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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8

        

       *** ***

       

       “후와아…!”

         

       천하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인 낙양에 들어선 나빈은 눈을 반짝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람이 많은 도시는 몇 번 들어가 보았으나 낙양의 거리는 온 천하에서 몰려온 이들의 집합소.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의복을 걸친 이들이 바삐 거리를 누비고 있으니 사람 구경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 구경조차도 낙양의 볼거리의 일각에 불과했다. 하나하나가 구경거리인 높은 전각들이 마치 벼 이삭처럼 밀집한 채 이어져 시야가 막힐 지경이었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엮인 줄에는 등이 늘어져 마치 밤하늘의 별이 지상에 내려온 것만 같았다.

         

       밤의 어둠을 몰아낼 정도의 등불의 향연과 그런 등불 아래 활기가 가득한 도시를 보면서 나빈은 문자로나 접했던 불야성이 무엇인지 직접 깨달을 수 있었다.

         

       “싸부! 낙양! 엄청 대단해요!”

         

       “허허. 그렇지. 그러니 황국의 수도가 아니겠느냐.”

         

       호천안은 좋아 펄쩍펄쩍 뛰는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호천안의 눈에 한 노점이 들어왔으니 탕후루를 파는 노점이었다.

         

       “아이구! 어서 옵쇼! 아이가 좋아하는 달달한 탕후루 하나 어떠십니까요?”

         

       “설탕을 입힌 것 하나 주시오.”

         

       “예으이!”

         

       구경에 정신 없었던 나빈의 손에 꽃사과 탕후루가 쥐여졌다. 설탕이 입혀진 영롱한 꽃사과를 바라보며 감탄한 나빈은 말설임없이 크게 한 입 깨물었고.

         

       “하으으으~”

         

       이내 입안에 퍼지는 진한 단맛에 앓는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달아! 맛있어!”

         

       “허허허…천천히 먹거라. 너무 급하게 먹으면 설탕이 엉켜 입을 벌리지 못할지도 모르니.”

         

       “넹!”

         

       그리 대답했지만 힘차게 탕후루를 씹는 움직임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으니 결국에는 설탕에 엉켜 이가 딱 붙어버린 나빈은 연신 끙끙대었고 호천안은 그저 허허 웃고 말았다.

         

       원없이 낙양의 밤거리를 즐긴 나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복설 할아버지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긴 여행을 같이 했으니 정이라도 든 것일까. 나빈이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고는 호천안의 귀에 속삭였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사복설 할아버지도 설탕을 엄청 좋아한다고요.”

         

       “그렇구나.”

         

       뭐 그렇겠지.

         

       중원에서 설탕은 대체로 귀한 편이나 사탕수수를 키우기에 적합한 지형인 운남은 그야말로 설탕의 산지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운남에서 평생을 나고 자란 사복설이다.

         

       단맛을 내는 식재는 대체로 귀하고 그리 구한 청이나 꿀의 단맛은 설탕의 깔끔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조청이나 꿀을 구하기조차 힘든 서장에서 십수 년을 헤맸으니 설탕에 대한 식탐이 생긴다 한들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그러니까 돌아갈 때 할아버지가 먹을 탕후루도 챙겨가요!”

         

       “허허. 그러자꾸나.”

         

       호천안은 은폐 진법 속에서 영물들을 돌보고 있을 사복설을 떠올렸다.

         

       아무리 단 것이라고 한들 탕후루는 보통 애들 간식이다. 사파의 거두로서 남자다움에 집착하는 사복설이 탕후루를 선물 받는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런 우스운 생각과 생기있는 나빈의 조잘거림에 귀를 기울이던 호천안은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깨닫고 발을 멈추었다.

         

       나빈은 호천안이 멈춘 거대한 저택에 걸린 현판을 읽었다.

         

       낙양재가.

         

       “혹여 낙양재가에 볼일이 있으신 분들이십니까?”

         

       낙양재가의 문지기가 묻는 말에 호천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 교관이 찾아왔다 전해주시겠소?”

         

       전 금의위 훈련교관 호천안.

         

       그가 십이 번대 전우회에 참석했다.

         

       *** ***

         

       황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보조직 동창.

         

       현재 동창은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원인은 얼마 전에 열렸떤 어전회의 때문이었다. 조정의 신하들은 물론이고 천하 각지에 퍼진 지방관들과 태수들조차 무림에서 일어난 일을 전하지 않고 침묵을 택했다.

         

       유경의 의중이 무림토벌에 있음을 모르는 신하가 없으니 간접적으로 유경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한 셈이었다.

         

       결국 신하들이 단체로 불만을 드러낸 셈이었으니 당연히 동창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한숨을 쉬며 관료들의 동향이 적힌 보고서를 읽어가던 두위천의 시선이 딱 멈추었다.

         

       재상 재상해에 대한 행적이 적힌 구절,

         

       ‘…전우회?’

         

       그 십이 번대 전우회인가.

         

       동창의 인원의 대부분은 금의위에서 차출되는 만큼 동창의 2인자중 한 사람인 두위천 역시 금의위 출신이었고 십이 번대 전우회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재상 재상해를 필두로 예부상서 옥수수, 적무장군 강추모루, 황군교관 조가주, 금의위 도독 조갑덕까지.

         

       황국의 기둥이라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현 황국의 철강을 좌지우지하는 거물 광재련 등. 하나같이 각계의 명사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으니 고관대작들 사이에서도 왕왕 입에 오르내리는 모임이었다.

         

       그런 십이 번대 전우회가 열린다는 보고.

         

       전우회의 소집 자체는 짧게는 일 년. 길게는 몇 년마다 한번씩 이루어졌으니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지만.

         

       “모두 모였다고?”

         

       그 전원이 참석한 것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다른 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암살 위협에 칩거를 택한 조가주나 몇 해간 지방을 여행하던 예부상서 옥수수까지 전우회에 참석했다?

         

       게다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노인 한 사람과 어린아이가 낙양재가로 들어갔다는 보고까지 있었다.

         

       ‘금의위 훈련소 전우회에 외인이 끼어들었다고? 이 사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안 그래도 황제의 무림토벌에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하던 재상해가 아니었던가. 그런 재상해의 집에서 수상한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닌 전우회가 열린다?

         

       냄새. 냄새가 났다.

         

       ‘가봐야겠군.’

         

       두위천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

       

       “으하하하! 옥수수! 잘 지냈나!”

         

       여전히 쩌렁쩌렁한 광재련의 목소리에 옥수수의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하하하! 자네는 그 웃음소리만 들어도 잘 지낸 티가 나는구만!”

         

       “크하하하하! 뭐 나야 늘 그렇지 뭐!”

         

       정기적으로 회동을 가지는 십이 번대 인원들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전원이 모이는 일은 드물었다. 난세가 지속된 것도 하나의 이유였으나 그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는 이들이다보니 시간을 내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묵은 세월만큼이나 반가움은 깊이가 더하고 해야 할 말은 잔뜩 쌓여있었으니 그 회포를 푸는 것만으로도 십이 번대 훈련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재상해 역시 동기들과 웃고 떠들며 회포를 풀고 있었을 때. 총관이 그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속삭임을 들은 재상해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했다.

         

       “동기들. 드디어 도착하신 모양일세.”

         

       흥겨운 대화소리가 뚝 끊겼다. 재상해의 손짓이 이어지고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쏟아지는 눈길에 움찔해서 호천안의 뒤로 몸을 숨기는 나빈과 담담한 눈빛으로 훈련생들을 바라보는 호천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훈련생들은 오래간만에 마주하는 교관, 호천안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했다. 강철과도 같던 흔들림 없는 눈빛과 악귀와도 같던 내면의 광기. 그리고 그런 광기와 철두철미함 사이에 숨긴 뜨거운 마음과 사려깊은 배려가 묻힌 추억들 속에서 떠올랐다.

         

       그런 교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가 되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재회하게 되었으니 훈련생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무상함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새삼 되새겼다.

         

       조가주가 훈련생들을 대표하여 군례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교관님을 뵙습니다.”

         

       이어지는 망설임없는 십삼 인의 후창.

         

       “교관님을 뵙습니다!”

         

       호천안은 자신의 요청에 망설임 없이 달려와 준 십사 인에 대한 감사를 담아 심장에 손을 올리며 군례를 취했으니.

         

       그러한 호천안의 행동에 훈련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자!”

         

       재상해가 목소리를 높이며 술병을 들어올렸다.

         

       “우선! 한 잔 하고 시작하시지요!”

         

       훈련생들이 모두 환호성을 터트렸고 호천안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니.

         

       잠시 황국의 혼란함을 잊은 흥겨운 술자리가 이어졌다.

         

       “교관님! 옥수수랑 강추모루랑만 만나고 너무하십니다! 그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 잔도 받으시지요!”

         

       호천안은 훈련생들의 타박 아닌 타박에 쓴웃음을 지으며 거푸 잔을 비울 수밖에 없었다. 한바탕 회포가 풀린 뒤 훈련생들의 시선이 몰린 것은 역시 나빈이었다.

         

       “교관님의 제자입니까?”

         

       “그렇다네. 나빈아. 인사하거라.”

         

       “아, 안녕하세요. 나빈입니다! 싸부의 제자에요!”

         

       나빈의 인사에 훈련생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아무래도 어색하고 겁을 먹었는지 호천안의 곁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이 퍽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나빈은 훈련생들의 함박웃음을 보고 조금은 마음이 놓였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아저씨들은 할아버지랑 어떤 사이에요?”

         

       “허허. 한때 우리 교관이셨지.”

         

       “교관?”

         

       교관이라는 직의위 개념이 없는 나빈의 고개가 갸웃거리자 호천안은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내 제자였던 이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앗…! 그럼 제 사형들인거네요?”

         

       나빈의 눈빛이 돌연 반짝이기 시작했다. 스승님의 제자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은근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빈에게 사형들이 많다는 소식은 기쁜 소식이었다.

         

       훈련생들은 나빈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받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사형이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는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뭐 아무렴 어떠한가. 호천안도 웃고 있으니 재상해는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주 어린 사매가 생겼구만! 어디 재상해 사형이라고 불러보아라!”

         

       “네! 재상해 사형!”

         

       “하하하하!”

         

       재상해를 위시한 훈련생들이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나빈은 쏟아지는 손길을 받으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모두가 즐겁게 웃고 있을 때.

         

       심각한 안색의 총관이 다가와 재상해의 귀에 속삭였다.

         

       “동창의 두위천이 찾아왔습니다.”

         

       때아닌 불청객의 등장했다. 재상해가 인상을 찡그리며 총관에게 무어라 지시를 내리려 했으나 두위천이 자리에 들이닥치는 것이 더욱 빨랐다.

         

       “두위천.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내 분명 자네를 초대한 기억은 없네만?”

         

       재상해가 살벌한 눈으로 두위천을 바라보았지만 두위천 역시 쉬이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어디 천하에 동창이 드나들지 못할 곳 장소가 있겠습니까. 그저 황국의 기둥이라 여겨지시는 분들께서 사적인 회동을 가지신다 하여 확인차 방문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의 기 싸움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재상, 적무장군, 황군교두, 예부상서, 금의위 도독….그 외 명사라고 부르기에 부족함 없으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계시니 이 자리에서 오고갈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졌지 뭡니까. 이곳에 계신 분들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무슨 일인들 못 이루어 내겠습니까?”

         

       노골적으로 의심을 드러내는 두위천.

         

       ‘쯧.’

         

       그런 두위천의 태도에 재상해가 속으로 혀를 찼다. 전우회의 인원 중에서 거물이 아닌 자가 없으니 결국 동창의 이목을 끌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두위천의 의심은 사실이었다.

         

       결국 이 자리에 모인 전우회 인원들은 호천안을 도와 황제의 뜻을 돌리기로 했으니 말이다.

         

       호천안이 황제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결심한 일이었지만 그런 사실을 알리 없는 두위천의 입장에서는 이 전우회의 움직임을 황실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술이나 한 잔 얻어먹고 돌아갈 것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지요.”

         

       재상해는 못마땅한 얼굴로 두위천을 노려보았으나 천하의 재상해라도 두위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동창의 감찰 권한은 황제의 권위에서 오는 것. 아무리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도 감찰을 거부하는 것은 곧 황권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소란피우지 말게.”

         

       재상해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두위천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두위천도 큰 소란은 피우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아 그 술을 공손히 받아 마셨다.

         

       그가 아무리 동창의 2인자라고는 하나 이곳은 재상의 집이었고 그 재상의 집에 초대된 이들은 하나같이 황국의 거물들. 비록 황제의 권위에서 오는 초월적인 감찰 권한을 등에 업고 있다고는 하나 이들과 마찰을 빚는 것은 두위천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확인할 것은 해야지.’

         

       두위천의 시선이 호천안에게로 돌아갔다.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정체불명의 인물. 두위천의 직감이 혹여나 다른 이들의 심기를 거스르더라도 이 자의 정체는 파악해야 한다고 속삭였다.

         

       “헌데 오늘 이 자리는 십이 번대 전우회라 들었습니다만, 어째 전우라고 보기에는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 있군요.”

         

       “허허, 본인을 말하는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본인은 동창의 이형백호 직을 맡고있는 두위천이라 합니다. 혹여 어르신의 존함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추모루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림에서는 혁기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유야 공주의 사망 경위는 정확히 공표되지 않았다.

         

       호천안을 도와 사도련을 막기 위해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싸웠다 밝힐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저 운남에 암행을 나갔다가 사파에게 변을 당했다고 알려졌을 뿐이었고 다른 훈련생들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운남에서 직접 적귀대를 이끌며 호천안과 유야 공주의 명을 따랐던 강추모루는 유야 공주가 호천안과 함께 정철을 막기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스러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창은 곧 황제의 귀였으니 두위천에게 호천안이라는 이름 석 자를 말하는 순간 황제 유경은 호천안이 이 낙양에 머물고 있음을 알게 될 터.

         

       여동생을 잃은 슬픔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림 자체를 없애려 하는 유경이다. 과연 그런 유경이 호천안의 이름을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강추모루는 그 사실이 못내 걱정되었으나 애써 그 걱정을 다스렸다. 교관님이라고 그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고 심계가 깊으신 분이니 어떤 식으로든 둘러대지 않겠는가.

         

       “호천안이라고 한다오. 한때 이들을 가르쳤던 금의위 교관이었지.”

         

       그러나 호천안은 그런 강추모루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시원하게 자신의 이름과 행적을 밝혔다.

         

       “과연. 전직 금의위 교관이셨군요.”

         

       “허허. 그래. 의문은 해소되셨소?”

         

       두위천은 머리를 뒤져 호천안의 정보를 간신히 떠올렸다. 사천에서 공을 세워 금의위 외부고문이 되었다는 사천낭인. 합격 훈련생들이 집단 자퇴하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일으켜 징계성 문책으로 보직해임 당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관직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무림으로 돌아갔겠지.’

         

       허나 무림에서 호천안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없었으니 무명이라 봐야 할까.

         

       그 경지를 슬쩍 살피니 얼추 절정과 초절정 사이. 절정 고수라고 한들 결코 낮은 경지는 아니었으나 나이에 비하면 자랑할 만한 경지도 아니었으니 딱히 무공이 고강하거나 명성이 높은 자는 아닌 듯 싶었다.

         

       모든 정보를 떠올린 두위천은 더더욱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호천안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개최된 전우회에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자였고 또한 훈련생들 입장에서는 초대할 이유조차 없는 자였다.

         

       금의위라는 성공가도를 내던지고 자퇴할 정도로 증오해 마지않았던 자를 왜 전우회에 초대한단 말인가.

         

       ‘수상하군.’

         

       두위천은 호천안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가득했고 표정 연기는 썩 괜찮았지만 동창 소속인 두위천이 보기에는 꾸미는 티가 났다.

         

       동창을 만났기에 긴장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전우회의 면면들이 너무 거물이었다. 재상, 장군, 도독, 상서와 같은 관직의 정점들과 대화하다가 고작해야 동창의 2인자를 만났다고 긴장해?

         

       ‘벼슬을 하는 자도 아니니 두려워할 이유도 없을 터!’

         

       그렇게 생각하니 호천안의 행동이 모두 수상하게 보였다.

         

       침을 삼키는 목젖의 움직임이나 비틀리는 발의 움직임까지 모두 자신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정보조직의 일원답지 않게 너무 손쉽게 확증편향에 빠져버린 두위천이었지만 이미 두위천은 그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그야 호천안이 보여주는 행동이 근거가 없음에도 확신을 가질 정도로 딱 맞아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이자,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리고 호천안이 숨기고 있는 사실은 지금 이 자리에 십이 번대 훈련생 열 네 명이 모두 모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헌데 말이오.”

         

       그러니 두위천은 호천안을 압박해 반응을 살펴보기로 마음먹었으니.

         

       “전직 금의위 교관이라고 한들 동창의 이형백호에게 하오체를 쓰는 것은 황국의 예의가 아닌 것 같소만?”

         

       두위천은 호천안이 바라던 대로 시원하게 낚여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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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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