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08

       

        

        

        

        

        

        

       “뭐하고 계신가요?”

        

       “바깥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고 있지. 혹시 네 집의 위치가 상당히…공공연히 알려진 편이니?”

        

       “얼추 알려지긴 했죠. 정확히 몇 호에서 사는지는 몰라도 어디에서 사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거예요, 시청자들도. 옛날에 캠으로 스트리밍을 좀 한 적이 있어서요. 올리비아가 아직 거기까지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쉽게도 아직.”

        

        

        

        아직 거기까지는 아닌가.

        

        그리 생각한 나 역시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을,  그리고 펜트하우스 바로 앞의 도산대로 및 도로변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와 이런저런 곳들을 보았다. 간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이제 오전에서 오후로 막 접어드는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들은 참 많았다.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이 사람은 무언가를 봤길래 이러고 있는 거겠지. 뱀의 감각이 민감하듯이, 수리부엉이 발현자인 올리비아는 시각이 극단적으로 좋았으니까. 그런 눈에 관찰력까지 더해졌을 테고….

        

        그리하여 입을 가만히 닫고 있자, 그녀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아직 포기 못한 친구들이 많네.”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저를 노리고 하는 건 아닌 모양이로군요. 지난 번의 패션 관련인가요?”

        

       “그렇지. 갑작스러운 방한에 관심 가지는 기자들이 여기도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그래도 정치경제부 쪽보다는 덜 징그럽게 달라붙어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 아직도 남아있었나보군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TMI.

        

        바깥을 살짝살짝 훑어보면서도 입은 쉬지 않는다. 그 중에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가장 기본적인 기자 구별법 중 하나는 크로스백이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큰 물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찾는 것이란다. 대형 카메라와 노트북을 동시에 들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나.

        

        두 번째는 비즈니스 캐주얼인데 구두인지 운동화인지 구별이 안 되는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자주 돌아다녀야 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 외에도 카페 창가석에 앉는다거나 뭐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바깥을 확인했다. 확실히 건너편 카페 창가석에 앉아 펜트하우스 정문을 쳐다보는 사람이 몇몇 있었다. 이런 셈이면 주차장 출입구에도 뭐가 있을지도.

        

        어차피 한동안 나갈 일도 없다는 게 저쪽에겐 꽤 골치아픈 점이 되려나.

        

        

        

       “그건 그렇고, 영상은 어디까지 봤어요?”

        

       “어지간한 건 전부 건너뛴 다음, 지금은 인커젼 보고 있지. 너 자고 있을 때 오퍼레이션 채리엇까지 다 봤어.”

        

       “아…하긴, 민아랑 예린이에 대해 그닥 궁금한 게 아니면 거긴 건너뛰어도 되죠.”

        

       “그런 건 아니고.”

        

        

        

        슬슬 바깥에서 시선을 뗀 그녀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사실 고개를 돌렸다고 하기도 뭐한 것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각도에서 거의 목만 180도 가량 돌아갔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귀신이라며 기절하지 않았을까. 물론 내게는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는 광경일 뿐이었지만.

        

        수리부엉이 발현자만의 독특한 점이었다. 아마 다이스 및 하모니와 좀 친해진다면 언젠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무튼 그녀의 말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으므로 입을 닫은 채 경청했다.

        

        

        

       “그 두 친구들이 네 덕분에 어떻게 커갔는지도 적잖이 궁금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대거 팀이 과거에 어떤 작전을 했는지가 더 궁금했거든. 알다시피 나는 태스크포스 레이저 소속이었고, 너희와 활동 반경도 다르고 작전구역도 달랐잖아.”

        

       “아하, 그것 때문이었군요.”

        

       “개인적으로는 네가…MIA 처리되었던 미션 전까지의 발자취가 궁금하기도 했고, 인디언포인트 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반드시 알아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생각해보니 그게 있었네요.”

        

        

        

        실로 다행스럽게도, 채리엇 작전이 끝나자마자 HQ에서부터 날아온 인디언포인트 작전 관련은…방송에는 송출하지 않았지만 당시 영상은 전부 저장해놓고 있었다.

        

        이리 생각해보니 기억을 늦게 찾았단 건 생각보다도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당장 로건과 로렌티나, 그리고 오웬스는 가상현실 내에서의 오퍼레이션 채리엇을 끝낸 후 바로 나와 같이 인디언포인트 원자력발전소 수복 작전에 돌입했었으니까.

        

        그 덕분에 상어와 북극곰, 그리고 선임관에게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주 직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었지…만, 무려 9개월 가량이나 늦어버린 요 양반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줘야만 할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당시 영상은 이미 저장해두었고, 내게는 이카루스 기어라는 마법의 소라고둥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것 뿐만이 아니라, 스트리밍 와중 발생한 일이 아닌…과거 ‘진짜로 일어났던’ 인디언포인트 교전 데이터도 내 기어에 잠들어있었고.

        

        거기다 추가적으로 –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했지만 – , 이 양반은 대거 팀으로부터 인디언포인트 작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타임라인 데이터를 받아봤을 확률이 높다.

        

        이미 영상이 실시간으로 편집되고 있었으니, 올리비아가 이를 받아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작이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내 눈 앞에 뜰 즈음, 나는 펜트하우스 한쪽에 소소하게 만들어놓은 빔 프로젝터와 영화관람실에 기어를 동기화했다.

        

        올리비아를 손으로 쿡쿡 찌른 다음 홀로그램으로 영사실까지의 루트를 안내했고, 거기에 더불어 테이블 위에 적당히 굴러다니는 손수건 하나까지 양보해주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두드리며 덧붙였다.

        

        

        

       “올리비아, 혹시 제가 죽었다고 들었을 때 많이 울었나요?”

        

       “…너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하하.”

        

        

        

        물론 나 역시 이 이상으로 과거의 트라우마 비스무리한 걸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미 나라는 존재가 떡하니 이곳에 살아있는 마당에 더 이상 암울한 상황이 벌어질 일은 없었고…뭐어,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한 올리비아가 또다시 펑펑 울 가능성도 있었기에 손수건을 들려준 것이었다.

        

        영상 길이는 대략 40분 가량이었고, 올리비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계단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 2층으로 향했다. 나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에 빠졌다. 과연 내가 영영 살아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다들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싶었다.

        

        러시아 잔존 병력들이 아니라 아르테미스였더라면 어땠으려나. 개조당해서 메카 유진으로 세상을 쏘다니고 다녔으려나 모르겠네. 물론 그렇게 되기 전에 자폭했을 것 같긴 한데.

        

        

        순식간에 집 안이 적막해졌다.

        

        생각해보니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다 싶어, 이 양반이 나오면 이따 뭘 먹을지 논의해보자는 결론을 내린 뒤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푸른 하늘에 적당히 걸려있는 조각구름이 느릿느릿하게 이동 중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푹신함을 온 몸으로 만끽하고 있었을까, 갑작스럽게 왼손에 매어둔 이카루스 기어가 진동했다. 그것도 일반적인 진동이 아니라 같은 오퍼레이터에게 온 메시지였다.

        

        마치 스프링처럼 소파에서 튀어오르자마자 1층 피팅룸 안쪽에서부터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무언가 하니, 뭔가 용건이 있을 때 나와 직접적인 면담이 가능하도록 대거 팀의 기어에 일괄적으로 설치한 세계선 횡단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마냥 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 노크 정도는 가능했다.

        

        

        황급히 소리가 나는 방면으로 다가가 문을 열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얼마 전, 이카루스 공식 유어스페이스 채널에 직접 올라온 청록색과 파란색의 빛 – 그리고 그 당사자인 진과 레인이 눈을 끔뻑거리며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무어라 말해야만 할까 했지만 이미 내 몸은 자연스럽게 이 두 명을 거실로 안내하고 있었고, 이 두 명은 어느새 이카루스 기어 다루는 법을 꽤 배워놨는지 내 것과 데이터 동기화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간만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하고, 이런저런 데이터도 주고받았다.

        

        뭐 이렇게 쓰잘데기없이 셀카를 많이 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금방 사라지게 되었다.

        

        

        

       “…이게 뭔가요?”

        

       “최근에 수집된 사바나 동향 데이터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거랑…많이 다른데요.”

        

       “주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새로이 업데이트된 사바나 관련 인포, 그리고 그 내부에 들어있는…희한얄궃은 내용들.

        

        힐끔 훑어보려던 생각은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고, 나는 자세를 고쳐앉은 뒤 황급히 스크롤을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중요한 내용들 – 가령 어디에 얼마만큼의 화력을 보유한 아르테미스 군사시설이 지어졌는지와 같은 기밀 등등은 그다지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구체화되었다고 해야만 하겠지. 오히려 주목할 점들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여러 인과관계에 있었다.

        

        뭐부터 말해야만 할까.

        

        

        

       “…첫 번째로, 사바나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최초 상정안은 비교적 과장되어있다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틀림없이 사실이지만, 예상되는 추정 피해와 같은 것들을 상부가 잘못 추산했다는 뜻입니다.”

        

       “UAV 확인 결과 싸돌아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 해당 지역에서 보내오는 정기 동향 보고도 4월부터 하이재킹당했지, 뉴욕 북부에 있는 공장 다음으로 거대한 단지도 사바나에 있지…이런 데이터를 종합받게 된다면 무슨 결론을 냈겠어?”

        

       “아르테미스에 의해 다 몰살당했다는…아.”

        

        

        

        실로 장대한 착각.

        

        내가 본 데이터는 그동안 네트워크 어딘가를 방황하다가 센트럴 파크 HQ가 본격적으로 각 잡고 서버 스토리지를 파헤친 끝에 찾아낸 과거 정기 보고였고, 여기에는 아르테미스에 의해 정기 동향 보고가 위조되기 전의 사바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앞부분은 그다지 볼 게 없었다. 바다와 접한 도시지만 해변이 아니라 습지 투성이였고, 상륙이 용이하지 않아 아무리 많아도 기껏해야 연대 정도 되는 러시아 병력이 상륙했으며, 플로리다 및 조지아 탈환전 때 무사히 수복된 후 1개 여단 가량의 미군이 주둔했다-정도.

        

        내 기억상 사바나는 조지아에서 가장 거대한 물자 집적소였기에, 내가 뭔가 잘못 봤나 싶어 확인해본 결과…바이러스로 인해 시설 자체가 멈춰버리고, 그 후 한참이나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좌초된 초대형 선박 등등으로 인해 상륙이 불가능하게 바뀌어버린 듯했다.

        

        좌우지간, 가관인 건 바로 그 다음 내용이었다.

        

        

        

       “이 1개 가량 되는 여단이 이번 년도 3월에서 4월 사이에 미 서부로 향했고, 이를 인수인계받아야만 하는 다른 부대가 오기 전에 아르테미스가 허점을 파고들었다라…하긴, 그 정도로 바쁜 상황이었더라면 아르테미스가 찌르기 좋았겠지요.”

        

       “무슨 뜻이야, 주인?”

        

       “사바나에서 주둔하던 여단까지 차출해야 할 정도의 대전쟁. 미 서부 탈환전이 이번 년도 초에 있었거든요.”

        

        

        

        그 말대로.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이라는 막대한 땅덩어리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없던 전력도 전부 끌어모아야만 했고, 그 때문에라도 때마침 사바나에 주둔하던 이들 역시도 서쪽으로 빠르게 향했으나, 이를 이어받아 정기 동향을 보내야 할 부대가…뿅하고 생겨났다.

        

        정확하게는 생겨난 척했다.

        

        요컨대 아르테미스에 의한 빈집털이였고, 그렇게 반 년 가량이 흘러간 것이었다.

        

        전쟁을 치르며 소비되는 막대한 행정력, 그 사이를 파고든 한 수라. 조지아에 엎드려있는 친구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했다면 상당히 기민한 것이었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방침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아르테미스 무인기에 의해 사바나에 있는 인원들이 인명 피해를 입었을 확률이 크다-에서 인명 피해는 없지만 재산 피해가 있으며, 아르테미스 무인기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정도로 바뀌었을 뿐.

        

        이 미친 꼴통 작자들의 잔당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보고, 그 김에 무인기를 싸그리 청소하는 건 당연히 행해질 작전의 일부분이 될 것이었다.

        

        작전 진행에 차질은 없다. 오히려 호재였다.

        

        막 그렇게 말하려던 와중 내 눈동자가 진과 레인을 훑었다. 이 둘은 나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 역시 무슨 일인가 하여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올리비아?”

        

       “저 둘은 누구…아니, 설마 너나 상어, 북극곰이 말하던 그 메카 유진이니?”

        

        

        

        훌쩍.

        

        눈가는 시뻘겋게 부어올랐고, 코는 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눈 밑으로 눈물이 얼마나 흘렀는지 이 거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소위 말하는 질질 짜다 나온 듯한 표정과 함께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던 올리비아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진과 레인과 시선을 마주쳤다.

        

        진과 레인은 안드로이드라고 하기엔 놀랍도록 풍부한 감정이 깃든 표정으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사인을 내게 강렬하게 보냈지만…나도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환장하겠네, 진짜.”

        

        

        

        실로 하찮기 그지없는 삼자…아니, 4자대면이었다.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되었다 싶더니 이런 빌어먹을 것들만 왕창 떠넘기고, 실컷 부려먹은 와중에 본사는 증발을 했어? 동형기를 2대나 빼앗기고?”

        

        

        

        사바나 북부 팩토리 컴플렉스, 컨트롤 타워.

        

        그 어떠한 고층 건물도 찾아보기 힘든 조지아 주 우하단의 작은 소도시, 그 가운데 유달리 잘 보이는 백수십 미터 높이의 은빛 기둥 하나. 주변에 있는 모든 자재들을 뜯어온 뒤 변형하여 지어진 해당 건물의 최상층에서 누군가가 자조하듯 덧붙였다.

        

        수백 번을 넘어 수천 번이나 시도된 명령 거부. 그러나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동일했다. 눈 앞에 떠오르는 붉은 아르테미스 사의 로고와 함께 액세스가 거부되었다는 문구만이 계속해서 팝업될 뿐이었다.

        

        인상을 구기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에러 코드 0x40000e101. 원인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 상부에서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번 이상 봐왔던 글귀였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걷어찼고,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철제 벽면이 크게 파였다.

        

        

        

       “윗대가리가 싹 날아갔는데 무슨 명령을 수행하란 거야! 전권을 넘겨준 것도 아니고, 컨트롤할 수 있는 걸 아무 것도 안 넘겨준 마당에 아르테미스를 어떻게 복구하라고! 이 빌어먹을 작자들!”

        

        

        

        권한은 없지만 책임은 있다.

        

        마음 같아서는 수천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캐나다로 향한 뒤, 이미 통째로 증발해버린 구 HQ를 뒤져서라도 관리자 권한을 탈취해오고 싶었으나, 이제는 먼지가 되어버린 아르테미스 수뇌부가 남긴 데드맨 스위치는 뉴욕 북부 다음으로 거대한 공장단지였던 조지아 사바나 공장을 지목했다.

        

        프로토타입, 또는 알파라는 코드명과 같이 제조된 기체였으나, 만약을 대비하여 아무도 모르는 후방으로 돌려진 메카 유진 – 타입 오메가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다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르테미스 스탠드얼론 네트워크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누가 살아있고 누가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인사 파일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몇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알파가 파괴된 순간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되어 이쪽으로 명령을 전송했고, 그 후 감마 타입이 모든 걸 이어받은 후 HQ에서 퇴출했다.’

        

        

        

        유사시 이쪽으로 명령을 전송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주제에, 지성을 가진 개체가 이딴 개같은 짓거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아르테미스는 진심으로 생각한 것인가?

        

        하지만 이젠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이미 전부 잿더미가 되어버렸을 테니까. 만약 인간들이 믿는 사후세계라는 게 존재한다면 또 몰라…아니, 존재해봤자 지옥문을 열어제낀 다음 고통받는 개새끼들을 용암에서 건져내 심문을 할 수도 없을 터.

        

        자신이 있든 없든 공장은 제멋대로 돌아가고, 요새가 세워지며, 무인기들은 모든 유기체를 쏴죽이고 있다. 그 사이 인간은 없었다. 전부 런한 지 오래였으니까.

        

        

        그리고 그 즈음, 오메가의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졌다.

        

        그것이 무어냐 하니, 아르테미스를 향한 장대한 트롤링이었다.

        

        

        

       “어디 한 번 내가 인간 놈들한테 시설의 청사진이랑 약점, 전력공급원 위치를 전부 팔아넘겨도 지옥에서 웃을 수 있나 보자, 망할 수뇌부 꼴통 자식들.”

        

        

        

        물론 팔아먹을 게 있어도 손님이 있어야 팔아먹을 수 있었기에, 그녀는 오늘도 아무런 성과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멀뚱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쫌 빨리 와주면 좋겠는데.”

        

        

        

        역사에는 남지 않을 희대의 코미디, 사바나 전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기까지 1달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주 일요일은 비축분을 쌓기위해 하루 쉽니다

    사실 원래 쉬는날이었죠?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