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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51 – 자연친화적인 교수님>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괴짜들이 많다.

    진지하게 세계정복을 꿈꾸어도 실현가능성이 있는 교장이 지키는 아카데미다.

    특정국가나 조직에 속한 아카데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화끈한 지원을 받거나 금지된 실험을 할 수도 있는 꿈의 보고.

    지원과 실험을 탐내는 교수들은 많았지만 월요일 3교시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가르치는 마법학부 위어드 교수가 바라는 바는 조금 달랐다.

    그녀의 목표는 드라이어드Dryad, 나무요정의 훌륭함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넓은 세상에 전파하는 것!

    기프트 아카데미는 그녀의 이상을 가장 넓게 펼칠 수 있는 세계제일의 아카데미였다.

     

    ‘후후. 역시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가 되길 잘했어.’

     

    1학년 첫 강의부터 그녀의 강의실은 만석.

    자연마법의 위대함을 배우려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와 교수님 옷차림 좀 봐.’

    ‘세상에, 맙소사. 어떻게 저런 야한 모습으로 다닐 수가 있지?’

    ‘정했어. 난 오늘부터 드루이드가 될 거야.’

     

    위어드 교수는 옷 대신 넝쿨과 나뭇잎을 치렁치렁 감고 다녔다.

    그녀가 노출증 환자여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비롯된 요정인 드라이어드 종족이기 때문이다.

    요정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에서 타고난 몸매를 드러내기에 거리낌이 없다.

    그 아름다움에 홀려 남녀를 막론하고 홀린 듯이 강의실에 착석한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여기 기특한 학생 한 명은 다른 방향으로 의욕을 보였다.

     

    ‘숲지기가 드라이어드의 강의를 듣는 건 당연하지!’

     

    외모 하나만 보고 수강신청을 하는 글러먹은 학생들 사이의 몇 안 되는 지성인.

    씩씩한 견습 숲지기 도로시.

    그녀는 오크노디와 마찬가지로 앞자리에서 눈을 빛내며 강의를 경청했다.

    그녀는 자신의 학습의욕을 높이 눈여겨본 교수가 앞자리를 허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옆자리의 오크노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키가 작으면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제일 앞자리에 앉으라니. 이러면 농땡이를 부릴 수 없잖아.’

     

    반에서 가장 키가 큰 덕분에 매번 제일 뒷자리를 고를 수 있었던 230cm의 게임 속에서와 달리 제일 앞에 앉는 133cm의 현실은 굴욕적이었다.

    강의가 지루할 때마다 앞에 앉은 학생들에게 살기를 뿜으며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는데!

     

    “마나는 퍼즐입니다. 퍼즐의 전체를 외우고 인지하지 않더라도 작은 퍼즐조각 하나만 숙지해두면 그 조각을 통해 이것이 마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평범한 마법사는 그 조각을 찾기가 지극히 어렵지만 자연마법사는 다릅니다. 자연속성의 마나퍼즐조각을 다른 마법사보다 훨씬 편하게, 훨씬 높은 빈도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퍼즐을 찾는 속도가 다른 마법사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뜻이죠.”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저 잘났다고 얼굴에 써 붙인 것처럼 오만한 얼굴을 한 B그룹 제국학생이었다.

     

    “적색마탑의 견습마법사 로지니입니다.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말씀하신 것은 속성마나의 특징 아닙니까? 꼭 자연속성이 아니라도 화염술사나 빙결술사도 화속성이나 빙속성 마나퍼즐을 찾을 수 있을 텐데요.”

     

    더러운 불쟁이 녀석.

    자연과는 상극인 속성을 지닌 1년생의 말에 위어드 교수는 조금 욱했다.

     

    “뭐 조금은? 어느 정도는? 자연속성 비슷한? 그런 흉내를 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속성은 한계가 있습니다. 자연에서 흔한 속성이 아니라는 거죠.”

     

    위어드 교수가 힘찬 어조로 웅변했다.

     

    “생각해봤습니까? 여러분이 생존할 수 있는 이유를. 발을 딛고 있는 이 땅도 자연에서 비롯된 것. 매일 먹는 음식도 자연의 은혜를 누리는 것.”

    “항상 자연에 감사하라는 뜻이죠?”

     

    도로시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위어드 교수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예. 항상 감사하십시오. 여러분이 이렇게 일상을 보내는 것도 대지가 갈라지며 지상의 존재를 모두 집어삼키지 않는 덕분이라고.”

    “…….”

    “자연은 언제나 지상만물의 생명체들을 한 입거리로 먹어치울 수 있지만 너그러이 봐주고 있는 겁니다.”

     

    뭐야 이 교수님. 무서워.

     

    “자연마법의 강력함은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에 있으니, 오늘은 그 사실을 이 강의실에서도 확인해볼 예정입니다.”

    “기본개요는 여기까지입니다. 이후는 자연속성의 마나퍼즐조각을 실제로 느끼는 연습입니다. 모두 나눠준 모노클을 장착하세요.”

     

    자연을 향한 기묘한 예찬론을 펼치던 광기어린 모습과 달리, 위어드 교수는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올 수 있도록 도구를 준비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

    사람은 위험하지만 강의를 듣는 난이도는 비교적 쉬운 편이라는 뜻이었다.

     

    “이제 이 강의실에서 발견한 자연속성 마나퍼즐을 각기 다른 10종의 사물에서 찾아내면 됩니다. 가장 먼저 10종을 찾아낸 학생에게는…….”

    “포인트를 주시나요?”

    “학점을 따기 유리하게 가산점을 준다거나?”

    “제 강의를 도울 조교가 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대신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단점도 있다.

    바쁜 학과일정에 조교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모르는 학생들은 가산점도 주겠거니 생각하며 신이 나서 모노클을 끼고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도로시도 의욕적으로 주변을 돌아보다가 혼자만 반응이 다른 학생을 발견했다.

     

    “오크노디. 왜 그래? 열심히 찾아야 조교를 하지!”

    “하고 싶은 애들 하라고 해.”

     

    질 수 없다며 A그룹과 B그룹 학생들이 서로 경쟁심을 품는 사이, A그룹의 가장 우수한 인재인 오크노디는 세상을 달관한 현자처럼 혀를 찼다.

     

    “도로시. 우리는 전 학부 공통 필수강의 2개에 학부강의 3개, 교양강의 2개를 골라야해. 한 학기에 강의를 일곱 개나 듣는 거야.”

    “그런데?”

    “강의시간은 2시간에 강의가 7개, 보통 주 2회만 강의를 하니까 강의는 주 28시간이면 끝나지?”

    “응. 조금 배우고 많이 똑똑해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아!”

    “교수님들이라고 그 사실을 모를까?”

    “응?”

    “일주일은 168시간인데 강의는 28시간밖에 안하면 140시간이 남네? 그럼 과제를 넉넉잡아 20시간치 던져도 되겠지?”

    “어어??”

    “알겠어? 교수님들은 시간학살자야. 조교 같은 것까지 했다간 과제할 시간도 부족할 거라고.”

     

    도로시가 충격 받은 얼굴로 그럼 잠은 언제 자? 하고 중얼거렸지만 아카데미의 가혹한 진실을 전파한 당사자 오크노디는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고인물한테는 딱히 어려울 것도 없지만.’

     

    조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적당히 모르는 체 모노클의 버튼을 누르는 페이스를 늦췄다.

     

    슬금슬금.

     

    벽을 타고 자라난 넝쿨들이 강의실 문을 봉쇄한 꼴을 보면 이 인간도 브론즈 교수 못지않은 어엿한 인성파탄자다.

    학생들 몰래 강의를 마치기 전까지 강의실에서 물리적으로 탈출할 수 없도록 봉쇄하는 감금플레이라니!

     

    ‘이거 찾는 게 뭐 힘들다고 저리들 애를 먹지?’

     

    게임에서와 달리 현실에서는 마나를 느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완드마법은 잘만 사용했었다.

    조나와 연습할 때도 그랬는데 모노클의 <마력감지보조> 기능효과까지 받으니 무적이 따로 없다.

     

    ‘다 보이네.’

     

    원목책상의 나무.

    강의실의 흙바닥.

    어느 멍청이가 가져온 휴대용미러볼 장난감.

    책상 밑을 뽈뽈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주머니를 터는 도둑다람쥐.

    여학생의 향기를 나무수액냄새로 착각했는지 바짓단에 달라붙은 풍뎅이 등등.

    자연마나 퍼즐조각을 지닌 대상이 사방에 널렸다.

     

    ‘빨리 아무나 10개 다 찾고 끝내주면 안 되나?’

     

    심심해서 둘러보면서 찾은 퍼즐조각만 벌써 50개가 넘었다.

     

    “헤헤. 벌써 일곱 개나 찾았어!”

     

    숲지기 도로시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모노클의 버튼을 딸칵딸칵 누르며 퍼즐조각을 수집하는 사이, B그룹에서도 학생 한 명이 두각을 드러냈다.

     

    “이게 그렇게 어려워? 다들 눈에 보이는데 억지로 안 보이는 척 하는 건 아니지?”

    “…….”

    “저 녀석 때리고 싶어.”

    “참아. 같은 B그룹이잖아.”

    “마법사들은 원래 재수 없어.”

     

    대지술사의 재능을 지닌 황색마탑의 견습마법사 샌드쿠커.

    원작에서도 위어드 교수의 수제자로 무럭무럭 성장할 예정인 재능충이 벌써부터 기만질을 시작했다.

     

    “교수님. 열 개 찾았습니다.”

    “1년생 샌드쿠커군. 훌륭합니다. 학생에게는 앞으로 본 교수의 강의를 도울 조교의 자리를 허락하죠.”

    “교수님의 도움이 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앗, 저도 다 찾았는데!”

     

    한발 늦게 10개를 찾은 도로시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했다.

    위어드 교수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올해는 자연마법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많군요.”

    “교수님. 조교는 선착순 1명이 아니었습니까?”

     

    샌드쿠커가 견제하는 눈으로 도로시를 노려봤다.

    위어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교의 자리는 영광스러운 것. 가장 우수한 인재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죠.”

    “역시!”

    “오늘 강의가 끝나거든 모노클 100개를 모두 케이스에 넣어 상자에 차곡차곡 집어넣고 제 연구실까지 나르는 일은 샌드쿠커군이 맡아주기 바랍니다.”

    “…역시 조교가 되는 영광을 저 혼자 누리는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기쁜 일이 아닐까요? 부디 저 애도 조교로 삼아주십시오!”

    “협력과 상생이라. 자연적으로 나쁘지 않은 사고방식이군요. 샌드쿠커군이 정 그리 부탁한다면 도로시양도 조교로 삼겠습니다.”

    “교, 교수님? 저, 조교는 굳이…”

     

    우지직.

    위어드 교수의 손모양을 따라 강연대가 주저앉았다.

     

    “방금 뭐라고 말하셨죠?”

    “…굳이 시간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었어요! 진짜로, 정말로!”

    “학생들이 의욕적이라니 교수인 저도 무척 기쁘네요. 그럼 강의가 끝난 뒤에는 잘 부탁드려요.”

     

    불쌍한 도로시.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너무 열심히 했잖아.

    오크노디는 도와달라고 눈빛을 보내는 도로시의 시선을 매정하게 외면했다.

     

     

    * *

     

     

    강의가 끝난 뒤.

    마법시계와 연동되어 올라온 모노클의 시각데이터를 검토하던 위어드 교수.

    학생들의 성취도를 검토하던 위어드 교수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자료가 검출되었다.

     

    “뭐죠, 이 학생은?”

     

    학생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모노클에는 ‘자동촬영’ 기능이 있다.

    강의 도중에는 버튼을 눌러야만 자연속성 마나퍼즐조각을 찾았다고 판정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육안으로 인식하기만 해도 자동촬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마나를 감지했지만 그것이 마나퍼즐조각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재능의 원석들을 감별하기 위한 구제장치였다.

    그런데 그 구제장치에 터무니없는 기록이 올라왔다.

     

    <발견한 자연마나 퍼즐조각 : 122개>

    <10개 발견시간 : 7초>

    <촬영한 자연마나 퍼즐조각 : 10개>

    <10개 촬영시각 : 30분>

     

    30분에 10개.

    인재가 많은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의 재능.

    그렇지만 잠재력으로 따지자면 조교로 고른 견습대지술사 샌드쿠커군이나 견습숲지기 도로시양의 기록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도대체 뭘 하다 온 학생이지?”

     

    황색마탑주가 남몰래 키운 수제자라도 되나?

    아니면 숲의 주인이 직접 거두어 키운 야생소녀?

     

    위어드 교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오크노디 학생의 아카데미 생활기록부를 열람했다.

     

    <특이사항>

    -돌을 모으는 취미가 있음.

    -보호자로부터 가끔 돌을 먹는다는 제보를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확인된 바 없음.

     

    “…돌을 먹어? 스톤골렘이야?”

     

    애들한테 돌을 먹이면 자연친화력이 오르나?

    위어드 교수의 눈에 호기심이 번뜩였다.

     

    “4학년들한테 실험해봐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갑자기 선배들이 피폐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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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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