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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망했어, 망했다구요···.”

       

       

       도로시가 온갖 불평을 내뱉으며 음울한 분위기를 흩뿌렸다.

       

       

       “도로시.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연습을 거의 못 했는데 무슨.”

       

       “윽···.”

       

       

       시우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확실히, 도로시가 말한 대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주어졌으니까.

       

       ···문제는, 도로시가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는 거다.

       

       

       “아르테는 연습 안 하나요···? 맨날 지켜보기만 하고.”

       

       “글쎄. 잘 모르겠는데.”

       

       

       언뜻 지켜봤을 때, 아멜리아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마. 둘 다 강하니까.”

       

       “토너먼트라 만날 거라는 확신도 없잖아요! 방심은 무슨···.”

       

       “아니, 만나면 되잖아. 계속 이기면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당연하지.”

       

       

       아르테와 아멜리아는 강하다. 직접 봤으니까 확신할 수 있다.

       

       두 명이 함께 있는 이상, 같은 나이대의 학생들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내가 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이런저런 사건을 많이 겪어봤으니까, 싸우는 건 더 잘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결국 계속 이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잘 부탁해, 도로시.”

       

       “···네. 뭐, 그래요.”

       

       

       그리고 도로시의 능력도 확인했고.

       

       학기 초에 아멜리아에게 순식간에 패배했던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더라.

       

       혼자서 싸우면 아무것도 아닌 능력이라니.

       

       못 이길 만 하지.

       

       하지만 이런, 2대2 토너먼트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녀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아르테를 이겨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다들, 집중하도록!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은 경기를 지켜보며 감상평을 남겨도 좋다! 다른 학생들을 지켜보며 복기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아, 시작하네요.”

       

       “아르테랑 아멜리아가 무슨 싸움을 할지, 궁금하네.”

       

       

       질 거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않았다.

       

       궁금한 점은 오직 하나. 과연 둘이 협동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

       

       

       

       “···있지, 아르테. 이거 맞아?”

       

       “당연하죠. 자아, 이걸 묶고 다니는 거에요.”

       

       

       이번 시험의 내용은 어렵지 않다.

       

       얼마나 서로를 잘 이용하느냐.

       

       처음 보는 사람을 이용하는 건 어려운 법이지만, 아멜리아의 능력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손쉽게 학생들을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지.

       

       

       “뭔가 기분 나쁜데. 이건, 그게, 그러니까···.”

       

       “알고 있어요.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죠. 그래도 이게 효율적이에요?”

       

       “으음, 그런가···?”

       

       

       다행히도 아멜리아가 납득해 준 모양이다.

       

       아멜리아는 효율이라던가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말을 조금 곁들여주면 순식간에 납득하는 게 조금 웃겼다.

       

       나라면 절대 못 할 텐데.

       

       

       “잡담은 거기까지 하도록. 준비는 되었나?”

       

       “네.”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대방의 모습이 보였다.

       

       으음, 그래도 미안해서 어쩌지.

       

       엑스트라들한테 질 수는 없단 말이야.

       

       아멜리아와 함께 팀을 맺은 이상, 전개를 위해서 이런 녀석들에게 질 수는 없었다.

       

       

       “시작!”

       

       

       타앙, 하고 총성이 울려 퍼지고 난 직후.

       

       아멜리아가 순식간에 가속하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 빠, 빨라! 막아!”

       

       “아니야. 아멜리아는 빨라질수록 약해져! 별로 안 아프니 아르테부터 노리라고!”

       

       

       으음. ···누구지? 같은 반 학생인가?

       

       나랑 아멜리아를 알고 있는 걸 보아하니 그런 것 같긴 한데, 얼굴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인형들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해두지는 않으니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판단이긴 했다.

       

       아멜리아는 빨라질수록 잡기 힘들지만 대신 공격력을 거세당하니까. 잘 아네.

       

       날파리처럼 귀찮게 굴지만, 타격이 크지 않다면 나를 먼저 쓰러트린 이후에 천천히 잡으면 그만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든 일정한 데미지를 주는 총?

       

       총은 초인에게 유의미한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쏘는 순간 반동을 제어할 수 없어 큰 틈이 생기니 사용하지도 못한다. 아멜리아의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네.

       

       옆에서 귀찮게 굴어도 무시하고 목표를 노릴 줄 아는 똑똑한 엑스트라구나.

       

       그 판단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게 참 엑스트라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공격력이 약해진다면, 굳이 공격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면 굳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어야지.

       

       

       “미안. 나는 공격력이 약하지만, 이건 아니라서.”

       

       “?! 이, 이런! 실이야! 피해!”

       

       

       아멜리아는 공격력이 약하다.

       

       ···하지만, 내 실은 그렇지 않거든.

       

       굳이 아멜리아가 처음부터 가속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굳이 가속하지 않고 싸워도 되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은 게 저들의 패착.

       

       내 실은 얇아서 보기 힘들지만, 대놓고 공격하면 마력이 실리는 탓에 피할 가능성이 생긴다.

       

       빠르기는 하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피하면 피할수록 나는 공격 가능 횟수가 줄어든다. 옷이 줄어드니까.

       

       그런데 이곳은 수많은 학생이 지켜보는 경기장 위. 나는 최대한 실을 아끼고 싶거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실을 아끼기 위해 보통 한곳에 설치해두고 그곳에 다가오는 방식으로 사용하지만, 이곳은 사전 설치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까.

       

       해결 방법은 참 쉽지. 아멜리아의 몸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실을 묶고, 그걸 아멜리아가 경기장 곳곳에 흩뿌리면 되니까.

       

       얇은 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내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경기장에 실들이 설치되어버렸으니까.

       

       아멜리아가 흩뿌린 실들이 사방에서 마력을 머금고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당황했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를 잘 알던 학생 한 명은 제때 벗어났지만, 나머지 한 명은 당황하다 그대로 끝.

       

       사방에서 날아드는 실에 온몸이 묶여버렸다.

       

       

       “있지, 아르테. 이거 꼭 목에 묶었어야 했어? ···너무 개 같은데. 아니, 욕이 아니라. 손에 묶어도 괜찮은 거 아니었어?”

       

       “손에 묶으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찝찝한데···.

       

       그렇게 말하며 아멜리아가 목을 만지작거렸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손에 묶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한 건 사실이다.

       

       여태껏 목에 묶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말이야.

       

       손 같은 데 묶어버리면 조금···뭐라고 해야 할까.

       

       실수를 해버릴 것 같은 느낌? 목에 묶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혼자 남으셨네요. 어떻게 하실래요?”

       

       “더, 덤벼!”

       

       “오, 패기 있는데. 좋아.”

       

       

       가속을 해제한 아멜리아가 목의 실을 창날로 끊어내며 호기롭게 웃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

       

       호기롭게 덤벼들었지만, 이미 실들이 곳곳에 퍼져버린 나와 아멜리아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침몰했다.

       

       

       “···빨리 끝나서 좋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좋아. 끝났으면 자리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구경해도 좋다.”

       

       [수고하셨어요, 독자님! 멋있었네요!]

       

       

       최소한의 실로 순식간에 게임을 끝내 기분이 좋아졌다.

       

       고작 반장갑 하나로 전투가 끝나다니.

       

       물론 금방 잡을 수 있는 엑스트라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손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걱정되던 게 해결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오래 싸울수록 내가 불리하니까.

       

       죽여버리면 알몸을 보여도 상관없으니 괜찮지만, 이곳은 학교. 상대는 학생. 죽여버릴 수도 없다.

       

       그러니 힘을 빼고 싸워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실의 소모량이 많아진다고.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실은 반장갑, 스타킹이 한계. 나머지는 잘못 사용했다가 큰일 난다.

       

       물론 싸우고 난 후에 휴식 시간이 주어지니 옷을 보충할 수도 있긴 하다.

       

       ···그래도, 싸우는 도중에 갑자기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잖아.

       

       빌런들이랑은 다르게 지금 지켜보고 있는 인형들은 학생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이만한 숫자를 없애는 건 불가능해.

       

       싸우다가 실수로 옷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이 많은 인원 앞에서 치녀 꼴이 되는 것만큼은 안된다.

       

       다행히 아멜리아 덕분에 쉽게 해결할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

       

       

       

       “우와, 저렇게 하는구나.”

       

       “···간단하지만 확실하네요.”

       

       

       아멜리아와 아르테의 경기를 본 시우의 감상이었다.

       

       간편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아멜리아의 엄청난 속도로 실들을 설치하고, 사방에서 공격.

       

       아멜리아의 부족한 공격력을 아르테의 실로 보충하는 방법.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부럽네요. 저러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 잘 모르겠는데.”

       

       “네?”

       

       “아르테가 그냥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시우는 그게 의문이었다.

       

       아멜리아가 설치하고 아르테가 공격하는 게 물론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었나?

       

       아르테랑 아멜리아가 따로 공격하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시우의 의문에 도로시가 답했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니에요?”

       

       “이유?”

       

       “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했다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겠죠.”

       

       

       이유, 이유라.

       

       시우는 아르테가 어째서 실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잠깐의 생각 이후.

       

       시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서, 설마.”

       

       “···? 뭔가 깨달았나요?”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지금껏 시우는 아르테가 마력을 실로 뿜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시우와 처음으로 싸울 때도 마력으로 된 실이 뿌려졌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마력을 실로 변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실이 마력을 머금어 세진 거라면?

       

       문득, 시우의 시야에 아르테의 손이 보였다.

       

       분명히 있었어야 할 반장갑 한쪽이 사라졌다.

       

       

       “설마, 그때도···?”

       

       

       아르테와 처음 싸웠을 때.

       

       정신없이 피하느라 아르테를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때, 아르테의 다리에 스타킹이 있었던가?

       

       

       아르테의 약점이 보인 기분이었다.

       

       아니, 그런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걸 찔러도 되는 걸까.

       

       시우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고민하다가 결국 노벨쨩이 해주는 표지 신청 넣었습니다.

    야경을 내려다보는 배경으로 아르테가 윙크하며 쉿, 하는 느낌으루다가요.

    과연 어떻게 나올지 두근두근 하네요.

    한 한달정도면 나오겠지.

    100화 기념으로 풀어도 괜찮겠네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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