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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8

    제임스가 있어야 할 ‘호텔’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다…?’

    아직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라고는 하더라도, 곧 영업을 시작할 건물에 아무도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굳이 제임스와 같은 조직의 녀석을 제외하더라도, 마땅히 잘 곳이 없어 아예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다른 이유로 방 안에서 나올 수 없는 처지인 경우도 있었으니.

    헌데 그 모든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사라져버린 것이다.

    마치, 다들 한순간에 증발이라도 해버린 것처럼.

    유령도시 코스티에서 사람 한둘 정도 사라지는 것쯤이야 특별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대규모 실종사태는 상당히 드문 편이다.

    조직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 아니라면 말이다.

    ‘설마 알폰소 그자식이…?’

    그런데, 정말로 다른 조직의 소행일까?

    그 녀석들이라면 오히려 본보기를 삼아서 더 박살을 내 놓았으면 내놓았지, 일처리를 이렇게 깔끔하게 할 리가 없는데….

    -파바박!

    “뭐, 뭐야!”

    그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지만, 그곳에는 낡은 환기구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쥐인가?

    그 생각에 미친 그는 공연히 궁시렁거리며 발치에 있는 돌멩이를 찼다.

    “시발, 불은 또 왜 안 들어오고 난리야.”

     

    불이라도 제대로 켜졌으면 이럴 일도 없는데.

    다른 곳보다 밤이 이른 코스티는, 아직 이른 저녁임에도 벌써 꽤 으스스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손전등이라도 없으면 불 꺼진 건물 내부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유령도시 코스티라고 해도 술이나 마약에 찌든 사람이 몇명은 거리를 돌아다니기 마련,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거리에서 아무도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묘한 감각에 식은 땀을 흘렸다.

    분명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이 곳에서 일어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그는 곧 휴대전화를 꺼내 이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고자, 하다못해 한탄이라도 할 상대를 찾아보고자 휴대전화를 꺼내어 보았으나,

    -고객님이 거신 전화는 현재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전화에서는 무의미한 안내문구만이 출력될 뿐, 누구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아무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쑤셔넣은 후, 담배를 빨아들이며 중얼거렸다.

    “시발, 다들 나하고 무슨 서프라이즈 파티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돌멩이나 계속 차야지.

    무슨 소리라도 들리고 있으면 고스트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니.

    그 때였다.

    -툭…, 툭, 툭, 툭, 툭.

    지나치게 멀어지는 돌멩이의 소리에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 방향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응? 원래 여기에 이런 통로가 있었던가…?”

    못보던 길이었다.

    좀 전의 그것은, 발에 걷어차인 작은 돌멩이가 지하로 통하는 이 계단을 떨어지며 내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혹시 내려가봐야 하나…?’

    그는 보통의 경우, 이런 곳을 혼자 내려가는 녀석들이 맞이하는 결말을 미디어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잘해봤자 어디 한쪽 날아가는 것이고, 못하면 죽음이겠지.

    공포영화에나 나오는 멍청한 피해자가 되고싶지 않았던 그는, 그 통로를 못 본척 하고 건물을 더 수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결정이 통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누군가와 마주하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

    -저벅, 저벅, 저벅.

    “이런, 이곳에서 남아있는 조직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요. 내가 어째서 놓쳤을까.”

    그를 보자 난처하다는 듯이 웃는 멀끔한 모습의 남성.

    “어, 당신은…?”

    그의 모습은 그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평소 자신의 보스를 자주 찾아와 돈과 약을 공급해주던 어느 높으신 분.

    그와 보스가 거래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기 때문에 그도 자연히 얼굴을 기억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장소에서 마주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였다.

    -저벅, 저벅.

    “…….”

    또 그의 뒤에는 덩치가 꽤 커다란 누군가가 따랐는데, 관을 등에 메고 있는 걸 보면 장의사 같기도 하고 그 풍채를 보면 보디가드 같기도 했다.

    저 사람도 코스티의 사람인가? 

    로브에 가려져 누군지 신원을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덤비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 상대였다.

    그는 다시 그 높으신 분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이 왜 여기…?”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하하하, 글쎄요? 저도 상당히 어색하네요. 아직 사람이 남아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터라.”

    -푹-!

    뒤늦게 찾아온 격통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그에게 향하며 입을 떼었다.

    “어째서…?”

    “뭐, 이제 여기는 전부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요.”

    -파샥-!, 털썩.

    남자가 그의 심장에서 나이프를 뽑아내자, 그는 마치 호스에 물을 튼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온 벽면에 자신의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남자는 이내 웃으며 자신을 뒤따라 통로에서 걸어나온 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가죠.”

    -끄덕.

    그러자 조용히 그를 따르는 관을 멘 거한.

    그가 통로에서 빠져나오자, 조직원의 남성이 물고있던 담뱃불이 피에 옮겨붙으며 검은 불길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환기구를 통해 조용히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리브의 시야를 화면을 통해 공유받던 루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세이어.”

    한발 늦었다.

    ‘어디서 뭘 하기에 보이지 않나 했더니, ‘청소’를 하고 있었던 건가?’

    어쩐지 에이레스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더라니, 뒤에서 저런 짓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연구소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녀석이 이미 먼저 도착했나.

    아마 자신이 필요한 정보는 이미 저 아공간 마법이 인챈트된 서류가방에 전부 들어있을 것이다.

    그 외의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불태우거나 삭제했겠지, 이전의 ‘시설들’에 그러한 것처럼.

    그리고 이제 와서 시설들을 정리하는 이유는 한 가지.

    그의 ‘계획’이 거의 완성된 것이 분명했다.

    “제길, 나름대로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역부족이었나?

    어쩌면, 그동안 가족에게는 어떠한 해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너무 조심스럽게 움직인 것이 화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체스판의 말이 된 것 같은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쿵!

    짜증이 솟은 루크가 책상을 가볍게 내리치자, 책상 옆에 장식한 리치의 두개골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세이어’의 것이었다.

    루크는 그 두개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서 그를 또 죽일 수 있다면….’

    단순히 그의 ‘청소’를 방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도플갱어’에 대한 지식을 지닌 지금은 그를 저번과 같이 녹아내리게 하는 실수는 없을 것이다.

    형체를 제대로 유지시키면서 확실하게 그의 머릿속에서 원하는 지식을 얻어낼 수 있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인형이 아니라 ‘리브’가 세이어와 마주했다는 점이었다.

    완전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다른 보급형 인형들이라면, 꽤 수준높은 흑마법사인 그를 암습한다는 선택지조차 고를 수 없었을 테니까.

    이는 운이 좋았을 뿐 아니라 레니에가 리브를 가장 연구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에 직접 선정해 집어넣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변수는 저 옆의 호위인가….’

    아마도 네크로맨시를 이용한 인형인지, 생명반응은 상당히 옅었다.

    따라서 품고 있는 마력도 그다지 별볼일 없었지만, 왠지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그 때, 리브가 통신으로 물었다.

    -주인, 명령을.

    만약 암습을 하려고 한다면 그가 건물을 벗어나기 전에 결정을 해야했다.

    그가 건물을 나가게 되면, 검사인 리브가 불리해지니까.

    또, 행적을 놓치게 될지도 모르고.

    그것을 알기에 리브도 루크에게 대답을 재촉한 것이리라.

    당연히 루크도 리브만큼이나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가 섣불리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던 건 역시 그 옆의 인물이 지닌 묘한 위화감 때문이었다.

    왠지 공격을 해선 안 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

    그것이 루크로 하여금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

    그렇게 기다려도 명령이 내려지지 않자, 결국 리브는 자율적으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행동하지 않아 주인이 곤란해지는 것보단, 역시 자신이 행동하고 나서 결과를 내는 편이 실패를 하더라도 맞는 방향이라 여겼으니까.

    그렇게 리브는 손에 쥔 작은 칼날에 오러를 불어넣으며 몸을 쏘아냈다.

    -슉!

    그러나, 리브의 공격이 세이어의 목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퍼억-!

    “…!”

    그의 뒤에 있던 ‘장의사’가 움직인 것이다.

    세이어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또 인형인가?”

    장의사의 손날에 깃든 기운을 알아본 루크는 기함 할 듯 외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소드마스터!”

    마도문명이 발달하며 현재는 그 명맥이 거의 끊긴 검술의 극한이, 그의 손날에서 너무나 가볍게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인형인 리브가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실제로, 리브는 이미 거의 농락당하는 상태나 다름이 없었고.

    “레니에! 지금 당장 ‘게이트’의 연산을!”

    -루크 님, 하지만 그러면…!

    레니에가 걱정스럽다는 듯 목소릴 내었지만, 루크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상관 없어, 열어!”

    -…네!

    레니에가 시간가속을 사용하며 연산을 시작하자, 잠시 후 루크의 방 중앙의 공간에 검은 선이 하나 나타났다.

    원래라면 제대로 안정화 되길 기다려야 했지만, 루크는 그 순간도 기다릴 수 없었다.

    -콱!

    루크가 그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공간을 억지로 잡아벌림과 동시에, 형언하기 어려운 굉음과 함께 공간이 이어졌다.

    루크는, 그렇게 강제로 이어진 공간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리브를 품으로 받아내며 외쳤다.

    “세이어!”

    “이런, 역시 너구나.대단한데? 네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거든. 정보를 수정해야겠어.”

    그는 예의 그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루크는 이를 갈듯이 말했다.

    “다음번엔 내 반드시 너흴 찾아내서….”

    그러자 그는 루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니, 다음에는 이쪽에서 찾아가지. 우리도 너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으니까.”

    “뭐?”

    -쿠르릉–!

    그의 말이 끝나며 몸을 돌림과 동시에,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

    루크는 무너지는 건물 잔해 사이로 보이는 그 장의사의 실루엣을 눈에 똑똑히 새겨넣었다.

    그는 분명, 다시 보게 될 터이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루만 쉰다고 공지해놓고 이렇게 늦게 오다니…

    앞선 전개를 정돈하는 것과 삽화, 문장을 생각하는 모든 작업이 상당히 오래 걸려버렸네요….

    엔딩은 생각해두긴 했지만, 역시 보여드리고 싶은 멋진 장면이 아직 꽤 남아서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소나 시간, 상황, 이런걸 조금만 잘못 설정해도 그 장면들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길이 깔린 것 같으니 앞으로는 조금 더 노력해서 빨리 쓸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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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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