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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벽력 같은 내 외침이 아르의 귀여운 영창을 완벽하게 가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손바닥 앞에 생성된 마법진에서 커다랗고 날카로운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이게 아르의 재능?’

       

       플레임 스피어는 내가 아르에게 마법을 다양하게 알려 주기 위해 어떤 건지 감 잡을 정도만 가르쳐 준 마법. 

       실제로 써 본 건 허공에 작은 창을 만들어 날린 것 한 번뿐이었는데.

       

       지금 내 눈앞의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창은 4서클의 마법사가 공들여 시전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 퀄리티가 남달랐다. 

       

       쇄애애액—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내가 정확히 조준했던 하이오크의 심장부를 향해, 플레임 스피어는 마치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쏘아져 나갔다. 

       

       “으아아아!”

       

       나는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지만, 최대한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단전에서부터 끌어 올린 포효를 내질렀고.

       

       플레임 스피어는 실비아가 움직임을 묶어 둔 하이오크의 심장부를 정확히 꿰뚫었다. 

       

       푸욱!

       

       “꾸어억…?”

       

       하이오크는 자신의 가슴팍을 뚫고 나온, 붉게 타오르는 창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아르…아니, 레온 씨, 나이스!”

       

       실비아는 하이오크의 심장이 꿰뚫리자마자 자리를 피했고.

       

       화르르륵!

       

       플레임 스피어를 기점으로 퍼져 나간 화염은 순식간에 거대한 하이오크의 전신을 휘감았다. 

       

       선 채로 전신이 까맣게 탄 하이오크의 몸은, 화염이 사그라들자 그대로 무너져 쿵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오, 이게 한 번에 몇 업이야? 5업? 정보 확인.’

       

       [Lv.7 레온]

       힘: 12 민첩: 11 체력: 13 마력: 「40」 (4)

       고유 특성 : 「신뢰의 계약」

       스킬 : 「파이어 애로우」

       

       상태창을 열자 레벨업된 정보가 떴다. 

       

       ‘와. 이제 나도 드디어 기본 스탯이 다 두 자릿수로 올라왔구나. 감개가 무량하네.’

       

        아무래도 특성 자체가 검이나 마법과는 별 관련이 없는 특성이다 보니 주 스탯이랄 게 따로 없는 듯, 힘과 민첩, 체력이 꽤나 균등하게 올라 있었다.

       

       ‘그 와중에 마력만 1밖에 안 오르긴 했는데….’

       

       마력이야 어차피 ‘스탯 동기화’를 통해 아르한테서 공유 받고 있으니 딱히 낮아도 상관이 없긴 했다. 

       

       ‘아니, 오히려 마력은 덜 오르는 게 나한테는 이득이지.’

       

       어차피 내가 마력이 올라 봐야 아르한테는 잽도 안 될 게 뻔하니, 기왕 오를 거 다른 기본 스탯이 올라 주는 편이 스탯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이득이었다. 

       

       ‘잠깐. 내가 5업을 했으면 아르는 더 했겠는데?’

       

       나는 곧바로 아르의 정보도 띄웠다. 

       

       [Lv.10 아르젠테]

       힘: 5 민첩: 5 체력: 5 마력: 62

       고유 특성: 「이해」, 「습득」, 「응용」, 「마나 친화」, 「마법 내성」, 「독 내성」, 「초재생」…(펼치기)

       스킬: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플레임 스피어, 플레임 캐논…(펼치기)

       

       3레벨이었던 아르는 이번 전투 한 번으로 10레벨이 되어 있었다.

       

       ‘역시 아르는 7업이나 했네. 잠깐만, 근데 마력이 벌써 62? 말이 되는 성장인가?’

       

       가중치가 대체 얼마나 붙은 거야?

       

       물론 레벨 및 마력 스탯이 올라갈수록 재능에 의해 붙는 추가 스탯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성장이었다. 

       

       ‘여튼. 한 방 딜이 센 것도 있었지만, 역시 막타 추가 경험치가 역할을 톡톡히 한 모양이야.’

       

       내가 그간 파이어 애로우로 누적시킨 딜 지분도 있고 기존 레벨도 내가 더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르가 나보다 레벨업을 더 많이 한 걸 보면 말이다. 

       

       “잘했어, 아르야.”

       “쀼웃!”

       “어이쿠. 조심해. 많이 힘들었지?”

       

       나는 순간 내 어깨 위에서 한쪽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인 아르를 손으로 재빨리 잡아 주었다. 

       

       “뀨우.”

       

       어깨 위에 털썩 주저앉은 아르는 내 목 쪽에 얼굴을 기댔다. 

       

       ‘역시 힘들긴 힘들었구나.’

       

       내가 아르에게 말했던, 사람들이 옆에 있어도 같이 싸울 수 있는 방법이란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실제 마법은 아르가 시전하지만, 마치 내가 시전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넣는 것.’

       

       아르가 마법을 자연스럽게 시전할 경우, 마법진은 아르의 입 앞에 생성된다. 

       

       ‘인간은 손바닥 쪽, 용족은 입 쪽이 신체 구조 상 마나가 모여들기 가장 좋은 곳이니까.’

       

       하지만 마나를 좀 더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시전자는 마법진의 위치를 좀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보통은 마법을 원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각도로 꽂아 넣기 위해 쓰는 방법이긴 하지만, 나는 이것을 이용해 아르가 내 손바닥 앞쪽에 마법진을 생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 내가 대신 크게 영창을 해서 아르의 쬐그맣고 귀여운 영창 소리를 묻어 버리는 거지.’

       

       원래라면 시스템의 존재 때문에 내가 직접 영창을 할 경우 해당 마법이 저절로 시전되어 버리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일부러 내가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스킬명을 외칠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지.’

       

       ‘스킬 동기화’는 현재 한 번에 하나의 스킬만 공유 받을 수 있고, 나는 현재 파이어 애로우를 선택했기 때문에 ‘플레임 스피어’라고 아무리 크게 외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솔직히 이거, 아는 사람이 보면 뭔 생쇼를 하고 있는 거냐고 하겠지만.’

       

       이게 지금으로서는 아르가 마법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내셨군요! 레온 님! 봤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플레임 스피어!”

       “저, 저도 봤습니다. 3서클이라고 하시기에는 너무 놀라운 실력이었습니다.”

       

       마침 뒤쪽에서 마이어 씨와 마부가 이쪽으로 달려오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거 봐. 잘못 했으면 마이어 씨한테도 들킬 뻔했잖아.’

       

       우리가 싸우는 동안 말을 돌려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 있었으면서도, 전투가 길어지자 궁금하긴 했는지 둘 다 머리를 빼꼼 내밀고 전투를 지켜 보고 있었다. 

       

       타앗.

       

       전방에 있던 실비아도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레온 씨, 정말 잘 해 주셨어요. 마지막 공격은 제가 봐도 훌륭했어요.”

       

       …묘하게 내가 아니라 아르를 보며 말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나는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크흠. 실비아 씨가 잘 버텨 주셔서 플레임 스피어를 쓸 마나를 모을 수 있었던 거죠.”

       

       사실 파이어 애로우만으로도 마나 부족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일단 대외적으로는 파이어 애로우로 간을 보면서 플레임 스피어를 쓸 준비를 한 것으로 치기로 했다.

       

       양심 한구석이 조금 찔리긴 하지만 어쩌랴.

       우리 아르가 마법 천재 드래곤이라 도움 좀 받았다고 얘기하는 것보단 낫지.

       

       “실비아 씨야말로 아까 그건 괜찮으세요?”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어, 저요? 어떤….”

       

       그러자 이번에는 갑자기 실비아가 당황한 듯 순간 말을 더듬었다.

       

       “아아, 혹시 박치기 당한 거요?”

       “네. 그게 제일 강하게 맞은 공격이었으니….”

       “아하하! 그랬었죠.”

       “…?”

       

       실비아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공격 자체는 검으로 잘 막아서 괜찮았어요. 치고받고 하느라 좀 충격이 있긴 했는데, 제 몸 자체가 빨리 회복되는 편이라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건 다행이네요.”

       

       검사 쪽 재능을 가진 사람들 중에 드물게 「재생」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실비아가 그런 타입인 모양.

       

       ‘저거 하나만 있어도 근접 클래스 입장에선 진짜 국밥이지. 포션 값도 웬만하면 안 들고, 전투 중에도 지속적으로 알아서 몸이 회복되니까.’

       

       특성 등급이 ‘영웅’ 등급이라 뽑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나오기만 하면 최소 평타 이상은 치는 캐릭터로 키울 수 있는 좋은 특성이다. 

       

       ‘물론 신화급 특성 「초재생」을 가지고 있는 우리 아르는 논외고.’

       

       이렇게 보니까 또 문득 새삼 신화급 특성만 10개 넘게 가지고 있는 아르가 대단하게 느껴지네.

       

       아무튼.

       

       “그럼 일단 마차 쪽도 문제 없는 것 같고, 어서 출발할까요?”

       

       나는 새까맣게 탄 하이오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하이오크가 팔이 하나 없었던 걸 보면, 주변에 하이오크를 이렇게 만든 또 다른 강한 마물이 있을지도 몰라요. 녀석이 나타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안전할 거예요.”

       

       하이오크는 원래 이 경로에 출몰하는 마물이 아니다. 

       뭔가 변수가 생긴 건 확실하니 가장 좋은 건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것.

       

       “좋습니다. 바로 출발하시지요.”

       

       나와 아르, 그리고 실비아는 마차에 올라 전투로 피로해진 몸을 푹신한 등받이에 기댔다. 

       

       “뀨우….”

       “허허, 아르가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요. 하긴, 저런 전투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해서 힘들 때지요. 멀리서 지켜보던 저만 해도 긴장이 되어 손에 땀을 쥐었는데, 어떻게 보면 아르가 참 대단합니다.”

       

       마이어 씨는 아르의 축 늘어진 통통한 꼬리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그런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르야, 졸리면 자도 돼. 안아 줄까?”

       “뀨우!”

       

       나는 아르를 품에 안고, 아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로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준 뒤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고생했어, 아르야.”

       

       다른 사람들 귀에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진심이었다.

       

       ‘온 힘을 다해 마법진 위치까지 바꿔 가면서 플레임 스피어를 멋있게 썼는데도 다들 내가 한 건 줄 아니, 아르 입장에선 얼마나 허무하겠어.’

       

       마음 같아서는 아르에게 마법을 맘껏 쓰게 한 뒤, 사람들에게 박수와 칭찬을 받게 하고 싶지만….

       

       ‘만약 실제로 그랬다가는 오히려 드래곤이라는 걸 들켜 박수가 아닌 손가락질을 받을 테니.’

       

       아르의 이 야무진 마법 실력과 천재적인 재능을 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정말 아쉽고, 아르한테도 미안했다.

       

       “뀨웁!”

       “아르야?”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르는 내 옷자락을 당기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뀨우!”

       “아르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르가 ‘갠차나! 레온만 아르 칭찬해 주면 대! 고생했다구 해 조서 고마어!’라고 말하는 것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고마워, 아르야.”

       “뀨!”

       

       아르의 축 처졌던 꼬리가 내 말에 생기를 되찾은 듯 허공을 휘휘 저었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아르는, 곧 마나를 과소모한 피로를 더 이상 이기지 못했는지 잠들었다.

       

       “큐우우, 큐우….”

       

       나는 그런 아르의 배를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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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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