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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루크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아무래도 디아나와 함께 TV를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본게 원인인듯 싶다.

    “으음…….”

    루크는 머릿가를 간지럽히는 감촉에 눈을 떴다.

    시야에 바로 보이는것은 머리를 쓰다듬던 예르나의 모습.

    “루, 미안. 내가 깨웠니?”

    “아니, 기분좋게 잘 잤으니 걱정말게. 이제 일어나려고 했다네, 예르나.”

    “그러니?”

    예르나는 참 잘 웃는다.

    그저 바라만 봐도 웃는것이 참으로 웃음이 많은 엘프구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른하게 하품을 하고 있자니, 예르나가 푸흡, 하고 웃어버린다.

    “왜 그리 자꾸 웃는겐가.”

    귀여워서,라고 하면 분명 싫어하겠지.

    예르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이제 돌아갈까?”

    “그래, 이제 숲으로 가는겐가?”

    “으음, 루크는 숲이 좋아?”

    “그편이 마음은 편하다네. 마나도 충분하고.”

    “흐음…….”

    예르나는 살짝 고민했다.

    숲의 마나는 원래 개인이 사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이제와서? 라고한다면 할 말은 있다.

    루크는 ‘요양’을 목적으로 허가를 받았으므로, 숲에서 마나를 받는것도 가능하니까 불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루크를 숲에 들여보낼 수는 없다.

    “그, 일주일정도는 숲에 들여보낼 수 없어. 루크숲의 사냥주간이 되니까.”

    “사냥주간이라?”

    “예측에 따르면, 이번주는 몬스터의 대규모 침입이 예상되거든.”

    몬스터의 대규모 공습, 그것은 과거에도 가끔 일어나곤 하는 일이었다.

    연에 두세번정도, 대규모로 몬스터들이 난폭해지는 일주일이 있다.

    그것을 과거에는 ‘웨이브’라고 불렀다.

    물론 그 기간은 제멋대로인데다 쉬이 예측하기 어려워서, 초기에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결국 마을의 자경단이나 영주의 사병을 이용해 웨이브를 막아내면, 또 한동안은 몬스터들이 잠잠해지곤 한다.

    그 기간을 예측하고자 많은 마법사들이 노력했지만, 정확한 기간을 예측하는것은 불가능했고, 전조등을 깨닫고 언제쯤일지 오차단위가 한달정도되는 가정을 내리는 정도였다.

    “그런걸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겐가?”

    “물론이지.”

    과거에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그것을 파악하기위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마법위성과 수많은 숲지기와의 실시간연결로 오히려 정보는 넘쳐나는 상태이다.

    그 정보를 취합, 정리하여 분석한 결과, 웨이브는 현대에 와서는 예견에 가까운 예측이 가능한 현상이 되었다.

    허나 그것을 모르는 루크는 그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솜씨좋은 예언자라도 있는겐가? 그 예언자를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루크가 만나고싶어하는 그 예언자는 현재 저 높은 고도에서 궤도를 돌며 현재도 루크숲의 마력정보를 취득하는 중이다만, 현재의 루크가 그것을 알리는 없으리라.

    “그런 예언을 내리는자가 누군지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그정도의 예언자라면 어쩌면 자신에 대한것도 물어볼 수 있을테고.

    “후후, 그래? 그럼 나중에 보러가자.”

    마법위성의 이름이 ‘오라클(예언자)’인건 어떻게 알았담.

    책에서 본걸까?

    그래.

    언젠가 마법 박물관이라도 데려가면 좋아하겠지, 분명.

    “아무튼, 사냥주간만 끝나면 여기저기 놀러가자. 괜찮지?”

    루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

    예르나는 어제의 당직으로 조금 피곤했다.

    따라서 졸음운전을 할까봐 차를 갖고오지 않았기에 루크는 예르나의 손을 잡고 길가를 거닐고 있었다.

    그래도 한 30분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였기에, 루크에게 큰 부담은 없었다.

    그냥 걷기에도 심심하고, 다이튼에게 직접 물어보기엔 조심스러운 질문이 떠올라 루크는 예르나에게 묻는다.

    “예르나, 다이튼은 여동생하고만 사는겐가?”

    “아, 맞아. 부모님은 옛날에 도망쳤다고 들었어.”

    역시 그랬던가. 

    다이튼의 집에는 따로 부모의 흔적이 없었다.

    그러면 다이튼은 혼자서 여동생을 길러냈다는건가.

    “그게 얼마나 된거지?”

     

    “글쎄……. 자세한건 말해주지 않아서. 그냥, 다이튼이 부모 얘기는 별로 하기 싫어해서 안물어봤거든.”

    “그런가.”

    뭐, 말해주기 싫다면야. 

    별로 캐묻고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참 씩씩하게 자랐더군, 디아나는.’

    그만큼 다이튼이 잘 대해준것이겠지.

    사이도 좋아보였기에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얼마나 친근한지 느껴질 정도였다.

    서로 티안나게 위해준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아니, 그냥. 신경쓰였을 뿐이라네.”

    예르나는 부모가 없다는게 무슨 느낌인지는 잘 모르니까 대답할 수 없겠다고 생각하고는 입을 닫았다.

    뭐, 동질감같은걸 느꼈으려나.

    루크는 문득 다이튼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다이튼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기로 했던가.’

    다이튼은 예르나를 좋아하고 있고, 예르나는 남편감을 찾고 있잖은가.

    그 사이에 끼인게 그 자신이라는 점이 조금 문제인 것 같지만…….

    한 남자의 순정을 돕는데에 자신의 위치는 별로 상관없지않을까.

    루크는 자연스럽게 예르나에게 말했다.

    “예르나, 그러고보면 다이튼은 결혼상대로 꽤 괜찮은 남자가 아닌가?”

    예르나는 크게 당황했다.

    “어?”

    그녀는 루크가 다이튼을 좋아했다고 생각했던게 떠올랐다.

    예르나의 떨리는 눈동자가 그저 별거아닌 당황탓일거라 생각한 루크는 그저 말을 이었다.

    “겉으론 강한척 굴지만, 속은 꽤 자상하더군. 디아나가 잠들면 이불도 덮어주고 말이네.”

    “그 몸도 꽤 남성답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건강미가 있잖은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그 몸엔 분명 올바른 정신이 깃들었을 터.”

    “요리도 능하고, 엘프식도 만들 줄 안다고 하더군. 실제로 꽤 수준급이었다네. 보게, 아침엔 이렇게 샌드위치도 만들어주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말을 내뱉은 루크는 예르나와 잡은 손 반대편에 봉투를 들어보이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러니, 그대가 생각하기에 다이튼은 남편후보로 어떻느냐는 질문을 하고싶었다네.”

    ‘직설적!’

    예르나는 크게 당황하여 시선을 피하며 외쳤다.

    “그, 그건 아직 일러! 걔랑 나이차가 얼만데……!”

    “나이차라……. 흐음, 확실히…….”

    다이튼과 예르나의 나이는 두배정도 차이가 난다.

    뭐, 외견상 나이는 큰 차이가 없다만.

    “확실히, 나이는 생각해볼 문제로구나.”

    “당연하지!!”

    ‘지금 다이튼이 루랑 결혼한다고하면 다이튼은 내가 반드시 체포할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피하고 있자니, 어디선가 음율이 들려왔다.

    루크는 또 파이가 신나서 떠드는걸까 해서 시선을 연주가 들려오는 쪽으로 돌렸다.

    “흐음?”

    허나 루크가 바라본쪽에는 실제로 연주가 한바탕 벌어지고 있었다.

    세명의 남자가, 한명은 건반을치고, 한명은 기타를 연주하며, 다른 한명은 바이올린을 켠다.

    아무래도 이 시대에도 음유시인은 있는 모양이다.

    -……!,……!

    그것을 들으며 파이는 굉장한 기세로 알짱거리며 ‘가보자’라는 듯이 그쪽을 몸으로 가리켰다.

    하긴, 정령의 언어는 음율이다.

    과거에 정령사는 정령과 소통하기위해 악기를 주렁주렁달고 다니기도 했으며, 그들의 실력역시 하나같이 훌륭했다.

    아마, 과거에 ‘세렌갈의 대평원과 12인의 기사의 노래’를 불렀던 음유시인 드니스도 정령사였다.

    듣기좋은 음율은 정령들도 매우 좋아했기에, 정령사들은 필연적으로 좋은 음악적재능을 타고나기도 했다.

    파이도 좋은 음율에 이끌린 것인가.

    “예르나.”

    “응?”

    “저기로 한번 가보지않겠느냐?”

    “아, 길거리공연이구나. 그래, 보고싶다면 가볼까?”

    ———

    -………!

    파이는 신이나서 음악가들의 주위를 돌아다녔다.

    루크에게만 들리는 화음을 집어넣으면서.

    그들의 연주는 이미 꽤 풍성했지만, 파이가 직접 넣는 화음은 그들의 연주와 완벽히 어울려서 차분한 분위기는 더욱 차분하고 감성적으로, 급박하고 긴장되는 분위기는 더욱 단단하게 조였다.

    사람들은 정령의 말은 들을 수 없지만 정령의 마력은 실존하기에, 사람들은 무언가 연주가 달라졌다는것을 깨닫는다.

    “오, 뭔가 더 느낌이 좋아진것같지않아?”

    “아까도 나쁘진 않았는데, 지금은 더 좋아졌어.”

    그의 앞에 놓인 기타케이스에 쌓이는 돈의 양이 늘어감에따라, 연주하던 남자들의 인상도 더욱이 밝아졌다.

    ‘오늘따라 연주가 정말 잘되는 기분인데! 돈도 평소보다 많이 들어왔어!’

    마침내 연주가 완전히 끝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 행인들이지만, 이순간은 마치 콘서트장의 열성팬들처럼, 3명의 연주자에게 열정적으로 환호하고 갈채를 보냈다.

    루크 역시 그 박수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보탰다.

    꽤 즐거운 시간을보내게 해주었으므로.

    루크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예르나도 기타케이스에 10000길을 집어넣고, 좋았던 연주를 떠올리며 여운에 잠긴채 다시 귀갓길에 올랐다.

    아니, 루크는 실제로 그 연주를 또 듣고 있었다.

    파이가 계속해서 연주의 음율을 중얼거리고 있었으므로.

    ‘연주가 그리도 좋았을까.’

    루크는 파이를 보고 미소지으며 그렇게 생각했고, 예르나도 미소짓는 루크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보는것은 다르지만 생각하는 것은 같았다.

    루크는 문득, 자신이 악기를 다룰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어쩌면 정령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예르나, 내가 악기를 다루면 어떨것 같은가?”

    “음, 언니는 루가 한다면 무조건 찬성이야! 배울 수 있는데를 알아봐줄까?”

    “그래주겠느냐? 항상 고맙구나, 예르나.”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올려다보는 루크의 얼굴을 보니, 문득 장난기가 올라와서 말한다.

    “이거, 자꾸 서운하게 할래? ‘언니’는 어디갔지?”

    “……예르나, 언니……. 고맙, 아니. 고마워요…….”

    대체 언니라는말이 왜 그렇게 부끄러운걸까?

    잘 모르겠지만 루크가 부끄러워하는거, 너무 귀엽다!

    근데 이런 아이의 사랑을 받는다니, 다이튼은 대체 뭘 잘해줬다고?

    음식? 음식인가? 아무래도 음식밖에 없는것 같은데.

    “루, 만약에 누가 맛있는거 사준다고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돼.”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겐가? 내가 그럴리가 없잖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화는 좀 잔잔하게!

    다이튼은 사실 부모님이 없었습니다…. 소년가장이었죠!
    요리실력이 개연성!! 디아나 입맛 맞추기 까다로움.
    세탁기 너무 센가요?
    거의 표백제 들이부은것같은데 ㅋㅋㅋㅋ 저한텐 호감캐인데 첫인상이 너무 안좋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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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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