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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숨비소리라는 것이 있다.

       제주도의 해녀들이 바다에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내는 소리로 휘파람과 비슷한 소리라고 한다.

       즉, 숨비소리라는 것은 물속에 잠수해서 숨을 참고 물질을 했던 해녀들이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요, 동시에 그녀들이 자신이 물귀신이 아닌 사람임을 바다에 알리는 알림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그것과는 달랐다.

         

       삐-익.

         

       삐—익.

         

       휘파람을 닮았지만 생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물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이가 내는 소리는 맞았지만, 생존 대신 죽음을 쫓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물귀신이 내는 소리.

       물귀신이 땅에 올라와 제 손에 잡혀갈 이를 고를 때 내는 소리.

         

       삐-익.

         

       자신이 사람이 아닌 물귀신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물귀신이 방을 배회했다.

       찰박찰박 거리는 발소리와 진하게 남는 물비린내 풍기는 그 흔적.

       그것은 과거 선원들이 꿈에도 보기 싫어했던 악몽의 풍경이며, 무당도 쉬이 손대기 힘들어한다는 수살귀들의 역겨운 원한과 집착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삐-익!

         

       물귀신은 배회했다.

       하얀 연기의 형태로 바닥을 쓸어가며 흔적을 남기고, 다 물러 터져버린 몸을 휘청거리며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하지만 방 안에 자욱하게 퍼진 하얀 연기는 깊은 잠에 빠져 쓰러진 사람들의 몸을 휘감고 있었고, 물귀신들이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주는 갑옷이 되어있었다.

         

       삑———-!

         

       하얀 연기는 들이마시면 사람을 재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물귀신이 돌아다니는 지금 그 어떤 독보다도 치명적인 성분일터이지만, 동시에 하얀 연기는 귀신을 막는 힘 역시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그들의 몸을 휘감고 있는 한 물귀신은 그들을 손대지 못했다.

         

       삐-익!

         

       물귀신은 그 사실에 화가 난 듯 연기를 손으로 쥐어뜯기라도 하려는 듯 뻗었지만, 연기는 오히려 그 손을 튕겨내 버렸다. 부패해서 물러진 살점은 고기가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고,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물방울을 사방에 흩날리며 물귀신에게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포기하면 수살귀(水殺鬼)라는 악명을 떨치진 않았을 것이다.

         

       물귀신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성을 잃고 연기를 걷어내기 위해 손을 뻗고, 발을 뻗고, 아가리를 쩍 벌려 물어뜯으려 하고, 머리카락을 드리워 목이라도 졸라 그들을 죽이려 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잠든 사람을 질질 물로 끌고 가 얼굴을 처박아 익사시키기를 원했고, 한껏 홀려서 욕조에 제 몸을 던져 자신과 같은 신세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하얀 연기 갑옷은 너무나 단단해서 그들을 철옹성처럼 지켜주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물귀신들의 눈에 기이한 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연기가 그들의 특정 부위를 보호해주지 않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것은 물귀신들이 주로 노리는 얼굴, 목, 다리가 아닌 그 중앙에 있는 부위.

         

       소위 사람들이 급소라고 표현하는 성기 부근이었다.

         

       성기 부근은 무언가 막이라도 친 듯 연기가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물귀신들은 기쁨에 발광하며 제각기 달라붙어 있던 사람들의 성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쥐고 그대로 물속으로 그들을 끌고 가 집어 던지려고 했다.

         

       미끄덩.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잡는 것까지는 어찌 되었으나, 그것을 잡고 이동하려고만 하면 기름이라도 바른 것처럼 미끄덩거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미끄러움이 어찌나 심한지 아주 조금, 티끌만큼도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게 할 수가 없었다.

         

       삐-익!

         

       물귀신들은 사람을 물에 빠뜨리는 것이 무리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눈앞의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있는데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특히 화장실에서 성공적으로 빙의 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다 같이 실패했다면 모를까 하나는 성공을 했으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본디 희망이라는 것은 표본이 생기면 더 강렬해지는 법이다.

       수많은 실패가 있어도 한 번의 성공이 있다면 부나방처럼 그곳에 뛰어드는 것이 인간이다.

       하물며 인간보다 더 악독하고 집착이 강한 물귀신이라면 오죽하겠는가?

         

       물귀신들은 성기 부분만이 비어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일제히 자신의 먹이가 될 사람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 방법이란 생기를 빼앗는 것.

         

       인간을 옮길 수가 없으니 색귀(色鬼)처럼 달라붙어서 생기를 빼앗을 심산이었다.

       물귀신들은 각자 제가 담당할 사람들에게 달라붙어서 귀접을 시작했고, 그러자 귀접을 당하는 이들의 허리가 활처럼 휘고 몸을 튕기며 눈을 까뒤집기 시작했다.

         

       “으헉!”

       “으허헉!”

         

       자는 와중에도 견딜 수 없는 쾌락인 듯 사람들은 침을 질질 흘려가며 귀접을 당했고, 그리고 느껴지는 쾌락에 비례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생기가 귀신에게 흘러갔다.

       이는 카마수트라나 음양 대법에서 사용하는 음과 양을 섞어 서로를 이롭게 하는 방법이 아닌, 오직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해로운 방법이었다.

       특히 물귀신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음기와 원한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강령술사가 아니면 쉬이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의 위험한 힘이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이 난교 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색에 제 미래를 팔기로 한 이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성을 불러서 ‘축복’을 받으려 했겠는가?

         

       지금 그들이 물귀신과 귀접을 하는 것은 그들 역시 바라마지 않던 일일 터.

       약을 쓰고 축복을 받아서라도 쾌락에 묻히고 싶은 이들에게 있어서 저것은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가 아닌, 어마어마한 쾌락을 주는 행복일 것이다.

         

       진성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쾌락의 탄성을 들으며 걸어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원로가 있는 방이었다.

         

       문은 진성이 수작을 부려두어서 그런지 약간 열려있었고, 그 안에서 신음과 쾌락 섞인 탄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이 있다면 들려오는 것은 오직 여자의 신음이고, 남자는 무언가에 저항하는 듯 이를 악무는듯한 소리였다는 것이다.

         

       덜컹.

         

       진성이 문을 열자 방 안의 풍경이 들어왔다.

       아까 원로에게 그렇게나 달라붙던 여자들은 쾌락에 미치기라도 한 듯 몸을 경련하며 눈을 까뒤집고 있었고, 침대 바닥에는 원로가 가운 하나만 걸친 채 쓰러져 귀접에 저항하고 있었다.

         

       “네, 네놈!”

         

       원로는 약효에 저항하기 위해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피가 사방으로 튀길 정도로 강하게 소리치며 진성을 노려보았고, 진성은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왜 거부를 하는가?”

         

       아까 아부를 떨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투.

         

       원로는 그 말투에 치를 떨었다.

         

       “뭐가 목적이었냐! 이딴 개짓거리를 하다니!”

         

       개짓거리.

         

       진성은 원로의 말에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네. 본디 같은 물이라도 독사의 입에 들어가면 독이 되고,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감로수가 되며, 과실수에 들어가면 열매가 되지. 다 자네의 마음에 달린 것이거늘 어찌 개짓거리라 그리 단정을 짓는가?”

       “개소리 집어치워라!”

       “마음을 달리 갖게나. 이건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요, 자네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니야. 그냥 자네는 평범한 여자를 안아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쾌락을 그대로 만끽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물귀신이 빨아들이는 생기야 자네 같은 무인에게는 큰 해도 되지 않을 것이고, 내가 걸어준 축복이 있으니 사라진 생기도 금방 보충이 가능할 터. 그냥 얌전히 몸을 맡기고 쾌락에 빠지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원로는 진성의 말에 격분했다.

         

       “개자식아! 귀신이랑 좋다고 몸을 섞는 것들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느냐! 이 역겨운 요승 같은 새끼가!”

       “하하하하. 보아하니 귀신이랑 몸을 나누는 동인지도 많던데 그건 모르나 보군. 자네는 인간의 성욕을, 그리고 제 나라 사람들의 성욕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자네는 가능하네. 내가 보증할 수 있다네.”

         

       원로는 진성의 목을 조르기라도 하려는 듯 몸을 애써 일으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강력한 약효 탓에 그는 일어서려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했으며, 게다가 끊임없이 귀접을 시도하는 물귀신의 방해 탓에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왜 내가 주는 선물을 그리 거부하려 드는가? 약 따위보다도 강렬하고, 축복의 힘으로 증폭되었으니 인세의 것을 뛰어넘는 쾌락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쾌락은 자네가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니던가. 아, 혹시 외모 때문인가?”

         

       촤악!

         

       진성은 물귀신에게 피를 뿌렸다.

       그러자 생기를 머금기라도 한 듯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던 물귀신의 모습이 바뀌었다.

       시체처럼 생기 없이 창백한 피부를 제외한다면 봐줄 만한 여성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에 동하기라도 한 듯 원로가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원로는 이내 입술을 깨물며 계속해서 귀접을 거부했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진성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주언을 외웠다.

         

       “Non declinetis ad pythones nec ab hariolis aliquid sciscitemini, ut polluamini per eos.”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한 번 가리키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원로를 가리켰다.

         

       “Vir, de quo egreditur semen, lavabit aqua omne corpus suum et immundus erit usque ad vesperum.”

         

       진성의 입에서 주언이 튀어나오자 원로는 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기라도 한 듯, 그래서 당황하기라도 한 듯 입술이 터져나갈 듯 깨물었다. 더 깨문다면 살점이 떨어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Vestem et pellem, super quam fuerit semen effusum, lavabitur aqua et immunda erit usque ad vesperum. Si cum muliere coierit vir, lavabunt se aqua et immundi erunt usque ad vesperum.”

         

       하지만 그 저항도 잠시.

       계속해서 이어지는 주언에 원로는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렸고, 그대로 엎어진 채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진성은 허공을 쥐어서 엎어진 남자를 바로 눕혀 귀접에 용이한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곤 방 안에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와인 하나를 집어 들고는 포도로 만든 것이 맞는지 확인을 한 뒤, 날카로운 것으로 손끝을 슬쩍 베어서 핏방울을 와인병에 떨궜다. 그리고 흔들어서 잘 섞이게 만든 뒤 그것을 입에 머금고 뱉었다.

         

       푸우웁-!

         

       사방으로 퍼져나간 포도주는 마치 피를 토한 것처럼 진성의 앞에 흩뿌려졌다. 모양새만 그런 것이 아닌지 뿌려진 포도주는 피비린내를 머금고 있었다.

         

       진성은 주술을 끝마치고 마무리까지 지은 뒤 가만히 깨끗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이는 잠시간 끝나는 것이 아닌, 원로가 충분히 쾌락에 찌들고 그의 충실한 장기말이 될 때까지 지속하리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쾌락에 그렇게 저항을 할 수 있는 자라면 애초에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을 테니까.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 * *

         

         

         

         

       “그 아이! 그 아이를 내게 주게!”

         

       그렇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흠….
    고민 중입니다.
    이거 15세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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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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