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8

        

         

       진성이 이양훈을 병에 걸리게 만들며 미국으로 가지 못하게 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테러였다.

         

       그것도 미국이 아주 민감해할 방법의 테러 말이다.

         

       ‘흐음.’

         

       회귀 전, 이양훈은 이맘때쯤 미국으로 날아갔다.

       투자 관련한 이유였었는데…. 자세한 것은 몰랐다.

       진성이 딱히 광양 그룹에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관심이 없는데도 진성이 기억하는 이유는…이양훈이 그때 꽤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 뉴스에 보도되고, 엮이게 될 정도로 아주 성대한 곤욕을 말이다.

         

       하이재킹(hijacking).

         

       미국의 항공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탈취당했다.

         

       당연하게도 미국은 눈깔이 돌아가 버렸다.

         

       911테러 이후 하이재킹이란 미국의 역린이 되어 있었고,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비행기를 탈취한 테러리스트들이 뭐라 뭐라 말하기도 전에 미국은 군을 동원해서 비행기에 미사일을 겨눴고, 즉시 전투기를 띄워 비행기를 에워쌌다. 그리고는 강경한 반응에 당황한 테러리스트들에게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지 않을 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극단적인 조처를 할 수도 있다.’며 역으로 협박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미국은 온 힘을 다해서 비행기를 탈취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보를 뽑아냈고, 그들의 가족에 대한 신상 명세도 알아냈다. 그리곤 그렇게 알아낸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특수 부대를 동원, 그 가족들을 인질로 잡기까지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인질’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들의 가족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걸 누가 믿겠는가?

         

       그렇게 하이재킹은 순식간에 진압당했다.

       얌전히 투항할 테니 가족들과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끔찍한 테러가 ‘시도’로만 끝난 뒤.

       그 후폭풍은 강렬하게 몰아쳤다.

         

       미국이란 거인은 감히 자신의 역린을 건드린 빌어먹을 놈들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고, 그들과 관련된 이들을 뿌리째 뽑기 시작했다.

       범죄와 연관이 되어있다면 합법적으로 그들을 잡아들였고, 범죄와 연관이 되어있지 않다면 국가 자체가 움직여서 그들을 압박했다. 그들에게 돈을 지원한 기록이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미국의 국세청인 IRS(Internal Revenue Service)가 샷건을 들고 기업으로 쳐들어갔고, 개인의 경우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의 집에 방문했다.

       외국인이 있다면 해당 정부에 미국이 분노를 섞어서 ‘협조’를 요청했으며, 정부의 영향력이 적게 미치는 곳은 위성을 동원해 그들의 위치를 파악, 요원을 그쪽으로 떨구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바탕 광풍이 몰아닥치고, 수많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죽었다.

       돈을 뺏기고, 감옥에 갇히고, 때로는 진짜로 죽기도 하고….

       그렇게 이 빌어먹을 테러를 저지른 놈들은 모조리 뿌리가 뽑혀버렸다.

         

       그리고 이양훈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양훈이 테러와 연관이 있었냐고?

       그건 아니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도, 테러와 관련된 기업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깨끗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그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피해자이자 테러의 잠재적인 공범이며, 용의자였다. 그렇기에 해당 비행기에 탔던 이들은 미국의 철저한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의심되는 것이 발견되거나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참 다행스럽게도 이양훈은 ‘강도 높은 조사’까지는 받지 않았다.

       그는 나름 깨끗하게 기업을 운영한데다가 미국의 국익에 손해를 입힌 적도 없었다.

       거기에 수사에 협조적이었으며, 그가 투자하려는 기업 역시 깨끗하고 건실한 기업이기까지 했다.

         

       미국 처지에서 이양훈에게 굳이 강도 높은 압박을 줄 이유가 없었고, 나름 친절하게 수사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나름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행하는 수사가 가벼울 리는 없었고, 이양훈은 마음고생을 적잖이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한국에서는 다른 재벌의 입김이 닿은 언론사에서 광양 그룹을 깎아내리는 뉴스가 미친 듯이 터져 나오며 그를 괴롭히기까지 했으니, 이양훈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으리라. 거기에 더해 그 혼자만 괴로움을 겪은 것도 아니고, 같이 비행기를 탔던 부인들 역시 고초를 겪기까지 했으니….

       이양훈에게 있어서는 비행기 잘못 탔다가 횡액을 맞은 기분이었으리라.

         

       ‘물론 전화위복이라, 나름 좋은 인맥을 얻기는 했지만….’

         

       물론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수사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이나 미국 관료들과 친분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거기에 더해 동병상련의 위치에 있는 다른 비행기 승객들과도 ‘어려움을 같이 겪은 전우’라는 느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분을 쌓았고, 그 친분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기까지 했으니….

       꼭 나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좋은 일이라 하기는 힘들지.’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막을 헤매며 고통을 겪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한 수준의 것이 아니던가.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동산에서 즐거움을 맛보는 것도 부족한 것이 인생인데, 어찌 괴로움 속에 몸을 던지고 약간의 이득에 기뻐하는 것이 좋은 일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진성은 이번에는 이양훈이 그런 고초를 겪지 않기를 바랐다.

       이양훈과 그의 부인들, 거기에 부모에게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했을 이아린과 이세린까지.

       작은 이득을 탐하기에는 엮인 이들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렇기에 부적을 준 것인데….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구나.’

         

       테러가 일어나질 않는다.

         

       미국의 눈깔이 뒤집히고, 수많은 테러 집단이 숨을 죽이고, 미국을 쿡쿡 찌르며 신경을 거스르게 만들던 나라들이 일제히 꼬리를 말게 하는 그 상황이 일어나질 않고 있다.

         

       ‘보도가 막힌 것인가?’

         

       사건이 일어났지만, 입막음이 된 것인가?

         

       ‘보도를 막을 리가 없다.’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미국이라면 이런 거대한 사건을 묻어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것이 역린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심해지는 고립주의.

       점차 거세지는 미국 우월주의.

       미국의 중추를 점령해나가는 네오콘(neocon)들.

         

       지금의 미국은, 미국이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뽐내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당연히 그들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필요 이상으로 강력하게 행동하고, 전 세계를 공포에 질리게 할 정도로 분노를 터뜨리며 미국이 위대함을 증명하려 하겠지.

         

       ‘회귀 전 테러리스트들에게 ‘협상은 없다, 비행기를 격추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분명히 진심이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바랬을 수도 있다.

       이 커다란 비극으로 미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들의 분노를 ‘감히’ 미국에 칼을 겨눈 빌어먹을 놈들에게로 돌릴 수 있는 기회였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전쟁을 일으켜 미국의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할 생각이었으리라.

         

       미국의 힘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난 네오콘들이라면 충분히 생각할만한 시나리오였다.

         

       얼마 전 이들이 한국과 일본의 분쟁에 대해서 보인 태도를 생각해본다면…충분히 가능성이 크기도 했고.

         

       그런 네오콘들이 가득한 것이 현재의 미국인데….

       아무런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기이한 일이로다.’

         

       그리고 이는 진성에게 있어서 기이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테러리스트들이 보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감히 미국의 비행기를 하이재킹을 하려 했던 그 테러리스트들은 종교와 관련된 이들이었다.

       그들은 포틀랜드 지역에서 은밀하게 세를 불린 사이비 집단이었는데,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이 사이비 종교는 놀랍게도 ‘고층 건물’이 죄악의 상징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들이 주장하기를 고층 건물은 바벨탑과 같은 죄악의 상징이며, 건물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깊은 죄악을 쌓는다고 했다. 그리고 고층 건물이 일정 숫자 이상으로 늘어나거나 특정 높이에 다다르는 순간 신이 진노하며 인간들에게 심판이 내린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건물은 일정 높이로 지을 수 없도록 강력하게 규제를 해야 하며, 기존의 건물들은 철거해야만 한다고 했는데….

         

       이런 주장을 누가 듣겠는가?

         

       당연히 이들은 무시되었다.

       철저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시를 받자 이 사이비 종교는 강력하게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여겼고, 그렇게 해서 벌인 것이 바로 미국의 눈을 돌아가게 만든 테러였다.

         

       지하 시설에서 나름의 훈련을 받은 이들과 종교에 속한 능력자들을 동원, 비행기를 탈취한 후 고층 건물에 비행기를 충돌시킨다. 그리고 첫 번째 계획을 시작으로 총 다섯 번 연속으로 하이재킹 후 고층 건물에 비행기를 충돌시켜 죄악의 증거를 지우고 사람들에게 경고한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계획이었다.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하지 않을 짓거리.

         

       하지만 이들은 했다.

         

       왜?

       미쳐있었으니까.

         

       ‘흐음.’

         

       그렇게 미친놈들이니만큼 이 시기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여겼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다?

         

       이건…뭔가 변한 것이다.

         

       ‘미래는 가변적이라-‘

         

       진성은 예감을 느꼈다.

       경지에 이른 정신이, 영혼이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이건 그냥 변덕이니 변수니 하는 것이 아니라고.

       무언가가 크게 변한 것이 있어서 그가 알고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그냥 가볍게 넘기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티끌에도, 바위에도 미래는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니, 그 실체는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음이니.’

         

       좋다.

       확인을 해봐야겠구나.

         

       진성은 결정을 내렸다.

         

       직접 미국으로 가기로.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