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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차원이라는 것은 일종의 ‘평행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완벽하게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넓은 범위에서는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대체로 내가 차원을 넘을 때는, 하나의 표식을 기준으로 차원을 넘고는 한다.

        대체로 각 차원에 존재하는 ‘지구’를 기준으로 차원을 넘는다던가…… 혹은 태양을 기준으로 차원을 넘는다던가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지구나 태양이 아닌, 전혀 다른 외계 행성을 기준으로 차원을 넘을 때가 있었다.

       

        태양계 자체가 생성되지 않은 경우의 차원.

        그런 경우에는 기준으로 삼을 지구나 태양 자체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천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 와앀ㅋㅋㅋㅋㅋ]

        [- 현장 경험자에게 직접 듣는 우주의 비밀 그런 건갘ㅋㅋㅋ?]

        [- 과학자들 단체 멘붕ㅋㅋㅋㅋ]

        [- 멘붕은 게이트 나왔을 때부터 이미 옴ㅋㅋㅋㅋ]

        [- ㄹㅇㅋㅋ]

        [- 그런데 왜 태양계 없는 차원으로 가셨던 건가요? 무슨 이유가 있나요?]

       

        음. 좋은 질문이로구나.

       

        이 세상에 차원의 개수는 무한하단다.

        게다가 나는 내가 원하는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무작위의 차원으로 차원 이동하는 방식이지.

       

        하지만 좀 전에 말했듯, 어떤 것을 기준으로 차원을 이동할 수만 있다면 무작위의 범위를 줄여서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차원으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단다.

        지구를 기준으로 차원을 이동한다면, 적어도 도착하는 차원에는 ‘지구’가 존재한다는 뜻이니까.

       

        문제는 ‘지구’가 존재한다고 했지, 그것이 ‘멀쩡한 지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란다.

       

        [- 엌ㅋㅋㅋㅋ]

        [- 그건 그렇넼ㅋㅋㅋ]

        [- ㄹㅇㅋㅋ]

        [- 말이 되네욬ㅋㅋㅋ]

       

        그래.

        예를 들어서…… 지구는 지구이지만, 태양계가 최초로 생성되었을 당시의 원시 지구가 나타날 수도 있고.

        생명체가 발현하지 않은 지구일 수도 있으며.

        어떤 이유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지구의 파편이 있는 곳으로 차원 이동하는 경우도 있단다.

       

        [- 허미]

        [- ㅎㄷㄷ]

        [- 듣기만 해도 ㅎㄷㄷ 하네.]

       

        특히 후자의 경우엔, 기준으로 삼을 지구가 완전히 파괴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것을 기준으로 삼아 이동을 해야 했지.

        처음에 말한 ‘태양’이라던가…… 같은 것을 말이다.

       

        하지만 가끔.

        태양계 자체가 소멸한 경우가 생기고는 한단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태양계 밖의 외계 천체를 기준으로 삼아 차원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

       

        이 이야기는 때마침 그 상황에서 벌어졌던 일이란다.

       

       

        *            *            *

       

       

        위이이이이잉!!

       

        찌이이이잉!!!!!

       

        번쩍!

       

        [워프 드라이브 완료.]

       

        [엔진 정지.]

       

        [마스터 라그나.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 그래. 수고했단다.

       

        보조 AI인 에코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을 떴다.

        하필이면 차원을 이동하자마자 적색 왜성이 된 태양에 지구가 빨려 들어가다니…….

       

        ‘태양은 나도 어쩔 수가 없지.’

       

        별의 힘은 생물로서의 한계를 초월한 나조차도 쉽게 볼 수 없다.

        신들도 별의 힘은 함부로 할 수 없는데 뭐…… 말 다 했지.

       

        어쨌든 나까지 태양에 빨려 들어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수명이 다해가는 태양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예전 기억을 토대로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행성계로 온 참이다.

       

        =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근처에 또 다른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이 있겠지.

       

        물론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아닐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적당한 행성 하나를 테라포밍한 후에 코즈믹 에너지를 모아야지.

       

        물론 딱히 행성을 테라포밍을 한다거나, 혹은 행성에 착륙할 필요가 있지는 않다.

        차원을 뛰어넘기 시작한 초기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으니까.

        그냥 우주의 소행성들처럼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며 코즈믹 에너지를 모아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하지 않았던가?

        어느 상황에서든 코즈믹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면…… 우주 공간보다는 행성, 그냥 행성보다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쾌적한 행성에서 지내는 게 더 낫지 않는가.

       

        [탐색 완료.]

       

        [전방 30광년 거리에 행성계가 존재합니다.]

       

        [목표 일치율 : 32%]

       

        = 흠. 그 정도면 양호하구나.

       

        내가 원하는 조건과 겨우 32%밖에 일치하지 않는 게 뭐가 양호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넓은 우주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과 무려 32%나 일치하는 행성을 찾았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은 10%면 양반이고, 2~4%가 보통이니까.

       

        어쨌든 30광년의 거리는 무시할 수 없으니, 엔진의 충전이 끝난 후 한 번 더 워프 드라이브를 한다.

        그리고 공간을 뛰어넘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 ……실?

       

        행성계의 천체 하나하나를 전부 연결한 실의 모습이다.

       

       

        *            *            *

       

       

        [- 실 뭐임?]

        [- 우리가 아는 그 실 맞음?]

        [- 몬가…… 일어나고 이써?!]

        [- 분위기 갑자기 시리어스해지네]

        [- ㅎㄷㄷ]

        [- 마망! 무서워! 안아조요!]

       

        음? 아직 이야기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서운 것이냐?

        아직 공포의 감정은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데…….

        아. 목도리 또 하나 완성이구나.

       

        어쨌든, 내가 너희에게 먼저 말해 줄 것은 하나란다.

       

        이 우주라는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어떤 가능성조차 일어날 수 있는 곳이란다.

        지금 너희의 상식으로는 천체와 천체를 실로 연결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우주라는 공간 전체로 볼 때, 반드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소리지.

       

        그리고 이번 목도리엔, 한 번 무늬를 추가해 볼까 한단다.

        혹시 추천하는 무늬라도 있느냐?

       

        [- 우주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와캬퍄!]

        [- 역시 직접 본 사람이 해주니까 설득력이 다르네!]

        [- 그 와중에 뜨개질이 더 중요하신 라나님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전 오렌지요!]

        [- 눈사람?]

        [- 목도리니까 하트 무늬?]

        [- 천둥의 용자 그라시아!]

        [- 그게 뭔데 씹덕아!!!]

       

       

        *            *            *

       

       

        천체들을 연결한 실의 형태를 자세히 살핀다.

        천룡안을 최대로 개안하고, 숨겨두었던 나의 격을 끌어올린다.

        그러자 광년 단위의 거리를 뛰어넘어, 이 행성계의 모든 것들이 나의 감각에 잡히기 시작했다.

       

        행성계의 중심인, 이 행성계의 태양.

        그리고 그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을 하는 7개의 행성이 존재하는 형태다.

       

        그 행성들 중 외계 태양과 가장 가까운 4개의 행성은 암석 행성이다.

        거리가 있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구처럼 생명이 발현한 행성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실에 뒤덮여 있기에 내 천룡안이 제대로 정보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나머지 3개의 행성은 가스 행성으로 보이고, 주변의 위성들과 함께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행성들 역시 마찬가지로 실에 뒤덮여 있었다.

        말하자면 모든 행성들이 실로 뒤덮여 있었고, 그 행성들끼리 실로 연결된 형태였다.

        심지어 소행성들과 위성들까지. 전부.

       

        = 흠…….

       

        거기서 조금 고민이 되었다.

        이 무한한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은 반대로도 일어날 수 있다.

        비록 행성과 행성을 연결한 실들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저쪽 역시 나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

       

        문제는 내가 이 실들의 정보를 ‘읽어내지 못했다’라는 부분.

       

        = 나의 천룡안으로도 읽어낼 수 없다라…….

       

        나의 천룡안은, 말하자면 내가 격을 올리며 얻게 된 것들 중 하나다.

        이 우주의 정보가 모이는 우주의 기억, 아카식 레코드에 일부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나의 힘.

        천룡안을 이용하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어지간한 것들은 그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천룡안으로 읽어낼 수 없다?

        그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저 실을 만들어 낸 누군가가 나와 동등하거나, 혹은 더 상위의 권한을 가진 강자라는 것.

        다른 하나는 아카식 레코드에 정보가 기록되지 않은, 외우주의 존재라는 것.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외우주’란, ‘다른 차원’을 의미한다.

        즉, 나 역시 이 차원에서 보자면 ‘외우주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어쩐다.

       

        어쨌든 현재로 돌아와서.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나 역시 경시할 수는 없다.

        애초에 차원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격을 올렸다는 것이며, 상대의 정보를 모르는 이상 나 역시 함부로 상대할 수가 없으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이 행성계를 포기하고 다른 행성계로 떠나는 것.

        다른 하나는 이 행성계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는 것.

       

        전자의 경우가 가장 무난하겠으나, 지금처럼 운 좋게 적당한 행성계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를 고를 경우,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와 싸우게 될 수도 있다.

       

        = 흠…… 정체를 모르는 적과 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할 행위지.

       

        굳이 나에게 이득이 될 싸움도 아니고, 이 행성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적당한 행성계를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에는 그냥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며 지내도 된다.

        물론 좀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엔진의 충전이 다 끝나자마자 다시 워프 드라이브를 하려던 참이었다.

       

        번쩍!

       

        = ?!

       

        그 순간 6번째의 가스 행성을 뒤덮은 실의 틈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강척력 엔진을 가동했다.

       

        [회피 기동!]

       

        촤아악!

       

        내가 피하자마자 광속을 뛰어넘은 속도로 쏘아진 실뭉치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황급히 실이 날아온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 거미?

       

        마치 거미를 변형시킨 것 같은 생물체들이 실의 틈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하루종일 잤더니 컨디션이 나아졌네요.

    다시 달립니다.

    걱정하신 독자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의 모티브는 ‘그 것’입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찡긋!)

    그리고 다음주부터 연재 주기가 변경됩니다.

    자세한 것은 공지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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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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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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