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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9

    -……!

    -퍽!

    또다.

    피할 수 없었다.

    간신히 코어만 빗나가게 막아낼 수 있었을 뿐.

    어떻게 접근해도 저 손날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알아도 맞아야 하고, 피해도 추격해온다.

    압도적인 실력차.

    아직도 자신이 파괴되지 않은 것은, 그저 가벼운 몸체를 가진 덕에 타격에 그의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꾸준히 피해는 누적되고 있었지만.

    -…….

    분명 그에게는 특이하다고 할만한 마력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숙련된 오러 사용자라니?

    그의 손날에 깃든 그것은 실용에 극에 달하여 예술에 가까운 오러였다.

    어떠한 ‘깨달음’을 지닌 것일까?

    그가 만약 정말로 ‘깨달은 자’가 맞다고 한다면, 그저 소드마스터의 데이터가 정교하게 학습되었을 뿐인 자신은 그를 이길 방법이 없다.

    -…….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첫 급습에서 결과를 보았어야 했다.

    아니, 그는 어쩌면 이미 처음부터 자신의 은닉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의 실력자가 자신의 은닉을 알아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형편이 좋은 소리였으니까.

    아까 전의 그 움직임도, 자신이 공격할 것을 미리 알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대처였으니 말이다.

    가만히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은 그저, 자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겠지.

    실력좋은 사냥꾼이, 덫을 놓고 언제 맹수가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실제로, 자신은 그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

    그렇다면….

    리브는 공중에서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다시 벽을 박차 날아가며 자신의 마력코어를 과부하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전혀 상대가 안된다면, 하다못해 자폭이라도–

    팟-!

    -……!

    이불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리브가 몸을 일으켰다.

    “일어났나.”

    -……!

    정신이 아직 전장에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리브의 모습에, 루크는 나즈막이 중얼거렸다.

    “안심하거라, 여긴 나의 방이다.”

    -…….

    마치 ‘어떻게?’라고 묻는 듯한 리브의 반응에, 루크는 사탕캔을 재활용한 반짇고리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네가 그에게 당해 정신을 잃은 걸, 내가 데려와서 고쳤다.”

    지나친 축약으로 이야기의 처음과 끝만 존재해 이해할 수 없는 루크의 설명에 레니에가 덧붙였다.

    -급하게 직접 게이트까지 열어서 말이죠, 엄청 난리였다니까요.

    ‘텔레포트 게이트’는 8서클에 해당하는 공간장악마법, 당연히 상당한 마력이 소모되는 마법이고, 급한 마음에 공간을 억지로 잡아벌렸으니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 역시 작지 않았다.

    당연히 게이트를 여는 소음과 마력반응을 확인한 경찰들이 무슨 일 없냐며 저택에 단체로 들이닥쳤지.

    루크가 ‘개인적인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날아오는 인형을 잡느라 그랬다’며 어떻게 얼버무리니 결국 다들 납득하고 돌아가기는 했지만, 역시 어른들을 납득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루크에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 설명을 들은 리브는 자신의 꿰매진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며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

    자신이 제멋대로 움직인 탓에, 주인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직접 게이트를 여는 위험을 감수할 줄이야.

    호위기사로서 면목이 없었다.

    조금 강하다고는 하나, 어차피 루크에게 자신은 수많은 인형들 중 하나.

    한번 쓰고 그대로 파괴되어도 아무런 타격이 없는, 그런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브는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루크를 대신해 먼저 나섰다.

    급습이 성공한다면 좋은 것이고, 만약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주인은 여전히 안전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위치를 노출해가면서까지 자신을 구하기 위해 게이트를 열다니, 그 경우는 리브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아끼는 도구를 희생시키기 싫은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손해보는 일을 할 이유는 루크에게 없었으니까.

    루크는 정리된 반짇고리에 마지막으로 실타래를 넣을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실타래는 좀 나중에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반짇고리의 뚜껑을 닫으며 입을 열었다.

    “자신을 어째서 그렇게까지 해가며 구했느냐는 모습이로군.”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리브를 바라보며, 루크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다. 너도, 내 가족이니까.”

    실로 단순한 이야기였다.

    -…….

    표정이 있었다면 눈이 커다래졌을 것이 분명한 리브의 반응에 루크는 괜히 낯이 부끄러워져서 실타래를 만지작거리며 뒷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대단한 상대더군. 그 장의사.”

    리브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무력은 대단했다.

    비록 마력이 완전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자신이 만전이었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이 정도로 강력한 상대가 아직 있었다니, 리브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약했다.

    결국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고….

    그렇게 자책하는 듯한 리브의 모습에 루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뭐, 그래도 그대의 급습이 완전히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네.”

    -……?

    “덕분에 알게 된 정보도 꽤 있거든.”

    리브가 나서서 전투를 이어나간 덕분에, 녀석의 전투와 신체데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또, 세이어. 그 말 많은 수다쟁이 녀석이 흘린 정보도 있고.

    ‘녀석들은 이미 어느정도 나를 특정했다고 했었지….’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기 전에도 세이어는 이미 자신을 알았는데, 전시장 테러 이후로는 자신의 저택 주변에 항시 경찰이 깔려 엄중한 보호를 받을 정도로 중요 참고인이 되었다.

    그 두 사건 모두에 ‘고양이 수인 소녀’가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겠지.

    그래도 나름대로 정보 자체는 레니에가 열심히 통제하려고 했던 모양이나,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뭐, 전시장일은 처음부터 그런 결과로 번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이기도 했으니.

    예상하지 못한 게 당연하다.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사이먼을 미끼로 던져 그런 사태를 벌인 것일테니까.

    자신이 전시장을 찾아올 것이라고 먼저 예상하고서 말이다.

    루크는 불쾌함에 살짝 미간을 좁혔지만, 실타래를 만지작거리며 표정을 풀어냈다.

    “레니에, 그의 신원은 확인이 되었나?”

    레니에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뇨, 어느 국가에서도 전혀 나오는 게 없네요. 그라고 추측할 수 있는 비슷한 정보조차도 없어요.

    “확실해? 실종자나 사망자 중에서도 확인해 본거야?”

    -물론이죠, 그 뿐만 아니라 지워지거나 수정된 모든 데이터까지 전부 뒤졌어요. 나오는 게 전혀 없네요.

    “전혀? 네 데이터 수집 능력으로도 전혀 찾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믿을 수 없다는 루크의 반응에 레니에가 보충했다.

    -적어도 에이레스나 베리튼, 헬켄과 같은 마도문명국가의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지워진 흔적조차도 없는 것을 보면, 그는 처음부터 등록자체가 되지 않은 인물이라 볼 수 있겠죠. 어쩌면 마법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제3세계의 인물일 가능성도 높아요. 마법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몬스터 격퇴수단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아직도 검술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쪽에서 소드마스터의 시체를 찾았다면 딱히 부자연스럽지도 않구요.

    레니에의 분석은 타당했다.

    “제 3세계라….”

    루크는 턱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대륙간 네트워크 어디든 제 집 드나들듯 하는 레니에라고해도, 마도문명과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빈곤지역에서는 힘을 쓸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번처럼 인형을 뿌려 탐색을 하기에 제 3세계는 너무 넓어, 시간과 자금도 없고.’

    녀석의 정체나 출신을 알아낼 수 있다면 어느정도 그들의 동선과 대응의 실마리가 잡힐 것 같았는데, 어쩔 수 없다.

    석연찮기는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내려두는 수밖에.

    “다른 인형들로부터 들어온 정보는?”

    루크의 질문에 레니에는 곧바로 보고했다.

    -귀환한 리브를 제외한 다른 인형들은 아직 수색중이에요. 실마리를 잡은 아이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네요.

    “흐음, 그런가.”

    루크는 테이블위에 실타래를 굴리며 코스티의 위성화면을 바라보았다.

    코스티의 시체 한구에서 시작한 검은 불길은 이제 커다란 화재가 되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나와보거나 소란이 발생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 대화재를 도시 전체가 긍정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코스티에 비밀 연구소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코스티 전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루체스트의 실험장이었을지도….

    “…….”

    -툭.

    돌연 실타래를 굴리던 손짓을 멈춘 루크가 입을 열었다.

    “레니에, 당장 전 인형을 복귀시키거라. 추적은 포기한다.”

    -네? 지금 당장요? 다들 이제 막 탐색을 시작했는데?

    “그래, 지금 당장.”

    어차피 세이어가 청소를 시작한 이상, 아무리 뒤져봐야 먼지밖에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혹여 그들이 비밀연구소를 찾아낸다 한들, 이제는 크게 의미도 없겠지.

    탐색전과 정보전은 끝난 셈이다.

    사냥감을 아무리 추적해도 찾을 수가 없다면, 끌어내야했다. 

    “정보는 모두 루체스트에 직접 들어가 묻도록 하지.”

    자신의 집에 불을 놓으면 결국 누구든 돌아보게 되어있다.

    또, 마침 자신은 에이레스의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테러리스트의 가면도 있지 않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맞기 전에 먼저 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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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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