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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백연영의 손가락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나 나름 이빨에 독도 있는데.

         

        와그작.

         

        당연하게도 내 이빨이 백연영의 피부를 뚫는 일은 없었다.

         

        조금 오기가 생긴다.

         

        악어왕도마뱀을 넘어, 고모도의 경지에 다다랐는데 아직도 손가락 하나를 못 뚫는다고?

         

        와아앙.

         

        비기, 손가락 두 개 물기.

         

        텁.

         

        효과는 미미했다.

         

        [【당소영】의 신앙심이 매우 크게 올라갑니다.]

         

        응?

         

        이건 또 왜 그런담.

         

        손가락에서 입을 빼고 고개를 돌려 당소영을 쳐다봤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

         

        거미 친구들을 어깨에 메고, 날 가만히 쳐다봤다.

         

        “누가 그만하라고 하였느냐.”

         

        백연영도 이상하네.

         

        혹시 내 독이 필요한 건가?

         

        독 생성으로 만들어줄 수 있긴 한데.

         

        그래도 손가락을 무는 감각은 나쁘지 않다.

         

        뭐랄까, 내 숨겨진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해야 하나.

         

        커다란 고깃덩이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을 때와 비슷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물론 이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지만.

         

        당소영도 한 번 물어볼까?

         

        걘 이빨이 잘 들어갈 거 같긴 한데.

         

        당가의 사람이니까 독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백연영의 손가락을 다시 한번 깨물려고 할 때였다.

         

        “고, 고 대협!”

         

        신앙심이 투철해진 당소영이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다리가 짧은 탓에 그리 빠르진 못했다.

         

        쪼르르라는 표현이 맞을 거다.

         

        병아리처럼 달려온 당소영은 털을 부풀리듯 가슴을 쭉 내밀었다.

         

        덩치를 크게 보이게 하려는 걸까, 하지만 흉부가 그리 크지 않아 효과는 미미해 보였다.

         

        그렇게 나와 백연영 사이에 끼어든 당소영.

         

        너도 오랜만에 보는 인간이 반가운 거지?

         

        자, 소개해 줄게,

         

        “겍겍겍.”

         

        여기는 백연영.

         

        내 스승이야.

         

        그런 식의 대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소영의 입에서 나온 건 내 예상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다.

         

        “어, 얼른 도망가세요!”

         

        몸을 바들바들 떠는 당소영.

         

        그녀의 손에는 자그마한 구슬이 있었다.

         

        독과 관련되어 있다는 물건이라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걸 들고 이렇게 떨고 있는 거야.

         

        “호오.”

         

        아무래도 당소영은 눈앞에 나타난 백연영사우루스를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하긴, 한 손으로 저 거구를 날려버렸으니 위험하다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공격당하는 줄 알고 달려온 거구나.

         

        조금 불평했는데, 신수할 맛이 조금 나긴 하네.

        그래도 그건 크나큰 착각이야.

         

        백연영은 나의 스승.

         

        조금 과격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본질은 착한 사람이다.

         

        “게게겍.”

         

        소개나 해줘야지.

         

        내 생각인데, 너희 잘 맞을 거 같아.

         

        도마뱀한테 말을 거는 인간은 너희 둘밖에 없거든.

         

        “고 대협! 빠, 빨리 도, 도망가요! 여기는 제가 어떻게든….”

        “고 대협? 이상한 일이구나. 본녀가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는데 어찌 괴상망측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단 말이냐.”

         

        너는 아예 작은 도마뱀이라고 부르잖아.

         

        그것보단 고 대협이 낫지.

         

        백연영은 눈앞에 있는 당소영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태양과 같은 힘. 그것을 다루는 우두머리.”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백연영.

         

        “희락수(爔烙率)는 어떻느냐?”

         

        희락수가 뭐야.

         

        설마 저걸 내 이름이라고 지은 거야?

         

        그냥 고모도 할게요.

         

        “겍겍.”

         

        거절의 겍겍 소리를 냈다.

         

        “흐음….”

         

        그녀는 턱을 괸 채 다시 한번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

         

        “대, 대협…. 빠, 빨리 가야 해요….”

         

        아냐.

         

        뭔진 몰라도 의미 없을 거야.

         

        어차피 도망가도 바로 잡힐걸.

         

        그리고 도망갈 이유도 없고.

         

        “발톱은 적을 찢는 화염과도 같으며 몸은 그 어떤 것도 막아내는 방패와도 같다.”

         

        시 좀 지어 본 사람인가.

         

        꽤 멋진 구절을 읊는다.

         

        “희라노(爔攞櫓). 어떻느냐, 마음에 드느냐?”

         

        싫어.

         

        “겍겍겍!”

         

        결사반대의 겍겍소리를 내었다.

         

        “그래. 고민이 되겠지. 미안하구나.”

         

       작명 센스는 없어도 양심은 있네.

         

        “둘 다 너무나 빼어난 이름이니, 고민할 만도 하지.”

         

        양심도 없구나!

         

        “게게게겍!”

        “희라노. 희락수. 좋은 뜻이지만 발음하기가 어렵구나.”

         

        그걸 아는 사람이 이름을 그렇게 지어?

         

        그럴 바에 고모도가 훨씬 낫지.

         

        꼬리 달린 오래된 죽음.

         

        얼마나 멋있어.

         

        “희.”

         

        응?

         

        “너는 희다.”

         

        희….

         

        생각보다 괜찮다.

         

        희락수나 희라노로 불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

         

        가만, 일부러 이상한 이름을 지은 다음에 내 기대치를 낮춘 거 아냐?

         

        희라는 이름을 쓰게 만들려고?

         

        “고 대협과 같은 이상한 이름은 쓰지 말고, 희라 칭하거라.”

         

        당소영.

         

        뭐라고 좀 해봐.

         

        이러다간 고 대협의 이름을 빼앗겨 버려.

         

        겍겍거리면서 당소영을 툭툭 건드렸다.

         

        “우…. 우으….”

         

        당소영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

         

        아깐 나름 기세 좋게 왔으면서, 상태가 왜 이러지?

         

        일단 손에 든 그것부터 내려놔 봐.

         

        뭔진 몰라도 금방이라도 터트릴 거 같은데.

         

        “희야.”

         

        백연영이 나를 불렀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당소영의 얼굴을 쳐다봤다.

         

        당소영의 몸이 더욱 떨렸다.

         

        “너와 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이 자그마한 존재는 대체 무엇이더냐.”

         

        그녀의 표정은 오만했다.

         

        당소영이 끼어들기 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가, 이제야 겨우 저 존재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는 듯한 태도였다.

         

        아니, 이러니까 애가 겁을 먹지.

         

        당소영.

         

        너무 걱정하지 마.

         

        백연영이 말은 저렇게 해도 나름 착해.

         

        얼굴도 착하게 생겼잖아.

         

        성격이 약간 이상한 거 같긴 하지만.

         

        “겍겍.”

         

        어쩔 수 없다.

         

        내가 중재하는 수밖에.

         

        “게게겍.”

         

        의사소통이 조금 불편하니, 당소영이 말하는 것을 옆에서 거들면 될 것이다.

         

        자, 빨리 설명해 봐.

         

        내가 고개를 끄덕여줄게.

         

        “고, 고 대협…. 이, 이 독은 위험하니까 빨리….”

         

        눈물까지 뚝뚝 흘리는 당소영.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겁이 많아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혹시 당소영은 백연영이 무슨 사람인지 알고 있는 걸까?

         

        “희야.”

         

        백연영이 고개를 돌려 다시 나를 쳐다봤다.

         

        문득 떠오르는 정보가 있었다.

         

        내가 있는 이 장소가 바로, 십만대산이라는 정보.

         

        십만대산은 마교의 근거지다.

         

        당소영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의 사람은 접근하지 못할 거다.

         

        백연영은 이 장소를 제집 안방 오가듯이 다니고 있었다.

         

        백연영의 마교의 사람이었다.

         

        그것도 꽤 고위층.

         

        “아무리 봐도 본녀는 이 계집이 당가의 여식으로 보인다. 그게 맞느냐?”

         

        내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당소영은 사천당문의 사람이었다.

         

        소위 말해서, 명문가의 사람.

         

        백연영은 마교의 사람이었고.

         

        그녀가 내게 알려준 구절이 떠올랐다.

         

        ‘옆집의 꼬마가 오대세가를 건드린 죄로 죽었다.’

         

        백연영이 사천당문의 사람인 당소영을 좋게 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겁이 없구나. 감히 오대세가의 사람이 누구를 건드리고 있는 게냐.”

         

        백연영이 날 호의적으로 본다고 해도, 당소영까지 호의적으로 볼 리가 없었다.

         

        몸이 저릿저릿해지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고, 고대협….”

         

        당소영의 팔이 힘없이 늘어졌다.

         

        아마도 손에 들고 있던 구슬은 만약을 위한 최후의 수였을 터.

         

        하지만 백연영의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역발산기개세.

         

        단지 기세만으로 모든 걸 통제하고 있었다.

         

        막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그녀의 손에 당소영이 죽고 말 것이다.

         

        “크르르르….”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낮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었다.

         

        백연영은 날 좋게 보고 있다.

         

        그 점을 이용해야 한다.

         

        “희야. 지금 누구에게 이를 드러내는 게냐.”

         

        백연영 특유의 감정 없는 저 얼굴이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그래.”

         

        사방을 억누르는 이 위압감이 조금이나마 약해졌으니까.

         

        “본녀가 이 계집을 살려둘 이유가 있느냐.”

         

        많다.

         

        아주 많다.

         

        그러나 그걸 지금 전할 수단이 없었다.

         

        일단 당소영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나와 어떻게 함께 했는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 상황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

         

        일촉즉발의 상황.

         

        백연영의 분노를 잠시만이라도 삭일 무언가가 필요했다.

         

        “키에엑!”

         

        그 순간, 당소영의 등에 붙어 있던 거미가 꼼지락거리면서 기어 왔다.

         

        네필라 쥐라시카였다.

         

        투스와 푸스도 그녀의 어깨 위에서 마구 뛰면서 소리를 내었다.

         

        위험하다.

         

        이대로라면 당소영과 함께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네필라 쥐라시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을 했다.

         

        타닷.

         

        놀랍게도 그녀는 이 위압감 속에서도 멀쩡히 걸었다.

         

        아니, 애초에 백연영이 거미들에게는 위압감을 발산하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백연영의 관심을 끄는 것밖에 없었다.

         

        거미들을 믿어야 한다.

         

        네필라 쥐라시카는 백연영의 코앞까지 기어 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건넸다.

         

        게코 도마뱀의 허물 하나를.

         

        백연영은 표정 없는 얼굴로 그 허물을 쳐다봤다.

         

        일초, 이초.

         

        그리고 삼초.

         

        피식.

         

        백연영의 입꼬리가 호를 그렸다.

         

        저 허물이 무엇인지 알아본 거 같았다.

         

        그리고.

         

        “아하하하핫!”

         

        평소의 백연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웃었다.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죽어 있던 그녀의 표정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그렇게 웃은 백연영은 네필라 쥐라시카가 건넨 허물을 받았다.

         

        “이건 꽤 흥미롭구나.”

         

        나와 당소영을 짓누르고 있던 살기가 순식간에 걷어졌다.

         

        “본녀가 모르는 모습도 있었구나. 지주(蜘蛛)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를 뻔했구나.”

         

        내 허물을 받은 게 그렇게 좋은 걸까.

         

        백연영도 중증이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지주들이 당가의 여식을 감싼 일이다.”

         

        내 허물 때문이 아니었구나.

         

        부끄럽네.

         

        “고독의 재료로 쓰일 뻔했다는 걸 뻔히 알 텐데 말이야.”

         

        당소영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백연영이 힘을 거둬, 긴장이 풀린 탓인 거 같다.

         

        “이야기를 나눌 가치는 있겠지.”

         

        백연영은 주변에 있는 적당한 도마뱀 위에 자연스레 앉았다.

         

        내 등을 말하는 거다.

         

        “당가의 여식이여.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하거라.”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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