나는 이런 것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내가 강해서가 아니다.

       무너져선 안 되니 무너지지 않을 뿐이었다.

       

       등을 따라 걸었다. 표정을 돌리고 내기를 쓰면서까지 심신을 안정시켰다.

       이 정도면 되겠다.

       

       그리 생각될 즈음엔, 내가 묵고 있는 처소에 도착해 있었다.

       

       “…”

       

       멈칫.

       

       처소에 들어서자마자 발을 멈췄다.

       느껴진다.

       

       ‘덥다.’

       

       처소만 어쩐지 온도가 올라가 있음이 느껴졌다.

       그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밖에 있던 시종들은 날 보며 예를 차리지만, 그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처소를 지켜주던 당문의 호위들은 어디로 갔는가. 알 수 없었다.

       그런 걸 신경 쓸 때도 아니었다.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타고 올라,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방안은 분명 어두웠지만 어쩐지 확연히 밝아 보이는 착각이 이른다.

       

       찻잔이 보인다. 탁상 위로 놓인 두 개의 찻잔.

       그리고 정갈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는 누군가.

       

       어둑한 그림자 틈에서 보이는 적안만으로도, 그게 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다.

       

       “…”

       

       그걸 느끼며 천천히 걸음을 내디딘다.

       

       그러자.

       

       화르륵-!

       

       방안이 순간 밝아졌다. 작은 불꽃이 허공에 켜지는데.

       크기는 작으나 밝기가 상당히 밝았다.

       

       눈이 살짝 찌푸려질 만큼의 밝음.

       그걸 버텨내며 아버지 쪽을 보는데.

       

       아버지는 내 쪽으로는 시선을 보내지 않고, 대뜸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

       

       그걸 보며 내가 헛숨을 삼켜야 했다. 아버지가 꺼내든 물건은 다름 아닌 야명주였기 때문이다.

       

       저게 왜 아버지한테서 나오지…?당황스러운 등장에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고 있는데.

       

       그때,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시뻘건 적안과 마주하니 몸이 절로 굳는 느낌이었다.

       

       강제로 침묵이 된 입에 마른침을 삼키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앉거라.”

       “…”

       

       그 말에 굳었던 몸이 절로 움직여 탁상 앞에 스르륵 앉았다.

       나도 모르게 꿇은 무릎과 다소곳하게 모은 손.

       

       그 앞에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을 삼키는 아버지까지.

       

       덜렁 떨어진 야명주를 중간에 두고 체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

       

       툭.

       

       차를 가볍게 마신 아버지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설명하거라.”

       “…”

       

       그걸 들으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진작 튀었어야 했다고.

       

       

       

       

       

       ******************

       

       

       

       

       설명하거라.

       

       아버지의 말에 내가 늘여놓은 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최대한 천천히 말을 뱉어냈다.

       말하면서도 속으로 여러 가지 말을 섞어야 했던 탓이다.

       

       변명거리를 미리 생각해놨지만, 뱉어낼 때는 실수가 없어야 했다.

       

       ‘그래봤자 변명이다만.’

       

       제기랄.

       

       하필 내가 백화상단에 넘겨둔 야명주까지 들고 오실 줄은 몰랐다.

       대체 언제 가셨던 거지?

       그 탓에 뱉어내는 와중에 말을 다시 정리해야 했다.

       

       그렇게 내가 아버지에게 말한 설명(변명)은.

       

       우선, 우연찮게 호수에 빠져 거기서 당문의 비고를 발견했다.

       

       거기서 야명주와 독천단을 잔뜩 얻게 됐는데, 거기서 얻은 독천단을 먹고 환골탈태를 하게 됐다.

       야명주는 가지고 나와 백화상단에 판매로 넘기기까지 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비고에서 당문이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거기에 동료가 휘말릴 위험이 있는 것 같아 독왕에게 말해 일을 막고자 하였다.

       

       “…”

       

       마디마디 뱉어내며 얘기를 이어가면서도.

       속으론 조졌음을 깨닫고 있었다.

       

       이야기에 모순이 많고 빈틈 투성이였다.

       

       독천단을 먹는다고 환골탈태를 그리 쉽게 하지 않는다는 점과. 뭣 하러 독천호수까지 가서는 거기 빠지기까지 했는지.

       

       또한, 호수에 빠져놓고 비고는 또 어찌 발견했는지.

       언제 생겼는지 모를 비고에 당문이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은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지.

       

       말하면 할수록 좆 됐음이 느껴졌다.

       

       내가 아버지 입장에선, 이놈이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팼을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당문의 비고에서 얻은 야명주를 상단에 팔았다는 건.

       

       거기 물건을 날름 훔쳤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옘병할.’

       

       설마 아버지가 올 줄은 몰라 일을 벌려놓은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시간이 걸려도 다른 방법을 썼을 것이다.

       

       ‘어쩌지.’

       

       간신히 말을 끝마치고서 아버지의 눈치를 봤다.

       아버지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내 말을 한마디도 끊지 않고 묵묵히 들었다.

       

       얘기가 다 끝났을 즈음이 되어서야, 차를 한 모금 삼키셨다.

       입을 축인 아버지는 조금 좁아진 눈으로 날 보며 입을 달싹인다.

       

       그 순간에 내 몸은 온갖 긴장을 머금어야 했다.

       

       혼나겠지. 아버지한테 맞아본 기억은 저번 대련때 이후로 없는데. 이번 생에 한 번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덜 아프게 맞아야지 싶어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데.

       

       “몸은 어떻더냐.”

       “…예?”

       

       아버지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의외인 말이었다.

       몸이 어떠냐고?

       

       “환골탈태를 했다고 들었다. 상태는 어떠하더냐.”

       “…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물음이라 잠깐 당황해버렸다.

       

       “…신의…께서 진맥을 봐주셨는데. 몸 상태가 좋다고 했습니다….”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직전에 신의에게 진찰을 받고 왔으니 말이다.

       

       “그렇군.”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좁혀있던 눈을 틔웠다. 

       문제는 그게 잠깐이었다는 것이다.

       

       꾸욱.

       

       심장 쪽이 조여오는 기색이 느껴졌다. 공기가 뒤바뀐다.

       알 수 없는 감각에 눈을 키우자.

       

       “독을 누군가 먹였다는 것도 사실이라는 말이군.”

       

       아버지가 말했다.

       

       “셋째.”

       “으…예.”

       “독왕에게 명분을 쥐여주겠다며 일을 달리 처리한 일은 잘한 일이나.

       

       그그그극.

       

       어깨가 짓눌렸다. 

       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기압이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썩을.’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압 하나를 못 이겨내 입술을 깨물어야 하다니.

        

       “그걸 위해 스스로 독을 삼키려든 것은 혼을 내야겠구나.”

       “…죄…송합니다.”

       

       아, 그래도 혼은 나는구나.

       그리 생각하며 목울대를 꿀렁인 순간.

       

       스륵.

       

       아버지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서 패려고 그러시나 싶어 고개를 따라 올리는데.

       

       “하나.”

       

       아버지의 시선은 내가 아닌 문밖을 향해 있었다.

       

       “그 이전에, 먼저 벌을 줄 이가 있는 모양이구나.”

       “…가주님…?”

       

       뭔가 이상한 기색에 아버지를 부르지만,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문으로 나섰다.

       

       후욱-! 손이 닿지 않은 문이 저절로 열리고.

       

       끼익.

       

       아버지가 문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 찰나.

       

       화아아악-!

       

       “…뭣?”

       

       빛이 쏟아진다.

       

       나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달이 떠오른 어두운 하늘 위가, 순간 푸른 하늘로 뒤바뀌던 모습을 말이다.

       

       태양.

       

       지금 시간이라면 당연히 잠에 들어있어야 할 그것이.

       어느새 허공에 생겨나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거라.”

       

       아버지는 언제 나와 같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후욱.

       

       아버지의 흑발이 천천히 물들어 간다. 눈동자 색과 같은 적발.

       전생을 포함해 한 번도 본 적 없던 아버지의 전투 태세였다.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테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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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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