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9

       

       

       뚝….

       

       공허하고 어두운 공간,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습하다는 걸 절로 알 법한 곳이다.

       

       뚝…뚝….

       

       얼마나 조용한지, 작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이다지도 크게 들리는 공간.

       바닥에는 얼마나 흘렀는지 핏자국이 너무나 많았고.

       

       바람이 불 때면 벽면에 걸려있는 쇠사슬이 움직이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더불어 알 수 없는 연기가 자욱하다.

       아마 이곳에 들어오는 인물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었다.

       

       이 연기는 모두 독기였으니 말이다.

       

       얼마나 깊이.

       

       또한, 얼마나 오래전에 만들어졌는지 가늠도 안 가는 공간.

       그런 알 수 없는 곳에서, 한 노인이 누군가를 마주하고 있었다.

       

       푸르디푸른 청색 비단옷 뒤로

       남궁이라는 글자가 확연히 적혀있는 옷.

       

       굽히지 않겠다는 듯 뻣뻣하게 편 등과, 넓게 펴진 어깨.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는 듯 질끈 묶은 머리칼과 허리춤에 달린 검이 어울려, 노인의 기백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노인의 별호는 천존(天尊).

       

       남궁가를 대표하는 무인이자.

       중원의 삼존이라 불리는 천외천 중 한 명이었다.

       

       “흐음.”

       

       천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면을 바라본다.

       정면에는 아까부터 거슬리던 쇠사슬 소리의 원인이 있었다.

       

       무언가를 철과 못으로 여기저기 구속해둔 형태였는데.

       

       구속당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아니, 이제 와선 사람이라 부르기도 애매했지만, 그건 분명 인간이었다.

       

       천존은 특유의 서늘한 눈빛으로 그자를 살피고 있을 무렵.

       

       “끅…끅….”

       

       문득 쇠사슬이 흔들리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작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이는 놀랍게도 살아있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숨은 붙어있다.

       

       그가 내뱉은 웃음소리가 거슬려서일까.

       천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뭐가 우스운 게지?”

       

       조금의 짜증을 담아 천존이 묻자.

       

       “…어찌…안 우습겠는가….”

       

       고개가 들린다.

       머리는 흘린 피에 절어 끈적했고,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시선은 흐릿하다.

       

       천존은 그의 눈빛을 알 수 있었다.

       

       무(無).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이 공간처럼 아득하고 공허하다.

       무언가 소름 끼치는 감각에 천존이 못내 짧게 혀를 찼다.

       

       “…하늘이 되고자 그리 발버둥 치던 이가…. 지금에 이르러선, 집 지키는 개로 전락했거늘…. 어찌 안 우스울까….”

       

       주르륵.

       

       말을 내뱉는 것도 힘겨운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큭…큭큭….”

       

       바닥에 뭉친 핏물.

       천존은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걸음을 걸어갔다.

       

       그 이후, 서서히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춘다. 

       천존의 푸른 눈동자가 상대에게 향하고, 천존은 상대의 얼굴을 잡아 들며 말했다.

       

       “흑룡검…. 분명 그리 불렸지.”

       “…끌끌…! 위대하신 천존께서 날 기억해주다니…. 이거 참 영광이군….”

       “아니, 네놈은 흑룡검이 아니다.”

       

       

       상대, 흑룡검의 대답을 들은 천존은 그 즉시 부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시신은 분명 수습했고 태워 없애기까지 했다.”

       

       당시 질풍검이라 불리던 검존이 흑룡대를 몰살했을 즈음.

       

       사건이 끝나 무림맹이 뒷수습을 취했고. 그때 흑룡검의 시신을 확인한 이가 바로 천존이었다.

       

       “한데, 네놈이 이리 멀쩡히 살아있을 리 없다.”

       

       이러한 기억을 두고 있는데, 대뜸 흑룡검이라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

       천존은 이를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끅…끅….”

       

       그런 천존의 말에도 흑룡검은 웃음을 흘릴 뿐이다.

       

       “…하찮은 시선으로는 그렇게밖에 보질 못하겠지…. 참으로 못났구나….”

       “정체가 무엇이냐.”

       “나는…흑룡검이다…. 또한….”

       

       쿨럭.

       

       흑룡검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흘렀다.

       

       “…끄으….”

       

       고통이 어지간한 모양인지, 흑룡검은 말을 뱉을 때마다 신음을 터트렸다.

       

       “…그 아해에게 불탄 육신이…. 낫지를 않는구나…. 어째서일까….”

       “아해?”

       “끌끌끌….”

       

       불탔다고?

       

       천존은 흑룡검의 말에 무언가를 떠올린다.

       흑룡검을 제압한 이가 놀랍게도 후기지수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구가의 아이라 했지.’

       

       근래 시끌시끌하게 들려오던 한 명의 무인.

       구가 태생의 예비 소가주.

       

       후기지수 수준을 월등하게 넘었다 하여, 이제 와선 한 명의 무인으로 완전히 취급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소염라…. 라고 하던가.’

       

       모를 수가 없었다. 

       맹으로 들어왔을 분노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개방에서 택한 방법의 하나였으니까.

       

       ‘마침 이곳에 있다고 하던데.’

       

       사천, 그것도 당문.

       독왕이 직접 데리고 당문으로 도착했다는 소식은 들었었다.

       

       구태여 얼굴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적당히 넘어가고자 하였거늘.

       

       ‘한 번 보러 가도 괜찮겠군.’

       

       남궁가와 약혼을 하기도 한 만큼, 찾아갈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그 아이도 봐야 하니 말이야.’

       

       자신의 증손녀라는 아이도 봐야 하는 시점이었다. 

       검왕이 직접 전서를 보내온 게 있었기 때문이다.

       

       천존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앞서 독왕은 물론이고 당문의 이들이 오래도록 고문을 취했으나.

       흑룡검은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목적으로 신룡관을 습격했는지.

       지금까지 무얼 하고 있었는지.

       

       ‘그’ 당문이 모진 고문을 시도했음에도, 흑룡검의 입은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 막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 말이다.

       

       더는 의미가 없다.

       

       그리 판단한 천존은 죽어가는 흑룡검을 두고 시선을 옮겼다.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벽면.

       그 틈으로 천존이 손을 뻗으니.

       

       철걱-!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드르르르륵-!

       

       갑작스럽게 공간이 생겼다. 

       공간 안에는 어디론가 내려가는 계단 같은 게 있었는데.

       

       천존은 그걸 잠시 바라보다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걸 위해 흑룡검을 지나쳐야 했으나, 천존은 흑룡검에게 더는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듯, 차갑고 서늘한 모습으로 그를 지나쳐 내려간다.

       천존이 문을 통해 사라진 직후.

       

       그그극-!

       

       문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금 닫히며 원래의 벽면으로 돌아온다.

       

       다시금 조용해진 공간.

       

       그 속에서 흑룡검은 삐걱거리는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봤다.

       

       등 하나 없어 어둡기 그지없는 상황 속에서.

       

       “태천…이시여. 부디…비나이다….”

       

       흑룡검은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

       

       

       

       

       뚜벅.

       

       길게 내려있는 계단을 걸어 한참을 내려간다.

       천존은 좁디좁은 통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우우웅.

       

       내려갈수록 독기가 짙어진다. 천존은 기운을 끌어올려 이를 차단했다.

       

       예상보다 짙다.

       

       천존조차도 신경이 쓰일 만큼의 독기,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찰박.

       

       계단에 물기가 느껴진다.

       거의 다 왔다는 뜻일까. 

       알 수 없는 역겨움을 느끼며 천존은 걸음을 재촉했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통로를 벗어나 처음 마주한 곳은, 어둡던 위층과 달리, 벽면에 달린 등으로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더불어.

       

       ‘쯧.’

       

       코를 찌르는 피 냄새가 가득했다.

       아까 느껴지던 물기는 아무래도 핏물인 모양이다.

       

       인간의 핏물일까.

       

       천존은 발아래를 쳐다봤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혈향의 색은 푸르다.

       인간의 피가 아닌 마물의 피라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만큼의 양이라.

       아무리 인간의 피가 아니라고 한들, 보기만 해도 올라오는 역함에 천존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후우우우욱-!

       

       바람이 휘몰아치며 바닥에 있던 핏물을 치워버렸다.

       비교적 깨끗해진 바닥.

       

       천존은 그곳에 서서 어딘가를 쳐다본다.

       

       이토록 바닥을 적신 핏물이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바로 저곳이었다.

       

       겹겹이 쌓여있는 무언가. 형체를 알 수 없게 뒤섞인 존재들 틈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다.

       천존은 그것이 마물의 사체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광경이다.

       그런 혐오스러운 배경을 보며 천존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고작, 이런 걸 보여주고자 나를 불렀소?”

       

       천존의 말이 공간을 울리니.

       그제야 뒤편에 있던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리가…. 어찌 귀하신 몸을 고작 그것 때문에 불렀겠소.”

       

       웃음을 머금고 나타난 이는, 당문의 일장로였다.

       

       “본래라면, 훨씬 좋은 곳에서 뵙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하오. 천존.”

       “…귀찮은 문답은 사절하겠소. 위에서 상당히 기분을 상하고 온 상태라 말이지.”

       

       천존의 서늘한 말에 일장로는 머쓱하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마물의 사체가 즐비해 있는 곳을 조금 지나니, 자그마한 탁상이 보인다.

       

       유독 많은 핏물이 고여있는 곳이었다.

       일장로가 그곳으로 향하니, 천존이 의문 섞인 표정으로 거길 자세히 살폈다.

       

       탁상 위에 무언가 있다.

       

       뭐지?

       

       천존도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탁상으로 가까이 다가가 물건을 살펴본 순간.

       

       “…!”

       

       천존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물건의 정체는 자그마한 보석이었다.

       

       영롱한 연녹색 빛을 띤 동그란 보석.

       찬란한 빛을 보고 있자니, 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스치지만.

       

       천존이 물러난 이유는 그게 아니라, 보석에서 느껴지는 독기와 기운이 너무나 독했기 때문이다.

       

       일장로는 그런 천존의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 말을 뱉어왔다.

       

       “어떻소.”

       “…이게, 완성품이오?”

       “맞소. 내가…. 아니, 독군께서 만들고자 하였던 당문이 가진 신념의 집결이오.”

       

       독군, 지금의 당 가주의 조부의 별호다. 지금에 와선 죽어 없어진 인물이기도 했다.

       

       보석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천존은 구태여 이를 시도하지 않았다.

       

       내기로 차단하고 있기는 하지만, 독에 대한 내성이 부족한 이가 만질 만큼의 물건이 아니었다.

       

       대체 얼만큼의 기운이 뒤섞여있어야 저런 기운을 풍긴다는 말인가.

       

       하물며.

       

       “끝내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내다니.”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걸 만들어 냈을까. 

       천존은 결과물을 보기만 해도. 이걸 만드는 과정이 얼마만큼 치열하고 잔인했을지 떠올릴 수 없었다.

       

       뒤편에 쌓인 마물의 사체?

       

       그건 기껏 해봐야 일부분일 것이다. 고작 저 정도로는 이만큼의 기운을 모을 수 없다.

       

       차분한 눈으로 보석을 보고 있는데, 일장로는 그걸 보며 말을 이어갔다.

       

       “맹과의 약조에 따라…. 제조법과 재료는 따로 적어 보내드리겠소.”

       “사용법도 말이오?”

       “사용법이란 건 딱히 없소.”

       

       일장로는 손을 뻗어 보석을 잡는다.

       

       “단순히 삼키면 끝이오. 그리 하면….”

       “천무지체가 될 수 있다…?”

       “예상은 그렇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오.”

       “이유는?”

       

       천존의 물음에 일장로는 웃었다.

       

       “아직 섭취 후 제대로 작용이 일어나는지 확인하지 못하였소.”

       “그럼 완성품이 아닐 터인데?”

       

       제대로 시험하지 못했다면, 완성품이 아니다.

       약조와는 달랐다.

       

       그걸 뱉으며 천존이 눈을 좁히니, 일장로가 다급히 말을 이어간다.

       

       “비율 또한 제대로 맞추었고. 조건만 맞는다면 확실히 성공할 물건이오.”

       “조건이라?”

       

       이걸 사용하기 위한 조건.

       

       그게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그게 무엇이냐 묻는 어투에 일장로가 마른 입술을 숨기며 천존에게 말한다.

       

       “…첫 번째는, 이립이 지나지 않은 여성이어야 하오.”

       “이유는?”

       “그 외의 실험체는 모두 부작용을 일으키며 폭사해서 죽었소.”

       

       얼만큼의 실험을 했다는 뜻일까.

       그 비릿한 어투가 거슬리지만, 구태여 트집을 잡지 않았다.

       

       “첫 번째가 있다는 건, 두 번째도 있다는 것이겠지?”

       “맞소. 두 번째는…. 몸을 변형시키는 기운을 버틸 수 있는 그릇을 지니고 있어야 하오.”

       “모호한 말이군.”

       

       이 보석이 지닌 기운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재능과 육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선이 다소 애매한 대답이었다.

       

       “어느 정도 확신은 있는 얘기오. 마침, 제대로 실험할 대상도 있소. 다만, 상황이 좀 귀찮아졌을 뿐.”

       

       일장로의 말을 들은 천존은, 보석과 일장로를 번갈아 본 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약조를 이행하는 건 제대로 결과가 나왔을 때 하도록 하지.”

       

       아직 결과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물건이란 말이었다.

       일장로의 말만 들어선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니, 제대로 일을 끝내고 다시 얘기하자.

       

       그런 천존의 답이었지만. 일장로는 그런 천조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내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무얼 좀 부탁해도 괜찮겠소?”

       “내게?”

       

       일장로의 말에 천존이 인상을 구겼다.

       

       “다름이 아니라, 마지막 일을 남겨둔 시점인데. 쓸데없는 방해가 들어왔소.”

       “무슨 말이오.”

       

       기분이 거슬리던 것도 잠시, 방해가 들어왔다는 말에 천존이 관심을 내보인다.

       그걸 본 일장로가 속으로 안도를 하며 입을 다시 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구가의 잡것이 일을….”

       “…잠깐.”

       

       얘기를 꺼내 들던 일장로를 갑자기 천존이 막아선다.

       그 행동에 일장로가 멈칫해야 했다.

       

       “왜 그러시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도….”

       “조용.”

       “…”

       

       천존이 일장로의 말을 막고선, 가만히 어딘가를 살폈다. 한참을 집중하던 천존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이리 말했다.

       

       “…무언가 오고 있소.”

       “뭐라…?”

       

       천존의 말에 일장로의 눈이 잠시 커지지만.

       이내 헛웃음을 짓는다.

       

       “그럴 리 없소. 이곳에 깔린 진법과 기관이 몇 개거늘…. 누군가 다가오려고 한다면 알아차리도록 준비까지 하였소.”

       

       누군가 입구로 들어오려고 한다면, 일장로가 알 수 있도록 귀물을 깔아둔 상태다.

       하물며 찾지 못하게 진법을 몇 겹에 겹쳐 쌓아놓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곳의 입구를 찾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천존이 무언가 착각했으리라, 그리 판단한 일장로가 웃으며 말하지만.

       

       “입구가 아니오.”

       

       천존은 단호했다.

       

       “입구가 아니라니?”

       

       그런 천존의 말에 일장로가 되묻지만, 이후 천존은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일장로는 그런 천존을 이상하게 보면서도, 이내 시선을 따라 옮겼다.

       

       천장.

       

       천존이 보고 있는 건 튼튼하게 쌓아 올린 천장이다.

       

       일장로의 시선 또한 그곳에 닿은 순간.

       

       쿠우웅-! 쿵!

       

       “…!”

       

       기다렸다는 듯, 일장로의 귀에 굉음이 들려왔다.

       저 위.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무언가 터지고 부서지는 소리였다.

       

       “뭐…뭣?”

       

       일장로가 당황하며 소리를 내뱉을 때도, 굉음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

       

       쿠우우웅-! 쿵쿵-!

       착각일까.

       

       저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할 짧은 시간.

       이미 굉음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아아아앙-!

       

       천장이 터져나가며 쏟아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일장로가 도약해 몸을 피했다.

       

       후두두둑….

       

       천장이 무너지며 돌조각이 흩뿌려지고.

       그 사이에 같이 무언가 흘러내리고 있다.

       

       일장로는 그걸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뚫려버린 천장 틈에서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무언가 보인다.

       

       일장로는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저건 천장이 녹아내리고 있는 흔적이라는 걸 말이다.

       

       후우욱…!

       

       주변에 공기가 뜨거워진다.

       

       숨이 막힐 만큼의 열기였다.

       

       이어.

       

       덜덜덜.

       

       ‘…이게 무슨….’

       

       일장로는 손이 제멋대로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손뿐이 아니라, 온몸이 떨린다.

       

       어째서 이토록 몸이 떨리는 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장로가 잔뜩 긴장을 머금고 있을 무렵.

       

       저벅.

       

       몰아치는 흙먼지 틈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다. 일장로가 그곳으로 시선을 보내자.

       

       보였다.

       

       분명히 보였다.

       자욱하게 떠오른 먼지 틈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말이다.

       

       모든 걸 태울 것 같은 시뻘건 적안.

       

       당장까지도 떨리고 있던 몸은, 그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반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왜 이러는 게냐…!’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고자 힘을 잔뜩 주던 찰나.

       

       화아아아악-!

       

       일순 돌풍이 불며 주변에 연기를 다 치워버렸다. 

       

       가리고 있던 모든 게 사라진 상황, 그제야 일장로는 눈동자의 주인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부터 여길 보던 적안과 마찬가지로 붉게 물든 적발.

       금색 문양이 곳곳에 그려진 무복을 입고 있는 사내.

       

       얼핏 무표정한 듯 보이지만, 일장로는 그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분노를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저자는 누구인가.

       

       일장로의 머리가 빠르게 휘몰아치고 있을 무렵.

       

       사내는 바짝 굳은 일장로를 쳐다보고선 말했다.

       

       “찾았다.”

       

       그 말과 동시에.

       

       우두드득.

       

       일장로의 다리가 뽑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