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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최근 좋은 일이 많아 기분이 좋은 니케아의 왕 요아네스.

         

       커다랗고 화려한 식탁에 앉아 고급스러운 시가를 잘라내며 입에 살며시 물고 불을 붙인다.

         

       한 모금 연기를 빨고 진한 맛과 향을 즐기고 흰 연기를 내뱉으며 요아네스가 말한다.

         

       “하아… 그래. 얼마나 가져간다고?”

         

       “에피루스에는 금 10톤, 에집에서는 30톤에 달하는 밀가루를…”

         

       -쿵!

         

       “이런 망할 사자 새끼 같으니!”

         

       거세게 책상을 내려치며 포효하는 요아네스를 보며 보좌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답한다.

         

       “저…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그 말에 요아네스가 거칠게 시가를 한 모금 빤다.

         

       ‘망할 새끼. 네가 어떻게든 행패를 부릴 줄은 알았지만 이리 노골적으로 행패를 부리다니.’

         

       당장 에피루스와 에집을 어느 정도 장악하기는 했지만 아직 황제파 귀족들을 압도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금과 식량은 풍족하지만 아직 황제파와 겨루어 볼 만한 병력이 부족하다.

         

       ‘시간…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하다.’

         

       언젠가 황제파와 결전을 치루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요아네스는 침착하게 입을 연다.

         

       “후우… 그래. 고정해야지. 당장 안 줄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맞습니다… 아직 황제파가 전하께서 에피루스와 에집을 장악했다는 걸 알아차리면 안 됩니다.”

         

       그 말에 살며시 몸을 떠는 요아네스.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네놈도 편하게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비넬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요아네스가 옆에 보좌관 뒤에서 지켜보는 사내에게 말을 건네자. 사비넬리라는 젊은 남자가 나와 말한다.

         

       “우선 건네줄 수밖에 없습니다. 괜히 황명을 어겼다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감찰관이 오게 되면 제국 전역에 소문이 퍼질 겁니다.”

         

       그 말에 요아네스가 답한다.

         

       “나도 아네. 하지만 그냥 그리 많은 금과 식량을 뺏기는 게 너무 억울하네. 새끼 사자한테 한 방 먹일 게 없나?”

         

       그 말에 사비넬리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있지요.”

         

       그 말에 요아네스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게 뭔가?”

         

       사비넬리가 재촉하는 요아네스를 보며 보좌관에게 눈짓하자.

         

       “보좌관 나가보게.”

         

       “네!”

         

       이내 방을 빠져나가는 걸 본 사비넬리가 입을 연다.

         

       “이제 곧 대공은 분열된 반황제파를 수습해야 할 겁니다.”

         

       그 말에 요아네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네만… 당장 움직임이 없어. 마땅히 이탈한 반황제파 같은 사람들을 하루바삐 포섭해야 할 텐데 말이네.”

         

       “대공은 그들을 포섭할 생각이 없을 겁니다.”

         

       그 말에 의외라는 듯 요아네스가 말한다.

         

       “그럼. 전쟁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려 한다는 말인가?”

         

       그 말에 사비넬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확실할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공에게 구애를 펼치는 이탈한 세력을 오래 무시할 리 없으니 말입니다.”

         

       요아네스가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발로랑도 없어서 확실히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운데. 굳이 질지도 모르는 싸움을 한단 말인가? 그 정도로 미련해 보이지는 않던데?”

         

       그 말에 동감이라는 듯 사비넬리가 말한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이지만 무언가 꾸미는 것이 있을 테지요. 최근 로만의 5부에서 들은 정보로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아네스가 그 말에 흥미가 있다는 듯 말한다.

         

       “대비라니? 설마 정보부 얘기인가?”

         

       데비앙이 직접 나서서 창설하려는 새로운 부서 정보부.

         

       ‘하지만 당장 이번 전쟁에서 활약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첩보망을 구축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요아네스는 대공이 5부에 공개한 제안서를 아는 사람을 통해 입수했다.

         

       그리고 뱀처럼 교활한 대공의 제안서를 처음 봤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은 하지만 준비하는데 아무리 빨리 잡아도 1년은 걸릴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요아네스의 심정을 아는 듯.

         

       사비넬리가 나선다.

         

       “그 정보부는 이번에 이기고 저희를 흔들기 위한 첫수라 생각합니다. 즉 대공은 이번에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패배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무언가 숨겨둔 무언가를 믿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그 말에 요아네스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흐음… 어떤 전쟁에서 무조건 이긴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텐데.”

         

       실제로 수십만의 군대가 수만의 군대에 진 역사도 꽤 되고 대영주가 변방의 작은 남작과 전쟁에서 진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니 전쟁에서는 절대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모를 정도로 바보이지 않는다면 필시 무언가 노림수가 있겠군.’

         

       “맞습니다. 그러면 제가 다시 한번 여쭈어보겠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떤 걸 해야 대공이 싫어할까요?”

         

       그 말에 요아네스가 눈치챘다는 듯 말한다.

         

       “그래… 그 전쟁에 개입해야 하겠군.”

         

       그 말에 사비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티를 내면 안 되지요. 대공이 둘 다 죽자는 식으로 막 나가면 저희도 무사하기는 힘들 테니까요.”

         

       “푸하하하!, 좋네… 좋아! 그럼 어떻게 물을 먹이는 게 좋겠나?”

         

       그 말에 사비넬리가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이럴 때는 돈을 뿌리는 게 제일이지요.”

         

       “돈이라?”

         

       “저희가 갖고 있는 금화를 이탈한 반황제파들에게 나누어주면 그들이 용병을 더 많이 고용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대공국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전쟁이 그만큼 오래 끌리겠지요.”

         

       그 말에 요아네스는 기분이 좋아졌다.

         

       안 그래도 제국에 금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돌아 대공국에서 많은 양의 금을 제국에 팔았다고 한다.

         

       그러니 대공국 입장에서 전쟁이 오래 끌리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프하하하! 그럼 되겠군. 그럼 되었어!”

         

       요아네스는 자신이 입은 굴욕을 몇 배로 돌려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크게 웃는다.

         

         

         

       ***

         

         

         

       오늘도 어김없이 집무실로 출근한다.

         

       “응?”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편지 두 개가 보인다.

         

       한 개는 발신인은… 요아네스.

         

       이 아저씨가 무슨 일이래?

         

       편지를 봉인한 인장을 뜯어내며 편지를 읽는다.

         

       -펄럭.

         

       [친애하는 프란체스코 대공에게]

         

       무난하게 시작되는 편지.

         

       [자네가 약속대로 나에게 에피루스와 에집을 넘겨주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네.]

         

       [하지만 에피루스와 에집에 막대한 양의 금과 식량을 로만으로 이송하라고 한 명령에 대해 의문이 드는구먼.]

         

       [내 친히 그대와의 우정을 생각하여 내 이번에는 참고 넘어가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네.]

         

       [자네의 친우 요아네스.]

         

       “픕…”

         

       친애하기는 개뿔. 참고 넘어가지 않으면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지금 요아네스가 에피루스와 에집을 꿀꺽 삼켰다는 건 비밀이다.

         

       만약 황제의 직할지인 에피루스와 에집에서 황제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게 알려져 에피루스와 에집에 감찰대를 보내는 순간.

         

       요아네스는 황제파들에게 뜯어 먹힐 수밖에 없으니 그냥 돈과 식량을 주고 입을 닥친 게 전부인 주제.

         

       괜히 아무것도 못 하니 이렇게 편지를 보낸 걸까?

         

       뭐… 꼬장을 부릴거 같긴한데. 끽해봐야 돈이나 뿌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편지를 보니.

         

       대공국에서 온 편지이다.

         

       발신인은 메리.

         

       대공국 인장이 새겨진 붉은 봉인을 뜯으며 내용을 읽는다.

         

       [오빠. 아그리파와 약혼은 잘 끝났어.]

         

       [그리고 곧 꽃이 필 거야.]

         

       [그러니 바람이 불면 오빠는 오빠가 할 일을 하면 돼.]

         

       짧고 언뜻 보면 의미를 알기 어려운 편지.

         

       이건 나와 메리, 아그리파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흐음… 근데 못 본 사이에 메리의 글씨가 정갈해졌군.”

         

       예전에 엄청 못 썼는데.

         

       편지들을 들고 벽난로에 앞서며 장작을 벽난로 안에 몇 개 넣는다.

         

       그리고 마나를 움직여 손가락 끝에 불을 일으켜 장작을 태운다.

         

       -화르… 화르륵!

         

       장작 위에 넝실넝실 춤을 추는 불꽃 위에 편지를 집어넣으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곧… 전쟁이네.”

         

       전쟁선언문을 발표해야지.

         

       이미 아그리파와 전쟁일시에 관한 얘기는 끝났다.

         

       약혼식이 끝난 일주일.

         

       즉 오늘.

         

       약속한 전쟁선언문을 발표하는 날이다.

         

       오늘도 바쁘겠네.

         

       “하아…”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내 집무실에서 나와 탕비실로 향하다가

         

       갈색 머리의 익숙한 남자가 보여 인사를 건넨다.

         

       “오늘 일찍 왔네. 루키우스?”

         

       일전에 내가 비싼 연봉을 주고 구매한 노예 4호… 아니 내 보좌관인 루키우스다.

         

       “하하… 잘 주무셨습니까?”

         

       얼굴에 다크서클이 진한 루키우스를 보며 내가 걱정되어 말한다.

         

       “나야 잘 잤네. 근데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루키우스가 마치 좀비마냥 흐느적거리며 외투를 벗는다.

         

       “어제 일을 전부 못 끝내서 오늘 일찍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루키우스가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말한다.

         

       “잠을 잘 자지 못한 거 같군. 차라리 황궁에서 지내는 건 어떤가?”

         

       내 말에 격하게 고개를 젓는 루키우스가 황급히 말한다.

         

       “시… 싫습니다!”

         

       그 말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내가 말한다.

         

       “쳇, 더 부려 먹을 수 있었는데.”

         

       내 말에 루키우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한다.

         

       “대공께서는 정녕 악마이십니까?”

         

       “비싼 연봉 주고 데려왔는데 그만큼 일을 해야지.”

         

       공무원치고 꽤 많이 받는 루키우스.

         

       아마 현대 지구로 치면 연봉 2억이 넘는다.

       

       뭐 비싼거 같긴 하지만 귀족들이 받는 연봉에는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저것 간 보는 루키우스를 보며 귀찮아서 대충 크게 부르고 열심히 부려 먹고 있다.

         

       그때 턱뼈가 빠진 듯 바보 같이 입을 벌린 루키우스가 웃겼는데.

         

       아… 참고로 이곳은 근로기준법이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매일 같이 야근하지만, 연봉을 더 줄 의무는 없다.

         

       혹시나 도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퇴직은 제국의 동의하에 한다는 문구를 임명장에 기재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대충 자네 같은 인재를 다른 왕국에 뺏기고 싶지 않다는 듯 말하자 콧구멍 벌렁거리며 감동한 루키우스가 흔쾌히 동의해서 쉽게 이루어질 수가 있었다.

         

       쯧쯧… 단순하긴.

         

       “아무튼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그렇게 말하며 내 집무실로 향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아아~

    헤헤 이연참… 힘들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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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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