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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제국력 987년. 금색 마탑.

       

       제국이 건립된 이래 단 한 번도 마도의 정점이라는 직위에서 내려온 적 없던 마탑의 회의장에서, 한 노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라졌다?”

       

       적색 마탑주, 갈두르.

       

       그는 엄밀히 따지자면 외인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그걸 따질 정도로 정신머리 없는 인간은 없었다.

       

       멜리나가 없는 지금, 제국에 남은 대마법사는 갈두르 뿐이었으니.

       

       “금탑주가 사라진지 사흘이 넘었는데, 이 사실을 여태껏 아무도 몰랐다는게 말이 되냔 말이다!”

       “……면목이 없습니다.”

       

       갈두르의 눈기에 살기가 어렸다. 

       

       “지금 동부 정세가 어찌 흘러가는지 모르나?”

       “…….”

       

       금탑의 장로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이 수백년 간 대륙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신(一身)으로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격 외의 강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배는 많았기 때문이다.

       

       금탑주 멜리나와 검성 키엘.

       

       하지만 지금, 그 핵심 전력이 모두 부재중이다.

       

       만약 동부 연합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단순히 무역 주도권을 넘겨주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것이다.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그림자 기사단장 칼리오페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폐하 또한 작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계십니다. 키엘 공작 전하는 저희가 어떻게든 찾아보겠습니다.”

       

       칼리오페의 진의를 읽어낸 장로들이 움찔거렸다.

       

       언뜻 보면 선심쓰는 듯 보이지만, 마법사를 찾는건 너희 마법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갈두르는 그런 장로들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일주일 안에 금탑주를 찾아내야 한다.”

       “…….”

       “넋놓고 있다간 아덴 평야까지 잃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평야가 아니다. 아덴 평야에는 제국 총생산의 무려 3할을 차지하는 곡창지대가 있다.

       

       ‘저곳을 잃었다간 끝장이다.’

       

       과한 추측이 아니다. 회의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들이 이를 증명했다.

       

       그렇게 되면 동부 국경지대의 담당자인 갈두르의 모가지부터 날아갈 것이다.

       

       “뭣들 하고 있는가?”

       

       갈두르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장로들이 몸을 떨며 바깥으로 나갔다. 

       

       이런다고 그들이 멜리나를 일주일 안에 찾아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약간의 가능성에라도 걸어봐야 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갈두르가 칼리오페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자네가 힘 좀 써줘야겠네.”

       “알고 있습니다.”

       “빈말이 아니네. 진심이네.”

       “…….”

       

       칼리오페가 눈을 작게 떴다.

       

       2황자파의 수장 격인 그가 저런 말을 했다는 뜻은, 황권 다툼을 잠시 휴전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왕권 다툼을 하기 전에, 바깥일부터 정리하는것은 상식이었으니까.

       

       “중앙 기사단장님께 그리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간은 동부가 안정될 때까지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갈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 연합이 원하는건 전력차를 이용한 주도권 따먹기지, 전쟁이 아니다.

       

       키엘 공작만 있어도 동부 연합의 야욕을 어느정도 짓누를 수 있을 것이다.

       

       갈두르가 내심 혀를 찼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제국 정보부의 예측에 따르면, 동부 연합이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내는건 못해도 3년 후였다.

       

       그게 지금 이렇게나 당겨진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부추긴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이만…….”

       

       칼리오페가 고개를 숙이고 문 바깥으로 나가려던 그 때였다.

       

       갈두르가 말문을 뗐다.

       

       “자네.”

       “예.”

       

       갈두르는 타들어가는 입술을 숨긴 채,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없었는가?”

       “예? 뭐가 말입니까?”

       “……금탑주가 찾던 제자 말이네.”

       

       칼리오페는 그제서야 갈두르가 왜 그렇게 초초했는지 이해했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족속이다. 그런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갈두르의 자존심은 유독 강한 편이었다.

       

       갈두르가 멜리나의 제자 자격을 박탈당했던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를 갈두르가 숨기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마냥 수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갈두르였기에 제자라도 된 것이다.’라는 여론도 거기에 한몫했다. 다른 탑주들은 애초에 제자로 임명되지도 못했으니까.

       

       그가 한 때 멜리나의 제자였다는 사실은, 그의 치부인 동시에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멜리나가 갈두르 외의 또 다른 제자를 두었다면?

       

       그리고 그 제자를 멜리나가 애타게 찾을 정도라면?

       

       그 때는 멜리나의 제자였다는 사실이 치부가 된다.

       

       칼리오페가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없다고?”

       “근 70년간 제국에 등록된, 또는 등록되었던 모든 마법사들의 신상정보를 조회한 결과입니다. 타 왕국에도 따로 협조를 구했었고, 역시나 같은 답변을 얻었습니다.”

       

       갈두르가 미간을 좁혔다.

       

       “……그럴리가 없네. 분명 어디에 있을거야. 다시 한 번 찾아주게.”

       “다시 말씀드리지만, 없습니다. 갈두르님이 파문된 이후로 지금까지 ‘리비’라는 이름의 마법사는 총 472명 존재했었고, 그중 여덟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노환으로 죽었습니다. 남은 여덟 또한 마법적 소양이 별 볼일 없는…….”

       “조사가 잘못된거야!”

       

       갈두르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노려봤다. 먼저 꼬리를 내린 건 갈두르였다.

       

       “……미안하네. 내가 잠시 흥분했네.”

       “갑자기 뭡니까?”

        

       칼리오페의 눈동자는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무리 갈두르가 자존심이 강하다지만, 이렇게 쉽게 이성을 잃을 사람 또한 아니었으므로.

       

       애초에 감정 주체를 할 줄 몰랐다면, 2황자파의 수장도 되지 못했을것이다.

       

       “……자네는 금탑주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자네가 뒤에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렸다는건 이미 알고 있네.”

       “…….”

       

       칼리오페가 입을 다물었다.

       

       ‘멜리나가 노망이 났다.’라는 소문은, 분명 칼리오페가 퍼트린게 맞았으니까.

       

       왜 퍼트렸냐고?

       그야, 금탑주는 마법사니까.

       

       마법사와 기사들은 제국이 건국되기 한참 전부터 서로를 깎아내리는 식의 힘겨루기를 반복해왔다. 이는 비단 제국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모든 왕국이 그러했고, 드래곤과 엘프를 제외한 모든 이종족이 그러했다.

       

       갈두르가 칼리오페를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왜 이번일을 알고도 가만히 있었는지 아는가?”

       “왜……. 입니까?”

       “선을 넘지는 않았으니까. 우리라고 마냥 깨끗하겠나? 짙은 회색이나 검정이나, 따지고보면 거기서 거기지.”

       “…….”

       

       아마 여기서 말하는 선은 아마 국경일 것이다.

       

       그 말은, 만약 소문이 국경 바깥까지 퍼졌다면 한 번 들고 일어났을거라는거다.

       

       “하지만 이건 다른 마법사들의 의견이네. 나는 자네들이 선을 넘든 안 넘었든, 상관하지 않고 들이박는 성격이거든.”

       “……그러면 왜 참으셨습니까?”

       

       갈두르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내가 아는 금탑주는 노망이 나기 전에 제 혀를 깨물고 자결할 사람이니까! 노망? 치매? 그럴리가 없네. 평생 허언이라고는 내뱉어본적 없는 사람이 제자를 언급했으면, 제자가 있는거네!”

       “하지만…….”

       “확실하네! 이름이 아니라 애칭이나 별칭일 수도 있어!”

       “애칭 말씀이십니까?”

       

       칼리오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탑주와 애칭이라는 단어가 매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두르도 제 실수를 눈치챘는지 헛기침했다.

       

       “……애칭은 취소하겠네. 아무튼, 별칭이든, 호칭이든, 이름의 일부분만 떼어 부른 것이든, 뭐든! 분명히 금탑주는 나 말고 다른 제자가 있었네!”

       “그러면 더더욱 찾으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갈두르의 얼굴이 차게 굳었다.

       

       “그래서 찾아야 되는거네.”

       “예?”

       “그 제자란 년놈을 찾아낸 다음, 금탑주의 눈앞에서 죽여버릴걸세. 그러면 금탑주도 깨닫겠지. 자기가 틀렸고, 내가 옳았다는 것을.”

       

       갈두르의 얼굴에서 섬뜩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니 찾아주시게.”

       

       

       

       

       *****

       

       

       

       설원에 빛이 번쩍였다.

       

       잠시 후, 올리비아의 눈 앞에 익숙한 메세지창이 떠올랐다.

       

       [회귀자, ‘멜리나 디비아에’를 제압했습니다!]

       [단서 #2를 획득합니다!]

       

       이걸로 벌써 네 번째 제압이었다.

       

       온몸에 김을 내뿜으며 기절한 멜리나를 보며 올리비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그놈의 회귀자 특전이 문제였다. 

       

       키엘 때 한 번 호되게 당했었기 때문인지, 멜리나에게만큼은 그 빌어먹을 특전을 허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흘 동안 ‘멜리나 얼음’ 앞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혹시라도 멜리나가 일찍 깨어나기라도 하면, 그날부로 북부는 개판이 될테니까.

       

       멜리나가 조금이라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면, 그 즉시 기절시켜버렸다. 아마 이 때문에 멜리나의 필름은 나흘 전에서 끊겨 있을것이다.

       

       “후우…….”

       

       올리비아는 천천히 멜리나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시 후, 의식이 점멸했다.

       

       [남은 시간 : 40분 00초]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올리비아의 개인 수련장이었다.

       

       “거기서는 이렇게 마력을 비틀어서…….”

       

       멜리나는 앞쪽에서 열과 성을 다해 마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홱 돌렸다.

       

       “…….”

       “왜, 왜 그러세요?”

       

       멜리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아니다. 계속하자꾸나.”

       

       올리비아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그리고 만약 제가 일러스트(표지)를 뽑게 된다면…

    누구의 일러스트를 뽑았으며 좋겠는지 Ilham Senjaya님의 의견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올리비아’의 일러스트가 아니라
    ‘마녀 옷을 입고 글레이시아 뚝배기를 깨는 올리비아’ 처럼 구체적으로 적어주시면 더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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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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