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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 ***

         

       “으음…”

         

       되려 역제시를 받게 되었다. 갑자기 이렇게 나온다고?

         

       흑묘와 기진이보로 인해 다툼이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기진이보들이 있는 단상을 내리쳐 함정을 발동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들이닥친 제안에 멈칫했다.

         

       흑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것은 알겠다. 나 역시 흑묘와 같이 있으며 흑묘를 읽어낼 수 있었으니까. 흑묘가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는 구경 흥미로운 사건들이다.

         

       오늘의 경험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지.

         

       흑묘가 한 제안은 내가 원하던 제안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 차례 더 나간 제안이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흑묘가 한두 번이나마 기연 탐사에 어울려주기를 바란 것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흑묘가 지금 나에게 요청한 것은 좀 더 장기적인 관계임이 확실했다.

         

       “그 말은 만약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사천낭인이 아니게 되더라도 같이 뭉쳐 기연을 탐사하자는 뜻이야?”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전우조와는 별개로 나와 개인적으로 어울리겠다는 뜻을 표방한 셈이었다.

         

       “으음…”

         

       흑묘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시원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 저토록 기뻐하는 흑묘를 보고 있자니 그런 의구심이 희석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흑묘는 오늘 정말로 놀이공원에 온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러니 다음에도 또 같이 기연 사냥을 하자고 약속을 받아내고자 하는 것이겠지.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흑묘는 확실이 오늘 나와 함께하고자 했다. 폭탄을 양보하려고도 했었고 등을 떠밀긴 했지만 같이 가려고 했으며 호기심에 홀로 뛰어나갈 법도 하건만 나를 기다리던 모습을 보여 주었지.

         

       종국에는 기진이보까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이 모습이 다 연기일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흑묘가 나에게 보여주는 호감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였다.

         

       나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내 생각이 정리되기를 기다려주고 있는 흑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음?”

         

       “손을 이렇게 딱 잡고 흔드는 거야.”

         

       그래 결국 웅크린 것을 풀고 바깥으로 나가기로 하지 않았던가. 흑묘가 필요하다면 흑묘의 호감도 관리하면 그만이었다.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을 함께 하는 것. 그것이 흑묘가 원하는 것이라면 들어주면 된다.

         

       흑묘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계약 성립이다.”

         

       *** ***

         

       당가의 가주 당광렬은 요새 참 사는 맛이 좋았다.

         

       당도경이 절연 선언을 했다는 소문이 돌지를 않나 사천낭인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지를 않나. 웬 사기꾼에게 속았다는 소문까지 돌 때는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당가타로 소환된 당도경은 과거의 모든 앙금을 털어버리고 새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단순하게 새 사람이 되기만 했는가?

         

       ‘당가맹호암룡투법’이라는 새 무공까지 들고 돌아왔다.

         

       ‘뭐 사천낭인들과 관련해서 소란이 있기야 했지만 그 정도 소란으로 이런 성과라면 싸게 먹힌 셈이지.’

         

       정파다운 암기술.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단어지만 당가맹호암룡투법은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무공이었다.

         

       ‘정파의 기상이 배어 있는 암기술이라니.’

         

       정확히는 암기술과 권법의 어딘가지만 당광렬은, 아니 당광렬을 비롯한 당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맹호암룡투법의 암기 부분에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소매나 어둠 따위로 암기를 숨기는 것이 아닌 현란한 움직임에 암기를 숨기는 동(動)적인 숨김!

         

       권공이라는 선택지가 제시됨으로써 그 손에 암기가 쥐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허(虛)가 불러오는 심리적 사각을 찌르는 예리함!

         

       그 모든 암기술의 동작이 권공에 섞인 채 드러내니 정파의 기상까지 담았다.

         

       당광렬은 당도경이 만든 당가맹호암룡투법이 세상에 선보여지는 날을 상상하곤 했다. 상상만으로도 늙은 몸이 무색할 만큼 심장이 거세게 뛸 일이었다.

         

       ‘그래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싹수가 다르긴 했어. 대기만성이라 했다. 방황이 길었던 만큼 그것이 모두 피와 살이 되어 그 녀석의 그릇을 키운 게야.’

         

       당도경은 향후 3년간 당가타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으며 그 기간동안 학당에서 당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벌을 받았다. 그 외 초절정이 동원되어야 할 가문의 대소사에서 최우선 지목순위가 되기도 했다.

         

       무공을 창안하면서 깨달음이라도 얻었는지 경지도 더욱 깊어졌고 당가의 역사에 족적을 남길 무공도 창안했으니 허파에 바람이 들어갈 법도 하거늘 요새는 등한시하던 혈족들과 우애를 다지고 있다고 하니 기특하고 또 기특했다.

         

       암기술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앞으로 수련하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쯧쯧…”

         

       가주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은 풍영대주 당처수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속으로 욕했다.

         

       ‘아니 그럼 일이 일어나는걸 나보고 어쩌라고..’

         

       “혈족들끼리 우애를 다지다 보면 도박을 좀 할 수도 있는 거고 도박판에서 물건이 오고 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 아닌가. 고작 그런 문제로 안 그래도 상처가 많은 아이의 흠을 잡아야 쓰겠나.”

         

       “송구합니다.”

         

       풍영대주를 통해 요새 당도경이 도박판을 쓸고 다닌다는 소식을 전해받는 당광렬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자네도 소싯적엔 도박 좀 하지 않았나?”

         

       당처수가 겸연쩍은 듯이 헛기침했다. 사실 도박을 즐기지 않은 직계는 있어도 도박을 할 줄 모르는 직계는 없었다. 안법이나 동공 수련 중 주사위의 눈을 맞추거나 골패의 패를 맞추는 등 도박도구를 접할 기회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도박에 손을 대기 마련이었다.

         

       당가타 내부에서는 자신의 암기나 독을 걸고 내기 도박을 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직계끼리는 암기나 독의 분배나 순번으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때 도박은 나쁘지 않은 중재 수단이었다. 손재주와 안법 동술 등 암기술의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평화로운 방법이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크게 잃으면 의가 상하기 마련이지.’

         

       당도경이 너무 도박판을 쓸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한번 기를 눌러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광렬은 책상 밑에서 암기함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군자금일세. 도박 때문에 도경이와 다른 다른 아이들이 싸움이 나기 전에 자네가 좀 기를 눌러 놓게나.”

         

       “존명!”

         

       가주는 합법적(?)으로 도박판에 끼어들 생각에 싱글벙글 웃고 있는 풍영대주를 보며 혀를 찼지만 아무튼 이제 당도경이 일으킬 작은 균열마저도 잘 메웠으니 당가는 평화롭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다음 날 풍영대주가 가주전에 머리를 심고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냐.”

         

       “죄송합니다. 가주님. 털렸습니다.”

         

       결국 당광렬은 직접 당도경을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허허…”

         

       당광렬은 당도경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허리띠에 끼워져 있는 저 암기함은 전날 풍영대주에게 주었던 암기함이었고 허리띠와 어깨띠에는 온갖 암기가 가득 끼워져 있었다.

         

       십전폭뢰비, 우모자침, 단혼호접비, 천왕분쇄표 등등 당가의 진귀한 암기란 암기는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당도경의 모습!

         

       “도경아 그 암기들은 다 어찌 된 일이냐.”

         

       “아 이것 말입니까? 저도 이제 암기술에 정진하게 된 바. 아무래도 당가의 비전암기를 써보고 싶은 욕심이 들더군요. 비전암기를 지급 받을 수는 없고 듣자 하니 직계 혈족끼리는 도박을 통해서 암기 내기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허허허허…”

         

       “그렇게 하나 둘 암기를 얻다 보니 이리 되었지 뭡니까.”

         

       해맑은 웃음을 짓는 당도경을 보며 당광렬은 이마를 탁 치며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래 내 잠시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잊고 있었구나!’

         

       당도경은 눈치가 더럽게 없었다!

         

       적당히 따고 빠져야지 당가의 오만 암기를 다 저 품에 끌어안은 꼴이라니!

         

       가문에 반항적인 모습이 고쳐졌다고 해서 모든 허물이 다 없어진 것 마냥 여겼거늘 아무리 변했다 해도 당도경은 당도경이었다.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내기를 통해 암기나 독을 주고받는 것이 당가의 전통 비슷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직계들의 암기를 한 사람이 싹 다 쓸어담는게 말이 되는가.

         

       ‘아직 안법의 단련도도, 동공의 수련도, 암기를 다루는 손재주가 무르익지도 않은 도경이에게 직계가 다 털렸다는 것 역시 문제다.’

         

       풍영대주인 당처수가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것은 당도경의 도박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증거.

         

       “허허, 도경아 나 역시 너와 도박이나 한 수 즐기자고 불렀다.”

         

       작은 자식 뻘 되는 당도경과 진지하게 도박 승부를 벌여야 한다니. 당광렬은 한동안 사라졌던 두통이 재발하는 것을 느끼며 풍영대주에게 손짓했다. 하루 종일 머리를 박고 있던 풍영대주는 바람같은 속도로 도박도구를 챙겨와 두 사람 앞에 늘어놓았다.

         

       “하하. 야 형에게 감사해야겠습니다. 가주님과 직계 사람들이 이리 도박을 즐기는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진지하게 배워 둘 것을 그랬습니다.”

         

       “허허, 야 형이라는자가 그 자더냐? 너에게 혈옥비를 채간?”

         

       “하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야 형에 비하면 보름달 앞 반딧불 같은 수준이지만 어찌어찌 배운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요.”

         

       ‘그 자식이 원흉이군.’

         

       당광렬은 ‘야 형’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기억하며 판 위에 골패를 놓았다.

         

       “허허 당가의 온 암기가 한 사람에게 쏠렸으니 가주로서 그냥 지켜볼 수는 없어 불렀다.”

         

       “아, 죄송합니다. 가주님. 심려를 끼쳐 드렸군요.”

         

       그제야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 당도경을 보며 당광렬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래 사람이 어찌 완벽할 수 있겠나. 이제 가문에 반항적인 태도까지 고쳐졌는데 눈치 좀 없는 것 정도야.

         

       “처음에 도박을 그리 배워서인지 저도 모르게 전력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화합이 중요하니 적당히 져 주는 것 역시 중요했을 텐데.”

         

       당광렬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거 모양새가 왜 이래. 권위를 이용해서 한참이나 어린 후기지수에게 접대 도박을 강요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허허, 도경아 그런 말이 아니었다. 내 너의 도박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정말 한 번 겨루어 보자고 부른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는 끝장을 보지 말고 적당히 즐기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예. 가주님의 말씀 받들겠습니다.”

         

       당광렬은 포권해 보이는 당도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사고를 치고 와도 반성의 기미는커녕 이야기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당도경이 깍듯하게 구니 절로 화가 사그라졌다.

         

       “그래~ 사내가 승부욕이 있어야지. 모든 일에 전력을 다 하는 것도 사내다워서 좋다! 나 역시 가주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사내 대 사내로 한 판 붙자꾸나!”

       

       당광렬이 끌끌 웃으며 골패를 집어들었다. 알아들은 듯 하니 도박은 알아서 적당히 하겠지. 그러니 이제 당도경이 가지고 있는 암기들을 도박으로 회수에 적당히 원 주인들에게 돌려주면 될 일이었다.

         

       “예 가주님!”

         

       전력의 차이는 명백하다. 무공의 경지 안법 동술 손재주…그리고 도박의 경험까지. 당광렬은 무려 당가의 가주였다. 가주의 위에 오르기 위해 암기술과 독술을 연마했고 암기와 독을 얻고자 하여 치열한 도박판을 셀 수도 없이 넘어선 자!

         

       ‘도경이에게도 적당한 교훈이 되겠지.’

         

       당광렬은 암기첩을 꺼내며 그리 생각했다.

         

       두 사람의 도박이 시작되고 이어졌다.

         

       두 사람의 도박을 지켜보던 풍영대주가 당도경에게 말했다.

         

       “도경아,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 이쯤 자리를 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아, 그렇지요. 하하하! 이거 가주님과의 승부에 너무 몰입한 모양입니다.”

         

       “허허, 그럴 수도 있지. 늦은 시간이니 어서 들어가 보거라.”

         

       “예. 가주님. 이만 판을 정리하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당광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당도경은 도박 도구를 정리해서 풍영대주에게 건넨 뒤에 옆구리에 수많은 ‘암기첩들’을 낀 채 당당히 나갔다.

         

       당광렬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린 당도경이 나간 뒤에 가주전에 남은 두 사람 사이에는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와.”

         

       “예?”

         

       “그 야 형인지 뭐하는 낭인 자식 당장 잡아와아아아!!!”

         

       당광렬의 외침이 가주전을 뒤흔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도경 특: 사천낭인의 호감을 삼. (NEW!) 눈치 매우 없음.

    자꾸 오탈자 검사나 후기 작성 등등에 정신이 팔려서 예약연재 거는 것을 잊어버리네요.

    오늘도 한시간 하고도 좀더 빠른 업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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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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