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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소.”

       

       성기사 한 명이 수정구에 말을 하고 있었다.

       

       – 이미, 전투가 한창이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할 것 같소.”

       

       수정구에서 울리는 다급한 목소리에도 성기사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 적들의 병력이 더 도착하기 전에 합류가 가능하겠소?

       

       “흠…그때쯤이면 가능할 것 같군.”

       

       빠른 합류를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불빛이 사라졌다.

       

       알루어드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빨리 가야 합니다!”

       

       “불가하네.”

       

       “언데드와 싸우고 있는데 성기사들이 가만히 있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교단의 명령이 없었네.”

       

       “이익…!”

       

       알루어드가 거칠게 땅을 발로 걷어찼다.

       

       “애초에 합류할 생각이 있긴 한 겁니까! 이럴 거면 왜 합류하겠다 말 한 겁니까!”

       

       이들의 태도는 알루어드가 이런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급박한 상황이라기에는 이들이 너무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이단에 대한 심판이 끝나지 않았네.”

       

       알루어드가 고개를 돌렸다.

       

       이단 심판관 다우논.

       

       이곳에 성기사들을 이끌고 찾아온 신관이었다.

       

       “크리스님은 이단이 아닙니다!”

       

       “아직은 두고 봐야 할 일. 그대가 교황 후보라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네.”

       

       알루어드는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인가.

       

       신관들이 신성력만 불어넣어 줘도 사상자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가지 않겠다면, 저라도 가야겠습니다.”

       

       “그것 역시 불가하네.”

       

       “사람이 죽는 걸 두고 볼 생각입니까? 당신들이 진정 신관이라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대를 보호하기 위해 왔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네.”

       

       알루어드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방금 한 말을 보아라.

       

       역시나 애초부터 합류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신을 모신다는 자들이….”

       

       교단내에 욕심에 눈이 먼 세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신관으로서의 기본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어지는 다우논의 말에 알루어드의 손이 떨렸다.

       

       “덧붙여 이단과 함께한 이들에 대한 재판 역시 진행될 것이네.”

       

       “하…”

       

       말이 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말이다.

       

       순간, 알루어드는 느껴지는 기운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하늘을 가득 메운 흐릿한 모습들.

       

       스펙터와 벤시.

       

       유령형 언데드들이었다.

       

       “당장…당장 가야 합니다!”

       

       저 언데드들이 합세 한다면 전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불 보듯 뻔했다.

       

       스펙터와 벤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퇴치가 불가능하다.

       

       마나를 입힌 검이나 마법으로만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신성력을 입힌 무기가 아니라면 일반 병사들은 공격조차 불가능했다.

       

       “이미, 저들은 우리의 전력을 포함해서 대비책을 세웠단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교단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오.” 

       

       “….저를 막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알루어드가 땅을 박차며 뛰쳐나갔다.

       

       더 이상 지켜 볼 수가 없었다.

       

       혼자라도 가야만 했다.

       

       하지만 알루어드의 행동은 금세 막혀 버렸다.

       

       성기사들이 그의 앞을 막아 선 것이다.

       

       “계속 반항을 한다면 그대를 묶어 놓을 수밖에 없네.”

       

       “이…이…당신들이 그러고도 신을 모시는 신관입니까!”

       

       “교단의 명령 없이는 그 어떤 행동도 불가능하네.”

       

       순간, 알루어드의 반응이 잠잠해졌다.

       

       먼 곳의 하늘을 바라보는 알루어드.

       

       성기사들이 알루어드를 따라 시선을 돌린 곳에는 정령이 있었다.

       

       사람을 태운 거대한 새의 모습을 한 정령이.

       

       알루어드의 입이 열렸다.

       

       “…크리스님?”

       

       

       ***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고, 병장기 소리가 난무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클로셀과 마법사들이 있는 곳 만큼은 조용했다.

       

       “결국…”

       

       클로셀이 낮게 말하며 하늘을 응시했다.

       

       스켈레톤으로 끝나기를 바랬던 것은 욕심일까.

       

       하늘을 메우며 날아오는 언데드를 본 클로셀이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마나를 아낀 것은 다 저것들 때문이었다.

       

       “성기사들은 오지 않는다. 우리가 저것들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

       

       “예, 클로셀님.”

       

       “다들 전력으로 마법을 퍼붓도록.”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클로셀의 마법이 터져 나갔다.

       

       화르륵 –

       

       하늘을 밝히며 넓게 퍼지는 불길.

       

       7써클 마법이 만들어 내는 광경은 전투 중이던 병사들의 신경마저 쏠리게 만들었다.

       

       콰아앙 –

       

       하늘에서 마법이 터져 나가며 스펙터와 벤시에게 적중했다.

       

       동시에 귀를 긁는 듯한 비명이 전장으로 퍼져나갔다.

       

       벤시들이 내뱉는 울음소리였다.

       

       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귀…귀를 막아!”

       

       다급하게 귀를 막으며 몸을 움츠린 병사의 입에서 당혹스런 음성이 새어 나왔다.

       

       “어…어…?”

       

       방금까지 옆에서 같이 싸우던 동료의 상태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

       

       두려움마저 잊은 듯한 얼굴.

       

       그의 동료가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스켈레톤의 공격에 상처를 입어도 멈추지 않았다.

       

       “알젠….?”

       

       동료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어지는 광경에 병사는 더욱더 몸을 움츠리며 귀를 막았다.

       

       그의 동료가 몽롱한 얼굴로 성벽밖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막아…!”

       

       뛰어내리기 위해 움직이는 병사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하나 같이 풀린 눈을 한 이들이었다.

       

       위험한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귀를 막고 있던 병사들도 하나둘씩 눈이 풀리기 시작했으며, 끝까지 버티던 이들은 양손을 쓸 수가 없어 스켈레톤에게 죽어 나갔다.

       

       순간.

       

       사아아 –

       

       몸으로도 느껴질 만큼 선명한 마나가 퍼져나가며 병사들이 깨어났다.

       

       “허억…!”

       

       “내가 왜…!”

       

       곳곳으로 마나가 퍼져나가며 벤시의 현혹에서 병사들을 깨웠다.

       

       클로셀의 옆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이 펼친 마법이었다.

       

       “다…다시 싸워!”

       

       “마법사님들이 도와주신다!”

       

       꽈아앙 –

       

       하늘에서 폭발하는 마법.

       

       그리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벤시의 울음소리.

       

       그때마다 마법이 병사들의 정신을 깨워 놓았다.

       

       하늘을 수 놓는 마법은 오로지 클로셀 혼자만의 마법이었다.

       

       클로셀이 마법을 캐스팅 하며 마법사들에게 눈짓했다.

       

       “곧 스펙터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부터 해치우도록!”

       

       최대한 접근을 막아야 했다.

       

       성기사와 사제들의 도움을 바랄 수 없는지금.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들이 아니라면 모조리 몰살이었다.

       

       “이 만한 규모의 언데드라니…”

       

       예상보다 많은 숫자였다.

       

       마나를 아껴야 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당장에 저것들을 막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클로셀이 전력으로 마나를 모아 마법을 시전했다.

       

       허공에서 불의 비가 내리고, 번개가 휘몰아쳤다.

       

       하늘에 있는 언데드는 물론, 성벽으로 다가오던 언데드들까지 많은 몬스터가 쓰러졌지만 아직도 그 수는 많았다.

       

       지금 유지되는 균형도 마나가 다 소진되는 즉시 무너질 것이다.

       

       “마법사들은 흩어져서 언데드를 막아라!”

       

       클로셀의 말에 성벽 곳곳으로 흩어지는 마법사들.

       

       그곳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커헉…!”

       

       스펙터를 향해 창을 찌른 병사의 몸이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다른 병사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접근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내지른 창은 스펙터의 몸을 통과할 뿐.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사…살려…!”

       

       기사가 달라붙어 상대를 하고 있었지만, 기사의 빈자리로 스켈레톤들이 몰려들었다.

       

       간신히 버티던 병사들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삽시간에 성벽 위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버티던 병사들이 시체가 되고, 그 위에 다른 시체가 쌓였다.

       

       클로셀은 그 광경을 보며 치를 떨었다.

       

       신관들이 신성력이라도 입혀 주었다면, 저들이 저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켈레톤 따위 지금 보다 훨씬 수월하게 막아 냈을 것이다.

       

       “다시는 교단을 믿지 않을 것이다…”

       

       콰아앙 –

       

       폭음에 고개를 돌리니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친우의 모습이 보였다.

       

       혼자서 성문 앞을 막아 내는 활약이 아니었다면, 이미 성은 함락되었을 것이다.

       

       스켈레톤이 성문에 닿는 즉시 네크로맨서들이 마법을 사용할 테니.

       

       “…”

       

       클로셀과 파라몬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미 전황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근처의 영지에서 오기로 한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것도 무리인 듯싶었다.

       

       “퇴각조차…힘들겠군.”

       

       병사들을 뒤로 물리면 언데드들은 곧바로 대피중인 영지민들과 마주할 것이다.

       

       그들이 다른 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클로셀이 마나를 끌어모으려는 그때.

       

       하늘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딸랑 –

       

       “….!!!”

       

       그 소리를 들은 것은 클로셀 혼자가 아니었다.

       

       언데드에 휩싸여 검을 휘두르던 파라몬 또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크리스…?”

       

       딸랑 –

       

       방울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지고, 벤시에 홀린 병사들이 깨어났다.

       

       “이…이게 무슨…?”

       

       병사와 기사들이 멍하게 주변을 살폈다.

       

       언데드들이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사람을 찢어 죽이던 언데드들이 거짓말처럼 정지해 있었다. 

       

       딸랑 –

       

       작기만한 소리는 너무나 선명하게 전장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이 소리 때문이라는 것을.

       

       하늘을 나는 정령.

       

       소리는 그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딸랑 –

       

       성벽 위도, 성벽 아래도 모든 것이 정지했다.

       

       신비한 기현상 앞에 모두가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며 성문 앞에 꽂혔다.

       

       쿵 –

       

       쿵 –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크기가 너무나 작았기 때문이다.

       

       “….나무?”

       

       “모…목상이 떨어진 것 같네.”

       

       “…”

       

       모두가 그것을 쳐다보던 그때, 목상의 사이로 사람 한 명이 살포시 떨어져 내렸다.

       

       새하얀 백발을 한 청년이었다.

       

       딸랑 –

       

       방울 소리 만큼이나 선명한 목소리.

       

       청년에게서 시작된 목소리가 전장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딸랑 –

       

       “하늘 아래 대장군 납시고.”

       

       딸랑 –

       

       “땅 밑에 여장군 납시었으니.”

       

       딸랑 –

       

       “잡귀들아, 물렀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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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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