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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쾅!

       

        나는 살짝 식탁을 내리쳐봤다.

        이수아의 주목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수아 씨!”

        “네넵!!!”

       

        황급히 정신을 차리는 모습이었다.

       

        “저희 식사 시작하죠.”

        “네넵!!!”

       

        대답은 열심히 했지만 어딘가 정신은 다른 곳에 가있는 느낌이었다.

       

        ‘뭐야. 그거 엄청 중요한 질문이었나?’

       

        이수아가 이렇게 완전히 멍때리고 있는 건 첨 보는 느낌이었다.

       하얀 원피스라는 말에 엄청 꽂힌 사람마냥 정신이 나간 느낌이었다.

       

        “어떠세요? 제가 좀 급하게 준비하느라 많이 부족하죠?”

        “어.. 음.. 아… 예.. 맛있네용…”

       

        그녀는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니면 정신이 팔린 건지 알 수 없는 리액션을 했다.

       

        ‘쓰읍. 안되겠네. 이거. 아주 맛탱이가 갔어.’

       

        분명히 렉걸린 것 마냥 뚝딱이고 있었으니까.

       

        ‘내가 말을 잘못 한 건 아니겠지.’

       

        이수아는 고개를 살짝 삐딱하게 기울이고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었다.

       

        ‘아니 저녁식사에 난리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이렇게 멍하냐고.’

       

        하는 수 없었다.

        분위기가 이렇게 된 김에 이수아를 정신차리게 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저. 이수아 씨?”

        “녜에에에….”

       

        뭔가 힘 빠진듯한 느낌의 이수아의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 저 좋아해요?”

       

        그냥 돌직구, 아니 핵직구를 꽂아버렸다.

        남자답게 지른다.

       

        “네….네??? 네에에에??”

       

        마치 사망 직전의 환자가 약물 투여를 받아 잠시 정신을 차리게 된 것처럼, 이수아의 정신이 되돌아왔다.

        첨에는 못알아듣는 것 같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화들짝거리는 모습이었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지훈 씨를 좋아하냐고요? 아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니. 백지훈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A팀의 팀장으로서 팀원을 관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절대 절대 절대 오해하지 마시고요. 저 모르세요? 이수아에요. 하. 참. 어이가 없네. 백지훈 씨? 제가 외모를 물어봤다고 해서 제가 좋아한다고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 그런 쉽고 헤픈 여자 아니거든요? 와. 완전 어이가 없어서. 그런 얘기 첨 들었어요. 제가 좋아한다고요? 하.”

       

        미친듯이 얘기를 쏟아내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거 맞네. 반응을 저렇게 하는 거 보니까.’

       

        나는 살짝 찔러봤을 뿐인데 아주 반응이 미친듯이 폭발적이었다.

        딜교가 아주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앗. 그런가요? 저는 이수아 씨가 혹시 저를 좋아하시는 거 아닌가 해서요. 혼자서 헛물을 켰네요.”

       

        대충 멋쩍어하는 표정을 하며 뒤통수를 긁었다.

       

        “어머. 호호호. 뭐 그럴 수도 있죠. 아무래도 제가 외모가 출중하니까요. 많은 남성분들이 그렇게 오해를 하시더라고요. 몇번 들어봤어요. 하하핳.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백지훈 씨 따라다니는 건 그냥 아기새가 걱정되는 어미새의 마음이라고요. 저, 저희 팀에 애정이 아주 엄청나거든요. 우리 팀 사람들이 괜히 다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는 거 너어~무 싫어서요. 하하하하. 백지훈 씨 너무 재미있으시네. 오호호호호”

       

        분명 비밀을 들켜서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오바를 떨면서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음 확실한 것 같다.’

       

        왠지 나도 모르게 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수아가 나를 좋아한다고? 정말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아예 상상 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까.

        참 인생은 살다가도 모를 일이다.

       

        ***

       

        “오늘 감사했습니다.”

       

        이수아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녀의 얼굴은 아주 혼란 그 자체였다.

       

        신발장에 멀뚱멀뚱 서서는 가만히 있는 모습이었다.

       

        “넵. 어.. 안나가세요?”

        “앗. 넵.”

       

        멀뚱히 서있다가는 내 말을 듣고는 황급히 나가는 것이었다.

       

        “네. 그럼 내일 뵐 게요~”

        “넵넵!!!”

       

        그리고는 후다닥 내려가는 것이었다.

       

        ‘뭐야. 이수아. 진짜?’

        ‘인큐버스 특성 때문에 그런가?’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하루였다.

       

        만약에 이수아가 나에게 반한 거라면 이건 완전 대박 사건이 아닐 수가 없으니까.

        이런 식이라면 거의 모든 여자를 다 꼬시고 다닐 수 있다.

        그 모든 남자들이 원하는 미친 특성이 아닐까.

       

        ***

       

        “하아.. 하아… 뭐지…”

       

        이수아는 완전 혼란 그 자체였다.

        오늘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의 정신을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아니 왜? 유하나를 더 좋아하는데? 어이가 없네. 하얀 원피스? 아니 고작 그딴 거로 내가 밀렸어? 하. 기다려봐. 나도 하얀 원피스 준비 한다.’

        ‘아니 그리고. 자기 좋아하냐고? 어이가 없어~ 증말~~ 백지훈 씨 너무 자존감 높은 거 아냐? 내가 백지훈 씨를? E급 헌턴데? 아냐. 그냥 우리 팀이라서 관심이 갔을 뿐이라니까~ 어휴. 김치국 들이키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이상한 감정을 부정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거의 버티기 힘든 것 처럼 보였다.

       

        ***

       

        “음? 이건 뭐지.”

       

        이수아와 헤어지고는 이수아의 특성창을 열어보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처음 보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 매혹 저항성 ]

       

        이 단어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워낙 이수아에게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매혹 저항성 : 매우 매우 높음 ]

       

        아주 빨간색으로 진하게 써져있었다.

       

        ‘뭐야. 이런 스텟도 있었나?’

       

        당연히 내 자신에 대해서도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 매혹 저항성 : 매우 매우 낮음 ]

       

        ‘시발.’

       

        나는 매혹 저항성이 아주 낮았다.

        아주 연한 연두색 이었다.

        조금만 여자가 홀려도 졸졸 따라간단 소린가보다.

       

        ‘이러니까 채수현에게 당했지.’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음. 그럼 이수아는 지금 매혹 저항성이 높아서… 저런 건가?’

       

        분명 이수아는 나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자꾸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음. 그럼 마치 창과 방패와의 싸움 느낌이다.’

       

        내가 인큐버스로서 매혹을 걸고, 그에 저항하는 이수아 같은 느낌?

       

        ‘하. 참.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될 줄이야…’

        ‘음 그럼 유하나는…?’

       

        당연히 유하나도 궁금해졌다.

       

        [ 매혹 저항성 : 매우 매우 높음 ]

       

        ‘역시.’

       

        왠지 느낌이 그랬다.

        이수아랑 비슷했으니까.

       

        역시 둘다 S급 헌터라 저항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쉽지는 않네?’

       

        인큐버스 특성에 대해 생각을 했을 때는 분명 그냥 아무나 다 홀려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매혹 저항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을 보니 막 그렇게 쉽사리 뚫고다닐 수는 없는 느낌.

       

        ‘아냐 괜찮아. 이거 오히려 재미있는 거지. 암.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니까?’

       

        오히려 내 승부욕을 불타오르게 하는 스텟이었다.

       

        ‘그래. 이수아랑 유하나… 한번 꼬셔본다. 저 매혹 저항성을 한번 뚫어보지 뭐.’

       

        나는 슬며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유하나를 꼬셔서 우리 길드에 다시 되돌아 오게 하는 것.

        그거면 길드장의 눈에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수아를 꼬셔서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

        그럼 A팀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길드장과 이수아만 점령해도, 블루길드라는 거대한 길드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그래. 차분히 해보자.’

       

        ***

       

        다음날 아침.

       

        “으…. 음???”

       

        A팀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한곳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엘레베이터 앞.

       

        그곳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이수아가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어… 이수아 헌.. 터님?”

        “네.”

        “오늘 무슨 날인가요?”

        “아뇨?”

        “근데 옷을 왜 그렇게 입고 오신 거예요?”

        “그냥요.”

       

        이수아는 아주 도도한 자세로 걸어들어갔다.

        평소의 오피스 룩이었다면 또각또각 거리며 빠르게 걸었겠지만 원피스라 그런지 살살 나풀대며 움직이는 것이 티가 났다.

       

        “엥? 이수아 헌터님 왜 저래…?”

       

        헌터6과도 당연히 머리에 물음표를 띄울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과장님. 혹시 이수아 헌터님 저렇게 입고 온 거 본 적 있으세요?”

        “응? 아니? 지금까지 5년 동안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 애초에 저걸 사무실에서 왜 입겠어?”

        “그.. 쵸? 뭐.. 뭐예요? 원래 우리 오피스룩 말고 다른 거 입어도 돼요?”

        “글… 쎄…? 규정에 있나…? 모르겠네…?”

       

        차과장도 꽤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 저거 이수아 헌터한테 좀 말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상한데…? 누가 사무실에서 원피스를 입고 다녀요? 특이한데요?”

        “어허. 김대리. 말 조심 해요. 저는 보기 좋은데 허허. 저 나풀거리는 치마를 봐요.”

        “아휴…”

       

        차과장은 이수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헌터 6과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아니. 이수아 헌터님.”

        “네. 차 과장님.”

       

        이수아가 어슬렁어슬렁 6과를 지날 때쯤 차과장이 불러세웠다.

       

        “아니.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요. 오늘 어디 피크닉 가시는 거예요? 그런 일정은 얘기 못 들었거든요.”

       

        아무래도 오늘 이수아의 옷차림은 저런 말이 충분히 나올 법 했다.

       

        “음. 아뇨?”

        “그럼 왜 이렇게 입으신 거예요?”

        “그냥요. 왜요?”

        “아니. 왜요라뇨. 사무실에서 누가 원피스를 입어요.”

        “딱히 규정에 없는데요? 우리 헌터라서 자유복이잖아요? 전투에 영향없으면 상관없죠. 저 던전공략 갈때도 오피스룩 입잖아요? 그건 말이 되고요?”

        “아하… 넵. 그…그렇긴 하죠.”

       

        차과장은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제 자리로 돌아왔다.

       

        “뭐래요?”

        “아 그냥 직원 복지 차원에서 입었나 봐~”

        “무슨 직원 복지요?”

        “남직원 사기 고양용 인가본데? 이수아 헌터 던전에도 열심히 나가기로 했잖아? 뭐 그런 비슷한 취지 아닐까? 앞으로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한?”

        “아니. 그런게 어딨어요…”

        “뭐. 군대 위문 공연이랑 비슷한 거 아닐까?”

        “에휴… 과장님…”

       

        다들 아주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수아에게 가서 말을 건넬 용기는 없어보였다.

       

        ‘으흥~ 백지훈 씨. 오늘은 몇시에 퇴근을 하려나~빨리 와랏!’

       

        이수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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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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