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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기분 좋은 아침……아니, 저녁. 아무튼, 개운한 기상이었다.

         

        전날의 방송도 나름, 괜찮았고. 사실상 술만 마시는 방송의 시청자수가 더 높다는 건 속상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광전사를 흠씬 두들겨주고 나니 기분이 좀 풀리더라.

       

        고마운 사람.

         

        세 번째 상자 앞에서 열까 말까 열까 말까 왔다 갔다를 몇 번씩이나 하는데도 극찬 한 마디 못 들은 건 조금 아쉬웠지만- 그것만 빼면, 정말 완벽한 상대였다.

       

        정면에서 맞붙으며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는 특성과, 움직임.

         

        그런 광전사를 상대로는 절대로, 절대로 안 싸워준다. 게임이란, 원래 상대가 원하는 걸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까.

         

        도적의 장기를 십분 활용하여 점점 더 초조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원치 않을 전장으로 끌어들여, 찰나에 승부를 끝내버리면-

         

        아, 이건 부조리하다. 라는 생각에 이어,

         

        나도 저 캐릭터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다시 생각해도 약간 즐거운 기분이다. 생리 직전의 우울감을 지워낼 정도라니……기프티콘이라도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다음에 방송 오면, 도적으로 전향하겠다는 각서라도 한 장 받고 기프티콘 보내줘야지.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도댓의 팬카페에 접속했다. 영구정지가 해제되었나 확인하는, 매주 토요일의 일과다.

         

        반쯤의 흥미와, 약간의 오기-

       

       “어?”

         

        로 이어온, 가벼운 작업이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한 카페에서,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공지와 마주했다.

         

        다시 한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로고침했으나-

         

        [작성자: 도댓(카페지기)]

        [제목: 오늘(일요일) 방송 공지입니다.]

        [오늘은 8시부터 레반님과 나오나 듀오 방송입니다.

         

        저녁 8시에 뵙겠습니다.]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레반.

         

        레반이라면, 분명- 그 때 그, 광전사였지.

       

       그, 괴상한 빌드를 만들어서 성스러운 지하의 전장을 광전사로 가득 채웠다는.

       

       지난 방송에서, 그 사람이 만들었다며 떠들썩했던 빌드를 분석하고 그러느라, 약속했던 도적은 미루지 않았었나?

         

        도댓, 도댓, 도댓.

         

        이제는 아예, 도적을 외면하는 것도 부족해서 광전사로 전향을 해?

         

        * * * *

         

        [앜튜브: 아크님 아크님]

        [앜튜브: 이번 듀오 영상들 조회수 장난 아닌데요]

        [앜튜브: 강퇴반사권 한 3개 주셔도 될 듯]

         

        [아크: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마세요]

        [아크: 제가 보기에]

        [아크: 언제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아크: 마지막에 그 참사가 났는데 지튜브 업로드를 자기가 요청한게 더 무서워]

         

        [앜튜브: 저도 조회수를 위해선 언제든 무슨 짓도 할 수 있어요]

         

        [아크: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아크: 진정하세요]

         

        [앜튜브: 아무튼 2부로 기승전결도 잘 나왔고]

        [앜튜브: 한 번 정도는 더 듀오 컨텐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앜튜브: 아예 합방 한 번 잡아도 좋고요]

        [앜튜브: 그 인터뷰 이어서 하면 지금 타이밍 좋을 것 같은데]

        [앜튜브: 제가 언제든 할 수 있게 다 준비해뒀으니까]

        [앜튜브: 다음에 꼭 물어봐주세요]

         

        [아크: 생각해볼게요…….]

         

        [앜튜브: 잘 생각해]

        [아크: 네?]

        [앜튜브: 보세요]

        [아크: ……?]

        [앜튜브: 그럼 전 마저 편집하러 가볼게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디스코스를 종료한 아크는, 새삼 최근 있었던 일들을 되새겼다.

         

        ‘기분 탓인가……요즘 주변에 날 놀려먹는 사람만 잔뜩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도, 결코 기분 탓은 아니었다.

         

        ‘예나님도 그렇고. 요즘은, 지호님도 갈수록 더 그렇고.’

         

        브라우저를 가동하여, 자신의 지튜브 채널 – 앜튜브: 아크의 종합게임방송 – 에 접속한 아크는, 대문에 걸린 영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1부, [안녕하세요, 말씀드린 저격입니다]. 조회수 28만회.

        2부, [사과한 보람이 없잖아요]. 조회수 30만회.

         

        평소 7~8만을 오가고, 가끔 잘 뽑힌 영상이 12만을 조금 넘기는 그녀의 지튜브 추세를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주목을 받은 영상들이었다.

         

        ‘지호님이 열심히 해주시긴 했지.’

         

        그녀의 편집자인 앜튜브, 서지호.

         

        평소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트렌드를 파악하곤 했던 그가, 이번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와 아크의 케미에 담긴 무언가를 제대로 터트린 모양이었다.

         

        어느 새 따로 연락하여 영상까지 받은 건지, 이예나의 화면과 교차편집까지 해가며 만든 2개의 영상은, 그녀가 보기에도 완성도가 높았다.

         

        정신나간 듯한 도적 플레이와, 키보드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컨셉. 그리고 극적인 역전승에 이은, 압도적인 3연승까지.

         

        유려한 편집으로 잘 살리기도 했지만, 애초에 소재 자체가 좋았고- 어떤 대기업 나오나 스트리머의 키보드 마우스로 3승하기 벌칙 영상이 마침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찍은 덕에, 낙수효과까지 봤다.

       

       그야말로,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라는 상황. 사실, 아크는 마지막에 터진 사고 때문에, 혹시라도 그 일이 계속 화제가 되지 않게끔 그 날 방송분을 통째로 날리려 했지만-

         

        오히려 이예나가 먼저, ‘지튜브에 올리실 거면 도적이 활약하는 모습 위주로 편집해주실 수 있나요’라며 톡을 보내온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던 방송분이었다.

         

        아무리 심한 노출은 아니었다고 해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여자가 가슴골부터 드러내게 된 상황인데 정말 괜찮은 걸까- 싶었지만,

         

        이예나와 톡을 주고받다 보면, 오히려 걱정하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내 팬이어서 배려해주신 건가……? 악성팬도 팬……아니,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지튜브 각을 허탕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

         

        혹은, 함께 듀오로 게임을 한 영상이 지튜브에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아크가 못내 께름칙한 기분을 떨쳐내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언가 이예나에게 빚을 진 것만 같은 느낌 탓이었다.

         

        대체 이 지튜브 영상을 대가로는 뭘 요구할까.

         

        ‘심지어 인터뷰까지 요청하면……아니, 이제 방송 시작하셨으니까 상부상조 아니야?’

         

       하지만, 과연 이예나가 그러한 상식 선에서 접근할 것인가.

         

        아니. 애초에 그 방송을 ‘방송을 시작한 사람’의 방송이라고 볼 수는 있을까.

         

        ‘누가 시청자 방송시키고 싶다고 시청자를 모조리 강퇴해.’

         

        방종하고 나오나 갤러리에 잠시 들렀다가 발견한 그 광기의 현장은, 그녀가 아는 인터넷방송과 너무나도 심하게 괴리되어 있었다.

         

        ‘밥 먹겠다고 식당 찾아온 손님들을 주방장이 먹을 집밥 해내라고 쫓아내는 거잖아.’

         

        게다가,

         

        갑자기 그 놈의 강퇴반사권인지 뭔지를 양도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에 대체 무슨 말인가 했더니, 맥락을 보면 그것도 시청자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허락을 구했다는 점이 더 무서웠다.

         

        갑자기 사람을 때린다면 그냥 흔히 보이는 나쁜 놈이지만,

         

       깍듯하게 인사하며 다가와서는 ‘실례가 안 된다면 마구잡이로 때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때,

         

        -우우웅

         

        [안녕하세요 아크님, 혹시 잠시 통화 가능하실 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늘 그랬듯이, 행동과 안 어울리게 정중한 이예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얘기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잡은 아크는, 3분여가 지난 후에야 결의에 찬 한숨을 내뱉으며 보이스톡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예나님!”

         

        《네, 안녕하세요.》

         

        애써 텐션을 끌어올린 자신과 대비되는, 나른한 목소리가 속삭여왔다.

         

        《아크님 편집자분한테 이메일 받아서, 확인차 연락드렸어요.》

         

        ‘아.’

         

        그녀가 밍기적거리며 도주할 것을 예상한 편집자가, 이미 약간 진행을 시켜둔 모양이었다.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정확히 전달받지는 못했는데, 어떤 메일 말씀이실까요?”

         

        -까드득.

         

        《저번에 듀오한 방송분 영상 보내드렸더니……인터뷰?랑 여러가지 말씀하시더라고요.》

         

        -쪼르륵.

         

        “아! 네네. 덕분에 지튜브도 잘 나왔어요. 안 그래도 조만간 여쭈어보려 했는데, 이전에 못했던 인터뷰를 하면 어떨까 해서요. 왜, 우리 그 때 중간에……예나님이, 급한 일……있으셔서 중단했잖아요.”

         

        인터뷰 중단 직후, 아크 자신의 방송을 포함해서 4개의 방송을 보고 있던 이예나의 계정 캡쳐 화면은 아크의 팬카페에도 올라왔었다.

         

        다시 생각해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기다리고 있자니,

         

        -꿀꺽.

         

        이예나와 통화할 때면 열에 예닐곱 번은 기본 배경소리로 깔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의 톤 변화도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인터뷰요.》

         

        “네. 질문은 저희 편집자님이 대략 준비해뒀고, 도네이션 들어오는 거 조금 반영해서 즉석으로 추가 질문 드리는 형식으로요.”

         

        -쪼르륵.

         

        《그러면 저번처럼-》

         

        “아니요. 게임은 안 할거고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끊은 아크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선언했다.

         

        실제로, 분명 이예나라면 그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대사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속도였다.

         

        《아…….》

         

        -꿀꺽.

         

        《초심을 잃으셨네요.》

         

        실망이 가득 배어 나오는, 힘 빠진 목소리.

         

        《실망이에요.》

         

        비난인지 푸념인지, 장난인지 진심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요즘 초심 잃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벌써 몇 번째 당하면서도 아직 전혀 적응하지 못한 아크는, 미래의 인터뷰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게임은 안 돼요. 이번엔 정식 컨텐츠니까, 채팅도 잘 챙겨야 하고요…….”

         

        《네에…….》

         

        -꿀꺽.

         

        《그러며언요…….》

         

        이렇게 실시간으로 늘어가는 비음과 늘어지는 발음을 듣고 있으면, 아크로서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계속 마시는 것이 뭔지 대략 짐작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대신 저도오……조건이 하나 있어요.》

         

        평소에도 이예나가 하는 짓과 말이 상식과 어긋나 있는 탓에, ‘술이 깨시면 얘기하자’는 말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뭔가요?”

         

        《듀오……할까요.》

         

        듀오. 그 정도야, 당연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추가적인 영상 소스가 생기면 아크 본인의 지튜브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윈윈이지!’ 라고 생각하며, 그러자고 대답하려던 순간- 이예나의 말이 이어졌다.

         

        《시청자 참여로 할 건데, 괜찮으시죠?》

         

        이것도, 당연한 얘기였다. 방송에 출연하고 싶으니 듀오를 요청했겠지.

         

        “아, 네! 그럼요! 뭐, 이제 스트리머시니까 시청자 참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아, 예나님은 방송 안 키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반은 맞네요.》

         

        “네? 그러면-”

         

        《둘 다. 비방송으로요. 그리고, 큐는 제가 돌릴 거예요.》

         

        “어……네, 그러면 언제…….”

         

        《오늘, 휴방이시죠? 저녁 8시부터 일정 있으세요?》

       

       

       어딘가 섬찟한 이예나의 질문에, 아크는 약간의 위화감과 불안감을 느꼈지만-

        

       방송 부담 없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게임을 하며 친해지고 싶은가보다- 라고, 선해하고 넘어갔다.

        

       항상 사람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아크의 안 좋은 버릇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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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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