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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우리 의류점의 첫 고객이 황후 폐하시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부호가 붙은 프란체의 표정. 나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내일 보여줄 드레스가 파티에서 가져올 파급력과 황후가 드레스에 관심을 보일 거라는 것. 그리고 그걸 우리가 선물해 환심을 살 예정이라는 것까지.

         

       “그런데 황후 폐하가 우리 드레스에 관심을 보이실까? 지금까지 온갖 드레스를 입어보신 분인데…….”

         

       온갖 드레스를 입어봤다 해도 안드레아의 드레스는 못 입어봤잖아.

         

       “무조건 관심을 보이실 겁니다. 그만큼 안드레아가 만든 드레스는 특색이 있으면서 디자인이 아름다우니까요.”

         

       게다가 이번 드레스는 프란체 맞춤 제작. 입을 사람을 생각해 최대한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제작자는 없을 거다.

         

       황후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그리고 안드레아가 직접 만든 드레스라는 거에서 가치가 또 생깁니다. 프란체 의류점의 의복 대부분 안드레아가 지휘하며 만들지만, 직접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프란체가 과연, 하면서 고개를 주억였다.

         

       “황후 폐하를 통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거구나.”

       “맞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정보를 뿌리는 게 중요해요.”

       “그럼 서둘러 움직여야겠네. 자, 빨리 가자.”

         

       나와 프란체는 파티장을 거닐며 영부인들과 영애들을 만나러 다녔다. 일부러 이들을 노린 거다. 입이 가벼워도 엄청 가벼운 사람들이니까.

         

       프란체가 다가가자 얼굴이 경직되는 영부인들. 그동안 그녀가 해온 행동도 있지만, 저 표독스러운 얼굴이 괜히 겁을 주는 듯하다.

         

       “반갑네요.”

       “고, 공녀님…….”

         

       촤락! 부채를 펼치며 입가를 가리는 프란체. 귀족 레이디의 기본 소양을 사용했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소식이 있어 왔어요.”

       “뭐, 뭔가요?”

       “새로운 의류점이 생길 거라는 거죠.”

         

       예상치 못한 소식에 화들짝 놀라는 영부인들. 영애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리다가 있는데 새로운 의류점이 생긴다고요?”

       “그래요. 공작령에 처음 보는 건물이 있더군요.”

         

       프란체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제국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건물의 디자인이 정말 특이하더군요.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아름다운 건물이었어요.”

         

       그게 모던이라는 거다. 현대에서는 유행이 지난 점도 있고 하도 많아서 조금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가장 무난하면서 수요가 있는 인테리어였지.

         

       “제국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라고요…? 뭔가 예상이 가지 않네요.”

         

       영부인들과 영애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한 번 보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궁금하시면 데카르트 공작령의 13번 구역으로 오시면 된답니다?”

         

       씨익 웃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은 프란체.

         

       “아, 그리고 이건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인데요…….”

         

       비밀이라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영부인들. 벌써부터 소문낼 생각에 설레겠지.

         

       “그 의류점에서 의복을 만드는 장인이 심상치 않더군요.”

       “심상치 않다고요?”

       “그래요. 호기심에 그 의류점을 이용해봤는데, 수준이 굉장히 높더군요.”

       “그래도 프리다보다는 아니지 않을까요? 프리다가 괜히 제국 최고의 의류점이 아닌데…….”

         

       그 정도 대답은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는 프란체.

         

       “제가 보기엔 프리다와 비교해도 견줄 정도. 아니,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영부인들과 영애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런 반응이 당연하다. 프리다의 가치는 그만큼 견고했다. 이제 막 생긴 의류점의 의복이 프리다 이상이라는 말을 어떻게 믿을까.

         

       ‘내가 정보 조사를 할 때 들은 바로는…….’

         

       프리다의 독점을 막기 위해 생겨난 의류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가 프리다에게 패배했다. 의복의 품질, 종류, 디자인 전부 프리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그건 쉽게 믿지 못할 정보네요.”

       “맞아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의류점이 생겨났었는데.”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지 않을까요? 이미 검증된 프리다로 가지, 새로운 의류점을 이용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응은 부정적. 순간 프란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지금 저의 보는 눈을 의심하는 건가요?”

       “네…?”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잖아요?”

       “아, 아니요! 그건 절대로 아니에요!”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휘저어도 이미 늦었다. 프란체의 악녀 모드는 이미 시동이 걸렸거든.

         

       “당신들을 존중해 좋은 소식을 공유해줬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혹시 나를 무시하는 건가?”

         

       말투도 달라졌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어찌 감히…!”

       “공녀님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의류점을…….”

         

       그러나 프란체가 그녀들의 변명을 들어주는 일은 없었다.

         

       “의미가 없었네. 하긴, 프리다의 유행만 따라 옷을 구매하는 당신들이 드레스에 대해 뭘 알겠어?”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리는 영부인들. 영애들은 조용히 눈치만 봤다.

         

       프란체가 저리 나올 수 있는 이유. 이 제국에서 공작가의 힘은 압도적이다. 제국의 근간이 되는 가문이자, 황실에서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데 다른 귀족들은 오죽할까.

         

       ‘그렇다고 예의를 차리지 않는 건 별개지만.’

         

       휙. 프란체가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읊조렸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감히 내 말을 의심하다니, 나중이 두려운 줄도 모르고.”

         

       또각또각. 프란체가 구두 소리를 내며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나는 그녀를 따라나섰다.

         

       ‘그동안 이렇게 힘으로 찍어 눌렀던 건가.’

         

       공작과 에덴은 사교계에 관심이 없으니 그렇다 치고. 라인이라면 이거에 대한 트집을 잡을 만도 한데.

         

       ‘밖에서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나 보군.’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데카르트 공작가는 그 어떤 가문보다 자신들의 위신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하나뿐인 막내딸이 가문에서 핍박을 받는다? 이건 다른 귀족들이 물어뜯기 좋은 가십거리다.

         

       ‘괜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겠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는 가문이다. 평소에는 그렇게 핍박 주고 사람 취급도 해주지 않으면서, 사교계에서는 가문의 위신을 생각해 행동을 조심하다니.

         

       그들을 생각하니 괜히 내 기분만 나빠졌다. 일에나 집중하자.

         

       “공녀님. 계속해서 정보를 뿌려야 합니다.”

       “알고 있단다. 이번엔 좀 영향력이 있는 쪽으로 가야겠어.”

         

       나와 프란체는 포기하지 않고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흘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얼마 가지 않아 망할 거라는 부정적인 반응들 뿐이었다.

         

       “프리다가 너무 오랫동안 군림했군요.”

       “그러게.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어.”

         

       흠. 이 정도로 새로운 의류점에 부정적일 줄이야. 계획을 좀 바꾸는 수밖에.

         

       “공녀님.”

       “왜?”

       “황족들을 이용합시다.”

       “…황족을 이용하자고?”

         

       프란체의 얼굴이 일순 찌푸려졌다.

         

       “아무리 나라도 그 사람들 앞에선 조심해야 해. 그냥 귀족도 아니고 황족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단순히 대화만 나눌 뿐이니까요.”

       “…솔직히 부담되지만, 단순한 대화라면 괜찮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나는 프란체에게 황족들을 어떻게 이용할 건지 설명했다. 제2 황자와 제3 황녀가 의복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정면 돌파를 하자는 것. 거기서 해야 하는 말도 알려줬다.

         

       “그분들이 의복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그렇습니다. 분명 저희 의류점에도 관심을 가지실 겁니다.”

         

       내 말에 돌아온 반응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의문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다른 정보라면 모를까, 나도 몰랐던 관심사까지 아는 건 뭔가 이상한데.”

         

       내가 황족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는 게임 퀘스트 때문이었다. 소미레가 황태자와 엮여있는 만큼 제국의 황족들은 서브 퀘스트를 굉장히 많이 내줬는데, 이거로 그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바렌베르크 왕족으로서 그분들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국의 주요 인물들이 가지는 관심사를 알고 있습니다.”

         

       치트키와도 같은 설명. 이런 면에서 진의 출신이 편리하다니까. 다 왕족으로서 알았다는 거로 퉁 치면 되니.

         

       “확실히. 일리가 있네. 왕국은 항상 제국의 눈치를 봐야 했으니까.”

         

       이거 봐. 완전 치트키라니까.

         

       “자, 이해가 되셨다면 황족분들을 만나러 갑시다.”

         

         

       * * *

         

         

       제2 황자, 라자 페델리안.

         

       제3 황녀 레일리아 페델리안.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닌다.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둘의 관심사가 똑같다는 게 가장 컸다.

         

       관심사는 다름 아닌 의복과 장신구다. 최신 유행을 만들어내거나, 남이 만든 유행을 따라가기도 할 정도로 치장에 신경을 쓴다. 이유는 파티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

         

       그들을 이용할 차례다.

         

       “제2 황자, 제3 황녀님을 뵙습니다.”

         

       프란체가 황실 예법으로 인사했다. 둘이 친한 만큼 같은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데카르트 공녀?”

       “무슨 일인가요?”

         

       목소리에 묻어있는 의아함. 프란체가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을 거다. 사교계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서로 상성이 좋지 않다는 건 양쪽 다 알고 있으니.

         

       “황자님과 황녀님에게 알려드릴 정보가 있어 찾아왔습니다.”

       “정보? 무슨 정보를 말하는 건가?”

       “새로 생긴 의류점에 대해서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큰 관심을 보이는 황자와 황녀. 일단 시작은 좋다.

         

       “자세히 얘기해보게. 새로운 의류점이라니?”

       “프리다가 있는데 아직도 의류 사업을 하는 귀족이 있다는 건가요?”

         

       프란체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데카르트 공작령 13번 구역에 생긴 의류점입니다. 건물도 그동안 제국에서 보지 못한 외형이죠. 드레스와 정장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실제로 사진을 보여주면 바로 감이 잡힐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나중에 카자르에게 사진 같은 거 찍을 수 있냐고 물어봐야지.

         

       “제국에서 보지 못한 외형이라.”

       “데카르트 공녀가 그리 말할 정도면 궁금해지는군요.”

         

       확실히 황족은 뭘 좀 알아서 그런지 금방 호기심을 보인다. 프란체는 말했었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사치를 즐겨왔다고. 이 점에서 신뢰가 더해지는 거겠지.

         

       황자가 물었다.

         

       “그 건물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의상 제작자도 알고 있습니다.”

       “오, 누구인가? 의복 사업을 할 정도면 이름있는 귀족인 듯한데.”

         

       자, 이제 정면 돌파를 할 시간이다. 프란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접니다.”

       “음?”

       “건물의 주인도, 의류 사업을 한 사람도 접니다.”

         

       순식간에 혼란 상태로 변해버린 황자와 황녀.

         

       “아니, 그대가 직접 의복 사업을 한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대라면 잘 알 텐데?”

         

       여기서 우리가 준비한 말을 할 차례다.

         

       “황자님과 황녀님도 아실 테지만, 제가 그동안 프리다를 많이 이용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직접 사업을 하면 프리다를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근거 없는 자신감에 황자와 황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귀족들이 얼마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데카르트 공녀. 그대의 자신감은 알겠다만, 프리다를 이기는 건 쉽지 않아요.”

         

       프란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이런 소리를 하는 이유는 내일이 되면 아실 겁니다. 그때 저희 의류점에서 만든 드레스를 입고 올 테니까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하핫! 황자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대의 자신감을 믿어보지. 부디 우리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줬으면 좋겠군.”

       “기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일 황자님과 황녀님의 마음에 드신다면 따로 선물도 드리지요.”

       “그거 고맙군. 내일을 기대하고 있겠네.”

         

       다른 귀족들의 관심은 끌지 못했지만, 사교계의 중심이 되는 제2 황자와 제3 황녀의 관심은 끌었다. 작전은 성공이군.

         

       “그럼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내일을 기대해주시길.”

         

       프란체는 정중하게 황족 예법으로 인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면 된 거니?”

       “예. 이제 내일만 기다리면 됩니다.”

       “후. 긴장되는구나.”

         

       저리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본래 사업이란 알다가도 모르는 거니까.

         

       나는 안드레아를 믿는다. 비록 게임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불세출의 천재로 불렸던 장인이었다는 건 변하지 않으니.

         

       ‘무엇보다 프리다가 안드레아의 재능을 입증했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주사위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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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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