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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 상상 이상으로 강한 능력입니다! ]

       

       [ <괴력>의 힘이 이정도일까요? 어마어마한 움직임입니다. 어지간한 랭커도 쉽게 상대하기 힘들 겁니다! ]

       

       해설자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괴력>김은호.

       

       일성에서 연구 중이던 약물을 구해, 승천전 시합 전에 복용한 녀석은 더 없이 강력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허점이 많아.”

       

       힘과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놈이 강력한 상대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녀석에겐 <공간왜곡>이 가진 의외성도, <뇌전검>이 가진 올곧은 돌파력도 없다.

       

       한마디로 갑작스레 강력해진 힘만 조심하면 의외로 별 볼일 없는 상대라는 것이다.

       

       “크큭! 아직 여유로운 모습이구나.”

       “네 공격을 상대하니 여유로울 수밖에.”

       

       놈의 도발에 간단히 답한 나는 입을 열었다.

       

       “현상거절.”

       

       이어서 능력을 개방한다. 부정한 수단으로 힘을 넣은 놈에게 아주 효과적인 대안이 떠오른 까닭이다.

       

       [ <괴력>김은호가 복용한 약물. 그 약물의 약효를 거절한다. ]

       

       털썩!

       

       “……무, 무슨?!”

       

       진언을 읊은 나는 여유 가득한 마음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진언이 완성되고, 능력이 발동함과 동시에 놈의 한쪽 무릎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크, 크아악!”

       

       약물, 수어사이드.

       

       거대 그룹 ‘일성’에서 개발한 신약의 명칭이다. 약효는 간단하다. 초능력을 다루는 능력자의 힘을 증폭시키고, 더 강력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미완성인 신약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 약물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사람의 이성이 마비되고, 피와 살육을 즐기는 광증을 보이거든.

       

       “으, 으아아아아!”

       

       물론, 그 지독한 감정을 이겨내도 죽음에 이르는 부작용도 함께였고.

       

       푸슉! 푸슈슉!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괴력> 김은호의 눈과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녀석은 자신이 입은 옷을 찢으며 포효하기 시작했다.

       

       ‘허.’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기이한 장면이었다. 원래 약물을 복용한 놈들은 히어로들에게 척살당하는, 끔찍한 결말이 기다릴 뿐이었다.

       

       ……애당초 약물의 약효를 제거하는 건 나름대로의 자비라고 할 수 있겠다.

       

       “무슨. 무슨 짓을 한 거냐……!”

       

       눈을 까뒤집은 김은호가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외쳤다.

       

       무슨 짓을 하긴? 약물 중독자 하나 구하려고 애 쓰는 중이지.

       

       “현상거절.”

       

       [ <괴력> 김은호의 신체 움직임을 거절한다. ]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한 나는 싸늘한 시선으로 바닥을 나뒹구는 놈을 관찰했다.

       

       부르르!

       

       참 이상한 일이다. 이미 능력을 사용했음에도, 놈은 아직도 신체를 움직이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처럼, 내 능력에 조금이나마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 현상거절, <괴력> 김은호가 가진 하체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거절한다. ]

       

       “우, 우우욱!”

       

       ‘현상거절’을 중첩시킨다. 쉽게 말하자면 능력의 진언을 바꾸며 계속해서 놈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젠자아아앙!”

       

       내 의도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자, 김은호가 대뜸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포효한 것이다.

       

       “아직도 움직일 힘이 남아있다니.”

       

       상황이 흘러가는 것과 별개로 황당한 심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일성이 만든 것이 무엇이길래 저런 능력을 보인단 말인가. 약물을 복용한 저건… 이미 사람이라고 보기도 힘들 지경이 아닌가.

       

       쿵! 쿠구궁!

       

       그와중 놀라운 것은, 김은호가 신체를 컨트롤하지 못할 뿐이지 간헐적으로 녀석의 신체가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붉은 피부는 내 능력과 놈의 힘이 충돌한 덕분인지, 이제는 아예 새하얗게 창백한 느낌이 풍길 지경이었다.

       

       그런데.

       

       “키에에에에엑!”

       “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닥을 나뒹굴며 꿈틀대던 김은호가 대뜸 몸을 일으킨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탓에 일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부들부들!

       

       마치 괴수와 같은 비명을 내지른 김은호는 처절한 손짓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이내 고급진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 아아? 뭐죠? <괴력>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

       

       [ 이, 이성을 잃은 것 같은데요? 흥분한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

       

       달칵!

       

       상자를 연 김은호의 입가가 징그럽게 찢어졌다. 

       

       웃는 건가?

       

       놈은 상자 안에 담긴 내용물을 보며,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혹은 살인을 즐기는 잔혹한 살인마처럼 환하게 웃었다.

       

       텁!

       

       그리고… 놈은, 작은 상자에서 꺼낸 검은 알약 두 개를 입에 털어넣었다.

       

       “미치겠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함에 진한 당혹감이 몰아쳤다.

       

       내 능력에 저항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

       

       이해한다. 당장 <성녀>같이 상위 개념을 주무르는 능력자에겐 내 능력이 온전히 적용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우드득! 우둑!

       

       잔혹한 모양새로 신체가 변형되는…… ‘인간’이었던 무언가의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키르륵!”

       

       우둑! 우두둑!

       

       알약 두 알을 삼킨 김은호의 팔다리가 꺾인다. 팽창한 피부가 녀석이 입었던 옷을 찢어낸다.

       

       “이거…….”

       

       그 잔혹할 정도로 기괴한 장면에 허탈한 웃음이 삐죽 튀어나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다.

       

       새하얗고 매끈한 피부의 인간형 괴수. 

       

       아직 제대로 된 협회와 아카데미의 공동조사가 끝나지 않아 메스컴을 타지는 않았지만, 아까 양하나와 전투를 벌이던 괴수와 퍽 흡사한 생김새 아닌가.

       

       [ 당신, 죽게 될 수도 있어요. ]

       

       “…….”

       

       괜스레 <성녀>의 경고가 떠올랐다. 도대체 그 폐인성녀는 몇 수 앞까지 내다 본 것일까.

       

       ‘양하나는 괴수가 초능력을 사용했다고 했었지.’

       

       이제껏 자신만만하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미미한 긴장감이 떠올랐다.

       

       갖은 생각이 결국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었다.

       

       대뜸 아카데미를 습격한 인간형 괴수. 그 괴수가 초능력을 사용했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어렵지만, 납득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다.

       

       우두둑! 우두둑!

       

       “키에에에에엑!”

       

       내 눈 앞에서, 사람이 괴수로 변태하는 장면을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꺄아아아악!”

       “뭐, 뭐야 이거!”

       “시발! 몰카 아니야? 저게 뭔데!”

       

       기괴한 신체의 변형에 관중석의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개중에는 황급히 스타디움을 빠져나가는 사람도, 두려움에 질려 입을 틀어막은 사람도 있었다.

       

       도대체 뭘 만든 거냐 진짜.

       

       “일성. 이 미친 새끼들.”

       

       저벅.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나는 그리 중얼거렸다.

       

       나름 활발하게 교류했던 한유리와 나를 찾아온 한석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듣기로 한유리는 얼마 전, 황급히 서울로 출장을 갔다고 했었지.

       

       “사태를 수습하려는 건가? Z급 능력자의 힘을 빌어서?”

       

       ……그야, 저 끔찍한 김은호의 몰골을 보면 이해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일성 그룹도 사태를 수습할 힘이 필요하던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장내에 찾아온 혼란과 달리, 나는 더 없이 차가운 마음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온몸에 옷이 찢어진 김은호는 더 이상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얼굴은 어딘가에 뭉개진 것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했고, 엉덩이 쪽에는 길쭉한 꼬리까지 나 있었으니까.

       

       꽈악!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내게 더 이상 힘을 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키에에엑!”

       

       쿠우웅!

       

       김은호, 아니. 괴수가 포효와 함께 몸을 날린다. <괴력>의 초능력을 계승한 건가? 놈의 도약에 결투장 바닥이 움푹 패였다.

       

       “현상거절.”

       

       기괴한 육신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개악.”

       

       * * *

       

       “위험합니다.”

       

       평소의 여유 가득한, 고아한 자태로 명성이 자자한 <성녀> 안젤리카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하다.

       

       예언의 계시에 따라, 더 없이 진중한 태도로 결투를 관전하던 그녀는 그리 생각했다.

       

       이상한 것은 한둘이 아니었다. 평소와 다른 <괴력> 김은호의 모습도 그렇고, 그가 결투 도중 삼킨 알약도 그렇고, 그 즉시 시작된 변화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따로 있었다. 물증이 없어 심증으로 의심만 하던 것. 그게 마음에 걸렸다.

       

       콰앙!

       

       황급히 VIP룸 문을 연 안젤리카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가깝다. 수상하리 만큼 세상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남자. 그에게 물을 것이 생겼다.

       

       “에잇!”

       

       파사사삭!

       

       안젤리카의 신성-발차기에 옆방의 문이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곧장 고민조차 없이 방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여유 가득한 얼굴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비상입니다!”

       “……알고있다.”

       

       알고 있다고?

       

       안젤리카의 반짝이는 눈이 더 없이 가늘어졌다.

       

       이 새…… 끼가 지금 상황이 안 보이나?

       

       “개입해야 합니다!”

       “무슨 명분으로?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성녀>.”

       

       부들부들!

       

       남자, <원소술사>의 목소리에 안젤리카의 주먹이 징징 울었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상황이다. 주최측은 상황을 통제할 능력도 없는데, 안젤리카를 비롯한 그가 나서야하는 것이 아닌가!

       

       “녀석도 이 기회에 알았으면 좋겠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재창조>. 그 힘이 품은 위험성을.”

       “……무슨?!”

       

       안젤리카의 푸른 눈이 부릅 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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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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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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